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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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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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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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저녁 파티에는 일가 친척과 이웃 주민들까지 해서 100명 이상이 저택 내 객청에 모였다. 카를로스는 객청 가운데 마련된 테이블 중앙에 앉고 오른편에 융베르트가, 왼편에는 타이젠호프가 자리했다.




메릴린은 융베르트의 오른편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카를로스는 메릴린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자리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융베르트에게 이야기를 건네면서 힐끗힐끗 메릴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주방에서 술과 고기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됐다. 음악이 흐르자 사람들은 저마다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던 중 카를로스가 고개를 돌렸을 때 메릴린과 눈이 마주쳤다. 메릴린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카를로스는 이 눈인사를 통해 메릴린 역시 자신을 그리워 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술이 일순배 돈 후여서 카를로스뿐 아니라 참석자 대부분이 얼큰하게 취했다. 카를로스는 술잔을 자신의 앞에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메릴린에게 다가갔다.




"부인 저와 춤을 추시겠습니까?"




카를로스의 갑작스런 행동에 메릴린은 약간 당황하는 듯 했다.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남편 융베르트를 쳐다보며 허락을 구했다. 융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영광입니다."




파티에서 유부녀에게 춤을 추자고 하는 것은 프란디아 문화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낮에 영빈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융베르트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난리가 났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타이젠호프가 더 안절부절못했다. 타이젠호프는 미안한 마음에 융베르트에게 술을 연신 건넬 뿐이었다.




차라리 융베르트를 빨리 취하게 해 더한 꼴을 안 보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카를로스와 메릴린이 객청 중앙에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며 둘만의 무대를 만들어 줬다.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한 쌍의 원앙이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의 카를로스와 드레멘 최고의 미녀 메릴린이 춤을 추는 모습은 동화 속 왕자와 공주 모습 그대로였다. 마침내 음악이 멈추고 춤이 끝나자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카를로스는 메릴린의 손등에 키스를 하며 윙크를 보냈다. 메릴린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늘밤 단둘이 만나고 싶소."




"남편이 있어서 힘들 것 같아요."




"당신은 내가 그립지 않았소?"




"단 하루도 나으리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당신 남편을 술에 만취하도록 해 재운 뒤 당신을 몰래 찾아갈테니 기다리시오."




객청 마당에서 단상 위 테이블로 오르며 둘은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들이 걸어가는 동안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가 계속됐기에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타이젠호프와 대작하고 있던 융베르트는 취하면서도 둘이 밀담을 나누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응시하고 있었다.




'감이 내 앞에서 둘이 뭐하는 짓이야? 예전 글라츠에서 둘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걸 내가 덮어뒀건만 감히 내 앞에서까지 저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하다니...'




융베르트는 사실 둘이 예전에 밀회를 나누던 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카를로스가 가문의 후계자인데다 부정한 짓을 저질렀지만 메릴린을 너무 사랑했기에 그냥 덮어뒀을 뿐이었다.




그런데 둘이 다시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속이 타들어갔다. 융베르트는 속을 달래기 위해 앞에 놓여 있던 독한 위스키를 단 번에 비웠다.




'두고보자. 내 이 두 연놈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으리라.'




융베르트의 표정에서 뭔가 살기를 느낀 타이젠호프는 술잔을 다시 채워주며 이번 곡에 메릴린과 함께 춤을 출 것을 권유했다.




"저는 몸치라 춤을 잘 추지 못합니다. 카를로스 경 뒷순서에 춤을 추라는 것은 나보고 죽으라는 이야기지요."




카를로스가 자리에 앉을 무렵 융베르트는 자신의 잔을 치켜들며 건배를 권했다.




"나으리, 정말 환상적인 춤이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두분이 부부인줄 알겠어요. 하하."




융베르트가 비꼬며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를로스는 칭찬에 한껏 고무돼 건배를 외쳤다.




"자, 다 같이 건배합시다. 비젠도르프 가문을 위하여!"




"비젠도르프 가문을 위하여!"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카를로스의 선창에 맞춰 다 같이 건배를 외쳤다. 술이 몇 순배 더 돌자 융베르트는 몸이 피곤하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카를로스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메릴린은 카를로스와 심야 데이트를 약속하고 이미 자리를 뜬 상황이었다.




"아니, 벌써 일어서려고?"




"나으리께서는 더 즐기십시오. 저는 너무 술이 과해 더 앉아 있다가는 무슨 실수를 할 것 같아..."




"아쉽지만 피곤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구먼. 그럼 잘 쉬게. 내일 보세나."




