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했던 아빠의 능력자로 회귀하기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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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내요
작품등록일 :
2024.07.08 10:11
최근연재일 :
2024.09.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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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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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초한 위기.

DUMMY

환생은 싫고, 능력자로 회귀하고 싶으면 빙의를 거쳐야 함.


27. 스스로 자초한 위기.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내려가기를 한참.


대충 짐작컨대 지하 2~3층 이상의 깊이로 내려 온 것 같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보이는 것은 높이 4m, 폭 10m에 길이 100m는 됨직한 널따란 사각 공간.


3m 폭의 두고 중앙 양쪽으로 정사각 암석 기둥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공간 끝까지 연결되어 있다.


기둥 뒤쪽엔 가지런히 놓은 선반들 위로 각종 보관 용기들이 쭉 놓여 있다. 묘연화 교수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아무래도 다른 장소로 이동한 모양.


방에서 입구를 보긴 했어도,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라 내부 구조를 알 진 못한다. 천천히 둘러보는 수밖에···.


저장고 끝까지 이동하며 천천히 둘러 봤지만 다른 곳으로 향하는 문을 찾을 순 없었다.


계단 쪽부터 다시 꼼꼼히 찾아볼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 때,


“세츠니 노조미마스 아나타노 스가타오 미세테쿠다사이 다이라노 마사카도데스. 切に望みます, あなたの姿を見せてください. 平将門です.(간절히 바라오니,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다이라노 마사카도 님.)”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간절한 여자의 목소리···. 듣는 순간 묘연화 교수의 목소리임을 확신했다.


소리가 들린 벽으로 다가섰다.


가까이서 보니 폭 2m 정도가 주변 벽의 색보다 미세하게 더 밝은 빛.


하지만 아무리 봐도 손잡이도 없고 마법 장치로 짐작되는 기물들도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찾을 수 없는 장치라면 혹시 촉감으로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벽에 손을 대는 순간,


- 끼잉~


강아지 소리가 나더니 벽 위쪽이 삼안三眼과 커다란 귀를 가진 개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처음 보는 아이네. 나를 기쁘게 해 주면 지나가게 해 줄게.)


말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직접 전해져 오는 의미.


분명 전에 어떤 만화책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생각났다. 누리카베.


개를 닮은 벽 요괴로 아래쪽을 살살 간지럽혀···. 말이 좀 이상···. 어쨌든 개들은 배 긁어주는 걸 좋아했었지···.


- 슥~ 슥~ 쓰담쓰담~


(헥헥~ 너무 좋아! 넌 좋은 아이구나. 고마워. 지나가.)


누리카베가 몸을 비틀어 만들어 준 틈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가까스로 주변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붉은 빛. 사람 한 명이 지날 만한 5m 길이의 복도. 끝에는 작은 문. 천장에 박힌 핏빛 보석이 내뿜는 검붉은 빛.


분위기가 갑자기 동물농장에서 심야괴담회로 바뀌었다.


아마 내가 진짜 어린아이였다면 이쯤에서 돌아갔을 것이다. 어쩜 처음부터 묘 교수의 뒤를 밟지 않았을 지도···.


하지만, 난 진짜 아이가 아니고, 고작 분위기 따위에 공포심을 느끼기엔 너무 닳고 닳은 늙은이다. 게다가 성인 최상위 1% 수준을 월등히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신체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복도를 지나 문 앞에 다다랐다.


- 후~우~읍


공포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긴장되는 건 사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당겨 열었다.


- 끼~익!


조심히 연다고 열었지만, 마법 기물이 아닌 낡은 경첩이 내는 소리마저 줄일 순 없었다.


!!!!!!


머리가 없는···, 아니 잘린 머리를 손에 들고 좌정해 있는, 선다면 족히 10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왜장倭將의 형상.


왜장 앞에 놓인 돌 제단. 제단 위에 올려 진 사람의 잘린 머리들, 신주神主와 위패位牌.


왜장을 중심으로 벽에 박혀 요사스런 빛을 내뿜고 있는 11개의 핏빛 보석. 그리고 핏빛 보석 아래, 하반신은 땅에 묻은 채 허리 위만 밖으로 내어 놓고 피 흘리고 있는 목 잘린 시신들.


나신裸身 곳곳에 피를 바르고, 피에 젖은 흰 비단을 입에 물고, 칼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는 묘연화.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거대 공동 속의 모습이었다.


“우리 잘생기고 귀여운 아기님이 쓸데없는 호기심도 많으셨네요?”


놀란 가슴을 달래기도 전에 들려온 묘 교수의 음성.


“이를 어쩌나. 우리 아기 제자님의 지나친 호기심이 화를 불렀어요. 그 잘 생긴 얼굴로 어떻게 크나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서 어쩌나···.”


- 휘익~! 탁! 따닥.


말을 잇던 그녀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던졌다. 지팡이는 요괴 누리카베로 바뀌던 벽 머리를 때리고 땅에 떨어졌다.


