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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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84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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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DUMMY

우리가 있는 곳은 적당한 휴식 장소였고 여기서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던전 탐사를 들어온지 시간이 꽤 지났고 낮밤을 판단하는 감각은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휴식을 취해야한다.


이 장소에 출구가 두 곳 있어서 우리는 두명이 깨어 있고 한 명씩 교대로 잠을 자기로 했다.


첫번째로 로트가 잠을 자겠다고 했다. 그는 눕기가 무섭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기온 건 뭐 때문이었어? 그냥 돈벌이?"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마다 새겨진 고대 문자들이 희미한 빛에 반사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광경에 매려되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그것도 있었지만 고대 문자가 많이 있는 던전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거든."


내 눈은 계속해서 벽을 훑었다. 각각의 벽돌에 새겨진 고대 문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 망막에 맺혔다.


자는 지금까지 항상 그런 방식으로 퀘스트를 선택해왔다.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그것을 충족시킬 요소가 있는지 따지며 일을 받았다. 그런 방식으로 일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었고 즐거운 나날이었다. 적어도 이 던전에 갇히기 전까지는.


쓴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엘리엇은 내 말을 듣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행동이 기프트에 영향을 받는 건 흔한 일이지."


그녀의 말에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너는?"


엘리엇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그냥 돈벌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투덜거리듯 말을 이어갔다.


"이, 삼일이면 탐사가 끝난다고 하는데 길드에서 딱히 속이는 의도도 느껴지지 않아 그냥 받은거지. 몬스터도 없다고해서 룰루랄라 왔는데 이럴 줄 알았나, 빌어먹을."


엘리엇의 목소리에서 후회와 분노가 느껴졌다.


기분을 전환하고 싶었는지 엘리엇이 내게 물었다.


"혹시 다음 계획이 있어?"


그다지 기대를 가진 대답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나는 금방 대답했다.


"있어."

"오... 기대해도 되는 거야?"


엘리엇의 목소리에서 의외라는 듯한 톤이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계획을 세웠다는 것에 놀란 것 같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을 이었다.


"출구를 부숴보자."


엘리엇이 가진 물약과 로트의 힘을 결합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 외벽이 굉장히 두꺼운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부수기에 적합한 경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이건 우리가 최소한 한 번은 시도해봐야할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 말을 듣고 엘리엇은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천천히 가방에 손을 넣더니 포션 하나를 꺼냈다.


로트와 사기극을 벌일 때 사용했던 부서진 꿈의 물결이었다.


"될까?"


엘이엇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도는 해봐야지."


내가 대답하자 엘이럿은 포션 병을 살짝 흔들어 양을 가늠해보았다. 70퍼센트 정도 남은 포션이 찰랑거린다.


"넉넉하진 않아."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하기 전에 구조를 꼼꼼하게 살펴야겠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아예 사용을 포기해야할테고.


우리는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엘리엇의 차례가 되어 그녀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로트가 깨어나자 엘리엇은 망설임 없이 자리에 누웠다. 그녀의 빠른 행동을 보니 꽤 피곤했던 모양이다.


잠에서 깨어난 로트는 목을 좌우로 돌리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목이 아프네."

"던전이 자기 좋은 곳은 아니지."


내가 대답하자 로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건초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의 말을 듣고 나는 로트의 배경을 떠올렸다.


그는 시골에서 올라온 초보 모험가였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모험가의 길에 들어선 늦깎이였다. 게다가 특유의 그 순진한 성격 때문에 제대로 된 파티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로트와 파티를 맺게 된 것은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가 한 부탁 때문이었다.


마스터는 로트의 힘이 쓸데가 많다고 생각했고 경험을 쌓게해주면 유용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로트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솔직히 로트와 같은 파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 던전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던전 자체가 위험한 건 아니다.


문제는 갇힌 사람들과 부족한 식량이다.


"불편하지? 가끔 고향 생각나고 그래?"


내 질문에 로트의 표정이 갑자기 우울해졌다. 순박한 눈망울에 슬픔이 깃들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표정이었다.


"애들이 보고싶어."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구나. 로트는 이미 가정을 꾸린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여긴 어쩌다가? 돈벌러 온거야?"


내 질문에 로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농사를 지었는데 몬스터 때문에 땅이 망가져서..."


