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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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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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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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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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6

DUMMY

우리는 금세 낭떠러지 지형에 도착했다. 폭은 대략 5미터 정도로 보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뛰어넘기 불가능한 거리지만 우리에겐 천장에 있는 로트라는 든든한 지지대가 있었다. 그가 앞서서 우리를 이끌어주면 우리는 가상의 바닥을 밟으면서 허공을 건널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작전은 적을 이곳으로 유인한뒤 상층부에 있는 로트가 천장을 무너트리며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 공격이 실패할 경우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안전한 건너편으로 건너가려 했다. 그 '하늘을 나는' 연출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우리는 원래 계획했던 이곳에 오게 되었다.


"엄청 여유있네."


엘리엇이 말했다.


느긋하게 우리를 쫓는 발도는 아직 모습이 작게 보인다.


"비장의 무기가 있는건가?"


내가 의심스럽게 말하자 엘리엇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냥 우리가 못 건널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그럴리가, 나는 장면을 보여줬잖아."


나의 대꾸에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자신의 의견을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네. 그래도 별 생각없이 그러는 것 같은데."

"항상 경계심을 가져야지. 우리만 생각할 수 있는게 아니야. 상대도 생각할 줄 안다고."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고 엘리엇은 그 말에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네, 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녀는 살짝 삐진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발도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은 우리와 그 사이에 여유로운 거리가 있었다.


"너무 느긋한 거 아닌가?"


나는 상대를 떠보기 위해 말을 건넸다.


발도는 코웃음을 치며 여전히 느긋한 걸음을 이어가며 대답했다.


"건너편에 로프를 걸 공각이 없을텐데."


발도는 정말 생각을 못해서 그런 말을 하는건가. 그의 말에 나는 오히려 당황하며 말했다.


"내가 천장을 뚫고 걸 공간을 만들면 되지."


이렇게 대답하는 나를 보는 엘리엇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발도는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여전히 느긋한 걸음으로 우리 쪽을 향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엘리엇의 연기만큼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엘리엇이 나를 보며 말했다.


"야, 봤냐? 뭐 적도 생각할 줄 안다고?"


그녀는 나를 타박하는 것 처럼 말했지만 동시에 기프트로 내게 의사를 전했다.


숨기는 게 있어. 거리가 멀어서 자세한 내용은 읽기 힘들어. 읽을 수 있게 가까워지면 우리는 죽겠지.


상대의 연기를 눈치채고 엘리엇도 연기하며 대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속아넘어간 것처럼 굴면서 상황을 이끌고 있었다.


"설마 생각 못했을 줄 몰랐어. 이 정도로 바보일 줄이야."


나는 풀이 죽은 척하며 말했다. 내 연기가 발도만큼 어색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동시에 엘리엇이 읽을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강하게 생각했다. 지금 당장 건너가야 한다고.


엘리엇은 발도를 향해 외쳤다.


"그리고 로프 같은 건 없어도 되거든, 이 등신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로트에게 신호를 보낸 것 같았다. 갑자기 내 앞에 가상의 벽이 느껴졌다. 우리가 낭떠러지를 건널 수 있게 로트가 이동해주고 있는게 분명했다.


엘리엇은 내 손을 잡았고 자신 있게 낭떠러지를 향해 뒷걸음질 쳤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허공에 발을 디뎠다.


로프 없이 허공에 뜬 우리의 모습을 보고 발도는 잠깐 감탄의 눈빛을 보였다. 그러나 곧 어색하게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뭔가 속셈이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잠시 동안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발도의 얼굴은 분한 푲어을 짓고 있었지만 그의 여전히 느긋한 걸음걸이는 무언가 다른 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지 달라진 점은 등에 엎고 있는 힘뿐만이 아니었다. 허리춤에는 검 외에도 1미터 20센티 정도 되는 쇠막대가 보였다. 날붙이는 아니다. 둔기로 쓸 수는 있겠다.


'발도가 빠른' 기프트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그의 능력을 보고 짐작한 것일 뿐이다. 확실한 것이 아닌 만큼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의 능력이 단순히 무언가를 빠르게 휘두르는 것이라면 그 대상이 꼭 검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빠르게 휘둘러서 낭떠러지 너머에 있는 우리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검을 빠르게 휘둘러 던져 나를 죽이고 이어서 쇠막대를 던져 엘리엇을 죽이는 것. 만약 우리 파티가 둘 뿐이라고 생각하고 왔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초인적으로 빠르게 휘둘러 던진만큼 우리는 예상치 못한 속도에 단숨에 죽을 수 있다.


