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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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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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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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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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카를로스 일행이 먼저 저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뒤 에드는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격해오고 있는 기병대와 점점 거리가 좁혀져 곧 따라잡힐 것 같았다.




일단 카를로스 일행이 충분히 멀리 도망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끌어야 했다. 에드는 말고삐를 잡고 있는 무터에게 말들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주문했다.




자신은 마차 안에서 마치 진짜 카를로스인양 행세하고 있었다. 마차 바닥에는 에드가 찔러 죽인 메릴린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현장에 시체를 버리고 올 수도 있었으나 시신이라도 곱게 수습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마차에 실었다. 에드는 주군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무고한 목숨을 빼앗았다는 게 못내 마음이 아팠다. 고향에 두고 온 부인 엘레나보다 한참 어린 여인이 요절했다는 사실 때문에 에드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무고한 아이작그라프 부인을 죽인 벌일 것이다.'




에드가 마차 안에서 이런 상념에 빠져있을 때 고삐를 쥐고 있는 무터는 종횡무진하며 말을 미친듯이 몰고 있었다. 붙잡힐 때가 됐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무터의 말몰이 기술이 뛰어난 탓인지 적들이 도무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드는 쫓아오는 상대의 진을 너무 빼놓았다가는 오히려 위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쯤 붙잡히기로 했다. 무터의 부상도 치료해야했기 떄문이었다.




에드는 바깥에 드나푸르 호수가 보이자 무터에게 마차를 멈춰 세우라고 했다. 에드의 마차가 마침내 멈춰서자 추격대를 이끈 브라운슈바이크 대위가 마차 문 앞에 내려섰다.




"카를로스 경, 저는 트란베스트 주둔군으로 명 받은 브라운슈바이크 대위라고 합니다. 즉시 마차에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에드는 바로 내리지 않고 약간 뜸을 들였다. 밖에서 브라운슈바이크 대위가 두 번 더 하차를 요구하자 그제서야 천천히 마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항복하겠소."




"카를로스 폰 비젠도르프 경이십니까?"




브라운슈바이크는 절차대로 신분확인을 먼저 했다. 에드는 상류귀족 같은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소."




"본관은 반혁명죄로 국가혁명위원회의 수배를 받고 있는 카를로스 폰 비젠도르프 경의 인신을 991년 10월7일부로 구속하겠습니다. 카를로스 경은 본관의 명령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브라운슈바이크의 손짓과 동시에 병사 4명이 에드를 에워쌌다. 귀족의 경우 결박을 하지 않는 게 관례이나 도주하다 붙잡혔기 때문에 이들은 에드의 두 손을 밧줄로 결박했다.




에드가 다시 융베르트의 저택으로 끌려온 시간은 오후 9시가 다 됐을 무렵이었다. 이들은 에드를 영빈관 내 작은 방에 가뒀다. 이곳은 바깥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구조로 임시 감옥으로 쓰기에 적당했다.




집무실에서 오매불망 카를로스의 체포소식을 기다리던 융베르트는 추격대가 카를로스를 붙잡고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자 반색했다.




당장 달려가 카를로스의 낯짝에 침을 뱉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에슈리히 장군 휘하의 베른슈타인 대령의 부대를 불러들이는 바람에 현재 이들의 관할 하에 있어 집주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다.




일단 방 안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융베르트가 차로 입을 적시고 있을 때 바깥에서 큰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어요."




융베르트는 '큰일'이라는 말에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 올라 문을 열어 젖혔다.




"큰일이라니 뭐가 큰일이라는겐가?"




"마님, 마님꼐서..."?




"마님께서 뭐, 어떻게 됐다고?"




"시신이 돼 돌아왔습니다. 가슴에 자상이 있다고 합니다."




엘루이 집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융베르트는 엘루이에게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 뒤 시신을 안치해둔 뒷마당으로 향했다.




뒷마당에 이르자 그곳에는 시신들이 일렬로 놓여져 있었다. 대부분 에드와 타이젠호프의 칼에 목숨을 잃은 베른슈타인 대령의 부하들이었다.




유일한 여성의 시체는 단번에 눈에 띄었다. 낮에 메릴린이 입고 나갔던 외출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메릴린은 핏기 없는 하얀 얼굴로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융베르트는 도무지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마치 단잠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메릴린이 죽었다는 게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메릴린, 메릴린, 당신 빨리 눈떠. 장난치는 거지? 응?"




융베르트는 메릴린의 사체를 부여잡고 한참 동안 울부짖었다.




