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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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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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노이만 가문이 도착한 다음날 7대 가문 회의가 시작됐다. 원탁테이블에 7명의 가문 후계자들이 둘러 앉았다.




참석자는 카를로스 폰 비젠도르프, 볼프강 폰 베타마이어, 에리히 폰 피센클라인, 제라트 폰 노이만, 프란츠 폰 미타볼프, 알렉산더 폰 위버바우어, 마르크 폰 제타슈타인 등이었다.




각 가문의 차세대를 책임질 후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다 가문의 행사 때 가문을 대리해 참석함으로써 안면을 서로 익히기는 했지만 어떤 사안을 두고 한꺼번에 모두 모인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들 중 가장 연장자는 베타마이어 가문의 볼프강으로 55세였고 가장 젊은 후계자는 미타볼프 가문의 프란츠로 33세였다.




카를로스는 당연하다는 듯 가장 먼저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상석이니 나머지 서열대로 앉으라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각 가문의 후계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각자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모두 인사를 끝내고 좌정하자 이 모임을 주도한 비젠도르프 가문의 카를로스가 헛기침을 한 차례 한 뒤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벨라시타에서 드라구노프 공작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우리 7대 가문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니 각자 가문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카를로스가 회의의 시작을 알리며 운을 떼자 가장 연장자인 볼프강이 말문을 열었다.




"가장 최근 소식에 따르면 이곳 트란베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25개주는 사실상 드라구노프 공작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흘 전 9월18일 제노아 공작이 프란디아의 20대 국왕 막시밀리언 2세로 등극했다고 합니다."




"드라구노프 공작이 혁명공약 14개조를 발표했는데 내용을 보면 예전 스피글리츠의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습니다."




"코를리우스 국왕은 현재 벨라시타 외곽에 있는 한 저택에 연금돼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반혁명 세력들이 혹시 전 국왕을 구하러 올지 몰라서 장소는 절대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코를리우스 1세에 대한 재판이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아마 사형을 시킬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 한 것 아닙니까?"




"로텐부르크 교황청에서 곧 쿠데타에 반대하고 현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칙령을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교황청이 완전히 등을 돌렸으니 드라구노프 입장에서도 조금은 난감하겠죠?"




각자 돌아가면서 가문을 통해 들어온 정보 보따리를 풀었다.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드라구노프 공작의 쿠데타는 사실상 성공이었다.




수도 벨라시타를 완벽하게 장악한 것은 물론 재빠르게 지방의 부대들도 해당 지역 통제권을 장악함으로써 구체제는 사실상 일소됐다.




일부 지방 귀족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막강한 중앙정부군을 상대할 능력이 없었다. 귀족 출신의 고위 장성들은 대부분 쿠데타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야전부대를 지휘하는 평민 출신 중간 간부들이 대거 쿠데타에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군부의 통제권은 드라구노프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코를리우스 1세는 곧바로 체포돼 위글렌주 버본에 있는 옛 귀족의 성채였던 호그성에 연금돼 있었다. 드라구노프가 아무리 무도한 자라고 해도 국왕을 곧바로 죽일 만큼의 용기는 없는 듯했다.




쫓겨난 코를리우스 1세의 자리는 선왕의 큰아들 제노아 공작으로 대신했다. 그는 당연히 다음 대 국왕이 될 것으로 예정됐다가 코를리우스 1세가 뒤늦게 태어남으로써 왕좌를 빼앗겼던 비운의 왕세자였다.




쿠데타 덕분에 원래의 자리를 찾게 됐지만 실권은 없는 허수아비 국왕일 뿐이었다.




여러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전체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할 때쯤 카를로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현재 상황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은 됐으니 이제 향후 우리 7대 가문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지 정해야 할 것입니다. 쿠데타 세력에 동조할 것이냐 아니면 거기에 대항할 것이냐. 여러분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젠도르프 가문이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가문 회의에서도 항상 좌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가문들의 운명을 좌우할 대형 사건이 터졌는데 당연히 비젠도르프 가문에서 먼저 어떻게 할 것인지 알려주시는 게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연장자인 볼프강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마치 이런 복잡한 문제는 너희가 먼저 결정해라는 식으로 카를로스에게 공을 넘겼다.




