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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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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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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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7.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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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

DUMMY

천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몇 번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에는 던전에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나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나는군. 다들 들었지?"

"응."

"뭐지, 함정이라도 있는건가?"


엘리엇이 함정 여부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이 소리는 훨씬 더 커다란 장치가 작동하는 소리에 가까웠다. 던전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잠시 호기심을 억누르며 우리의 현 상황을 되새겼다. 이 소리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우리에겐 더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우선 세 파티를 정리해야한다.


사실 가장 큰 위협은 베테랑 파티겠지만 그들은 아직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별개의 문제로 치부하고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세 파티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동을 계속했다. 나는 주기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접시를 꺼내 주변 소리를 염탐했다. 접시를 계속 들었다 매는 일이 귀찮긴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신중함이 생명줄이나 다름 없었다.


첫 번째 목표로 삼은 파티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나는 잠시 고민하다 엘리엇에게 물었다.


"엘리엇, 우리가 천장을 부수고 아래로 내려가면 도로 올라와서 이 천장을 평범한 모습처럼 복구시킬 수 있을까?"


엘리엇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구멍을 매꿀 판자같은게 있을까? 재질은 상관없어."

"던전에 많이 있었지. 상자를 몇개 부수면 될거야."

"그럼 간단한 눈속임 정도는 할 수 있어."


엘리엇이 자신의 배낭에서 노란 빛이 감도는 포션을 꺼내 흔들었다. 한번 본 적 있는 포션이었다.


우리가 처음 시체를 발견했을 때 엘리엇은 저 포션을 자신의 팔에 바르고 얼굴을 가렸던 기억이 났다.


"투명화 포션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름은 가짜 유리 포션. 천장이 부서진 곳에 이 포션을 바른 판자를 덮은 다음 벽돌을 차곡차곡 덮으면 벽돌 모습이 보일테니까 눈속임 정도는 될거야."

"그정도 양이면 얼마나 덮을 수 있는데?"

"생각하는 구멍 크기가 얼마야?"


나는 천장 바닥에 대고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원을 그렸다. 우리 셋이 적을 향해 급습할 크기는 되어야 했다.


"열 개 정도는 막겠는데. 좀 아껴쓰면 그거보다 더 막을 수 있을지도."


엘리엇의 대답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귀를 기울여 주변 소리를 계속 확인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우리의 목표 지점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동료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우리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할 때였다.


"천장을 무너트리면서 급습할거야. 우리 바로 발 아래쪽에 위치했을 때 진입할거고, 로트가 천장을 부숴주면 돼."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더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상대 파티의 숫자는 다섯.


우리보다 인원이 많지만 작정하고 사살할 목적으로 달려드는 것이고 기습이니 위험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 파티는 다른 파티 살해에 적극적이라 빠르게 강해질 위험이 있었다.


천장을 부수고 떨어지며 우리의 위치가 꼬일 가능성도 염두했다. 서로의 공격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해야한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이해했지?"


나의 물음에 로트와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렵진 않네. 조금 복잡하긴한데 길 가르쳐줄 때보다는 훨씬 쉬운데."

"착지하고 엘리엇과 케인의 등을 마주하면서 앞의 적을 상대한다... 착지하고 엘리엇과 케인의 등을..."


엘리엇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고 로트는 암송을 하듯 내가 자신에게 했던 지시를 외우고 있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보니 불안하지만 이제 미룰 수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접시에 귀를 대고 적들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들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러니까 그 새끼들을 죽여버리자고."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쪽이 더 낫다니까. 식량도 있었고."

"식량 같은 건 이제 문제가 아냐. 먹을 놈이 없어지는데 식량은 넘칠 거야."


그들은 누구를 먼저 죽일지 열띠게 의논하고 있었다.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죽이고 기프트가 강해지는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있으니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내게 그들을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 역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엘리엇이 자기도 듣고 싶다는 손짓을 보냈다. 나는 접시에서 물러나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엘리엇이 귀를 기울이더니 곧 표정이 굳어졌다.


"하... 신났네, 새끼들."


엘리엇의 눈빛에 옅은 분노가 서렸다.


