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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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892
추천수 :
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29 06:31
조회
21
추천
1
글자
8쪽

19

DUMMY

거리 제약 실험 말고도 해야할 일은 더 있었다.


던전에서 반복적으로 울리는 거대한 소리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아래쪽이군"


나는 소리의 방향을 가늠하며 말했다. 모험가들이 활동하는 층보다 훨씬 아래. 수직 통로를 향해 내려가도 그보다 더 아래였다. 바닥 밑에 공간이 더 있다는 소리였다.


"내가 내려갈까?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엘리엇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함정 같은 건 이 던전에서 한번도 본 적 없잖아."


엘리엇은 자신이 활약하고 싶은지 그렇게 말했다. 나의 말에 그녀는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짓다가 다시 반격했다.


"이번에는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니까. 기계식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그럴듯한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다함께 내려가는 게 좋겠어. 수직 통로보다 더 아래에서 들리는데 바닥을 부수려면 로트도 가야하잖아."


나는 신중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모두의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 뭐... 그렇지."


엘리엇 역시 수긍하는 태도로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실망감이 느껴졌지만 내 제안의 합리성을 인정하는 듯했다.


엘리엇의 기프트가 강화되어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되면서 가끔 함정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알게되었다. 그녀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내가 활약하는 만큼 자신도 활약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실 엘리엇은 뒤쳐졌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엘리엇은 엘리엇대로 충분히 활약하고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놀려야 할 일이 생기면 써먹도록 하자.


우리 셋은 수직 통로를 이용해 아래로 내려갔다. 어두운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우리는 간헐적으로 들리는 기계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을 느꼈다.


"바닥을 부수면 되나?"


엘리엇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부술까, 케인?"


로트도 내게 물어온다.


이 수직 통로를 이용한 것은 아무곳이나 고른 것이 아니다. 천장의 많은 수직 통로 중 여기를 고른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나는 한쪽 벽을 짚었다.


"아니, 여기 이쪽 벽을 부수자."

"어, 벽을?"


모험가들이 활동하는 층과 천장의 구조를 비교해보면 여기가 더 좁았다. 숨겨진 공간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 머릿속에서 던전의 구조도가 그려졌다.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인 로트가 벽을 힘주어 밀었다. 그것만으로도 벽은 무너져내렸다. 던전의 내부 벽은 두께가 2미터다. 로트는 정말 전설 속의 영웅처럼 되어버렸군.


무너진 벽 너머로 아래로 이어지는 또 다른 통로가 보였다. 나는 고개를 배꼼 내밀고 아래를 살폈다. 거대한 톱니가 맞물려 돌고 있었는데 사람이 내려가 볼 틈이 없어보였다.


모험가들이 활동하는 층 바로 바닥면에 맞붙어서 아슬아슬한 간격에서 돌고 있었다. 내려갔다간 저 톱니에 으스러져 끔찍한 꼴로 생을 마감할게 뻔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7미터의 법칙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로트가 나를 지지해주고 내가 가상의 바닥을 밟으며 최대한 다가가 보았다.


"더 아래로."

"알았어."


엘리엇이 말하자 로트가 대답했다.


간격 유지를 위해 로프에 매달린 로트에게 엘리엇이 나의 위치를 보며 조정했다. 엘리엇의 세심한 조정 덕분에 톱니에서 몇 센치 위에 떠 있는 상태로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게 된 건 이걸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뿐이었다. 톱니의 움직임이나 구조에서 특별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저 거대한 기계장치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올라온 우리는 베이스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실험하는 동안 다른 파티의 정보를 얻지 못했기에 접시에 귀를 대고 던전 곳곳의 소리를 들었다.


소리에 집중하며 던전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소리가 압도적으로 줄었다.


처음 이 던전에 백명이 조금 못되는 모험가들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스무명 남짓 남았을 뿐이다. 이 사실을 깨닫자 던전이 더 공허하게 느껴졌다.


베테랑 파티 쪽도 확인하기 위해 접시의 방향을 조정했다. 지금까지 별다른 행동 없이 잡담이나 나누며 대기하던 그들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제 슬슬 움직여볼까? 던전에 들어오고 얼마나 지났지?"

"18일 지났네. 살아남은 쪽도 줄었을 거 같으니 움직여도 될 거 같아."


저쪽은 날짜를 가늠할 수단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와 달리 시간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다같이 하하호호하면서 사이좋게 살아있는 거 아니야?"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그렇지는 않을 걸. 시체도 몇 구 만들어뒀으니 이런 상황이면 서로 죽이고 있겠지."


내가 잘못 판단했군.


처음에 살인을 일으킨 이유가 계속 사람을 죽일 기회가 나지 않아 초조해져서 일부를 빼내 죽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들이 청므에 두 파티를 살해한 건 던전의 분위기를 더 험악하게 하기 위해 죽인 것이다.


"이제 몇 명 분이지? 오백쯤 되나?"

"오백은 무슨... 도시마다 백명을 넘긴 적이 없는데. 사백명을 좀 넘게 죽였을 걸."

"이번에 케브라였지? 이제 남은 도시가 어디있더라..."

"이짓도 좀 비효율적인거 같은데.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나? 매번 다른 도시를 방문해서 죽일놈 끌고 오는 것도 귀찮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베테랑 파티는 도시를 전전하며 던전 감금과 살해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주변에 던전 탐사를 위한 모험가들이 모인 도시는 수두룩하다. 우리가 저들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 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잔혹한 게임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저들은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꼭 모험 도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용병단이라도 꾸려 일부 부하들을 주기적으로 이 던전에 데려와 희생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기프트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그런 방법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이 생각이 들자 사명감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우리가 저들을 막아야한다. 단순히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엘리엇과 로트에게 전하자 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씨발... 미친 새끼들이네."


엘리엇이 금발 머리를 헝클이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혐오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곧 납득한 듯 힘없이 말한다.


"하긴... 기프트가 강화되면 그런 짓 할 놈들이야... 많겠지..."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엘리엇의 마음에서 그녀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다는데 안심을 느꼈다. 그녀의 기프트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안심한 것을 느꼈는지 엘리엇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뭐... 임마'라는 표정을 지었다.


로트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일을 꾸미는 사람이 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이런 잔혹한 계획을 받아들이기 힘들어보였다.


"우리가 저들을 막아야해. 이건 이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야."


내가 말하자 엘리엇과 로트가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 계획도 없어... 그냥 다짐했을 뿐이야. 왜 나한테 생각이 있다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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