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했던 아빠의 능력자로 회귀하기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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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내요
작품등록일 :
2024.07.08 10:11
최근연재일 :
2024.09.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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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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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남긴 것은.

DUMMY

환생은 싫고, 능력자로 회귀하고 싶으면 빙의를 거쳐야 함.


1. 아버지가 남긴 것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을 깨닫고, 그 즉시 눈을 떴다.


하얀색 천장.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병원이려나... 짐작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하얀 천장. 하얀 벽. 하얀 문. 하얀 창틀. 창밖도 무엇 때문인지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내가 입은 옷도 하얀색.


‘······ 병원이라기엔 조금······ 혹시 정신 병원인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그간 내가 제정신이긴 했는지 모르니 정신 병동일 가능성도 있다 싶다.


‘음~ 근데 뭔가 좀······’


내 모습을 확인하니 병상에 누워 있는 게 아니었다. 기다란 장의자? 병원 복도에 많이 놓여있는 그런 의자에 누워 있었다.


급히 몸을 일으켜 앉은 후 다시 천천히 주변을 확인했다. 온통 하얀색이어서 그렇지 병원이나 기업체의 사무실로도 보이는 모습이었다.


별다른 사무 기구와 가구는 없었지만, 거대한 하얀 공간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넓은 실내 공간 여기저기 놓인 장의자엔 나처럼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었다.


돌아다니는 남녀는 대략 20명 정도. 의자에 앉거나 누운 흰 옷 차림의 사람들은 그보다 조금 적어 16명 정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 남자는 하나같이 검은 슈트에 흰 와이셔츠, 검푸른 넥타이를 맨 차림새였고, 여자는 검은색 바지에 흰 블라우스, 노란색 나비모양 브로치 차림이었다.


온통 하얗게 칠해진 공간에서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확실히 시선을 잡아 끌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주변을 살피며 장소 파악과 현실 인식에 힘쓰고 있을 때.


“정신이 드셨습니까? 홍인우 씨.”


똑 같은 복장을 한 검은 슈트의 남자들 중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네. 그런데 누구······?”


“저는 해랑 이라고 합니다. 홍인우 씨의 전담 매니저 또는 플래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난 연예인도 아닌데, 웬 매니저? 플래너는 대체 뭐고?


“전담 매니저요? 그게 무슨······”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계의 직업 중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말씀드린 건데, 도리어 이해가 안 되신 모양이군요.”


“예. 제가 매니저, 플래너란 직업에 대해선 이해가 좀 부족합니다.”


“인계에서는 저를 사리엘, 죽음의 천사라고 부르거나 그림리퍼, 저승사자, 무상야無常爷로 호칭하기도 합니다.”


사리엘은 잘 모르겠지만 천사 이름 같긴 하고, 저승사자? 그림리퍼? 라면···


“저··· 그 말씀은, 해랑 님이 곧 저승사자란 뜻인데······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혹시 제가 죽은 건가요?”


“정확합니다.”


어째 느낌이 좀 이상하긴 했었다.


사고 당시 기억이 명확하진 않지만 분명 대형 덤프트럭이 덮쳤다. 대형 트럭과 바이크의 사고에서 바이크 탑승자가 생존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쉽게 말해 기적이 아니면 다 죽는다고 보면 맞다.


“······ 어쩐지······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되긴 했습니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죽었단 사실을 비교적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저승사자라는 말이 친근해서 일까···


“흠~ 자신의 죽음을 쉽게 인정하는 경우가 드문 데, 홍인우 씨의 삶이 많이 고단하셨던 모양입니다.”


“쉬운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자신만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법이죠. 그렇다고 잘 죽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이젠 좀 편히 쉬겠구나 싶을 뿐입니다.”


그렇다. 보통 죽음 하면 편안한 안식을 떠올리지 않나? 기왕 죽은 거 세속의 복잡했던 일은 잊고 이젠 그냥 쉬자 싶다.


“홍인우 씨의 마음은 이해했습니다만, 죽음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식에 드는 것이 아닙니다.”


“예? 자, 잠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죽었는데 쉬지도 못한다고?


“인계에 속한 모든 생명체는 상계의 존재가 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삶이요? 그건 윤회輪廻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윤회輪廻. 불교, 힌두교에서 해탈에 이르기 전까진 끝없이 새로운 생을 반복해야 한다고 하는 그 거?


“인계에서 말하는 윤회 자체가 세상의 이치 일부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니, 대략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전 이제 기억을 잃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살면서 쌓은 선업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고······”


언젠가 배웠는지, 들었는지 모르겠는 내가 알고 있는 윤회 관련 지식을 주저리주저리 쏟아냈다.