그의 말을 듣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들어 그런 사례가 많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이 도시는 던전 탐사를 위한 모험가들이 많은 곳이라 큰 영향은 없었지만 농업과 같은 생산을 담당하는 지역은 큰 타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익숙한 삶을 버리고 위험한 모험가의 길을 택했는데 하필 이런 꼴을 당했군.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케인은?"


이번에는 로트가 내 이야기를 물어왔다.


"나는 원래 케브라에서 태어났어."


케브라는 이 던전에서 이틀 거리에 있는 도시다. 우리가 이 모험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케브라는 주변에 던전이 자주 출몰하는 특성 때문에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이거나 모험가들이 가져온 물품으로 아이템을 만드는 등 모험과 관련된 일을 한다. 아니면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그렇구나. 케인은 멋져서 도시 사람 같아."


말을 마친 로트는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을 칭찬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로트는 레퍼토리를 바꿀 필요도 없으니까.


"로트처럼 듬직한게 더 좋지."

"흐흐."


내말을 들은 로트는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흘렸다. 가끔 로트가 부럽다. 로트는 정말 편하게 행복해질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부럽지만 로트처럼 되고싶은 건 또 아니었다.


우리는 그 뒤로도 한동안 의미 없는 잡담을 주고받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었지만 로트와 대화는 던전의 무거운 공기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드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결국 내 차례가 되었다.


엘리엇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눈을 비볐다.


나는 자리에 누웠다. 피로가 쌓여 있어서인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짧은 잠이었찌만 그 사이에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았다. 책을 사고 싶어 하는 어린 나는 길거리에서 모험가들을 몰래 지켜보며 그들의 싸우는 법을 훔쳐 배우고 있었다.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찬 어린 나는 늘 모험가들을 몰래 관찰하며 그들의 기술을 익히려 노력했다.


짧은 꿈에서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케인, 케인."


엘리엇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손이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고 있었다.


나는 즉시 눈을 떴다. 동시에 본능적으로 무기에 손을 가져갔다.


엘리엇의 눈을 바라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엘리엇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귀를 두드렸다. 소리에 집중하라는 신호였다.


복도를 통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 방향은 우리가 시체를 확인하고 온 쪽.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부담스러웠다.


빠져나가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로 나가 마주칠까 고민했지만 발소리로 봤을 때 상대는 한 명뿐이었다. 우리가 셋이니 굳이 좁은 곳에서 마주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여기서 대기하지. 괜히 빠져나가는 거보다 이 장소에서 상대를 보는게 좋겠어. 다가가지 말고 멈춰 세우고 정보를 얻자."


내 제안에 엘리엇과 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쪽으로 오던 사람이 우리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 말고도 공동을 나온 사람들이 있었네? 거기 있어봐야 식량이나 축내지 아무것도 안된다니까."


상대방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를 즉시 알아봤다. 베테랑 파티의 일원이었다. 출구를 찾자고 제안했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들과 함께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엘리엇이 경고했다. 날카로운 단검을 꺼내들었지만 상대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워, 워. 싸우려는 거 아니야."


그가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순순히 군다고 경계를 풀 일은 아니었다. 다른 두 파티를 살해한 범인이 명백한 상황에서 친근한 태도를 조금 보였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다른 파티들과 출구를 찾으러 간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내가 의문을 제기하자 상대방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모여서 찾으러 다니는 것도 의미없잖아. 흩어져서 출구를 찾고 있었지."

"외각도 아닌 이런 곳으로 오는 건 이상한데."


나는 의심스러운 점을 지적했다.


물론 다른 파티 살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대방도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장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흔한 일이잖아?"

"그렇군."


그럴듯한 대답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는 안심한듯 한 발 더 다가오려 했다.


"와도 좋다는 뜻은 아니었어."

"경계심이 과하군."


상대방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우리 셋과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에서는 조금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순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다른 파티를 급습해 살해한 것이 저들임을 알고 있는 이상 우리를 경계하지 않을 때 기습해서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에 느껴지는 저항감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나는 망설였다. 머릿속으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엘리엇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 표정을 읽었고 망설임없이 독이 발린 다트를 꺼내 상대를 향해 던졌다. 상대도 엘리엇의 행동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트는 정확하게 상대의 목에 명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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