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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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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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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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살인사건

DUMMY

올리베르는 집 지하에 있는 창고에다 도리아를 강제로 밀어 넣은 뒤 문을 잠궜다. 도리아를 숨겨두기 위해 미리 창고에 침대를 가져다 두는 등 준비를 해뒀었다.




정신이 든 도리아는 자신이 감금됐다는 사실을 알고 미친듯이 소리쳤다. 올리베르는 도리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특히 자신을 감금한 자가 다름아닌 올리베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거의 정신나간 사람처럼 변했다.




창고에 갇힌 지 한달여 지나자 도리아가 체념한 듯 조용해졌다. 이제는 도리아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았을까 기대한 올리베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도박꾼 에르케는 아이를 수도원에 판 사실이 파블로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마을에서 도망쳤다고 전했다. 그런 책임감 없는 사내는 잊어버리라며 앞으로는 자신이 앞으로 보살펴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말을 듣자 도리아는 경멸이 가득찬 눈빛으로 '차라리 죽을지언정 시체장사꾼따위와는 같이 살지 않겠다'고 싸늘하게 말했다. 여전히 도리아의 마음 틈바구니에 올리베르가 낄 여지는 없었다.




파블로에게 '시체장사꾼'이라는 말을 들었던 올리베르는 그 딸에게서도 같은 말을 듣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사람 시체를 수습하는 직업이라면 도리아의 아버지는 동물의 사체 가죽을 다루는 직업이 아닌가.




올리베르는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육체라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도리아에게 다가갔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도리아는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이미 눈이 돌아간 올리베르는 그런 도리아가 더욱 섹시해 보일 뿐이었다. 굶주린 늑대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양을 덮치듯이 올리베르는 도리아를 와락 껴안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 쇠약해진 도리아를 힘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으나 오판이었다.




도리아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 지 모를 정도로 강하게 올리베르의 몸을 밀치며 미친듯이 악을 썼다. 예상치 못한 도리아의 저항에 올리베르는 놀라긴 했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올리베르는 도리아의 팔을 뒤로 젖히기 위해 양 팔목을 잡았다. 도리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이미 올리베르를 물리치기 위해 맞섰다. 필사적인 몸싸움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남자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도리아의 양 팔은 몸 뒤로 젖혀졌고, 도리아의 풍만한 가슴이 올리베르의 눈앞에 펼쳐졌다.




올리베르는 미친듯이 얼굴을 도리아의 가슴에 파묻으며 얼굴을 흔들어댔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을 들어 도리아의 얼굴과 마주보았다.




올리베르의 눈과 마주치자 도리아는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올리베르는 자신의 몸으로 도리아의 몸을 누른 채 왼손으로 도리아의 입을 막으려 했다.




도리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입을 막으려는 올리베르의 손을 물었다. 깜짝 놀란 올리베르는 얼른 손을 빼려고 했으나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도무지 빠지지가 않았다.




올리베르는 비명을 지르며 오른손으로 도리아의 머리를 뒤로 밀쳐내며 겨우 입에서 손을 떼냈다.




'우두둑.'




올리베르의 왼손 모서리 부분의 살점이 뜯겨 나가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올리베르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도리아를 노려봤다.




피로 물들어 있는 입에서 도리아는 살점을 뱉어내고 있었다. 입 주위에 온통 피로 칠갑한 채 도리아는 살짝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또 덤빌테면 덤벼봐.'




도리아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올리베르는 완전 눈이 뒤집혀 도리아를 밀쳐 침대에 눕힌 뒤 몸 위로 올라가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올리베르의 엉덩이 밑에 깔려있는 도리아는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한참을 주먹질을 하던 올리베르는 뭔가 주먹의 감촉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주먹을 보자 피가 걸쭉하게 변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그리고 도리아의 상태를 살펴보니 죽은 게 아닐까 덜컥 두려워졌다. 올리베르는 오른손을 도리아의 코 밑에 댔다. 가느다란 숨결이 느껴졌다.




어떻게 얻은 도리아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올리베르는 윗층으로 올라가 지혈을 할 만한 헝겊을 들고와 도리아의 얼굴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바깥에는 멍자국만 있을 뿐 찢어진 자국은 없었다. 흐르고 있는 피는 입속이 찢어져 흘러나온 것이었다. 피를 닦아내고 지혈만 할 수 있을 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미 늦은 밤이라 의원에게 데려갈 수도 없었다. 제발 죽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날이 밝기만 기다렸다.




