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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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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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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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역량평가 (3)

DUMMY

평가의 첫날이 끝이 났다. 저녁 8시. 상당히 고된 몸상태이다. 침대에 오자마자 누웠다. 알버트도 나를 복사한 것처럼 행동했다.

피곤하니 배가 고프다. 2시간부터 들었던 생각은 우리에게 어떠한 식사도 아직까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어제저녁, 고기를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타급 바스크 여러분! 다들 복도로 나와주세요!”


우리는 마치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복도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행정관을 담당하고 있는 델타급 바스크 릴리라고 합니다!”


릴리는 인사와 동시에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우리보다 높은 직급에게 받는 이런 낮은 자세는 오히려 불편했다.


“행복한 식사시간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바스크들의 식사는 특별해요! 기초적으로 식권이라는 개념이 있고 식사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먹고 싶은 양만큼 하실 수 있어요, 다만 이 식권카드에는 한도가 있답니다! 각자의 기초대사량 더하기 공헌점수 및 수당을 기준으로 금액이 들어있고 계획성 있게 식사를 하셔야 할 거예요!”


쓸데없이 식사에 깐깐하다.


“저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과거 돔 밖에서의 사망 원인 1위가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도 전투도 아닌 수분부족으로 인한 탈수와 식량부족이었거든요. 이렇게 스스로 계획성 있는 배급제를 시행하고 나서부터는 이런 이유로의 사망률이 기존의 30프로 미만으로 떨어졌어요. 그니까 배가 고파도 참는 법을 배우셔야 할 거예요!”


릴리는 우리에게 각자 카드를 한 장씩 주었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에는 오늘의 이 일당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곤 물 3L와 큰 식빵 하나가 전부였다. 물론 메뉴는 상당히 많았다. 고기류도 다양했고 채소도 꽤 많았다. 이걸 옆에서 유심히 보고 있던 알버트가 릴리에게 질문했다.


“혹시 개인이 농작물을 재배해서 먹어도 되나요?”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지만⋯ 가능하다면야⋯흙을 어디서 구하시게요?”

“다음 휴가 같은 때가 있으면 마련해 보려고요.”


맞다 알버트는 이런 걸 잘한다. 씨앗이랑 몇 가지 준비물만 있으면 굶고 다닐 친구는 아니었다.

우리는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나는 물과 빵만 고르고 결제할 예정이었지만 베아트리체가 내 옆에 와서 말했다.


“파이스! 메뉴를 고를 때 당장은 배를 채우는데 빵 만한 게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초대사량이랑 공헌점수를 올리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 저기 에바랑 제이콥을 봐봐 우리의 2배는 더 담는 것 같아. 그니까 단백질을 우선 좀 담는 게 어때? 고기는 못해도 콩이라도 담자 파이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멀린급 잔소리다. 나는 장난스럽게 맞받아쳤다


“네 엄마!”

“흐흠⋯ 어쨌든 밥 같이 먹자.”


베아트리체는 밥을 먹으면서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내 이름 부르기 힘들지 않아? 다들 길다고 뭐라 그래서 나랑 친한 친구들은 다들 베리라고 불러.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어”


이 정도면 그녀의 마음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얻은 것 같다. 어쨌든 실제로 부르기 힘든 부분도 있었기에 베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밥을 다 먹고 씻고 취침시간이 왔다. 릴리가 복도에서 외쳤다.


“내일은 기술능력테스트가 있을 예정이에요! 푹 쉬고 내일 힘내요! 아자아자!”


아자아자⋯ 귀여운 선배다.

잠자기 전 알버트랑 잠깐의 대화를 나누었다.


“알버트, 첫날 지내보니까 어떤 것 같아?”

“음 솔직히 말해서 오늘 조금 재밌었어. 근데 오늘 조금 보다 보니까 우리가 아무 이유 없이 바스크가 된 건 아닌 거 같아.”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특징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가 쉽지가 않거든.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고⋯아니 뭐 그냥 느낌이야 느낌!⋯ 신경 쓰지 마~”


알버트는 확실히 감이 좋다. 장사를 하면서 수없이 손님을 맞이하면서 생긴 촉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모르는 것을 발견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한번 떠보기로 했다.


“혹시 누구한테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


알버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 가지를 말했다.


“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은 장사꾼 집안이라 웬만한 4급 시민들은 한 번씩은 다 얼굴을 보게 되잖아? 근데 나는 스텔라랑 제이콥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저렇게 이쁘거나 키가 큰 사람이 있으면 내가 기억을 못 할 이유가 없거든. 특히 스텔라가 처음 소개할 때 메이플 가라고 소개했는데 메이플 가라면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데 저런 친구는 있다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어. 아마 이쪽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다른 급수가 바스크가 될 수도 있나?”


