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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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86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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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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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3

DUMMY

기프트 강화를 동반한 감각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제 떨림은 사라졌다. 더이상 이 휴식처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베테랑 파티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내려왔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리 탐지용 접시가 휴대하고 다닐만한 크기는 아니었기에 베이스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다시 천장으로 이동하자."


내가 말하자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트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서 여전히 무거운 감정이 느껴졌지만 묵묵히 나를 따라왔다.


베이스에 도착하자 우리는 익숙한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 이 공간의 안정감이 우리를 감쌌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우리는 번갈아가며 한 명씩 수면을 취하기로 했다. 오늘은 내가 먼저 자기로 했다.


잠에서 깨어나고 다음 차례는 엘리엇이었다.


로트와 엘리엇 사이의 분위기가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어보였다.


엘리엇이 잠든 후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공기를 깨고 나는 로트에게 말을 걸었다.


"로트, 너에게 사과할 일이 있다."


로트는 피로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서 무거움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 살인은 내가 유도한 거야. 그러니까 사실 죄는 나에게 있다."


내 고백에 로트는 놀라지 않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엘리엇에게 들었어."


로트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제서야 그가 놀라지 않았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엇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로트의 이런 모습을 엘리엇이 참으며 조용히 있었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로트는 여전히 불안한 듯 손으로 바닥을 쓰다듬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그가 내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해야 엘리엇이나 케인처럼 될 수 있을까? 나도 두 사람처럼 강해지고 싶어. 케인은 똑똑하니까 방법을 알고 있지? 나도 살고 싶어. 가족을 만나고 싶어. 우리 애들..."


로트는 희망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 역시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젓자 로트는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의 실망감이 공기 사이로 퍼졌다.


"처음 닭을 죽였을 때..."


로트가 옛 경험을 꺼내려 우물거렸다. 그가 목소리로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너무 무서웠어. 살아있던 뭔가가 내 손에서 죽는 경험... 그래도 익숙해졌어. 이것도 그럴까?"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 노력했다.


"글쎄... 익숙해지더라도 그게 좋은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아무래도 닭이랑 인간은 다르겠지. 익숙해질 수 없다면 익숙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노력해볼게."

"케인은 이미 많이 노력하고 있잖아. 나도 알아. 우리 중에 살아남기 위해 제일 애쓰는 사람이 케인이라는 걸. 그러니까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로트의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사과하고 싶어. 너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너를 그런 상황에 빠트린 건 사실이니까. 이것만 약속할게. 반드시 너를 가족들 품에 돌려보내줄게."

"그래. 고마워."


로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을 이었다.


"내가... 빨리 더 강해질게."


우리 사시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접시에 귀를 대고 사방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소리로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에 집중했다.


다음 순서로 로트가 잠들고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휴식시간이 끝났고 우리 셋은 모두 깨어난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동안 모은 정보를 정리하며 말을 꺼냈다.


"다른 파티도 살인이 일어나고 있어. 생각보다 빠른 속도야. 한두 그룹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약탈하고 있어. 초조해서 아무래도 음식 소비가 평범할 때보다 많았을지도 모르지."

"빠른가? 평범한 거 같은데?"


이런 극한 상황에서 서로를 죽으며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엘리엇에게 더 익숙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빠르다고 느낀 것은 대조할 상황도 없는 상태에서 내린 주관적인 것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엇의 의견을 수긍했다.


빠른지 느린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전하려던 건 다른 내용이었으니까.


"기프트 강화의 규칙을 깨달은 파티가 더 생겼다. 현재로는 세 파티. 게다가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


그 세 파티는 적극적으로 다른 파티를 살해하고 있었다.


"정보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이 상황에서 우리는 이 세 파티를 제거해야해."


기프트가 강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었다.


세 파티 중에는 물리적인 효과를 가진 기프트도 있었다. 그들이 더 강해지면 우리도 그들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 이제 그들은 식량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으니.


"즉 살인을 해야한다."


이 말을 하며 나는 로트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정보를 숨기면서 그를 유도할 게 아니라 직접 참여가 가능한지 묻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로트가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앞으로의 전투에서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로트에게 다른 역할을 맡기고 전투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좋다.


"억지로라면 하지 않아도 좋아. 천장을 통해 이동하면 우리가 떨어질 수 없는 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거야."

"나도 할게."


로트는 표정을 굳히며 각오를 다잡았다. 그의 얼굴에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결심한 눈빛이 보였다. 각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르다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했다.


"좋아, 움직이자. 로트, 긴장때문에 몸이 굳는다면 최대한 방어하면서 싸워. 뭐든 부숴서 커다란걸 휘두르면서 자신을 방어하는 거야. 꼭 죽이지 않더라도 네가 한명을 맡아주면 그걸로 충분해."


무리하다가 동료가 죽는 꼴을 보고싶지는 않다.


나의 말에 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파티의 위치는 파악해뒀다.


문제는 베테랑 파티. 아직 우리가 부딪히기에는 버거운 상대였다. 실질적인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목숨이 걸린 상황이니 실험해볼 수도 없다. 상대하다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 그걸로 끝이다.


두 파티는 서로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어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쪽은 베테랑 파티와 가깝다. 자칫하다가 그쪽과 마주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접시를 챙겨 로트에게 매도록 했다.


"바로 내려가진 않을거야. 내가 아래층과 천장 구조를 기억하고 있으니 우선 여기서 이동한다. 그리고 아래로 이어진 통로를 통해 내려가 벽을 부수고 진입할거야."


천장으로 이어지는 구멍을 많이 만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접시를 보호하기에 더 좋을 것이다. 통로로 내려가기 직전에 접시를 그쪽에 보관하고, 파티 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다시 기어올라와 소리를 듣고 상황을 판단한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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