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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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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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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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살인사건

DUMMY

20여년 전 미어덴에서 장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올리베르는 스무살 무렵 아버지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가업을 물려받았다.




진취적이고 아이디어가 많았던 올리베르는 같은 값이면 남들보다 더 좋은 원목을 쓰고, 수의를 공짜로 제공해주는 등 후하게 영업을 한 덕에 마을에서 인심을 쌓으며 돈도 좀 모았다.




시체를 상대하는 직업이라는 편견이 많았지만 올리베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고인의 가는 길을 돌봐주는 직업이라며 장의사라는 자기 직업에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직업 때문에 청혼을 거절당한 뒤 처음으로 좌절에 빠졌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를 모시며 결혼도 뒤로한 채 차곡차곡 돈을 모으던 올리베르는 어느덧 30줄에 다다르게 됐다.




모친은 지인들의 딸들을 소개하며 올리베르에게 빨리 결혼을 하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올리베르는 자신의 결혼 상대는 직접 고르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던 중 올리베르는 자신의 운명을 걸만한 한 여인을 만나게 됐다. 첫눈에 반한 올리베르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구애를 했다.




당시 올리베르가 청혼했던 대상은 마을 최고의 미인이었던 도리아였다. 도리아는 가죽가공업자 파블로의 딸로 동네 청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 도리아에게 올리베르는 당당히 청혼을 했던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꽤 돈을 모았다는 자신감도 한몫했었다.




하지만 도리아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냥 거절한 것이 아니라 장의사라는 직업 자체를 비하하며 거절했다. 수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으며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도리아에게 올리베르 정도는 당연히 눈에 차지 않았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너무 냉정하게 거절당하자 올리베르는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도리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후에도 두어 차례 더 구애를 했으나 도리아의 마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는 옛말을 떠올린 올리베르는 방향을 틀어 도리아의 아버지 파블로를 설득하기로 했다. 올리베르는 파블로를 찾아가 딸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자신에게 딸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내세울 게 재력밖에 없었던 올리베르는 진귀한 보석과 세르베스산 최고급 양가죽 등 엄청난 선물을 파블로에게 안겨줬다.




그러나 파블로의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시체장사꾼' 따위에게는 딸을 절대 줄 수 없다며 멱살을 잡고 가게 밖으로 올리베르를 내동댕이쳤다.




올리베르는 이때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는지 보름 밤낮을 술로 지새웠다. 올리베르를 더욱 절망케 한 것은 도리아가 도박이나 일삼는 한량 에르케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올리베르는 에르케를 도박장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올리베르는 도박을 전혀 하지 않지만 도박꾼들에게 꽁짓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자들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올리베르는 대부업자들에게 많지는 않은 돈이지만 여윳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아 쏠쏠하게 가욋돈을 챙겼다.




어느날 올리베르가 이자를 받기 위해 도박장을 찾아갔을 때 대부업자 앞에서 비굴하게 돈을 빌리던 에르케와 맞닥뜨렸다.




허우대가 멀쩡하고 잘생긴 얼굴의 에르케는 전형적인 한량이었다. 도박에 빠진 인간들을 경멸하던 올리베르였기에 에르케와 간단한 인사만 건네고는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었다.




그런데 도리아가 그런 인간 말종과 사랑에 빠졌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올리베르는 에르케의 모습을 떠올리자 끓어오르는 분노에 이성의 끈을 놓고 절규했다. 차라리 귀족 자제와 사랑에 빠졌다면 모를까 에르케 같은 노름꾼은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올리베르는 모든 원인이 에르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에르케만 사라진다면 도리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날 이후 올리베르는 일부러 에르케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나이도 비슷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올리베르는 에르케를 꼬드겨 점점 도박의 수렁에 빠지게 만들었다.




에르케는 원래 노름을 좋아하긴 했지만 가진 돈이 없어 큰 도박에는 끼지를 못했다. 하지만 올리베르가 약간씩 판돈을 보태주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일수꾼을 소개해주는 식으로 해서 점점 큰판에 끼게 됐다.