그래, 이건 알버트의 경험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나도 주의를 하고 있긴 했다. 나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고유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보라기보다는 의문점이긴 하지만⋯


“음 우선 자원하면 가능하긴 한데, 그럼 포터 선발처럼 아마 공개적으로 드러났을 거야. 나도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다면, 총을 쏠 때 처음은 놀랄 수 있는데 마지막 발까지 자기가 쏘면서 놀라는 모습은 의도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어.”

“음⋯우리 내일 스텔라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떨까?”

“그냥 우선은 조금 지켜보자.”


섣부른 판단은 좋지 않다. 이상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우선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천장. 아직 온 지 2일이 되었다는 것이 적응이 되지 않는다.

씻고 하루를 준비한다. 오늘의 평가는 순간기억력, 순간지각능력, 미세감각테스트, 바이러스저항성, 지적능력, 총기 분해결합등 몸 쓰는 일은 없었다.

나름 나에게 유리한 종목들이었기에 대부분 상위권을 기록했다. 다만 이 테스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험은 바이러스 저항성이었다.

내 뱃살의 일부를 절제해서 바이러스를 노출시키고 자외선을 투과한다. 결과는 우리는 보지 못하지만 적당히 노출에 특히 취약한 사람만 걸러내는 것 같다.

뱃살을 한 명씩 절제해 나갔다.

여기서조차 스텔라는 수상했다. 총 쏠 때는 겁내던 사람이 뱃살 절제 때는 두려운 모습조차 없었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다른 평가와 다르게 저항성의 결과는 바로 공표된다. 다른 사람이 내근직이 되면 배가 아프기에 이런 이유라고 납득시키기 위한 과정인 듯하다.

미달인 인원은 없다. 다만, 놀라운 결과는 오스카의 저항성이 일반인의 5배라는 점이었다. 즉 5배 많은 노출을 견뎌낼 수 있다. 성격은 선택 못 받았지만 저런 선택받은 몸.

이 결과를 보고 있는 우리를 대상으로 다이어 조교가 한마디 던졌다.


“저건 오전 12시의 광량에서 분당 노출 농도를 수치만큼 비율로 표현한 거야~~ 즉 오스카 너는 55프로니까 해가 쨍쨍한 정오 때 일반적인 돔 밖 야외에서 맨몸으로 5분 30초를 버틸 수 있어. 뭐 다른 친구들은 2~3분이면 죽겠지 뭐~”


오스카는 어제와 다르게 의기양양해졌다. 선천적인 특성도 나르시시즘을 느끼기엔 충분했나 보다. 그 표정 그대로 오스카가 질문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기록은 몇 퍼센트입니까?”

“1200퍼센트.”


저 정도면 거의 밖에서 살아도 될 정도 아닌가?


“그런데 저런 기록은 그다지 좋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걸 중앙에 보고해야 하거든! 너무 높으면 스턴트로 팔려가서 생체실험행이라고~”

“저를⋯ 팔지 말아 주세요”


오스카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이어조교가 장난스러운 웃음기를 남발하며 한마디 한다.


“자 이걸로 오늘 평가는 끝이야~ 내일 평가도 기대하라고!”

음? 그런데 오리엔테이션에서 예정되어 있는 평가는 오늘로써 모두 종료되었다. 내일 어떤 평가가 있는 건가? 내가 질문했다.

“내일은 어떤 평가가 있는 건가요? 전달받은 사항이 없습니다.”

“비밀~”


조교가 저런 표정이니 정말 얄미웠다.


***


어제보다 평가가 2시간 일찍 끝났다. 식사는 언제나 받으러 갈 수 있다고 했기에 오늘은 알버트와 둘이 오늘의 이상한 점을 이야기하며 조용히 먹으려 했다.

그리고 오늘의 배급량을 확인했는데


“어?”


어제의 3배가 들어와 있었다. 3일은 굶을 이유가 없어졌다. 고기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찝찝한 생각이 든 부분은 당일의 실적이 바로 반영된다는 생각과, 내가 쓸모가 없어지면 밥을 먹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농사를 배워두어야겠다.

알버트와 적당한 식량을 구매하고 식당 구석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스텔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알버트, 스텔라말이야⋯”


이 말을 들은 알버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무슨 이야기해?”


이 목소리는 스텔라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시피 내 옆자리에는 스텔라가 앉아 있었다.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기에는 내 이름 스. 텔. 라가 확실하게 들렸는데? 어디 한 번 말해봐”


머리를 굴려야 한다. 무언가 할 말을 찾아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스텔라는 내 눈을 계속 뚫어지게 보고 있는 듯했다.

그냥 어제 알버트가 말한 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날라나? 나는 우선은 숨기기로 했다.


“음⋯ 스텔라가 엄청 이쁘다고⋯”


완벽하다.

뜸을 들이기에도 충분한 이야기이다. 가벼운 이야기로 들리겠지.

추가로 연기를 시작했다. 부끄러운 척을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예상외였다.


“내가 호구로 보이니?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파이스.”


내 옆구리에는 뾰족한 무언가가 몸에 닿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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