날이 밝는 대로 의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 미어덴은 작은 마을이라 의원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날이 밝자마자 올리베르는 의원으로 막 출발하려다 잠시 주춤했다. 생각해보니 그 의원은 도리아의 아버지 파블로와 친한 사이라 도리아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도리아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파블로에게 알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파블로에게 맞아죽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고민을 하던 올리베르는 에르탱을 떠올렸다. 이 상황에서 기댈 데는 에르탱밖에 없었다.




수도원에는 의술을 공부하는 수사들이 있기 때문에 이정도 부상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에르탱에게 부탁해 의술이 가능한 수사를 조용히 자신의 집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올리베르는 해가 뜨자마자 미어덴 회당으로 달려갔다. 올리베르의 입에서 잊고 있던 도리아라는 이름이 나오자 에르탱은 발끈했다.




그렇잖아도 골치 아픈 존재인 도리아가 죽음의 문턱에 있다는 말에 죽게 내버려두라고 말했다. 올리베르는 다시 파블로의 이름을 들먹이며 마을 의원을 찾아간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협박했다.




에르탱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참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알겠다고 한 뒤 올리베르를 돌려보냈다.




에르탱은 수도원으로 사람을 보내는 대신 고리대금업자 융거를 불렀다. 융거는 예전 에르케에게 빚을 지게 했던 자로 에르탱의 심복이었다.




에르탱은 올리베르를 조용히 손봐주라고 융거에게 지시했다.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반병신을 만들어 부랑자수용소로 보내라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융거는 지시사항을 이행하겠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렇잖아도 올리베르를 한 번 손봐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는데 이런 명령을 내려준 에르탱에게 오히려 감사했다.




에르케에게 빚을 지게 하기 위해 융거를 소개해준 장본인이 올리베르였다. 올리베르가 에르케의 빚 상환 능력을 과대포장하는 바람에 과다한 액수를 빌려줬고, 에르케가 도주하면서 결국 큰 손실을 봤다.




올리베르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손실을 일부라도 배상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나중에는 보증도 서지 않았는데 왠 연대책임이냐고 오히려 따지기까지 했다.




실제 장의사로 돈을 좀 번 올리베르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연대보증서 같은 서류는 없었다. 융거는 속으로 화를 삭히며 손해를 자신의 돈으로 메워야 했다.




그런데 마침 올리베르에게 린치를 가하라는 에르탱의 지시가 떨어진 것이었다.




융거는 자기 밑에서 채권 추심을 하는 어깨 5명을 대동하고 올리베르의 집으로 즉각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노크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 올리베르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융거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진 올리베르의 두 다리를 관 짤 때 쓰는 큰 톱으로 썰어내 버렸다. 그리고 오른팔은 해머로 두들겨 짓이겨 버렸다.




밥이라도 스스로 먹고 살아라는 의미로 왼팔은 그냥 뒀다. 융거는 어깨들에게 올리베르를 마을 밖 부랑자수용소로 데려가 그곳에 던져두라고 지시했다.




부랑자수용소는 세상과 격리된 공간으로 그곳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사실상 세상에서 삭제되는 것이었다.




도리아도 확실하게 처리하라는 에르탱의 지시에 따라 융거는 도리아의 상태를 살폈다. 얼굴을 포함한 온 몸이 멍자국인데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그냥 둬도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융거는 뒷처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올리베르를 끌고 나온 후 집에 불을 질렀다.








이야기를 마친 후 올리베르가 안젤라의 얼굴을 보자 안젤라의 두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안젤라는 아무런 죄없이 비명에 목숨을 잃은 도리아가 불쌍해 견딜 수 없었다.




"파티마님, 이런 제가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안젤라는 앞치마로 눈물을 훔치며 진정을 되찾았다.




"성모님은 어떤 죄인이라도 다 용서하신답니다. 성모님의 이름으로 올리베르 형제의 죄를 사합니다. 마니모넬."




안젤라가 성호를 그리며 용서하자 올리베르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흐느꼈다.




고해성사는 다른 사람이 들어서는 안 되지만 아그네스는 문 밖에서 다 듣고 말았다. 안젤라와 올리베르가 있던 곳이 방 안에서 문 바로 옆이었다.




아그네스도 죄없이 목숨을 잃은 도리아가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안젤라와 도리아가 구분 못 할 정도 닮았다는 올리베르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혹시 안젤라가 도리아의 딸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었다. 안젤라가 만약 20여년 전 수도원에서 태어난 게 맞다면 도리아의 딸이 확실했다.




아그네스는 추후에 이 일을 확실하게 조사해 안젤라와 관련된 출생의 비밀을 캐보리라 다짐했다.




이날 봉사활동은 부랑자들에게 저녁을 대접해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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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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