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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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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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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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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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살인사건

DUMMY

파블로 일행이 부랑자수용소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었을 때였다. 수용소는 여간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규칙 따위에 구애받을 파블로가 아니었다.




파블로는 수용소 앞에서 관리인을 윽박지르며 위협을 하자 관리인은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안으로 들일 수밖에 없었다.




파블로는 관리인에게 즉시 올리베르를 만날 수 있도록 그가 수용돼 있는 방으로 안내해달라고 요청했다.




파블로는 관리인에게 올리베르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올리베르가 있는 방으로 안내된 파블로는 올리베르를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봐 올리베르, 일어나. 내가 누군지 알겠나?"




바닥에서 담요를 덮고 누워있던 올리베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누.. 누구시죠?"




파블로는 올리베르의 눈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며 말했다.




"봐, 내가 누구인지. 이래도 모르겠나?"




"파... 파블로?"




"그래 내가 누군지 알았다면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겠지? 어제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해봐."




올리베르는 회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파블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빨리 말해. 시간 없어."




"파블로씨,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죽을 죄를 지은 건 잘 알고 있군. 네가 사실대로 털어놓는다면 해코지할 생각은 없어. 난 에르탱을 잡을 증거가 필요할 뿐이야."




올리베르는 체념한듯 파블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파블로는 올리베르를 당장 때려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팔다리를 못 쓰는 폐인이 된 올리베르에게는 이대로 살아가는 게 죄값을 더 치르는 것으로 보였다.




"엘로힘이라는 산파가 살아있다면 그 당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겁니다."?




"알았어.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 널 죽이고 싶지만 이런 꼴을 하고 있으니 내 손을 더럽히기도 싫다. 이대로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




파블로는 일행을 데리고 다시 미어덴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미겔에게 엘로힘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안젤라는 미사가 끝난 후 수도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그네스 등 신녀훈련생들은 1박2일의 짧은 세상 구경이 아쉬웠다.




그런데 미사가 끝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안젤라에게 고해성사를 하겠다며 회당을 떠나지 않았다. 에르탱은 파티마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라며 극구 만류했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안젤라는 복귀를 하루 늦춰 다음날 떠나기로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하루 더 미어덴에 머문다는 말에 아그네스를 비롯한 신녀훈련생들은 신이 났다.




오늘 수도원으로 들어가면 언제 또 세상 구경을 할 지 알 수 없었는데 하루 더 머문다고 하니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고해성사가 끝났을 때는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후였다. 하루종일 사람들의 고해성사를 들은 안젤라는 저녁을 먹는둥마는둥 하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기도를 하고 막 잠을 청하려고 할 때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파티마님,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안젤라가 문을 열자 밖에는 30대 중후반의 신녀가 서 있었다.




"아 신녀님이시군요. 아까 미사 때 먼발치에서 봤어요."




"네 안녕하세요, 파티마님. 전 안드레아라고 합니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안드레아와 안젤라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아무 말 없이 빤히 안젤라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너무 쳐다보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아, 파티마님 죄송합니다. 옛 생각을 하느라 그만..."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계셔서 오신 것 같은데..."




안드레아는 말없이 허리춤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안젤라에게 건넸다.




"이게 뭐죠?"




"파티마님 어머니의 유품입니다."




"제 어머니의 유품이라고요?"




무슨 말부터 시작할까 망설이던 안드레아는 차분하게 말문을 뗐다. 안드레아는 자신이 수도원에서 태어난 안젤라를 1년 동안 보살폈던 보모였으며 안젤라가 영성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후 헤어지게 됐다는 말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에드가 찾아와 반지를 건넨 일, 아버지 에르케의 죽음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안젤라에게 모두 말했다.




"그,,, 그럼 정말로 도리아란 분이 제 어머니라는 건가요?"




"네, 확실한 것 같아요. 낮에 파블로씨가 소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이 말을 해야할 지 저도 망설였어요."




"왜 미리 파블로씨, 아니 할아버지께 이 말씀을 드리지 않았나요?"




"전 도리아란 분, 즉 파티마님의 어머님이 파블로씨의 딸이란 걸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아침 미사 전 그 소동을 보고 도리아님이 파블로씨의 따님이란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안젤라는 전날 올리베르로부터 도리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뭔가 자신과 연관된 사람이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안젤라는 눈에서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안드레아님은 왜 이제서야 이걸 저한테 전해주신 건가요? 제가 열 살 무렵까지는 수도원에 있었는데..."




