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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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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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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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동하는 잠룡

DUMMY

"대부인께서 가장 원하시는 건 바로 비젠도르프 가문 그 자체 아니십니까?"




클라우스의 말에 카타리나가 다시 흥미를 보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카를로스 경께서 장자이기 때문에 다름 가문의 수장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우리 가문을 조금만 유심히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에요."




일단 포인트는 정확히 짚은 것 같았다.




클라우스는 현재 트란베스트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카를로스가 지닌 강약점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분석했다.




카타리나는 클라우스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인지 클라우스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다.




클라우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트란베스트는 앞으로 프란디아와 사실상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력 면에서 프란디아가 압도한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때 트란베스트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우리 7대 가문의 병력에다가 베스타노프 장군의 병력까지 합친다면 아무리 드라구노프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트란베스트를 병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에요."




"그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뭘까요?"




클라우스의 질문에 카타리나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병사들의 전투능력, 지휘관의 통솔능력, 뭐 이런 것 아닐까요?"




"그런 것도 일정 부분 필요합니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바로 돈이죠."




"돈?"




"네, 그렇습니다. 전쟁은 엄청난 물자와 인력이 들어가는 소모전입니다. 그걸 뒷받침할 수 없다면 전쟁은 하나마나지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카타리나는 클라우스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것 같았다. '카를로스가 이 남자의 절반만이라도 닮았으면'이라고 생각하며 클라우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피센클라인 가문에서 금광을 개발한다는 것은 트란베스트 입장에서는 호재 중의 호재입니다. 전비의 상당 부분을 여기서 충당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중간에서 대부인의 역할은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역할이 어떻게 빛난다는 말씀이죠?"




카타리나는 대충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예상은 했지만 모르는 척 질문을 던졌다.




"트란베스트 7대 가문의 중심은 누가 뭐라해도 비젠도르프 가문입니다. 비젠도르프 가문이 전면에 나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카타리나는 추임새를 넣으며 클라우스의 이야기에 흥을 돋웠다.




"대부인께서 직접 나서서 피센클라인 가문으로부터 전비를 충당시키도록 하는 겁니다. 피센클라인 가문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후일 후계자를 선정할 때 피센클라인 가문을 등에 업은 대부인을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카타리나는 묵었던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았다.




둘째 헬무트의 처가 역시 7대 가문 중 하나인 위버바우어 가문으로 카타리나 친정에 비해서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지닌 가문이었다. 따라서 가문 뒷배경만으로는 헬무트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친정의 도움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금광을 개발해 그 재산을 이번 전쟁에 사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후계자 선정 때 피센클라인 가문에서 약간의 언질만 하더라도 대부인께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대화는 술술 풀렸다. 둘은 30여분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타리나는 가르펜 집사를 불러 직접 자신의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써서 클라우스에게 줬다.




"저희 친정과의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는 거래를 튼 후 클라우스씨가 직접 이곳으로 와 설명해줘요."




"이를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제가 직접 와야지요."




카타리나는 클라우스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소녀처럼 얼굴에 홍조를 띄었다.




"클라우스씨와는 앞으로 같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더 있을 것 같아요. 다시 왔을 때 상의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대부인. 그럼 저는 이만 떠나 보겠습니다. 성모상과 이 금덩이는 제 작은 성의라 생각하시고 받아 두세요."




"네 고마워요."?






드라구노프 공작이 쿠데타를 일으킨지 6개월 여가 흘렀지만 프란디아의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드라구노프는 트란베스트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고려해봤지만 똑부러지는 해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베스타노프 장군을 대신해 트란베스트 주둔군 사령관으로 보낸 에슈리히 장군은 베르린츠로 입성조차 못하고 있었다. 에슈리히 부대는 한 차례 교전에서 대패를 한 후 우터베써강 너머로 후퇴해 트란베스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트란베스트를 장악하고 있는 7대 가문들도 반혁명 대열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혁명정부의 개혁작업으로 인한 자신들의 기득권 상실을 염려해 미리 엄포를 놓은 것이었다.