바통을 넘겨받은 카를로스는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는 다른 가문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본 후 비젠도르프 가문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비젠도르프 가문의 입장을 먼저 밝힘으로써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다른 가문의 결단을 채근할 수도 있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일단 쿠데타 세력은 무도하게도 현 국왕 전하를 쫓아내고 불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집단입니다.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우리가 프란디아로 병합된 것은 우리의 기득권이 지켜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피글리츠 공작과 함께 작성한 합의서가 휴지조각이 된다면 분연히 이에 맞설 것입니다."




카를로스는 자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가문들도 모두 혁명군에 맞서 싸우자고 외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누구도 이에 호응하지 않고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약간 민망한 듯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음... 다른 가문도 각자의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제타슈타인 가문의 마르크가 손을 들었다.




"우리가 프란디아의 정규군과 맞서 싸운다면 과연 승산은 있을까요? 차라리 우리의 특권이 예전보다 좀 줄어들더라도 드라구노프와 타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항복하자는 마르크에 맞서 가장 젊은 프란츠는 피끓는 젊은이다운 패기로 당당히 드라구노프와 맞설 것을 주장했다.




"과연 중앙집권을 강화하려는 드라구노프가 우리의 특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줄까요? 약간씩 양보하기 시작하면 여기 계신 여러분들 당대에 각 가문들이 봉토를 국가에 헌납하고 봉록이나 받는 한심한 귀족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이미 프란디아의 많은 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프란츠 경의 말이 맞습니다. 사실 드라구노프가 이처럼 빠르게 정국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스피글리츠의 개혁이 귀족들의 손발을 묶어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분연히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를로스가 프란츠의 말에 동조하며 힘을 실었다. 카를로스의 말이 끝나자 또 다른 의견이 나오며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회의가 시작된 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좀처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참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바깥에서 벨라시타에서 로베르 부주교가 찾아왔다고 카를로스의 부관이 알려왔다.




벨라시타 대교구장 가브리엔 대주교의 명을 받은 로베르 부주교가 글라츠로 가던 중 7대 가문이 회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었다.




"여러분들의 판단에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제가 왔습니다. 다들 하실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잠시만 저에게 시간을 할애해주십시오."




카를로스는 로베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발언권을 허락했다.




로베르는 쿠데타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드라구노프가 특히 트란베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철광석을 비롯해 금, 은, 동 등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한 트란베스트를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혁명정부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자원을 중앙정부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 7대 가문의 특권은 반드시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교황청의 정보국이 입수한 드라구노프 공작의 혁명 플랜에는 여러분들이 들으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드라구노프는 내년 초 모든 영지의 군사를 500명으로 제한하고 5년 내 사병을 완전 폐지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각 귀족들의 조세권을 박탈하고 중앙에서 세금을 거둬들인 후 적당한 수준의 봉록으로 대체한다고 합니다."




로베르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분위기는 서서히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맞서자는 쪽이 비젠도르프와 미타볼트 두 개 가문에 불과했으나 로베르의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에는 모든 가문이 맞서 싸우자는 데 동의했다.




7대 가문을 드라구노프에 맞서도록 하라는 가브리엔 대주교의 지시를 로베르는 완벽하게 수행했다. 베스타노프에게 간 아데마르 주교 역시 이미 설득에 성공했다.




이로써 7대 가문과 베스타노프를 드라구노프에 맞서도록 하겠다는 교단의 계획은 두 사제의 활약 덕분에 차질없이 완료됐다.




7대 가문은 쿠데타 세력에 맞서기로 합의한 다음날 다시 모여 연합군 창설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카를로스는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베스타노프 장군과의 제휴를 제안했고 만장일치로 승인 받았다. 베스타노프는 카를로스가 직접 베르린츠로 가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회의가 늦게 끝나 7대 가문은 아렌에서 하룻밤 더 묵은 뒤 다음날 각자 영지로 떠나기로 했다. 카를로스는 글라츠로 돌아가는 길에 베르린츠를 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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