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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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평타석
작품등록일 :
2024.07.08 08:11
최근연재일 :
2024.08.11 16:4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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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119,017

작성
24.08.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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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7

DUMMY

발도는 낭떠러지를 뛰어넘어 우리를 향해 올 것이다. 나는 이 생각을 엘리엇이 읽을 수 있도록 강하게 확신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만약 그가 뛰어넘지 않고 다른 수법을 쓰는 낌새가 보인다면 그건 내가 해결해야할 문제다. 엘리엇이 늘 말하듯 나는 골통 담당이니까.


엘리엇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내 생각을 읽었다는 신호였다.


발도와 우리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었지만 그는 이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빌어먹을, 이정도일 줄은 몰랐군."


발도의 말투는 여전히 어색했다. 마치 책을 읽는 듯한 그의 톤이 귀에 거슬렸지만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였다.


"그렇게 다가와도 되겠어? 우리는 공격이 가능한데?"


내가 말하며 팔을 뻗자 동시에 발도의 머리 위로 돌무더기가 쏟아졌다.


발도는 처음에는 가볍게 피하려는 듯했으나 예상 외로 많은 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 표정을 보니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아까랑은 조금 다르지?


이곳은 우리가 처음부터 계획했던 전장이었다. 당연히 급박하게 전투에 돌입했던 베테랑 파티의 베이스와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로트가 우리를 지탱해주며 허공을 건너게되면 자연스럽게 우리와 적의 위치가 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로트가 적의 머리 바로 위에 있을 순 없다. 하지만 우리의 작전을 위해서는 적의 머리 위로 돌이 떨어지는 연출이 필수적이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천장이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돌을 미리 매달아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떨어트리면 되는 것이다. 로프를 이용해 돌을 매달고 날붙이로 로프를 당기면 끊어지도록 설치해두면 로프를 사용했다는 흔적도 감출 수 있다.


로프는 던전 탐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물품이고 이 던전에 쌓인 시체들만큼이나 여유분이 많았다. 아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돌은 던전 곳곳에 널려있어 구하기도 쉬웠다. 말이 돌이지, 실상은 바위나 마찬가지다.


로트는 우리 위쪽에서 로프에 표시된 위치만 보고 당기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이렇게 하면 아까처럼 부정확한 위치로 돌이 떨어질 걱정도 없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발도는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로 대화를 요청했다.


"뭐지?"


내가 대답하자 그가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로 능력을 강화했다면 이미 깨달았겠지? 이 던전의 비밀을..."


발도의 얼굴에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기프트가 강화되다니 얼마나 말도 안되는 축복이냐. 내가 맞춰볼까? 하늘을 나는 그쪽은 끽해야 높이 뛰는 정도였겠지. 돌을 떨어트리는 너는 끽해야 작은 물건을 떠올리는 수준이었을 거다. 기프트라는 건 결국 그까짓 정도밖에 안되는 거니까."

"의도를 모르겠군."


내가 대답하자 발도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곧바로 결론을 꺼냈다.


"파티가 되자. 셋이라니, 인원도 딱 맞는군. 추가로 누굴 끼워야 할 필요도 없고. 일단 여기서 나가서 다른 도시에 의뢰를 넣는거다. 이 던전으로 탐사대를 꾸리는거지. 거기에 우리도 섞여드는 거고. 이미 의뢰를 넣어줄 상단과도 연결이 있어. 너희는 몸만 오면 되는거야. 그리고 기프트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거지."


이제 그의 속내가 보였다. 발도도 힘이 입구를 치울 수 있을지 모르니 불안한 것이다. 내가 돌을 떨어트리는 능력을 가진 걸 보고 입구에 쌓인 돌무더기를 치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만큼 선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프트 강화를 위해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악인도 아니다. 그저... 해답을 찾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평범한 회색 인간일 뿐이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아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온 고함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뜻밖의 등장인물이 깨어난 것이다.


정신을 차린 힘이 발도의 등 뒤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사지가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발도의 몸이 휘청거렸다.


기회가 왔다는 직감이 들었다.


"전부."


나는 단호하게 엘리엇에게 말했다. 그녀는 즉시 내 의도를 파악하고 기프트를 로트에게 전달했다.


그 순간 청장에서 거대한 소리와 함께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통로를 빼곡히 채운 물리적 폭력이 아래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 개새끼, 내 팔! 내 다리!"

"으윽, 이거... 놔라, 이 개자식아...!"


힘의 절망과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의 남은 한 손이 발도의 머리칼을 거칠게 쥐어뜯는 모습이 보였다. 순식간에 그 손은 다시 펴져 발도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발도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급박한 상황에 허리춤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볼 수 없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돌무더기가 두 사람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먼지 구름이 낮게 올라왔다가 천천히 가라았는다.


돌가루 냄새가 코 점막을 두드렸다.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돌 폭포의 습격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횃불 몇 개가 거칠게 요동치며 던전 속 그림자도 함께 춤췄다.


"그대로 있어. 로트에게도 전해줘."


나의 지시에 엘리엇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말을 로트에게도 전달했을 것이다.


저 돌무더기 아래에서 살아남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이 인간을 짊어진 상태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동료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리에게 기프트 강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적을 사살했다면 분명 그에 따른 반동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목숨은 하나다.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때의 피구슬이 뭔가 영향을 미친 걸까? 그래서 평소와 다른 상황이 벌어진 걸까? 이런 의문들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였다.


발도는 작은 틈새를 찾아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왼팔은 부러진 듯 축 늘어져 있었고 한쪽 눈은 피로 범벅이 되어 감겨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그의 몸 상태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였다.


이를 악물고 올라오던 발도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우리를 매섭게 노려보던 그는 그 상태로 돌무더기에 기대 기어코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죽었다.


기프트 강화가 되는 그 기분나쁜 감각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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