융베르트는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자기 침소로 사라졌다.




카를로스는 타이젠호프를 불러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좀 있다가 나랑 메릴린이 영빈관 뒷뜰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자네는 호위병들과 함께 주변을 지켜주기 바라네."




예상은 했지만 이런 주위 눈을 의식하지 않는 카를로스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나으리, 여긴 융베르트 경의 집입니다. 주변 보는 눈도 많은데 이런 식의 행동은 위험합니다."




"그러니까 자네에게 호위를 부탁하는 것 아닌가.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예, 분부 이행하겠습니다."




타이젠호프는 내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파티의 인원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자리에서 그대로 엎어져 자는 사람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 정도로 술에 취했다면 카를로스가 자리를 뜨더라도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카를로스는 호위 2명을 거느리고 객청을 나와 영빈관 뒷뜰로 곧장 향했다. 무려 13년 만에 메릴린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메릴린과 약속한 시간은 새벽 2시였다. 카를로스가 뒷뜰에 도착했을 떄 메릴린이 먼저 와 있었다.




"오, 메릴린. 나의 사랑. 먼저 나와 있었구려."




"나으리, 저도 막 도착했습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열정적인 입맞춤을 나누었다. 먼발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에드는 불륜의 현장을 호위한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임무에 충실하자고 스스로 마음을 잡고 있었다.




카를로스도 대담했지만 멀쩡히 남편이 있는 집 안에서 외간 남자랑 불륜을 대놓고 저지르는 메릴린이 더 대단해 보였다. 만약 들켰을 때 후환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일까?




에드의 머리로는 도무지 둘의 행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에드는 고개를 흔들며 이런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그때 영빈관 앞 객청 건물 모서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어서 정확히 분간이 되진 않았지만 호롱불빛에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거기 누구요?"




에드는 칼을 빼들고 그쪽으로 다가가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에 에드는 급히 달려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드 왜 그러나?"




에드와 함께 영빈관을 경호하던 동료 에리히가 물었다.




"아, 내가 고양이를 본 모양일세. 뭔가 있는 것 같아 달려와보니 아무 것도 없었네."




"그래, 밤에는 뭔가 착각하기 쉬우니 자네가 잘못 본 모양일세."




에드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며 뒷뜰을 봤을 때 카를로스와 메릴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 분은 방금 영빈관 안으로 들어가셨네. 카를로스 나으리께서 오늘 밤 소원성취하시겠군. 하하하."




"제발 내일 떠날 때까지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그러게 말일세. 이 사실을 융베르트 경이 알게 된다면 난리가 날텐데... 무엇보다 이 일이 대부인 귀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경을 칠 일이지."




에리히가 말한 대부인은 카를로스의 부인 카타리나를 지칭한 것이었다. 가문의 안주인에게 대부인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관례에 비춰볼 때 아직 카타리나는 대부인으로 불려서는 안된다.




알폰소가 10여년 전 상처를 한 이후 새로 배우자를 들이지 않아 비젠도르프 가문의 안주인 자리는 현재 공석이었다.




카타리나의 괄괄한 성격과 남자를 찜쪄먹는 용맹함에다 사실상 안주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카타리나를 대부인으로 불렀다. 당연히도 카타리나는 대부인으로 불리는 것을 즐겼다.




"난 이 일이 대분인께 알려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네. 오히려 메릴린 부인의 남편 융베르트가 알게 됐을 때가 문제지."




"그야 당연하네만, 자기 부인의 불륜상대가 주군이라면 억울은 하겠지만 어쩌겠나?"




"남녀 문제는 이성을 잃게 만들기 때문에 무슨 일을 벌일 지 아무도 몰라. 자네라면 가만 있겠나?"




'나에게 이 일이 닥친다면'이라고 생각하자 에리히도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주군이지만 도무지 용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네, 내 마누라가 윗사람이랑 배꼽을 맞춘다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막나갈 수도 있겠네."




"그래서 우리가 오늘 정신 바짝 차리고 근무를 서야 하는거야."




"알겠네, 자네 말을 명심하지."




에드는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자꾸 신경이 쓰였다. 이번 임무에 투입됐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지금까지 너무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마음에 걸렸다.




카를로스와 메릴린은 새벽 동이 트기 직전 영빈관 밖으로 나왔다. 둘은 다시 한 번 진한 키스를 나누었고 메릴린은 여종과 함께 안채로 돌아갔다.




일단 날이 샐 때까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제 짐을 꾸려 떠나기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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