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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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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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하는 잠룡

DUMMY

거실에 남루한 옷차림의 형제가 들어왔다. 에드의 큰아들 페터와 셋째 아들 레이나르트였다.




페터와 레이나르트는 귀족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처음이었다. 카를로스를 보자 둘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이리 와서 앉도록 해."




카를로스는 에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셋째 아들을 글라츠로 불러 행정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이었다. 페터는 동생 레이나르트를 홀로 보낼 수 없어 이곳에 데려다주기 위해 동행했다.




"이쪽이 에드가 말한 레이나르트일테고, 자네는?"




"나으리, 처음 뵙겠습니다. 전 큰아들 페터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 오면서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너희들 아버지가 드레멘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어."




"네, 가르펜 집사님으로부터 말씀 들었습니다."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는듯 페터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이에 비해 동생 레이나르트는 아버지의 죽음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인지 평온해 보였다.




고향 홀츠에서 아버지 에드가 적들에게 붙잡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페터는 최악의 경우 아버지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글라츠에 도착하자마자 실제로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듣자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둘은 서로 부여잡고 오열했다.




페터는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버지가 죽으면 자신이 아버지를 대신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페터는 카를로스를 만나기 전 어린 레이나르트를 다독여 진정시켰다.




"동생은 아직 어려 아버지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모양이지?"




"아니에요, 레이도 엄청 슬퍼했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언제나 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참고 있는 거예요."




카를로스는 자기를 대신해 에드가 죽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래, 훌륭하구나. 너희 아버지가 죽기 전 나에게 너희 가족들을 부탁했단다. 그래서 난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해."




"나으리, 감사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레이는 트란베스트행정학교로 입학시켜 주기로 했어. 그래서 당분간 여기서 살아야 해. 괜찮겠니?"




레이나르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정말 똑똑해요. 우리 형제들 중 레이가 제일 머리가 좋아요. 아마 학교에 간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 나으리의 훌륭한 신하가 될 거예요."




페터는 레이나르트가 얼마나 똑똑한지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를로스는 관심 없는 페터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따분해졌다.




죽은 부하 에드의 약속을 지키는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을 뭇사람들에게 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래, 앞으로의 일은 가르펜 집사와 상의해서 하도록 하거라."




페터와 레이나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가르펜을 따라 나왔다.?




?"페터, 아버지의 시신을 홀츠로 보내야 하는데 언제 떠날텐가?"




"내일 제 동생이 머물 곳을 한 번 살펴본 뒤 바로 떠나겠습니다."




"아버지 일은 정말 안됐네. 아마 내일 떠나기 전에 다시 카를로스 나으리께서 위로금을 좀더 챙겨주실거야."




"우리 가족은 지난번에 주신 돈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요. 그 돈은 제 동생이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보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르펜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했는지 싱긋 웃었다.




"동생 일이라면 전혀 걱정할 게 없어. 이미 나으리께서 행정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수속을 다 밟아놨어. 그리고 에메랄드 하우스에 동생의 방을 마련해뒀어."




카를로스의 저택은 증축을 하면서 기존 건물은 다이아몬드 하우스, 왼쪽은 에메랄드 하우스, 오른쪽은 크리스탈 하우스라고 명명했다. 카를로스 부부는 다이아몬드 하우스에 기거하고 있었고, 세 딸은 크리스탈 하우스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식객 및 가신 등은 에메랄드 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동생은 아마 조만간 가르펜의 유년학교에서 기초 공부를 하게 될 것이야. 거기가 상류귀족 자제을 비롯해 법관귀족, 행정귀족, 기사급 계층의 자제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야."




"동생은 평민인데 괜찮을까요?"




"돈 많은 평민들 자제도 그곳에 다니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말게. 그곳에서 기초 공부가 끝나면 아마 행정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을 거야."




다음날 페터는 레이나르트를 홀로 글라츠에 남겨 두고 아버지의 시신과 함께 홀츠로 떠났다. 페터는 어린 동생이 걱정됐다.










레이나르트는 페터와 작별을 한 후 글라츠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제 당분간 여기에 머물러야 했기에 이곳저곳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큰도시답게 널찍한 중앙 도로 옆으로 대장간, 정육점, 제빵소 등 쭉 늘어서 있는 다양한 상점들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레이나르트는 신기한 듯 고개를 연신 돌려가며 마치 외우기라도 하듯 하나하나 풍경을 머릿속에 담았다.