“······ 쌓은 선업이 부족하면 동물이 되거나, 악업을 쌓았으면 아귀가 되거나 지옥에 가기도··· 음~ 지난 삶을 돌이켜 보면······”


“홍인우 씨. 홍인우 씨!”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지 혼자만의 상상을 키워가고 있을 때, 해랑이 나를 불렀다.


“홍인우 씨는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다음 일을 혼자 상상하시는 경향이 있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종종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유일한 취미가 웹소설 감상이다보니 생겨난 약간의 망상.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탓도 있지만, 웹소설은 작은 비용 투자로 짧지 않은 시간 즐거울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 취미생활이니까.


“부디 제 안내에 집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홍인우 씨가 상계의 존재가 되기 전까진 제가 항상 안내하게 되니까요.”


“예. 주의하겠습니다.”


전담 매니저라고 했던 게, 내 윤회를 전담하는 직원이란 뜻이었나 보다.


“인계의 생명체 중 사고思考할 수 있는 존재는 모두 상계의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고 큰 업을 쌓으면 좀 더 높은 격에 오르는 것이죠.”


“높은 격이라······”


“그래서인지 인계에선 상계의 존재를 성인聖人이라 하고 그들을 통틀어 성좌聖座 라고도 합니다.”


웹소설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이면 모를 수 없는 단어다.


성인聖人, 성좌聖座.


종교 지도자 중 기적 같은 업적을 남긴 이들과 그의 자리를 뜻하는 말. 보통 교황과 교황의 자리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에서는 역사, 전설 상의 위인들로 소설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후원자, 관찰자로 묘사되곤 한다..


간혹 별자리를 뜻하는 성좌星座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역사적 인물이 죽어 별이 된다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멋진 해석 같다.


“성좌에 오르면 상계의 존재가 되어 그때부턴 새로운 삶을 계속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좌는 인계의 존재에게 주어진 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성좌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성좌에 근접한 업을 쌓은 경우,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 혜택 하나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혜택이요?”


“그렇습니다. 전생의 기억을 유지한 채 새 삶을 시작하거나, 살아온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고, 성좌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아 이래서 전생, 회귀, 환생을 믿는 사람들이 생긴 건가 보다. 성좌에 대한 지식도 알려지고.


“혜택에 대해 알려주신 걸 보니, 혹시 제가 성좌에 근접했나요?”


일단 김칫국부터 마셨다. 왠지 모르게 죽고 나서 자아가 너무 비대해진 건 아닌가 싶다.


“홍인우 씨가요? 아니요. 아닙니다. 홍인우 씨는 성좌에 근접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반복해서 강하게 부정할 필요까지 있나? 저승사자 인성 보소.


“예~. 뭐 저도 제가 이번 생을 잘 살았다 생각하진 않습니다. 근데 그럼 저한테 혜택을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삶을 되돌아볼 때, 성좌 급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주지도 않을 혜택은 대체 왜 설명하는지······


“홍인우 씨는 아니지만, 아버님인 홍성만 씨께서 성좌에 근접한 업을 쌓으셨습니다.”

“예! 아버지가요?······ 근데 아버지가 쌓으신 업이랑 저랑 무슨 관계가?”


들은 이야기 대로면 아버지의 업은 아버지의 업일 뿐 아닌가.


“일반적으론 업을 쌓은 당사자에게만 3가지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집니다만, 당사자의 선택이 이루어지기 전에 지난 삶에 관여된 누군가가 죽는 경우엔 추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추가 선택지라······ 어떤······?”


“죽음에 이른 지난 삶의 인연을 안타깝게 여긴다면 혜택을 넘겨 줄 수 있습니다.”

“아!···”


“홍성만 씨께선 아들인 홍인우 씨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 일말의 주저함 없이 혜택을 양도하셨습니다.”


아니. 대체 왜? 아버지가 다시 살지. 어린애도 아니고, 나도 이젠 40 중반의 어른인데······ 내가 뭐라고···


“아,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뵙고 싶습니다.”


맘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슬픔과 미안함, 고마움이 온 몸을 감쌌다.


“안타깝지만 아버지를 뵐 수는 없습니다. 홍성만 씨는 이미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아아~!”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홍인우 씨는 전생의 기억, 회귀, 성좌에 대한 지식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버지가 남겨 둔 지극한 사랑이 내게 물어왔다.


작가의말

작 중 등장하는 인물, 인명, 단체, 집단, 회사, 제품, 지명, 국명, 사건 및 모든 명칭은 글쓴이의 상상으로 구현한 허구이며, 실존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이는 명백한 우연임을 밝힙니다.

All characters, persons, organizations, groups, collectives, companies, products, place names, countries, events, and all other designations are fictional creations of the author's imagination and any resemblance to the real thing is pu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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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금 나와라 와라 뚜욱~딱! 24.08.22 37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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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버지? 24.08.12 38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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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성좌들은 도박꾼? 24.08.08 37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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