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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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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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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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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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UMMY

엘리엇의 다트는 정확히 목을 맞췄지만 상대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분명 기프트의 영향이겠지만 날카로운 무기를 그대로 튕겨낼 정도로 단단한 피부라니. 이런 능력은 소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엄청난 성능이었다.


"이야, 다짜고짜 기습이라니. 뭐지? 반응이 좀 이상한데? 아... 시체를 봤구나."


상대는 마치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그의 손이 느릿느릿 움직여 장검을 뽑아들었다.


우리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상대의 여유는 넘치고 있었다. 짜릿한 긴장감이 몸을 찔렀다.


나는 주저없이 몸을 날렸다.


상대의 기프트가 방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검술만큼은 평범한 인간의 수준일 것이라 판단했다.


적당한 거리에서 검을 주고받았다. 내 예상대로 그의 검술은 초인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보다 몇 수 위였다.


엘리엇이 가세했다. 두 명의 공격을 받자 상대에게 작은 틈이 생겼다. 엘리엇은 내가 공격하는 틈을 노려 몇 번 유효타를 날렸다.


단 하나도 그의 피부를 베지 못했다.


"어, 괜찮은데? 병신들만 추려서 꾸린 공격대였는데 쓸만한 놈들이 섞여있었잖아. 하하."


쇳덩어리를 칼로 내리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엘리엇과 내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상대는 아무럿지도 않게 웃었다.


그의 시선이 로트에게 향했다. 로트는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건 병신 맞군. 저놈부터 죽여볼까?"


등으로 나와 엘리엇의 공격을 맞으며 태연히 방향을 돌렸다.


순간 나는 이것이 페인트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방심하고 계속 공격을 이어가면 뒤돌아서 공격할 속셈임이 분명했다.


나는 머리로 계산해 알았고, 엘리엇은 그의 말이 거짓임을 간파했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기프트가 있으니까.


휙, 뒤로 돌며 상대가 횡으로 검을 그었다.


그 자리에는 나도 엘리엇도 없었다.


"안속네. 아깝다. 하하."


마치 장난이 실패했다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하며 그가 웃었다.


상황은 불리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속전 속결을 위해 공격적으로 공세를 이어갔었지만 상대는 방어력을 믿으며 체력을 안배하며 싸웠다. 우리와 달리 상대는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럼 진짜로 저 놈부터 죽여볼까?"


상대는 그렇게 말하며 로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로트는 도망치지 않고 뒷걸음치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자기를 죽이러 달려오는데 뭐하는가 싶어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설마 우리를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던 순진한 약속을 지키려는 건가? 별 의미없는 칭찬에 목숨을 거는 행태에 나는 짜증을 느꼈다. 그딴 거에 목숨을 건단 말인가.


나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로트, 저쪽 기둥으로 달려!"


나는 급히 소리쳤다. 그제야 로트의 발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술레잡기인가? 하하."


로트가 뛰기 시작하자 나도 로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엘리엇도 나를 따랐다.


"저 놈 사정거리에는 들지 마."

"나도 알아."


언제 다시 돌아보며 공격할지 모르니 엘리엇에게 한 말이었지만 역시 그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포션을 기둥에."


달리느라 더 긴 설명을 할 여력이 없었다.


다행히 엘리엇은 바로 이해했다.


부서진 꿈의 물결 포션을 엘리엇이 손에 집어들었다. 그녀의 팔이 움직이자 포션은 정확하게 로트가 향하는 기둥에 명중했다.


포션 병이 부서지는 것을 보며 탈출 계획이 하나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게 더 급했다.


"로트 부숴!"

"우워어!"


나의 말과 동시에 로트가 함성을 지르며 기둥을 강타했고, 기둥은 그대로 쓰러졌다.


"...말도 안돼."


처음으로 상대가 놀란 목소리를 들었다.


베테랑 파티의 일원들은 우리가 이런 행동이 가능할 걸 예상 못했을 것이다. 우리 세사람이 공동에서 사기극을 벌일 때 그들은 거기 없었으니까. 우리가 그의 피부가 그정도로 단단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듯이.


상대는 그대로 기둥에 깔렸다. 그의 기프트가 방어력에 집중되어있으니 이 무거운 기둥을 들어올리고 일어나지는 못하겠지.


그 무거운 기둥에 깔렸는데도 상대는 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죽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이 말도 안되는 힘은 뭐야."

"기프트지, 이 씨발아."


엘리엇이 상대에게 다가가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역시 질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로트도 조심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빌어... 먹을... 너 혼자 신화 시대 인간이냐? 이런 놈이 있다고?"


기둥이 넘어지는 소리가 컸다.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나는 상대에게 물었다.