이 방법은 발도 입장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번 실패하면 끝인데저런 여유로운 걸음걸이와는 맞지 않는다. 물론 그가 생각이 짧아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너무 낙관적인 추측일 뿐이었다.


다른 시나리오를 추측해보자.


내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가능성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쓸만한 것 하나를 건져내 깊게 생각한다.


발도가 쇠막대를 빠르게 휘둘러 바닥을 쳐서 그 반작용으로 자신의 몸을 날린다면 낭떠러지를 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그런 행동으로 팔이 부서질 위험도 있겠지만, 만약 그의 기프트가 빠르게 휘두르는 능력을 보조하는 쪽으로 강화되었다면 그런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신체를 갖추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의 기프트로 이끌어낸 속도는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낭떠러지 반대편으로 넘어올 수 있고 그게 우리의 방심을 유도한 이유일 수 있다.


안심한 우리는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단이 있으니까. 내 가짜 능력, 천장을 무너트려 공격하는 것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우리가 이곳에 있는 동안 휙 하고 넘어와 우리의 목을 쳐버릴 수 있다.


그게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이유라면 합당하다. 검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간 신체와 다르게 기프트의 가호를 받지 못하는 검은 부서질지도 모르니 더 단단한 지지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추측은 아직 근거가 빈약했다.


나는 머릿속에 저장된 던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특히 베테랑 파티의 베이스를 중심으로 적확하게 기억된 광경을 되살렸다. 작전을 짜고 예행연습을 하는 기간동안 우리가 베테랑 파티의 동선을 소리로 확인하며 그쪽 베이스를 본 순간은 세 번정도 있었다.


그 기억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해 변화된 장면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베테랑 파티가 쉬던 곳 벽 너머 바닥에 패인 자국이 몇 개 있었다. 딱 저 쇠막대로 생길 법한 자국이었다.


그 자국을 자세히 떠올려 다시 관찰한다. 횡으로 휘둘러 생겼을 법한 얇다가 깊게 패이는 형태로 변하는 상흔이었다.


벽 너머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배설물의 흔적이 있다. 화장실로 베테랑 파티가 그 장소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발도가 그곳으로 의심없이 혼자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던전 기관 장치가 움직이는 순간마다 연습한다면 바닥을 때리는 소리도 감출 수 있다.


그런 연습을 할 동기는 충분했다. 아군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발도는 힘과 대치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을 것이다.


발도는 아마도 힘이 원거리에서 자신의 접근을 경계하며 공격하는 것을 예상하고 순식간에 접근할 방법을 연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연습의 목적은 애초에 낭떠러지를 건너기 위한 것이 아니라 힘을 자신의 공격 범위 안으로 순식간에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는 발도와 힘의 싸움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우리가 위에서 몰래 바라본 순간은 핏덩이가 생긴 장면 부터였지만 발도의 동선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힘이 던진 돌덩어리를 점으로 생각하고 이어보면 되는 것이다.


발도의 회피 동선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동선이 향하는 지점을 기억 속에서 찾아보니 정확히 그 위치에 쇠막대가 있었다.


비록 신체가 정말 그런 방향으로 기프트의 영향을 받았는가는 알 수 없지만 모든걸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정보는 제한적이니까.


하지만 나는 여기서 안심하고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몇가지 다른 방법들을 더 떠올려보았다. 발도의 기프트 능력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그것을 통해 우리를 살해할 수 있는 방법과 그의 여유로운 태도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다른 가설들은 번번이 모순점에 부딪혔다. 현재로서는 쇠막대를 지지대로 사용해 낭떠러지를 넘어와 우리를 공격한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 있어 보였다.


생각하는 동안 엘리엇과 나는 반대편 바닥에 도달했다.


발도의 능력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건 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이 모든 생각을 낭떠러지를 건너는 동안, 그러니까 5초 이내에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의말

이 글은 사실 15화 이내에 75000자를 쓰고 완결할 예정이었습니다. 자유 연재에서 일연 승급용으로 작성한 짧은 플롯이었죠. 저는 이 소설을 완결까지 전부 15화 안에 다 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참 무모한 생각이었네요. 아직도 끝이 안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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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24.07.22 3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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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24.07.20 3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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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24.07.17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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