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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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83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8.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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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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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23

DUMMY

엘리엇이 기프트를 발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듯했다.


'죽여버릴까.'

'다른 놈으로 교체하면 나 혼자 기프트를 강화할 수 있는데...'


엘리엇은 우리가 미리 준비해둔 문장들을 순차적으로 투사했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힘든 모양이었다.


작업을 마친 엘리엇은 기진맥진한 모습이 되었다. 나와 로트는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그녀의 양쪽을 부축해 위치를 이동했다. 베테랑 파티의 바로 위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우리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이미 초인이 된 무리니까.


나는 접시에 귀를 대고 베테랑 파티의 소리에 집중했다.


평소 그들은 그리 친근하지는 않았어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긴 침묵이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의 존재가 드러났을 위험은 없다고 확신했다.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엘리엇의 기프트는 상대방이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하는 특성이 있었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소리처럼 어느 쪽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있는 감각이 없는 것이다.


우리야 엘리엇이 가진 기프트를 알고 있으니 그녀의 마음에서 새어나왔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상대에게는 그런 정보가 없다.


이 작전은 리스크가 거의 없어서 필요하다면 여러번 시도해볼 수 있었다. 엘리엇이 체력만 회복한다면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때 누군가 말의 물꼬를 트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나만 느꼈나?"


하지만 대답은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어본 자도 나만큼 초조할까?


"뭐, 새삼."


누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서로 믿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서로 그런 생각할 거라고 여겼던 거 아니야?"


그의 중얼거림은 예상 외로 직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들도 자신들의 유대감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걸 입 밖에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말로 표현된 순간 균열은 더 깊어진다. 그 조금 더 벌어진 균열의 차이가 관계를 깨트리냐 마느냐를 가를 수 있다.


"흐흐흐... 으흐흐흐... 그렇지, 뭐 생각하는 꼬라지야 다 비슷한 거 아니겠어?"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까 시체에 써두었던 글귀를 무너트렸던 자의 목소리였다.


"이게 재밌냐?"

"어, 난 재밌는데. 왜냐면 니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난 안 죽을거거든. 내가 죽으면 무너진 입구는 어떻게 치울건데?"

"그거 신경 안쓰고 죽여버릴 수도 있지."

"그럼 그렇게 하고 혼자 남아서 던전에서 늙어 죽던가. 아, 먼저 굶어죽겠네."


그자는 낄낄거리면 조롱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자가 로트와 비슷하게 힘이 강화되는 기프트를 가진 자라고 추측했다.


지금까지 그의 행동을 되짚어보면 가장 위험한 부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발적이고 스트레스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짜증이 나면 자기 성질대로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저질러버리는 성향이 강했다. 글귀를 부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보호할 생각정도는 가진 모양이다. 어쩌면 동료들에 대한 의심이 들자마자 돌발적으로 입구를 부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편이 더 타당해보이는군.


"던전의 저주 같은 거 아니야? 이렇게 싸우게 만드는 거! 이런 거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누군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힘의 기프트를 가진 자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캬, 서로 죽이기 시작하면 자기가 제일 먼저라는 걸 아는군. 똑똑해, 똑똑해."

"내가 있어야 돈을 벌잖아! 돈 말이야, 돈! 돈이 없으면 어떻게 다음 모험가들을 모을거야?"


그제야 나는 필사적으로 외치는자가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아마도 부산물의 품질을 상승 시키는 기프트를 가진 자일 것이다. 저자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돈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쓸모없는 새끼, 낄낄."


힘의 기프트를 가진 자가 조롱하듯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신화적인 능력을 지닌 저들에게 돈벌 수단은 많을 것이다. 남들보다 더 위험한 의뢰를 수행할 수도 있고, 그러다 생긴 명성을 이용할 수 도 있다. 부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능력은 이제 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저들은 오로지 기프트 강화만 생각하니까.


휙.


뭔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강한 물줄기가 치솟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것이 사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물줄기 일 거라고 직감했다.


"이야, 동료를 망설임없이! 훌륭한데!"


힘의 기프트를 가진 자가 탄성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에서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듯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닥쳐라."

"어이쿠, 무서워라."


이 대화를 듣고 나는 힘의 기프트를 가진 자에게 사사건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잇었다. 발도가 빠른 자였다.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나머지 한 명은 시야가 좋은 자였던 것 같다.


"생각 좀 하지."


가장 침착한 목소리였다.


"생각은 충분히 했어."


발도가 말하자 시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부족한데. 너 혼자 남으면 저 놈이 널 죽일거다. 넌 죽일 수 없고. 협력하자."


발도는 대답대신 몇 발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도망가는 발걸음 소리도 들렸지만 그것은 발도의 움직임만큼 빠르지 않았다. 칼을 휘두르는 소리가 짧게 들려온다.


풀썩.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어느새 베테랑 파티원 중 남은것은 발도가 빠른 자와 힘을 가진 자 뿐이었다.


"수고많았어."


힘을 가진 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터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생각 많이 했으니 이제 네가 어떻게 될지도 알겠지?"

"지랄마."


발도의 신경질적인 대답에 힘은 그저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이 던전을 나가려면 자신은 살아있어야한다, 그 조건이 자신감의 원천인듯 했다.


"난 예전부터 네가 참 재수없더라. 별 것도 아닌게 자꾸 틱틱거리기나 하고."

"다행이군. 나도 네가 재수없었다. 그 살덩어리들을 썰어보고 싶었지."


힘의 말을 발도가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썰 수 있는지 어떤지 한번 볼까!"


붕, 육중한 무언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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