"질문 몇가지를 하고 싶은데. 거기서 혼자 빠져나오지 못할테니까 협조적으로 구는 게 어때?"

"지랄하지마. 내 동료들이 올... 컥!"


답변을 듣자고 했던 말이 아니었다.


나는 상대가 입을 벌린 순간 칼을 꽂아넣었다. 불쾌한 감각이 팔에 전해졌다. 다행히 입 안까지 기프트로 보호받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해. 아까 말했지? 저질렀으면 얼타지 말라고."


내 표정이 가관이었나보다. 엘리엇이 나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고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들었으니 베테랑 파티에서 확인하러 올거야. 어차피 계약때문에 멀리 떨어질 수는 없을테니 근처에 있었을테고. 달아나야해."


나는 일부러 말을 많이 했다. 그래야 내가 저지른 짓을 잊을 것 같았다.


청장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도 저쪽은 우리가 왔던 곳과 반대방향 출구였다. 시체가 있던 곳과 다른 방향이니 베테랑 파티와 확실히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자. 무너지려해."


내말에 엘리엇과 로트도 위를 올려다보며 상황을 확인했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사람을 죽인 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느껴질 줄은 몰랐다. 몸의 떨림이 심해지고 속이 메스꺼워졌다.


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의 기색도 이상해 보였다. 어쩌면 나만 이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기프트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머리가 쉬지 않고 돌아갔다.


"길을 막아야해. 벽을 때려. 천장이 무너지게."


로트는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제 포션이 없는데."

"충격만 주면 돼."


로트는 내 지시에 따라 벽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두어 번 쿵쿵 치자 천장이 반응하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누런 벽돌이 이쪽과 저쪽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장소는 빨리 떠나야 했다.


"씨발... 이런 상황에 미안하긴한데 나 몸 상태가 이상해."

"혹시 매스껍고 떨려?"

"어떻게 알았어?"


엘리엇이 당황한 듯 물었다.


"나도 그래. 로트 너도?"

"응."


로트의 대답에서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불안한 얼굴로 입술을 열었다.


"혹시 죽이면 저주를 거는 기프트..."


그런 말도 안되는 가설로 불안해질 필요는 없었다. 나는 확실하게 말했다.


"그럴리가 없어. 피부의 방어도가 올라가는 기프트인게 명확하니까. 저주같은건 세상에 없어."


나는 자리를 떠나려다 문득 천장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틈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돌아다니며 보았던 던전의 모습이 평소보다 훨씬 선명하게 떠올랐다.


"올라가자."


엘리엇이 위를 바라본 뒤 중얼거렸다.


"몸 상태 진짜 아닌데 할 수 있을까... 버리고 가지마라."


그녀가 갈고리를 꺼내 무너진 천장에 걸고 로프를 붙잡았다가 바로 손을 놓았다.


엘리엇이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마지막에 올라가야할 거 같은데. 잡고 버티기는 하겠는데 올라가는 건 무리일 거 같아."


로트가 앞으로 나서며 로프줄을 잡았다.


"둘 다 나를 잡아. 내가 올라갈게."

"둘이나 매고?"

"될 거 같아."


지금은 사양할 때가 아니었다. 시간을 아껴야 했으니까.


엘리엇과 나는 여분의 로프로 로트의 허리춤에 묶였다. 로트는 거침없이 천장까지 올라갔다. 몸의 떨림과는 무관하게 그의 힘은 여전히 넘치는 듯했다.


갈고리를 회수하고 기어가기 시작하자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긴장에 솜털이 삐죽거리며 일어났다.


"나를 따라서 조용히 기어. 소리를 내면 안돼. 방향은 내가 잡을게."


나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엇과 로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어가는 동안 나는 조용히 두 사람을 이끌었다. 던전의 구조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천장이 낮아지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앉아서 쉴만한 여유공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떨림과 메스꺼움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몸의 이상이 완전히 없어지자 팽팽하게 돌아가는 머리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내 기프트는 원래 이정도가 아니었다. 명백하게 예전보다 생각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우리가 죽인 상대의 말이 떠올랐다. 엘리엇과 나의 실력을 보고 '병신들만 추려서 꾸린 공격대'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즉 이 던전을 탐사하는 인물들은 의도적으로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 기준은 모험가의 수준이었을 것이다.


지금껏 의문으로 남았던 베테랑 파티의 행동에 단서를 잡은 느낌이었다. 자신들보다 실력이 못한 인물들로 던전 탐사 인원을 모았다는 점, 따로 소수의 파티를 빼냈던 점. 애초에 우리는 베테랑 파티가 죽이기 위해 모집된 인원이라는 소리였다.


그 이유는?


기프트가 답을 알려줬다.


이 던전에서는 상대를 죽이면 자신의 기프트가 강해진다.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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