혁명정부나 7대 가문 쪽에서 아직 상대에 대한 구체적인 적대행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프라넨코 대령이 그렇게 빨리 움직였는데도 저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드라구노프는 도대체 어떻게 저들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을까 의아했다.




트란베스트 장악 작전 실패도 머리 아픈데 조만간 교황청에서 혁명에 반대하는 칙령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은 더욱 드라구토프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게다가 호그성에 구금해뒀던 코를리우스 1세가 엘스터로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드라구노프는 격노했다.




당장 엘스터로 외교관을 보내 코를리우스 1세의 신병을 인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왕비 베르사체의 친정인 엘스터는 이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엘스터는 심지어 프란디아 망명정부를 세우는 데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드라구노프의 심기를 더욱 어지럽혔다.




작은 왕국인 엘스터가 이토록 자신있게 행동하는 데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교황청이 뒷배경인 게 확실해보였다.




이 당시 혁명정부와 교황청의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었다. 에르탱 주교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바텐부르크주 교구에 대한 대대적 감찰이 이어지면서 교단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었다.




교황청이 혁명정부를 뒤엎기 위해 뭔가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교황청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다.




일단 드라구노프는 트란베스트의 일을 후순위로 돌리고 나머지 지역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갔다.




글라츠는 '폭풍 전야'처럼 조용한 일상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레이나르트는 행정학교 입학 전까지 카를로스의 집에 머물게 됐다. 당장 머물 곳이 없었던 레이나르트에게 카를로스는 당분가 자기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라고 허락해줬다.




자기 대신 목숨을 잃은 에드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를로스 나름의 성의였다.




레이나르트는 행정학교 입학 가능 연령이 16세였기 때문에 그 전까지 글라츠의 유년학교에 다녀야 했다.




트레비앙 유년학교는 비젠도르프 가문이 글라츠 유력자들의 자제들을 교육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건립한 학교였다. 비젠도르프 가문을 일으켰던 트레비앙을 기념해 그 이름을 붙여 교명이 지어졌다.




아버지의 부름으로 글라츠로 돌아왔던 헬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처자식을 모두 글라츠로 불러들였다. 격변의 시기 가문의 수장자리를 놓고 형님 카를로스와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을 대비한 조처였다.




"레이, 준비는 다 됐니?"




"네, 다 됐어요."




클라우스 저택의 집사 가르펜이 레이나르트를 유년학교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카를로스의 둘째 달 니나도 유년학교에 입학하게 돼 카를로스는 자신의 마차에 같이 타고 가도록 배려했다.




열한 살의 니나는 처음 레이나르트를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거지라고 놀리는 등 악동처럼 굴었다.




레이나르트는 화가 났지만 주인집 딸이었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점점 해코지의 도가 심해졌다. 레이나르트의 식사에 개구리를 넣어두는 따위의 장난은 애교 수준이었다. 어떻게 레이나르트를 괴롭힐까 궁리하는 게 니나의 일상이었다.




그런 자신의 장난감이 유년학교 기숙사로 들어간다고 하자 니나는 화가 났다. 자기도 학교로 보내달라며 떼를 썼다.




유년학교는 여학생도 받고 있었지만 카를로스는 여자가 교육을 받는 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여자는 그냥 집안 교육을 잘 받고 자라 좋은 남편에게 시집가는 게 최선이라는 게 카를로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크면서 점점 카타리나를 닮아가는 둘째 딸의 의지는 완강했다. 카타리나도 딸을 바깥으로 돌리기 보다는 집 안에서 가정교사로부터 여성으로서의 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다.




카타리나는 남편이 자기를 멀리 하는 게 아무래도 괄괄한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해 딸들은 다르게 키우고 싶었다.




부부가 나서 얼르고 달래봤지만 니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카를로스는 유년학교로 보내기로 하고 레이나르트에게 니나를 잘 돌봐주도록 당부했다.




레이나르트가 마차를 탄 후 곧 다이아몬드 하우스에서 한껏 차려 입은 니나가 엄마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니나는 마차 앞에서 카타리나와 작별 키스를 나눈 후 마차에 올라탔다.




레이나르트는 이 말괄량이 아가씨를 학교에서도 계속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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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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