14년 전 32세의 융베르트와 18세의 꽃다운 메릴린의 결혼은 이곳 드레멘에서 최대 빅뉴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메릴린은 열세 살이 될 무렵부터 드레멘 최고의 미녀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관공서에 쓰이는 직인과 같은 도장을 만드는 직공의 외동딸로 태어난 메릴린은 집안의 배경과 걸맞지 않는 수려한 외모로 부모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근심을 사기도 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평탄하게 삶을 살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딸의 행복을 위해서는 적당한 부잣집의 며느리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부모는 메릴린이 결혼 가능한 연령이 되자마자 서둘러 결혼을 추진했다.




메릴린의 짝을 찾는다는 소문은 금세 드레멘 전역으로 퍼졌고, 수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 메릴린 부모는 수많은 구애자들 중에서 아이작그라프 가문의 융베르트를 선택했다.




회계사였던 융베르트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좀처럼 짝을 찾지 못하고 노총각으로 늙어가고 있던 차에 메릴린이라는 미녀를 얻는 행운을 얻었다.




사실 융베르트는 비록 집안이 좋기는 했지만 32세라는 나이와 반쯤 벗겨진 머리, 볼록 나온 아랫배 등 도무지 남성으로서 매력을 찾기 어려웠다. 그가 친구들에게 결혼한다고 했을 때 모두 배우자가 그저그런 외모의 여성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결혼 상대를 찾는 것만으로도 드레멘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메릴린이라고 드러나자 친구들은 겉으로는 축하를 건넸지만 시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메릴린을 짝사랑했던 어떤 젊은이는 둘의 결혼은 무효라며 글라츠성 법무성에 투서를 하기도 했고, 어떤 젊은이는 비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둘의 결혼은 그해 드레멘 최고의 뉴스였다. 아버지 막스는 아들의 늦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다.




드레멘 회당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참석자만 1000명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여기에는 메릴린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온 남자들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사람들은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도대체 메릴린이 뭐가 아쉬워서 저런 대머리 땅딸보와 결혼하는지 궁금해했다.




결혼생활은 며칠 행복했으나 곧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결혼 직후 글라츠로부터 부름을 받았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글라츠에서의 업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메릴린과의 신혼을 제대로 즐길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워낙 일에 관해서는 꼼꼼하고 책임감이 높았던 융베르트는 어느 것 하나 대강대강 넘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여기저기서 불쾌한 소문이 융베르트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장자 카를로스와 메릴린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장 메릴린에게 달려가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진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쩔 것인가.




메릴린이 사실을 인정하고 이혼을 요구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메릴린과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라며 더욱 일에 몰두할 뿐이었다. 이후 글라츠 생활은 하루하루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늘날 제레미야 집사가 자신에게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웠다. 처음에는 너무 억울해 어쩔 줄 몰라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상황을 알아차렸다.




메릴린과 카를로스의 불륜을 눈치 챈 카타리나의 요구 떄문에 자신을 떠나보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쫓겨나는 형식이었지만 융베르트는 글라츠를 떠나는 게 너무 기뻤다.




더 이상 메릴린 문제로 골치를 썩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하루라도 더 빨리 떠나고 싶었다.




메릴린도 카타리나로부터 무슨 언질을 받았는지 드레멘 복귀에 대해 한 마디 불평도 없었다. 큰 도회지를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싫어하기 마련이지만 메릴린은 군소리 없이 융베르트의 결정에 따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융베르트는 메릴린과 행복하게 살아왔다. 비록 메릴린의 얼굴은 보면 자기만큼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따위는 상관없었다.




드레멘에서도 메릴린은 젊은 남자와 몇 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는 충분히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물론 상대방 남자는 융베르트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로부터 지독한 꼴을 당한 후 다시는 메릴린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했다.




메릴린은 내연남들이 아무런 기별 없이 사라지는 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더 알아볼 생각도 없었다. 메릴린은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면 그만이었다.




불과 어제 아침까지 융베르트와 메릴린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를로스가 나타나 예전 악몽을 일깨운 것이었다.




적당히 반가워만 하고 끝났으면 에슈리히 부대까지 끌어들이지 않았을 터였다. 아이작그라프 가문이 비젠도르프 가문을 위해 봉사해온 게 벌써 몇 대째였던가.




그런데 두 연놈은 만나자마자 눈에서 불꽃이 튀었고, 심지어 술자리에서는 자기가 보는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며 자신을, 더 나아가 가문을 능멸했다.




혹시나 해서 시종들을 시켜 둘을 밤새 숙소를 감시한 결과 무려 3시간 동안 침실에서 뒹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융베르트는 카로스를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메릴린은 언제나 그랬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하면 그만이었다.




벨라시타에서 벌어진 쿠데타를 비롯해 현재 트란베스트의 상황 등 융베르트는 최근 정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우터베써강 건너편에는 에슈리히 부대가 진격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일부 선발대는 이미 도강을 마치고 드레멘 인근에 주둔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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