도박에 점점 빠져드는 에르케를 보며 도리아는 그만두라고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리아는 결혼을 하면 사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아버지가 극구 반대하는 결혼을 떼를 써 허락받았다. 결혼까지 했지만 에르케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둘이 같이 살게 됐다는 소식에 올리베르는 다시 한 번 절망했지만 에르케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졌다. 에르케를 완전히 빚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고 말겠다고 신에게 맹세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어느새 에르케의 빚은 130길론까지 늘어나 있었다. 도리아는 당시 만삭으로 출산을 한달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빚도 쌓일대로 쌓인데다 도리아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자 올리베르는 마침내 흉계를 실행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올리베르는 미어덴 대부업계의 흑막이자 회당의 교부 에르탱을 이용해 에르케를 함정에 빠뜨리기로 했다. 올리베르는 미어덴 회당의 교부 에르탱이 예비사제모집 사업에서 지지부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예비사제모집은 교황청에서 가장 관심있게 추진하는 사업으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해당 회당의 책임자는 심한 질책을 받게 된다.




그런데 에르탱은 돈놀이에 빠져 예비사제모집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교황청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예비사제의 경우 나이가 어릴 수록 좋았고 특히 수도원에서 출산하는 경우 3배의 가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처지의 에르탱은 올리베르가 계획한 음모의 핵심 열쇠였다. 실제로 에르케가 빌린 돈의 소유권은 에르탱에게 있었기 때문에 에르탱은 빚독촉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빚을 탕감해줄 수도 있었다. 물론 빚을 탕감해주는 대가는 아이를 수도원에 파는 것이었다.




이날을 위해 올리베르는 매주 회당에 나가는 신실한 신자 행세를 하며 에르탱과 친분을 쌓고 있었다. 어느날 올리베르는 에르탱을 찾아가 예비사제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고민해결 방법이 있다고 꼬드겼다.




에르탱은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에 반색을 하며 반겼다. 올리베르의 제안을 한참 듣던 에르탱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올리베르에 대해 미심쩍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에르탱은 당장 일을 추진할 것을 허락했다. 에르탱의 허락이 떨어지자 올리베르는 자신의 진짜 흉계를 털어놓고 에르탱의 동의를 구했다.




그것은 도리아가 아기를 낳다 죽은 것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장의사인 자신이 도리아를 관에다 실어서 빼돌리고 화장할 때는 다른 비슷한 시체를 넣어두겠다고 했다.




에르탱은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버럭 화를 냈다. 갓난 아기를 돈으로 매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에르탱의 반발은 예상했다는 듯 올리베르는 다시 설득을 시작했다. 도리아가 누구 딸인지 알게 된다면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에르탱을 다그쳤다.




도리아가 마을 유지 파블로의 딸인데 그 손주를 수도원에서 빼앗아간다면 파블로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파블로의 성격은 에르탱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런데 노름꾼 에르케의 부인이 파블로의 딸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예 올리베르의 제안을 물리치고 싶었지만 예비사제모집 문제가 에르탱을 옥죄었다. 곧 연말인데 도리아의 아기가 없다면 할당량을 채우기는 힘들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교단의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는 향후 승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었다.




에르탱은 마지못해 올리베르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도리아가 살아 있다는 것을 누구도 모르게 하라는 주문을 했다.




올리베르는 절대 사람들이 알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굳게 약속했다.




마침내 도리아의 출산일이 됐다. 올리베르의 흉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빚에 허덕이고 있던 산파를 섭외해 수도원으로 보내 아기를 받게 했다.




산파는 약속한대로 아기를 낳자마자 도리아의 코에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을 적신 헝겊을 올렸다. 도리아는 출산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출산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올리베르는 에르탱이 손짓을 하자 곧바로 출산실로 들어가 도리아를 관에다 옮겨실었다. 도리아가 누워있던 침대에는 올리베르가 옮겨온 시체가 올려졌다.




올리베르는 수도원 뒷마당의 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관을 옮기는 일꾼들은 시체 하나를 수습해 가는 줄만 알았을 뿐 관 안에 살아있는 여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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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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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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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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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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