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최근연재일 :
2024.08.05 00: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582
추천수 :
5
글자수 :
455,697

작성
24.08.03 00:05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에드는 이번 임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소집된 이후 단 한 번의 전투가 없었지만 봉급은 전투수당을 더해 지급해준다는 것이었다.




부대 내에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당분간은 봉급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벨라시타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인해 부대 소집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에드, 곧 떠난다는군."




"날씨도 좋고 여기 더 머물렀으면 좋겠는데 아쉽구먼."




"생각보다 훨씬 일이 잘 풀려 카를로스 경의 기분이 매우 좋아보이네. 우리도 다행이지."




"지금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어 좋았지만 앞으로 쉽지 않겠어."




"에드, 그게 무슨 말인가?"




"아까 산책을 하면서 다른 가문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혁명정부 쪽에서 대규모 병력을 트란베스트로 보낸다는거야. 조만간 큰 전투가 벌어질 것 같아."




"나도 그 이야기는 들었네. 우리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싸워 돈만 벌면 되는거야.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라구. 하하."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에드는 집에 두고 온 엘레나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동안 별다른 벌이가 없어 고생했는데 이번 임무가 끝나면 큰돈을 들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졌다.




'파울러는 얼마나 자랐을까? 페터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있겠지?'




에드는 문득 셋째 아들 레이나르트를 떠올렸다. 올해 열두 살이 된 레이나르트는 누구를 닮았는지 영특하기 그지 없어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당연히 어릴 때부터 농사일에 동원되면서 자연스럽게 농부로 커가지만 왠지 레이나르트는 그렇게 키우기 아까웠다.




에드는 레이나르트에게 공부를 가르쳐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글라츠에서 책을 사왔다. 예상대로 다른 아이들은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레이나르트는 엘레나의 도움으로 글을 배운 뒤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책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평민들이 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에드의 아들이 똑똑하다는 소문이 에드의 부대 내에도 퍼지면서 카를로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평소 근면성실하고 전투에도 능해 많은 공을 세운 에드를 잘 알고 있던 카를로스는 레이나르트를 기특하게 생각해 어릴 때 공부했던 책들을 몇 권 선물해주기도 했다.




레이나르트는 단순히 책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좋아했다. 전쟁놀이에서는 언제나 대장을 맡는 등 친구들 사이에서 골목대장 역할을 했다.




에드는 레이나르트의 재능을 썩히기 너무 아까워 지방행정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었다. 문제는 학비였다.




연간 2길론에 달하는 학비에다 기숙사비까지 더한다면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때마침 비젠도르프 가문에서 소환령이 떨어지면서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이 6개월 정도만 계속된다면 여덟 식구 1년 생활비는 물론 학비도 넉넉하게 치를 수 있었다. 레이나르트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지방행정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속이 깊은 레이나르트는 집안 사정을 뻔히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아침 식사시간이 끝나자 타이젠호프 장군이 빨리 군장을 싸서 떠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에드와 발빅은 숙련된 솜씨로 야영천막을 걷어내고 차곡차곡 개어 수레에 실었다.




카를로스 일행이 베르린츠에 도착했을 때는 아렌을 출발한 지 나흘째 되던 10월1일이었다. 베르린츠성에 다가서자 저 멀리서 일단의 기병대가 다가왔다.




기병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을 했다.




"나는 트란베스트 주둔군 7사단 소속 레오폴트 카이틀린 소령이오. 현재 베르린츠성은 계엄령이 내려져 허가받지 않은 자는 들어올 수 없소."




카를로스는 타이젠호프 장군에게 대응하라는 듯 손짓으로 지시했다.




"우리는 글라츠에서 온 비젠도르프 후작 가문의 병사들이오. 이 분은 후작님의 큰아들 카를로스 경이십니다. 벨라시타에서 벌어진 쿠데타와 관련해 베스타노프 장군께 상의드릴 일이 있어 왔으니 문을 열어주길 바라오."




카이틀린은 카를로스 일행을 한 번 쭉 둘러본 뒤 말했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라 이 많은 병력이 모두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소. 카를로스 경을 포함해 10명만 안으로 들이겠소."




회담을 하러 온 상대에게 특별한 위해를 가하지는 않겠지만 10명은 너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칼자루는 저쪽에서 쥐고 있으니 카를로스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타이젠호프는 카를로스를 수행할 8명을 선발하기 위해 병사들의 얼굴을 한 명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위급상황에 대비해서 노련하고 검술에 능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았다.




타이젠호프가 신중하게 한 명씩 호명할 때 카를로스가 에드의 이름을 부르며 그도 포함시키라고 했다.




