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최근연재일 :
2024.08.05 00:05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595
추천수 :
5
글자수 :
455,697

작성
24.08.05 00:05
조회
3
추천
0
글자
10쪽

태동하는 잠룡

DUMMY

황금을 거래한다는 것은 무역상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들만 가능했다. 금거래시장은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시장이었다.




이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광을 개발하고 있지만 판매루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이따금씩 소량의 금이 시장에 나오는 걸로 볼 때 피센클라인 가문은 대규모의 금을 쌓아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피센클라인 가문이 절대 금거래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금광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민하던 클라우스는 카타리나 쪽으로 먼저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로 했다. 피센클라인 가문의 장녀였던 카타리나는 아직도 친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접근한 것이었다.




거실에서 기다린지 30여분이 흘렀을 때 카타리나가 우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클라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저를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네 대부인께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바깥 일은 저희 남편과 상의하시면 되는데 저를 꼭 보자고 한 이유가 있나요?"




"하하하. 뭐 이런 말씀 드리긴 그렇지만 대부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곳에서 어떠한 일도 처리할 수 없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카타리나는 클라우스의 말에 약간 우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분위기는 좋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였다.




클라우스는 먼저 가지고 온 보자기를 풀었다. 거기에는 아이보리색 상아로 만든 성모상이 있었다.




상아를 유약으로 재처리한 것인지 성모상은 샹들리에는 빛을 반사하면서 영롱한 색깔을 뽐냈다. 카타리나의 눈도 반짝 빛났다.




집안 일보다는 바깥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카타리나였지만 여자는 여자였다. 아름다운 물건을 보자 큰 관심을 보였다.




"이건 뭐죠?"




"제가 슈바르츠란트에서 얻은 아주 비싼 보물입니다. 아무나 살 수 없는 물건이라 지금껏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지요. 대부인이시라면 주인이 될 자격이 충분해 이렇게 들고 온 것입니다."




카타리나는 성모상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꽤 비싸 보이긴 하는데... 설마 이걸 살 사람이 없어 여기까지 가지고 왔다는 말을 믿으라는 말은 아니죠?"




클라우스는 카타리나가 관심을 보이자 자리를 고쳐 앉으며 카타리나 쪽으로 다가갔다.




"대부인 말씀이 맞습니다. 살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사실 이 물건은 대부인께 선물로 드리려고 가져온 것입니다."




"선물? 이렇게 비싼 걸 선물로 준다구요?"




클라우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비싼 선물이라면 저에게 뭔가 큰 부탁을 할 게 있는 것 같군요."




카타리나는 성모상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클라우스 쪽으로 슬쩍 밀었다. 대가가 있는 선물은 쉽게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하하. 역시 대부인이십니다. 제가 선물을 준비한 뜻을 잘 알고 계시다니 이야기가 잘 풀릴 것 같네요."




클라우스는 주변을 한 번 두리번 거린 후 조심스럽게 품에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이건 또 뭔가요?"




"대부인께서 직접 풀어보세요."




카타리나는 잔뜩 경계한 표정으로 가죽 주머니의 끈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무게로 볼 때 뭔가 무거운 금속이 들어있다.




"이... 이건 금덩이 아닌가요?"




클라우스는 큰소리를 내지 말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댔다.




"쉿, 너무 크게 말씀하지 마세요."




카타리나는 금덩이를 하나 꺼내 유심히 살핀 후 탁자 위에 다시 올려 놓았다. 클라우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라는 듯 등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탁자 뒤로 물러섰다.




"사실 제가 대부인을 찾은 것은 이 금덩이 때문입니다."




"계속 하세요."




