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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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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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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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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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하는 잠룡

DUMMY

"서방님이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를 하시네요. 미리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회담장에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던가요? 그걸 순탄하게 처리하는 게 능력이라는 걸 모르시나요? 그리고 베스타노프 장군과의 동맹을 말씀하셔서 저도 한 말씀 드리는 건데요. 우리 트란베스트 가문이 그 휘하로 들어가지 않고 각자 영역을 지키며 긴밀하게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어찌 그렇게 비하할 수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도와주겠다는 언질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모르시나요?"




카타리나는 헬무트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자 헬무트는 메릴린 이야기를 꺼내며 카타리나의 심기를 건드리려 했다.




"형님이 만나려 했던 여자가 메릴린이라고 하는데 예전 형수님이 드레멘으로 쫓아 보냈던 그 여자 아닌가요? 그때 제대로 처리했다면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겠어요?"




"서방님이 말을 이상하게 하시네요. 바람 한 번 피웠다고 그럼 죽여야 하나요? 서방님도 상당히 풍류를 즐기시는 걸로 아는데 베네토 거리에 가면 죽여야 할 여자가 정말 많겠어요?"




베네토 거리는 사창가가 밀집한 글라츠 최대의 집창촌이었다. 부인을 전방에 두고 글라츠에 온 헬무트가 매일 밤 베네토 거리를 기웃거린다는 것을 ?카타리나가 지적한 것이었다.




"아니, 뭐라구요? 정말 말이면 다인줄 아시나?"




"그리고 병력 100명을 잃었다는 건 맞지만 정작 사망자는 3명이에요. 물론 3명의 병사도 사실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이곳으로 왔다면 죽지 않을 운명이었겠지만요. 그런데 자꾸 병사 100명을 잃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제 남편을 겨냥한 여론몰이로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헬무트는 이거야 말로 카타리나가 말실수를 한 것이라 생각했다. 96명이 포로로 잡힌 것은 사실상 전쟁에서 사망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들 목숨을 담보로 무슨 요구라도 해온다면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아무리 군대에 대해 모른다지만 이렇게 순진할 수가... 포로로 잡힌 군인을 전력에서 제외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 입장에서는 생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마이너스죠."




"그럼 군대에 대해 잘 아시는 서방님께서 적 포로 100명을 붙잡으세요. 그리고 우리 포로와 교환하면 되지 않나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3명을 제외하고는 아직 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에요."?




사실상 떼를 쓰는 수준이었지만 나름 일리 있는 말들도 있었다. 도저히 말로는 이기기 힘들어 보이자 헬무트는 성질만 버럭 낼 뿐이었다.




"아니, 여자가 어디 남자들 하는 일에 끼어들어서..."




언쟁이 격해지자 알폰소가 손짓을 하며 둘 다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며늘아기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건 인정하마. 지만 여기 돌아온 뒤 거짓 보고를 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니?"




"그건 저도 드릴 말씀이 없네요. 평소 아버님께서 그이를 워낙 닥달하시니 그이가 무서워서 그랬다고밖에 보이질 않네요."




"거짓말을 한 게 내 탓이다?"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아버님께서 그이에게 평소에 보다 믿음을 주셨다면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죠."?




"그렇다고 100명이나 되는 우리 가문의 병사들이 적들의 손에 넘어갔는데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는 것은 앞으로 더 문제가 되지 않겠니?"




어느새 카타리나는 회의 석상 말석에 앉아 알폰소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버님, 잘 생각해보세요. 이번 회담에 참석한 각 가문의 대표들은 해당 가문의 후계자가 확실시 되는 사람들이었어요. 아버님도 그이를 보낼 때 사실상 후계자로 생각해서 보내신 것 아닌가요? 만약 이번 일로 그이를 후계자 자리에서 내치신다면 합의문 자체가 휴짓조각이 될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알폰소는 당초 회합을 추진하면서 각 가문의 후계자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다시 가문으로 돌아가 재가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해 시간을 절약하자는 뜻이었다. 카타리나가 그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었다.?




알폰소의 마음이 흔들리자 이번에는 헬무트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번 회의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카를로스의 징계는 '향후 10년간 가문의 사무에서 배제한다'로 정해져있었다. 이는 사실상 후계자 자리에서 박탈되는 것을 의미했다.




"그거야 내가 다시 각 가문들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드리면 돼요. 형수는 이제 그만 빠지세요."




"마치 서방님이 후계자가 된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래서 형님의 치부를 아버님께 고자질 하신 건가요?"




"뭐라구요? 고자질이요? 아니 여자 하나 때문에 임무를 망각하고 가문의 병사들을 포로로 만들었는데 이걸 그냥 보고 있어요?"