안젤라의 눈물을 보자 안드레아도 함께 울기 시작했다.




"저도 여러 차례 기회를 엿봤는데 파티마 후보로 선정돼 특별관리를 받고 있던 안젤라님을 만날 수가 없었어요. 어제 주교님으로부터 안젤라님이 오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침내 전해줄 수 있게 됐구나 생각했어요."




안젤라와 안드레아는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죄없이 죽어간 도리아와 외딴 곳에서 비명횡사한 아버지 에르케, 지금껏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란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불쌍했다.




올리베르의 고해성사와 안드레아의 이야기 등을 종합해본 결과 이 모든 일들의 중심에는 주교 에르탱이 있었다. 안젤라는 에르탱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갓난아기였던 절 보살펴 주신 것도 감사드려요."




"아니에요. 제 손으로 파티마님을 잠시 보살폈다는 게 오히려 무한한 영광이에요."




안드레아가 방에서 나간 후 안젤라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였다. 에르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파블로를 찾아가 자신이 손녀라고 말할 것인가.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키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날이 밝자 아그네스를 비롯한 신녀훈련생들은 수도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안젤라는 동이 트기 전 수습신녀 도리스에게 자신은 먼저 또다른 수습신녀 사비네와 함께 길을 떠날테니 신녀훈련생들을 인솔해올 것을 부탁했다.




안젤라는 도무지 제정신으로 에르탱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떠나기로 했던 것이었다. 도리스로부터 안젤라가 먼저 떠났다는 말을 전해들은 에르탱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안젤라가 벨라시타로 돌아갔을 때 가브리엔 대주교에게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해 달라고 부탁할 요량이었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에르탱은 도리스를 비롯한 수녀훈련생을 모두 떠나 보낸 후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파블로가 에르탱을 찾아온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기도를 막 끝냈을 때였다.




"주교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파블로를 포함해 5명의 건장한 남성이 자못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회당 안으로 들어서자 에르탱은 긴장했다. 안젤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형제님, 무슨 일인가요? 말씀하세요."




파블로는 당장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리베르의 이름이 거론되자 에르탱은 더욱 긴장했다.




"이게 제가 알아낸 진실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보였다. 무조건 잡아떼는 수밖에 없었다.




"형제님, 수용소에 갖혀 있는 제정신이 아닌 부랑자 말을 믿고 저를 핍박하는 건가요?"




파블로는 부인하는 에르탱을 보며 다시 한 번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제가 여러모로 다 파악한 사실입니다. 주교님께서 그렇게 부인한다고 아닌 일이 되는 게 아닙니다."




"도대체 하느님의 대리자인 사제를 뭘로 보고 그런 망언을 하시는 겁니까? 그런 말을 하려거든 썩 나가세요."




파블로의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안젤라 파티마님의 어머니가 제 딸 도리스 아닙니까? 아니라면 누가 엄마인지 말씀해보세요."




"안젤라 파티마님은 당신 딸 같은 천박한 여자의 소생이 아닙니다. 어디서 노름꾼이랑 눈 맞아서 도망간 여자따위를 파티마님과 연관시키려는 겁니까?"




'천박한 여자'라는 말에 파블로의 인내심은 임계치를 넘어서고 말았다. 파블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에르탱의 멱살을 잡았다.




"케켁... 혀... 형제님... 진정하세요."




"다시 한 번 말해봐. 뭐 천박한 여자?"




"제... 제가 말을... 실수한 것 같습니다... 취소할게요..."




파블로는 무섭게 노려보다? 다시 한 번 마음을 억눌렀다. 멱살을 그대로 붙잡은 채 물었다.




"파티마님이 수도원에서 태어났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파티마님의 생모가 도리아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야? 말을 해봐."




"수... 숨이 막히니... 멱살을 좀 놓아주세요... 케켁..."




파블로는 이대로 목을 졸라 죽여버릴까 하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에르탱을 의자 쪽으로 밀쳐 떨궈냈다. 파블로의 분노가 섞인 내동댕이에 에르탱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옆으로 쓰러졌다.




그런데 넘어진 곳이 하필이면 탁자 모서리였다. 가슴팍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파블로는 에르탱이 단순히 넘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일어나 의자에 앉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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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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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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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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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7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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