“흐응~ 잘생긴 우리 제자님 머리는 제물로 쓰지 말고 박제로 만들어서 두고두고 봐야겠어요.”


저딴 개소리를 지껄이며 소름끼치게 웃는 걸 보니 묘 교수보단 묘 광녀가 어울리는 호칭 인 것 같다.


- 처벅. 처벅.


나신의 미인이 내게 다가온다. 다만 몸에 피를 덕지덕지 처 바르고 핏물 고인 바닥을 걸어오고 있어서 문제지···.


미친년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재빨리 몸을 돌려 뛰어 들어왔던 벽에 손을 가져다 댔다.


‘누리카베!’


속으로 크게 불러 봐도 대꾸도, 변화도 없는 벽.


“소용없어요 아기님. 누리카베는 이미 놀라서 도망갔거든요~.”


젠장. 그렇다면 무기라도.


- 츠팟!


“아!”


바닥에 떨어진 묘연화의 칼날 지팡이에 손을 대는 순간 붉은 정전기가 번쩍 튀며 고통이 밀려왔다.


“아기님~. 요력妖力이 담긴 지팡이는 축시丑時에 피의 참배를 한 귀녀鬼女만 다룰 수 있답니다.”


어느새 내 앞에 다가온 묘연화가 지팡이를 주워 들며 말했다.


“잘가요. 아기 제자님~.”


- 쉬~익! 서걱.


미친년! 묘연화가 허리를 세움과 동시에 휘두른 지팡이. 재빨리 몸을 숙이며 굴러 피했지만 등을 베였다.


“안 아프게, 이쁘게 잘 잘라드릴게요.”


미용사의 말 같지만, 광녀가 자르려는 건 내 머리다.


비록 무기는 빼앗겼지만 신체 능력은 내가 한 수 위. 수박희로 상대하면 된······.


- 휙~! 쉬익!


안 된다. 복도가 너무 좁아 강점인 신체 능력을 활용하기 어렵다.


마나 포스 없는 맨몸으로 무기를 상대하려면 빠른 몸놀림으로 회피하고 공격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좁은 공간이 움직임을 제한해서 회피도 힘들다.


좁은 복도 보다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결국 답은 안 쪽 공동 뿐.


피 고인 바닥이 찜찜하긴 하지만 이대로 죽는 것 보단 나을 테니······.


재빨리 몸을 돌려 공동으로 달렸다.


문을 통과해 공동에 첫 발을 디딜 때, 저 앞쪽 잘린 머리들이 놓인 제단에 기대어 세워진 왜도 한 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 차박.차박.차박.


발걸음을 놀릴 때마다 바닥에 고인 핏물이 발을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마치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원념이 끈적하게 서린 것처럼······.


성인 허리 높이로 제단 앞을 촘촘히 가리며 쳐진 금줄을 텀블링으로 단번에 뛰어 넘었다.


“아기야! 그만 멈추는 게 좋을 걸.”


귀에 들리는 묘연화의 차갑게 바뀐 말투.


웃기시네. 광녀의 말을 들을 이유 따윈 없다. 이제 손만 뻗으면 왜도에 닿는다.


- 덥석!


‘잡았············.’


- 쉬~이~이~익! 서~걱!


급격히 흐려지는 의식. 마지막으로 본 건 가슴 위쪽이 모두 잘려나간 내 몸과 왜장 금속 상의 휘둘린 팔이 전부였다.



* * *



“으아아~!”


이미 한 번 경험해 봐서인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즉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서오세요. 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시 뵙게 되었네요?”


천사 파라키엘의 목소리.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봤다. 맞다. 어린 소년 모습의 파라키엘.


“나 죽은 거······. 맞지?”


“네~. 그래도 첫 빙의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렇죠?”


죽은 게 절대 다행일 순 없지만, 파라키엘의 말처럼 재도전 기회가 남아있다. 첫 빙의엔 2번 부활 가능 하다고 했으니 이제 남은 부활 기회는 한 번, 목숨은 두 개인가···.


“왜장 모습의 금속상이 날 벤 게 맞아?”


“맞아요. 그런데 그냥 금속상 아니고 메카노이드였는 데요?”


“뭐? 그 거대한 왜장이 메카노이드였다고?”


탑승형 메카노이드를 본 적이 없어서 그 거대한 왜장 금속상이 메카노이드일 거라곤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네. 그 세계의 일반적인 메카노이드 기체보다 조금 큰 편이긴 했지만요.”


잠깐! 그 거체의 메카노이드가 날 죽였다면······.


“그런데 부활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아니면 혹시 죽은 자리에서 그대로 부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부활한다면 부활의 의미가 없다. 곧 다시 죽임 당할 테니······.


“죽기 전 10초 전까지 원하는 시점에서 부활 가능해요.”


10초!? 급작스런 사고사, 자살, 실족사 정도면 그나마 운명을 바꿀 가능성이 있겠지만, 지금 내 경우는 그냥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다.


