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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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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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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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17

작성
24.07.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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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DUMMY

"혹시 아까 분위기가 좀 그랬던 거 때문에 그래?"


엘리엇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루트가 배낭을 다시 고쳐매며 물었다.


"아까 왜? 시체때문에?"

"그런게 있어."


엘리엇은 루트의 물음에 떨떠름해하며 적당히 대꾸했다.


"그거 때문이라면 그거 때문이지만, 뭐라고 해야하지. 나는 너희들의 장점을 솔직하게 말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사이의 신뢰는 중요하니까. 그래서 엘리엇이 얼마나 이런 상황의 대처가 훌륭한지 말하고 싶었던거야."

"그만.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엘리엇을 칭찬하는 생각을 이어갔다.


"빠른 판단력이나 과감한 행동은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지. 정말 훌륭해. 엘리엇 덕분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공동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덕분에 식량도 얻을 수 있었던거잖아."

"그만하라니까."


엘리엇의 귀가 빨개졌다. 정말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재밌다. 아까 나를 놀린 것 때문에 복수심을 품은 것은 결코 아니다.


노란 벽돌 사이를 걸으며 정교하게 쌓인 돌에 새겨진 고대 문자를 눈으로 훑었다. 본다고 모르던 걸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형상의 문자를 보는 것은 꽤 즐거웠다.


그 뒤로도 엘리엇을 끊임없이 칭찬하며 복도를 걸었다.


"엘리엇은 정말 대단하지. 케인도 똑똑하고 대단해. 나는?"


로트는 가끔 내 칭찬이 끝나면 노골적으로 자신을 칭찬해주길 바라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로트는 상대하기 쉬워편했다.


"로트는 힘이 세지. 정말 의지된다."

"흐흐."


레파토리를 조금도 변화시킬 필요 없이 한번씩 이렇게 대꾸해주면 됐다.


엘리엇은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지친 기색으로 우리의 뒤를 걸었다.


날개달린 원숭이가 있는 석상을 지나자 우리가 머물기 좋은 장소가 나왔다. 그리 넓지 않지만 세사람 정도는 충분히 품을 수 있고 뒤쪽으로 퇴로가 있다. 여차할 경우 뒤로 빠질 수도 있겠군.


"여기서 잠깐 쉬지."


내가 말하자 나머지 일행도 모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


식량을 꺼내 허기를 달랬다. 엘리엇이 가진 식량은 보존지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장기보관에 더 용이했다. 우선은 로트가 가진 식량부터 먹었다.


"우리 할말 있지 않아?"


엘리엇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까와 같은 짜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가 거짓말한 이유를 확실히 알고 싶어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나 역시 우리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비록 내 성격상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무슨 일 있었어?"


로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나는 사실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엇이 거짓말에 얼마나 예민한지 생각하면 쓸데없는 행도을 할 필요는 없다.


"아까 시체를 봤을 때 내가 로트 너에게 망을 보라고 했잖아."

"어, 그랬지."

"그때 엘리엇이 네가 겁먹고 도망가면 어쩌냐는 질문을 했어. 나는 너를 믿자고 했고. 솔직히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었어. 네가 도망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나의 고백에 로트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금세 표정을 바로잡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 조금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너희들이 나를 의지하고 있으니까 내가 지켜줄게. 걱정하지마."


로트의 말에서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 느껴졌다. 그런 종류의 갈증이 있었나보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지.


엘리엇은 로트의 말을 듣고 거짓말에 대한 평소의 신경질적인 반응 대신 그저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로트의 말은 진심이라는 뜻이겠지.


"엘리엇은 내가 거짓말 한 걸 눈치채고 추궁했고 제대로 설명하라고 했어. 나는 시체 조사가 끝나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겠다고 했어."

"자, 이제 지루한 설명은 끝났지? 왜 그랬어?"


엘리엇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우리는 길드에서 맺은 계약상 서로에게서 멀어질 수 없어."


내 말에 로트와 엘리엇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 그 계약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이 던전 탐사를 위해 제시한 조건 중 하나가 3인 이상의 파티로 입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마법으로 처리된 계약서에 서명했고, 그 결과 일정 거리 이상 서로 멀어질 수 없게 되었다.


"고대던전이야 이상한 조건이 걸려있는 곳이 많으니까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싸인했겠지. 파티로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도 비교적 흔한 거고. 이 던전이 위험하지 않을거라는 선발대의 조사도 있었으니까 망설일 이유는 없었지."


다시 한 번 둘 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로트가 돌발 행동을 일으킨다고 해도 찾아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엘리엇도 로트 너를 걱정해서 그런 말을 했다기 보다는 네가 이상한 짓을 하다가 식량에 문제가 생길까봐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거고."


엘리엇은 팔짱을 끼며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엇은 나를 믿지않는구나. 케인은 나를 의지하는데."


로트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는 어디까지 등신이냐? 케인도 방금 네가 도망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엘리엇의 날카로운 말에 로트는 구원을 청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짧게 말했다.


"안 도망쳤잖아. 역시 듬직해."


내 말에 로트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그의 단순함이 때로는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때 우리는 이미 추가 식량을 구한 뒤였고 그건 엘리엇이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문제가 생겨 로트 쪽의 식량이 못쓰게 되더라도 손해는 적다고 판단했어. 나는 그것보다 로트가 돌발 행동을 일으킬지의 여부가 더 궁금했던 거야. 그런 행동을 할 거라는 걸 알게되면 앞으로 판단할 때 염두할 수 있으니까."

"머리에 되게 자신있나보네. 뭐, 상황은 알았어."


엘리엇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짜증이 묻어났지만, 이해한다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나는 우리 사이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또 다른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내가 가진 기프트는 '생각하는 기프트'거든."

"어?"


엘리엇의 표정이 순간 당황한 듯 변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는데. '생각하는 기프트'인거 맞아? 자기 패를 막 보여주네."

"네가 신뢰 문제에 예민하다고 판단했으니까.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어. 기프트까지 알려주면 아무래도 믿을만 하잖아. 넌 확인할 수 있고."


엘리엇은 내 말을 듣고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이 읽혔다.


잠시 고민하던 엘리엇은 짜증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가 가진 기프트는 '진심을 확인하는 기프트'야. 말할 생각 없었는데 빚지는 기분은 딱 질색이라."

"그래, 짐작했어."

"대단하네, 정말."


엘리엇의 표정은 여전히 불쾌해 보였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느껴졌다. 그녀의 어깨에서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내 판단으로는 우리 사이의 신뢰 문제는 이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았다.


"진실이 아니라 진심인거지?"


화나지 않았다는 내 말에 당황했던 이유는 거기 있다. 화가났는지 안 났는지 진실을 확인하는 기프트가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생각과 하는 말이 일치하는 지 확인하는 기프트다. 표정으로 화난 것이 드러나는 내가 '화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화나지 않았어"라고 말하면 그게 진심이라는 걸 확인해주는 식으로 작동한다.


엘리엇의 표정은 조금 불편해졌다.


"생각하는 기프트 맞군."

"아군의 특성을 파악하는 건 중요하니까. 알았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을겸."


우리의 말을 듣고 있던 로트는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사실 '힘이 강화되는 기프트'야. 나도 숨기지 않을게."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엘리엇이 로트를 한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칭찬하기로 했다.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사실을 알려주다니."


칭찬할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어째 비꼬는 거 같은 모양이되었다. 그래도 로트는 충분히 만족스러운듯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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