엘리엇은 로트를 향해 손짓을 했다. 로트도 들어보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물러나 로트에게 접시를 넘겼다. 로트가 귀를 대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괴로움과 충격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의 눈에 믿기지 않는다는 빛이 어렸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저렇게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듯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기프트가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면 밖에서도 이 던전으로 자진해서 찾아와 살인 게임에 참가할 인간은 많을 것이다. 그 사실을 슬프게 여기건 말건.


우리는 다시 이동했고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를 잡고 정해진 방향을 주시했다. 나는 그들에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지시한 뒤 접시를 꺼내 소리를 다시 확인했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며 나는 엘리엇과 로트의 앞에 원을 그렸다. 이것이 아래층에 있을 적들의 대략적인 위치였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 정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접시를 안전한 곳에 내려두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아까 말했던 적의 위치."


내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알렸다.


낙하하면서 로트가 한명을 맡고 나와 엘리엇이 급습과 동시에 각각 한 명씩 해치우는 것이다. 일격에 사살하지 못하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수 때문에 불리해질 수 있다. 혼란스러워 할 때 최대한 동수로라도 맞춰야한다.


나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부숴."


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나의 말과 함께 로트가 힘차게 바닥을 내리찍었고 우리가 서 있던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뭐야!"

"케언, 피해!"


적들이 놀라며 고함을 질렀다. 누런 벽돌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광경에 당황해했다.


나는 아직 땅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기프트가 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엘리엇의 다트가 한 사람의 목에 정확히 꽂혔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첫 번째 목표는 이미 제거된 셈이다.


낙하하는 순간 나는 로트의 상황을 재빨리 확인했다. 그는 계획대로 한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로트의 주먹을 맞은 적은 벽을 향해 날아갔다.


당분간 로트는 문제없을 것이라 확신하며 내 앞의 적에게 집중했다.


"이 씨발 새끼들이!"


격분한 목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둔기가 휘둘러졌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적의 공격은 급하고 거칠었다. 제대로 된 조준 없이 크게 휘두르는 동작이었다.


나는 낮은 자세로 적에게 접근했다. 큰 동작은 내가 들어갈 틈을 잔뜩 만들어주었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며 나는 검을 적의 목을 향해 정확하게 찔렀다.


즉사다.


강렬한 기프트 강화의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전에 추격자들을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느낌을 잠시 뒤로 미뤘다. 지금은 그걸 분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남은 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런 감정에 동요하지 않기로 했다. 내 생존이 최우선이다.


주저 없이 적을 향해 돌진했다. 그가 휘두른 검을 간단히 흘리고 곧바로 그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렀다.


끝났다.


엘리엇도 자신의 상대를 해치운 것이 보였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로트의 상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울부짖고 있었다.


로트는 망설임이 역력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거야!"


필사적인 상대의 발악에 로트가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너희도... 너희도 그랬잖아!"

"아니야, 무, 무슨 소리야! 이 살인자들!"


상대는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소리지르다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저새끼들이 하자고 그랬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그런거였다고!"


로트는 자신의 근처에 있던 벽돌을 집어들었다. 분노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상대가 아니라 벽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들었어. 네 목소리를 기억해. 여기 놈들 다 죽이면 전설적인 모험가가 될거라고 그랬잖아!"


로트는 울음을 터트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외치며 벽돌을 던졌다.


마지막 남은 하나도 끝났다.


로트는 진정이 되지 않는지 가쁜 숨을 쉬며 자신이 만들어낸 시체를 멍하니 보았다.


"로트... 올라가야해."


내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자 로트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필사적으로 끄덕였다.


엘리엇이 갈고리를 걸자 로트는 줄을 잡고 먼저올라갔다. 엘리엇과 나는 적의 옷을 찢어 보자기를 만들고 거기에 우리가 부수며 생긴 벽돌을 쌓았다. 위에 있던 로트는 벽돌을 당겨 천장으로 이동시켰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판자를 구해 올리고 작업을 끝낸 엘리엇과 나 역시 천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올라온 것을 확인한 로트는 한쪽으로 가 무릎을 모으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엘리엇도 로트를 타박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아까 계획한 투명화 물약을 바르고 천장을 위장하는 작업을 했을 뿐이다.


무언가 위로의 말이라도 건낼지 고민하다 나는 우선 상황을 살피기로 마음을 먹었다. 로트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소리를 듣자 이쪽으로 향하는 파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오고 있다."


내가 전하자 공기 중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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