클라우스는 자신이 금덩이를 들고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클라우스는 자신을 현재 힐베르담을 거점으로 니튼하임 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 코반트 대륙, 슈바르츠란트 등을 오가는 무역상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피센클라인 가문에서 큰 금광을 발굴하고 있다는 사실과 피센클라인 가문이 이 금을 팔 수 있는 안전한 루트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클라우스는 현재 금 거래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피센클라인 가문의 금을 독점으로 거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카타리나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금 거래라는 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클라우스씨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열다섯 살에 무역업에 뛰어든 이래 이 나이에 노예를 거래하는 대상단을 운영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제 꿈은 세계 최고의 상인이 되는 것입니다. 금을 거래하게 된다면 제 꿈인 최고의 상인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겠지요."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금을 그냥 팔아서는 안 되고 조용히 티나지 않게 팔아야 한다는 건데..."




"저도 10여년 이 바닥에서 뒹굴었습니다. 금 정도는 소문 안 나게 처분할 수 있는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카타리나는 사실 이야기에 대한 흥미보다 클라우스라는 남자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맨손으로 대규모 상단을 일궈낸 그의 능력도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뭔가 더 큰일을 해내려는 추진력이 멋있어 보였다. 유약한 귀족 자제들과는 스케일이 달라 보였다. 특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의 남편과 너무 비교돼 보였다.




만약 자신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저 정도의 남자면 결혼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카타리나는 스스로 흠칫 놀라며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카를로스와 결혼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카타리나는 자신의 야망 실현을 위해 카를로스와 결혼을 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1'도 없었다.




카타리나는 외도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특별히 정숙해서가 아니라 단지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굳이 깨뜨리기 싫었고, 다른 남성에게서도 어떤 욕정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타리나가 사랑한 대상은 남성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권력이 아니라 남성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




"저도 얼마 전 친정에서 금광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는 듣긴 했어요. 그런데 이미 이곳으로 시집온 지 15년이 훌쩍 넘었는데 제가 무슨 권한이 있겠어요?"




이 말을 듣자 클라우스는 이번 거래가 성공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직감이 들었다.




"대부인께서는 저를 소개하는 편지 한 장만 써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클라우스의 자신만만한 눈빛과 추진하는 일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는 모습. 15년 동안 남편과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편지라... 흐흠..."




"만약 제가 피센클라인 가문의 일을 맡게 된다면 대부인께 섭섭치 않게 보답하겠습니다."




보답이라는 말에 카타리나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제 편지만 가지고 저희 친정이 클라우스씨를 거래할 수 있는 상대라고 믿을까요?"




"이미 한 번 거래를 했기 때문에 피센클라인 가문에 제 신용은 있습니다. 금 거래는 또 다른 이야기라 쉽지 않겠지만 제가 납득시켜 드려야죠."




카타리나의 마음은 이미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 편지 정도야 얼마든지 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 문제를 하나 던져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럼 클라우스씨가 생각하는 보답이라는 게 뭘까요? 보다시피 전 트란베스트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비젠도르프 가문의 큰며느리이고, 세 번째로 큰 피센클라인 가문의 상속권도 일부 가지고 있어요. 물질적인 건 제가 죽을 때까지 써도 모자람이 없는데..."




금 거래에서 생기는 막대한 이윤의 일부를 주려고 했던 클라우스의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말이었다.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당장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군요. 그럼 아쉽지만..."




"자... 잠깐만요."




짐짓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척 했던 카타리나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클라우스는 카타리나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생각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카타리나의 말마따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 비젠도르프 가문에 대해 나름 세밀하게 분석했다. 카타리나가 목숨을 걸고 바라는 것은 바로 카를로스가 가문의 수장이 되고 자신이 대부인이 되는 것이었다.




현재 카를로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둘째 헬무트였다. 셋째 슈테판이 있긴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두 형들에 비해서는 세력도 약했기에 경쟁자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문제는 헬무트가 카를로스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게다가 헬무트는 올해 열두 살 된 아들도 있었다.




가문의 권력이 철저하게 아들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딸만 셋 둔 카를로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럼에도 카타리나는 여전히 대부인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집착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며칠 전 가문의 중신회의에서 카타리나가 무리하게 끼어들어 카를로스의 징계를 막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이나르트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 24.08.05 6 0 -
9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94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9쪽
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79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1쪽
78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1쪽
71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7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