10명 선정이 끝난 카를로스 일행은 카이틀린의 뒤를 따라 베르린츠성 안으로 들어갔다.




에테베가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도시답게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아름다운 정원, 당시의 모든 공학을 총 동원해 만든 거대한 분수 등 베르린츠는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었다.




성 안으로 들어선 후 대로를 따라 10여분 나아가자 정면에 에테베의 카프카스궁이 보였다. 벨라시타의 파르마궁을 본따 만들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파르마궁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궁전을 처음 본 에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글라츠성의 비젠도르프 저택은 카프카스 궁전에 비하면 초가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궁전 내부로 들어서자 벽에는 에테베가 큰돈을 들여 제국 전역에서 사들인 명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복도에는 곳곳에 살아숨쉬는 듯한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에드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베스타노프의 집무실은 예전 에테베가 쓰던 집무실을 약간 개조해 그대로 쓰고 있었다. 집무실에는 카를로스의 출입만이 허락됐다.




"카를로스 경,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장군 반갑소이다. 2년 전에 한 번 만나고는 처음이군요."




베스타노프와 카를로스는 덕담을 한두 마디 더 주고받고서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벨라시타의 상황 때문에 오셨겠지요?"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드라구노프 공작과 맞서 싸우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우리 7대 가문이 뭔가 도와줄 일이 없을까 해서요."




"현재 벨라시타에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몇몇 동지들이 있어 소식을 전해오고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미 드라구노프 공작이 벨라시타를 완전히 장악한 것은 물론 트란베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25개 주 역시 쿠데타 세력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장군께서는 앞으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베스타노프는 난감하다는 듯 이마를 한 번 찌푸렸다.




"저는 여전히 코를리우스 1세께 충성하는 군인입니다. 불의에 굴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드라구노프 쪽 군사력이 월등한데 상대가 될까요?"




"죽음이 두렵다고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트란베스트 주둔군은 오랜 전투경험을 가지고 있어 그쪽 입장에서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희 7대 가문도 드라구노프 공작에 맞서 연합군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장군 쪽 군대와 동맹을 맺고 싶다는 게 저희들의 뜻입니다."




베스타노프는 아데마르 주교로부터 7대 가문이 드라구노프 공작에 맞서게 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은 바 있었다. 원래 귀족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베스타노프였지만 백짓장도 맞들면 낫듯 이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베스타노프와 입장은 달랐지만 호튼족과 전투경험이 많은 7대 가문 병력이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가문의 사병들과 정규군이 연합군을 만든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웠다. 서로 명령체계가 상이하고 병영문화 역시 너무 달라 합쳐진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7대 가문에서 도와준다면 저로서도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연합군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울 듯 합니다."




"연합군을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가 드라구노프 군대를 대항하기 만만찮을 텐데요?"




베스타노프는 연합군을 만들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설득력 있는 베스타노프의 말에 카를로스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군의 말은 그럼 서로 긴밀하게 연락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정보는 공유하지만 작전은 각자 알아서 하자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현재 명령체계가 상이한 두 군대가 한 곳에 모여있다면 혼란만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서 7대 가문이 저에게 최종 작전권을 주지 않을 것 아닙니까?"




사실 연합군 창설에 대해 7대 가문은 큰 틀에서 합의했을 뿐이지 세부적인 안에 대해서는 밑그림조차 그려놓지 않았다.




만약 작전권을 베스타노프에게 넘기고 두 군대를 통합해 운영한다면 이번 사태가 해결된 이후 그 군대가 7대 가문의 사병으로 유지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였다.




베스타노프에게 작전권을 준다는 것은 애초부터 7대 가문의 계획에는 없는 그림이었다. 카를로스는 서로 적대하지 않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것만 해도 이번 협상은 성공이라 여겼다.




"장군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서로 합의서라도 하나 작성하는 게 어떨까요? 말로서 하는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지만 문서에 씌어진 글씨는 영구불변하니까요."




"좋습니다. 제 부관을 불러 합의문을 작성토록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를로스와 베스타노프는 회담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눴다. 베스타노프는 부관을 불러 방금 합의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카를로스는 자신과 베스타노프가 각각 사인한 합의서 한 부를 들고 카프카스궁을 빠져나왔다. 베스타노프는 베르린츠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떠날 것을 제안했지만 카를로스는 정중히 거절하고 베르린츠성 바깥의 야영지로 향했다.




카를로스는 7대 가문 연합군 창설과 트란베스트 주둔군과의 동맹을 자신의 힘으로 이뤄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꼈다.




마치 25년 전 트란베스트의 프란디아 병합 당시 이를 주도했던 아버지 알폰소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이나르트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24.08.05 5 0 -
9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94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9쪽
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79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1쪽
78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1쪽
71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