'쿵.'




옆을 구경하며 걷던 레이나르트는 앞의 사람을 보지 못해 부딪히면서 자빠졌다.




"어이쿠, 얘야 앞을 잘 보면서 걸었어야지."




검은 머리에 짙은 눈썹의 잘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무사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허리춤에는 장검이 있었다.




레이나르트는 재빨리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죄송해요. 제가 앞을 안 보고 걷다가..."




"넘어진건 넌데 네가 왜 죄송하니? 어디 다친 데는 없니?"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에 남자는 레이나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여기 처음 와서 그런데 너 혹시 카를로스 경의 집이 어딘지 아니?"




글라츠의 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대뜸 카를로스의 집이 어디냐고 묻자 레이는 약간 당황했다.




우물쭈물하는 레이나르트가 귀여웠는지 남자는 레이나르트의 볼을 어루만졌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래, 내 소개를 안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내 이름은 클라우스야."




"제 이름은 레이나르트예요."




"그래, 레이나르트구나."




"그냥 레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그래 레이, 카를로스 경의 집이 어딘지 모르니?"




레이나르트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저도 거기 살아요."




"그래? 이거 다행이구나."




레이나르트의 행색을 살피던 클라우스는 레이나르트가 카를로스 집에서 일하는 하인의 아들이라고 짐작했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길 따라 무작정 걸어온 탓에 다시 돌아가는 길은 알고 있었지만 설명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절 따라 오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거길 들리시는 거죠?"




"난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상인이란다. 고급진 물건이 손에 들어왔는데 이곳에서 그것을 살 만한 사람이 카를로스 경의 부인밖에 없을 듯 해서..."




"그게 뭔데요?"




"상아로 만든 성모조각상이야. 지금 들고 이 보자기 안에 있단다."




레이나르트는 상아가 뭔지 몰랐다. 그래도 상아가 뭔지 모르면 창피할 것 같아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코끼리를 본 적 있니?"




"코가 긴 동물 말씀이죠? 직접 본 적은 없고 책에서 읽은 적 있어요."




"책에서? 그럼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거네?"




"네, 전 글을 읽을 줄 알아요. 내년에 트란베스트 행정학교에 입학할 거예요."




"오, 똑똑한 아이구나. 나중에 관료가 될 텐데 지금 잘 보여놔야 겠는걸? 하하."




클라우스와 레이나르트는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카를로스 집까지 걸어 왔다.




"저곳 가운데 다이아몬드 하우스에 카타리나 대부인이 계실 거예요."




클라우스는 왠지 레이나르트가 마음에 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에는 총기가 가득해 나중에 뭔가 큰일을 할 수 있는 애가 아닐까 생각했다.




클라우스는 집사 가르펜의 안내를 받고 다이아몬드 하우스의 거실에서 카타리나를 기다렸다.




클라우스가 상아로 만든 성모상을 들고 카타리나를 찾았지만 실상은 카타리나의 친정인 피센클라인 가문과의 거래를 트기 위함이었다.




피센클라인 가문은 최근 영지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돼 이를 안전하게 거래하기 위한 거래처를 물색 중이었다.




금광은 원래 국가의 소유가 돼 금광을 소유했더라도 영주가 마음대로 금을 거래할 수 없었다. 피센클라인 가문은 이를 극비로 취급하며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피센클라인 가문은 금광 주변에 대규모 경비인력을 두고 금광을 구리광산으로 위장해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금광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채굴 인력은 모두 노예시장을 통해 공급받았다.




클라우스는 몇년 전 솔라멘테교에 대규모 향유 거래를 성공시킨 후 큰돈을 벌었고 이를 자본금으로 노예무역에도 뛰어들었다. 슈바르츠란트에서 노예를 실어와 이곳에서 팔면 엄청난 이문이 남는 장사였다.




클라우스는 피센클라인 가문이 노예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4개월 전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일반적으로 노예를 원하는 사람들은 덩치가 큰 노예들을 선호했지만 피센클라인 가문은 몸집이 작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클라우스는 힐베르담에서 팔리지 않은 몸집 작은 노예들을 모아 피센클라인 가문에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피센클라인 가문이 몸집 작은 노예들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뭔가 돈이 될 것 같은 촉이 왔다.




클라우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금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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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4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9쪽
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9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78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7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1쪽
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1쪽
71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7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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