“10초 전으로 돌아가 부활한다고 해도 살 방법이 없잖아!”


“상황은 안타깝지만 기본 룰을 바꿀 순 없어요. 정해진 조건 내에서 최대 24시간 내에 방법을 강구해서 부활하셔야 해요.”


“정해진 조건을 다 알려줘.”


“지금까지 획득한 스킬, 아이템 사용이 가능하고, 분배하지 않은 스탯이 있다면 분배할 수 있어요.”


역시 부활 외에 특별하게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 하긴 부활 자체가 큰 특혜긴 하다만···.


결국 지금 내가 가진 것들과 쌓은 경험만 가지고 24시간 내에 타결책을 찾아 부활해야만 한다는 것.


스킬. 본국검법 격법 3형 18초, 역량파악 Lv.1 두 개가 전부. 억지로 하나 더하자면 수박희 정도.


스탯. 근력:16-1 민첩:14+1 체력:15+1 지력:9 끝. 다른 스탯, 남은 스탯은 없다. 마나 포스 없는 일반인 상대라면 훌륭한 수치다.


그럼 이 스킬과 스탯으로 10초 전으로 돌아가 왜장 메카노이드에 접근하지 않고, 묘연화 교수와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까?


거대한 공동에서 싸운다면 일견 가망이 있어 뵈기도 한다. 묘 교수의 몸놀림 자체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과연 그녀가 가진 힘이 그것 뿐일까?


벽을 요괴로 만들어 출입구를 숨기고, 어떻게 만든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 거대한 공동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메카노이드를 두고 잔혹한 방법으로 목적도 알 수 없는 제사를 지내고······.


부활해서 스킬 역량파악을 쓰면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장담컨대 숨겨진 수가 한두 가지가 아닐 거다.


아직 한 번의 부활 기회가 더 있으니 일단 실행해 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만 상대하면 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쓰지도 않을 메카노이드에게 그 공을 들여가며 제사를 올릴 턱이 없다.


아이템. 무군의 에고판, 룰렛.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건 둘 뿐.


천종설삼은 이미 먹어서 스탯이 되었고, 아이템으로 분류 안 되는 파일럿 카드 [키리스]와 미확정 1장이 있긴 한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1도 안 든다.


파일럿 하니 에고판에 보관된 서희님과 유금필님을 완구용 메카노이드에 탑승시켜 활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제는 선물 받은 아동용 메카노이드 셋트는 방에 있다는 것.


사용자 카드의 마법진을 통해 아공간 보관을 했어야 하는데, 당시엔 게임 캡슐에 정신이 팔려 아공간 등록까진 미처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크기 차이만 해도 100배가 훨씬 넘는 데, 상대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아까의 생각에서 더 나아간 것은 없다. 그대로다.


‘안이했어. 쉽게 일이 풀리다 보니 자만심이 생겼고···,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위험에 대한 경각심도 잃었어.’


맞다. 모두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처한 현실에 충실하며 지난 기억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젠장.


작가의말

작 중 등장하는 인물, 인명, 단체, 집단, 회사, 제품, 지명, 국명, 사건 및 모든 명칭은 글쓴이의 상상으로 구현한 허구이며, 실존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이는 명백한 우연임을 밝힙니다.

All characters, persons, organizations, groups, collectives, companies, products, place names, countries, events, and all other designations are fictional creations of the author's imagination and any resemblance to the real thing is pu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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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내가 준비해 둔 카드는... 24.09.13 2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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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시커멓고, 크고 길고 흉측하게 생긴. 24.09.11 3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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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드디어 탐주염사의 보물이... 24.09.08 378 2 12쪽
55 우리가 [영노]를 오해했네. 24.09.06 377 2 12쪽
54 앞뒤가 막혔을 땐. 24.09.05 38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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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말~ 달리자~. 24.08.29 370 3 12쪽
47 암행어사의 필수품. 24.08.28 369 4 12쪽
46 삼두응 다음은 탐주염사? 24.08.26 369 3 12쪽
45 노래 대결? 24.08.24 371 3 12쪽
44 도깨비 털어 먹기. 성공적! 24.08.23 371 4 12쪽
43 금 나와라 와라 뚜욱~딱! 24.08.22 372 5 12쪽
42 겨우 던전 2층인데···. 24.08.21 372 5 12쪽
41 새로운 일행. 24.08.20 374 4 12쪽
40 국가에 대한 충성? 대체 그게 뭐라고. 24.08.17 377 5 12쪽
39 드러난 함정. 24.08.16 37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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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지하 동물 농장. 24.08.14 375 8 12쪽
36 폐쇄된 수련 던전 이라더니···. 24.08.13 375 6 12쪽
35 아버지? 24.08.12 383 7 13쪽
34 평화로운 듯 한 일상. 24.08.10 378 8 13쪽
33 성좌들은 도박꾼? 24.08.08 378 8 12쪽
32 군신지예. 君臣之禮. 24.08.07 384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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