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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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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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하는 잠룡

DUMMY

파덴스인에 대한 이야기를 레이나르트는 신기한 듯 귀를 쫑긋 세우며 들었다.




"개종을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냐?"




"그래, 나도 프란디아인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하고 싶어. 그런데 주변 시선은 여전히 나를 이방인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야."?




"그렉, 너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레고르가 파덴스인으로서 겪었던 차별을 레이나르트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계기가 됐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을 한다는 것은 그 대상자에게는 상상하지 못할 고통을 겪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네가 프란디아인으로서 프란디아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무슨 일을 하고 싶니?"




"난 내년에 중앙군사학교 시험을 쳐 군인이 될거야."




"군인?"




조용하고 차분한데다 남을 잘 배려해주는 성격의 그레고르가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레이나르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왜? 내가 군인이 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니?"




"아... 아니야... 그냥 내가 보기에는 넌 학자가 되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대학 교수나 아니면 신학연구자 같은..."




레이나르트가 그레고르의 성격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었다. 그레고르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네가 본 게 맞아. 난 공부에 분명 더 재능이 있어. 그런데 뭔가 다른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 그게 바로 군인이야."




레이나르트도 원래 꿈이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동네에서 칼싸움 놀이를 할 때 대장은 언제나 레이나르트의 몫이었다.




그런 레이나르트의 꿈을 엄마가 반대했다. 평생 군인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온 엄마는 아들마저 전장에 보내 마음을 졸이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레이나르트가 철이 들 무렵부터 정부관료가 될 것을 사실상 강요했다. 엄마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레이나르트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원래 군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래? 그럼 군인이 되면 되지 뭐가 문젠데?"




"엄마가 군인은 절대 안된데..."




"그렇구나... 하지만 레이, 아직 시간이 몇 년 더 있으니 잘 생각해 봐. 중앙군사학교는 학비도 없기 때문에 네가 비젠도르프 가문에 더 신세질 일도 없어."




레이나르트는 학비가 없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사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레이나르트 집안과 비젠도르프 가문의 관계는 단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비젠도르프 가문의 가신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데는 바로 학비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3년 뒤 중앙군사학교로 진학하게 된다면 더 이상 비젠도르프 가문에 기댈 필요가 없었다.




"고마워 그렉,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그럼 우리 이만 자자. 잘 자 레이."




"그렉도 잘 자."










두 달이 쏜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레이나르트도 어느새 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나갔다.




친구들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그레고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업도 약간씩 따라갈 수 있었다.




빌헬름의 괴롭힘도 계속 됐다. 레이나르트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식으로 빌헬름의 괴롭힘을 견뎌냈다.




니나는 오전수업까지만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괴롭힘이 줄었다. 그래도 니나는 틈만 나면 레이나르트에게 해코지를 해댔다.




어느날 레이나르트가 체력단련시간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기숙사 현관문으로 들어가려 했을 때 누군가 레이나르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나르트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여학생 하나가 벽 틈으로 머리를 빼곡이 내고서는 레이나르트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저녁 시간 이후에는 학생들은 이성 기숙사에 다가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아직 저녁 시간이 되지 않아 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학생 기숙사와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여학생이 남학생 기숙사 근처로 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레이나르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라며 소리가 나지 않게 입모양을 만들었다.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나르트는 친구들에게 먼저 기숙사로 들어가라고 한 뒤 여학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학생은 니나와 친하게 지내는 게하르트 가문의 카렌이었다. 이번에 입학한 여학생 중 가장 예뻐 뭇 남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이였다.




"아가씨, 무슨 일이세요?"




레이나르트가 말을 건네자 카렌의 얼굴은 발갛게 홍조를 띄었다.




"그... 그냥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카렌은 레이나르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먼산만 바라보며 부끄러운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네? 친해지고 싶다구요?"




레이나르트는 순간 또 니나가 무슨 장난을 치는 게 아닌가 의심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노릇을 하는 니나라면? 친구를 이용해 충분히 자신을 놀림감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응..."