"그 사실을 알고 신나서 아버님께 고자질할 때의 서방님 얼굴이 볼만 했겠는데요? '이제 이 가문은 내꺼다'라는 생각이 드니 행복하셨겠어요?"




"뭐? 형수라고 대우해주니까 이게 정말..."?




"됐다. 둘 다 그만하거라."




알폰소는 머리가 아팠다. 카를로스가 평범하기만 해도 후계자 문제는 걱정 없었는데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며칠 뒤 다시 논의하기로 하자. 여러분들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이거 죄송하게 됐소이다. 각자 자기 영지로 돌아가 앞으로의 전쟁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바라오."




알폰소는 서둘러 회의를 파했다. 가신들이 모두 자리를 뜨고난 후 알폰소는 카를로스, 헬무트, 카타리나를 불러 앉혔다.




"집안의 못난 꼴을 중신들에게 보이고 말았구나."




"아버님, 죄송합니다."




"난 항상 말해왔지만 가문의 번영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 너희들이 가문의 후계자 운운하며 싸우는 꼴을 보니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 없구나."




카를로스 등은 알폰소의 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단 공식적인 징계는 내리지 않았지만 카를로스 너는 앞으로 처신을 더욱 조심하도록 하고 당분간 계속 자숙해라."




"네 알겠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헬무트 너는 형의 잘못을 알았으면 감싸줘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잘못도 크다. 다시 한 번 후계자 자리를 탐해 분란을 일으킨다면 당장 서부전선으로 쫓아낼테니 그리 알거라."




헬무트는 분했지만 알포소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다된 밥에 코빠뜨린 형수가 증오스러울 지경이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카타리나, 오늘 한 번은 그냥 넘기겠다만 앞으로 다시는 중신 회의에 무단으로 참석할 생각은 말거라. 집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커지는 걸 나는 용납 못한다. 알겠느냐?"




"네, 아버님."




"다들 돌아가거라."




혼쭐이 난 세 명은 뒷걸음질로 집무실 문으로 향했다.




"참, 카를로스 너는 이번에 시신으로 돌아온 병사 3명의 장례를 성대히 치러주도록 해라. 특히 부인과 자녀를 남기고 널 대신해 목숨을 잃은 에드바르트 키실링은 지난번 네가 말했던 대로 행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이미 에드의 고향에 사람을 보내 셋째 아들을 데려 오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아직 모를텐데 만나면 잘 위로해주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카를로스는 겨우 한숨 돌렸다. 아버지의 진노를 사 이번에야말로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폰소의 집무실 밖으로 나온 후 헬무트와 카를로스는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찢어졌다.




"당신, 아버님 앞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거야?"?




"어차피 이판사판 아닌가요? 당신이 거기서 가만 있었다면 분명히 가문 업무에서 배제됐을테고 서방님이 사실상 후계자 자리를 굳혔겠죠."




"그렇게 됐겠지."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면 모든 걸 잃게 되는데 한 번 꿈틀대기라도 해봐야죠. 그래서 일부러 서방님을 자극했어요."?




"응, 헬무트를 왜?"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야죠. 큰 잘못을 저지른 당신도 후계자 자격이 없지만 이를 뒤에서 고자질한 서방님도 자격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만든거죠. 그게 제대로 먹혀 들었어요. 당신이 점수를 잃은 만큼 서방님도 점수를 잃었어요. 그니깐 어깨 좀 쭉 펴고 당당해지세요."?




"당신이라는 여자, 정말 대단해. 당신이 남자로 태어났다면 진짜 훌륭하게 우리 가문을 이끌어 갔을 텐데."




"객적은 소리 마세요. 전 비젠도르프 가문의 안주인 자리로 만족해요. 당신은 꼭 아버님 뒤를 이어 가주 자리를 물려받아야 해요."




카를로스는 즉답을 피한 채 하늘만 바라봤다. 저멀리 하늘 위로 기러기떼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 비젠도르프 가문 후계자라는 굴레를 벗어나 저 기러기처럼 자유롭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대답이 없어요, 가문을 물려받기 싫어요?"




"으응, 아냐. 물려받아야지. 물려받아야 하고말고."




"당신은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그럼 머지않아 비젠도르프 가문의 수장이 돼 있을 거예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카타리나가 믿음직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대부인이 되고 말겠다는 카타리나의 욕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렬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으리, 홀츠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거실에서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카를로스에게 가르펜 집사가 다가와 말했다.




"홀츠에서 사람이 오다니? 누구 말인가?"




"드레멘에서 나으리 대신 목숨을 잃은 에드의 아들 말입니다."




"그래? 드디어 왔군. 어서 이쪽으로 데려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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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94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9쪽
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79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1쪽
78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1쪽
71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7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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