카렌은 이 말을 하고 부끄러운 둣 고개를 푹 숙였다. 괜히 무안한 듯 발장난을 치며 땅바닥에 있는 돌맹이를 이리저리 걷어찼다.




레이나르트는 카렌의 진심을 알 수 없어 헛움음을 지었다.




"지금도 충분히 친하지 않나요? 니나 아가씨한테 무슨 부탁을 받고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레이나르트가 니나의 이름을 거론하며 딱 잘라 거절하자 카렌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야. 내가 온 것은 니나 아가씨랑 아무 상관 없어. 그냥 난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레이나르트는 당황하는 카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무슨 꿍꿍이일까? 나를 놀림감으로 만들려고 또 이런 일을 벌이는 건가?'




"정말이야. 믿어줘, 레이..."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데 더 추궁하기도 애매했다.




"알겠어요. 뭐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데 그렇게 하세요."




레이나르트가 허락하자 카렌의 얼굴이 확 펴지며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레이나르트는 '참 예쁘기는 예쁜 아가씨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럼 친구가 된 기념으로 내가 선물을 줄게. 자 받아."




카렌은 수줍은 듯 자기 주머니에서 나비모양의 머리핀을 레이나르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뭐죠?"




"내가 레이에게 주는 선물. 이걸 보면서 내 생각해."




카렌은 이 말을 한 뒤 뒤돌아서서 종종걸음으로 여학생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레이나르트는 카렌의 뒷모습과 손에 쥔 머리핀을 번갈아 보며 이 상황을 해석하려 애썼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카렌의 의도는 순수한 것 같아 그냥 넘기기로 했다.




?며칠 뒤 사단이 벌어졌다. 점심시간에 니나 패거리를 만난 게 화근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던 중 하필이면 니나 패거리와 마주쳤다.




"야, 레이!"




어김없이 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니나 아가씨. 무슨 일이시죠?"




레이나르트가 니나 앞에 서서 인사를 건네자 니나 뒤에 있던 카렌이 환하게 웃으며 살짝 손을 흔들었다. 카렌의 미소를 보자 레이나르트는 자기도 모르게 같이 손을 살짝 흔들었다.




이 상황을 눈치 못챌 니나가 아니었다.




"어쭈? 둘이 뭐하는 거야? 카렌, 너 레이랑 무슨 관계길래 그렇게 인사하는 거야?"




니나의 추궁에 카렌은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 니나 아가씨... 무슨 관계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해서 편하게 인사한 거예요."




'친구?' 자기 소유의 장난감과 허락도 없이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는 말에 니나의 분노가 폭발했다.




"누구 맘대로 친구로 지내? 응? 레이는 우리집 하인이야. 그런데 게하르트 가문의 고명하신 따님이 하인과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고?"




불 같이 화를 내는 니나 앞에서 카렌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사실 레이가 하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한건데..."




카렌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말대꾸를 하자 니나는 더 약이 올랐다. 니나는 곧바로 카렌의 뺨을 갈겼다.




"내가 하인이라면 하인인거지 어디서 말대꾸야?"




니나는 한 대 더 때리려고 오른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더 두고 보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레이나르트는 일단 니나의 팔목을 붙잡았다.




"니나 아가씨, 참으세요. 모든 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요. 카렌 아가씨를 몰아부치지 마시고 차라리 절 나무라세요."




레이나르트가 자기 편을 들지 않고 카렌 편을 들자 더욱 마음이 상했다.




"이거 안 놔?"




니나는 레이나르트의 얼굴을 노려보며 팔을 놓으라고 악을 썼다. 그렇지만 레이나르트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니나는 한참을 버둥거리다 힘이 부쳤는지 팔을 내려 놓았다. 니나가 진정됐다고 생각한 레이나르트는 니나의 팔을 놓았다.




이번에는 니나의 손이 레이나르트의 뺨을 후렸다.




'짝!'




"어디 더러운 손을 내 몸에 갖다 대는 거야? 너희 두 연놈들 내가 두고 볼거야. 그리고 레이 넌 방학 때 집으로 가면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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