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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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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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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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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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어젯밤 모두 진탕 술을 마신 탓인지 오전 10시쯤 되자 집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카를로스가 잠에서 깬 시각도 그때쯤이었다.




카를로스가 잠에서 깨자마자 타이젠호프가 침실로 들어가 즉시 이곳을 떠나자고 재촉했다.




"뭘 그렇게 서두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정오쯤에나 출발하세."




"네, 알겠습니다. 병사들에게는 일단 행장을 꾸려 출발 준비를 다 해놓도록 지시해뒀습니다."




"그래 그래, 잘했네."




영빈관 앞에는 어느새 융베르트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으리, 어젯밤 잠자리는 편안하셨습니까?"




아무리 낯두꺼운 카를로스일지라도 어젯밤을 함께 보낸 여인의 남편 얼굴을 깨어나자마자 마주치자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혀 티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건넸다.




"융베르트 경, 자네 덕분에 어젯밤 너무 즐거웠네. 잠도 아주 푹 잘 잤어. 하하하."




"식사 준비가 다 돼 있으니 어서 객청으로 드시지요."




"고맙네. 내 곧 갈테니 먼저 가 있도록 하게."




카를로스는 아침 식사 자리에 메릴린이 나와있을까 잠시 기대했지만 실망스럽게도 없었다. 융베르트와 함께 한 식사자리는 별다른 대화 없이 지나갔다. 카를로스는 아침식사를 마친 뒤 슬슬 떠날 채비를 했다.




"나으리, 벌써 떠나시려구요?"




카를로스가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고 하자 융베르트는 뭔가 다급한 듯 물었다.




"아버님께 빨리 돌아가 이번 임무에 대해 보고를 드려야 해서... 내가 빨리 떠나야 자네도 편하지 않겠나. 하하."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나으리가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저희 아버지께서 듣고 이리로 오는 중입니다. 하룻밤만 더 묵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자네 아버지라면 막스 경 말인가?"




"네, 나으리께서 우리집에 오셨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오늘 아침 케플란의 별장에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마차를 타고 오고 있으니 저녁 무렵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막스 아이작그라프는 비젠도르프 가문의 가신으로 오랫동안 봉직해온 충신이었다. 글라츠에서 20년 이상 법무부장관을 지낸 후 고향으로 돌아왔고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케플란의 별장에서 요양 중이었다.




"허참, 떠나야 하는데. 막스 경이 온다고 하니 그냥 갈수도 없고..."




타이젠호프가 눈짓을 하며 빨리 떠나야 한다고 재촉을 했다. 타이젠호프의 등쌀에 카를로스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겠다고 말하려는 찰라였다.




"아버님께서 저녁 시간쯤 도착하실 예정이니 그때까지 이곳 드레멘 유람이나 하시지요. 드레멘에는 드나푸르 호수가 있는데 이곳이 아주 절경입니다."




산천유람을 즐기는 카를로스가 혹할 만한 제안이었다. 그렇지만 임무를 늦춰야 할 만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아니었다.




"절경은 다음에 구경하도록 하지. 막스 경께는 뵙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고 전해줘."




이렇게 말하고 뒤돌아서서 다시 영빈관으로 돌아가려는 찰라였다.




"제 아내 메릴린이 길 안내를 도와줄 것입니다. 함께 유람하시고 저녁에 아버님을 뵙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건 피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었다. 어젯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그렇잖아도 아쉬웠던 참이었는데 융베르트가 알아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었다.




카를로스는 함께 유람을 하게 된다면 마차 안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성은 떠나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카를로스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우리 가문의 충신 막스 경이 이곳을 온다고 하는데 내가 그냥 가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메릴린이란 이름이 나오는 순간 타이젠호프는 더 이상 카를로스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체념했다.




융베르트가 어젯밤 파티에서 둘의 부적절한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았는데 둘을 같이 유람을 보낸다는 게 의아하긴 했다.




타이젠호프는 뭔가 수상쩍었지만 융베르트가 감히 어떤 수작을 부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카를로스를 지근에서 보좌하는 호위병뿐 아니라 마을 외곽에 90명의 병력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융베르트가 감히 무슨 일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후 메릴린이 외출복 차림으로 나타나자 카를로스는 싱글벙글 입이 찢어질 것처럼 표정관리를 못했다.




출발이 하루 더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자 에드는 곧장 타이젠호프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다. 타이젠호프는 융베르트의 아버지가 이곳으로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다.




"지금 한시가 급한데 겨우 그런 이유로 하루를 더 묵는다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에드는 뭔가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곳에서 한시라도 더 머물러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네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네. 하지만 막스 경은 충분히 대접받아야 하는 가문의 충신이야."




"정말 그 이유뿐인가요? 점심 때 드나푸르 호수로 메릴린 부인과 함께 유람을 떠난다면서요. 혹시 그것 때문에..."




"자네 말조심하게.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아랫사람들이 함부로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되는 거야."




결국 메릴린과의 유람 때문에 출발을 늦춘 것이었다. 어제 저녁 연회에서 카를로스가 메릴린과 춤을 출 때 융베르트의 표정은 분명히 일그러졌었다.




그런데 융베르트가 아내까지 대동해 호수 유람을 권유하고 출발을 늦춘 게 뭔가 이상했다.




"그게 맞군요... 하... 죄송하지만 어제 파티 때 융베르트 경의 표정을 보셨나요?"




타이젠호프만큼 융베르트의 어젯밤 표정을 정확히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에드도 먼거리에서 표정을 본 모양이었다.




"자네 걱정이 뭔지 잘 알고 있네. 주군을 지근거리에서 호위한다는 것은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입을 막아야 하는 것일세. 오로지 주군의 안위에만 신경쓰게."




에드는 할 말이 많았지만 타이젠호프도 충분히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 입을 닫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카를로스는 어제 밤새도록 호위를 서느라 한숨도 못 잔 에드 등 4명은 융베르트 집에 머물게 하고, 다른 호위 4명만 대동한 채 드나푸르 호수를 향해 떠났다.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자 에드를 제외한 3명은 곧바로 방에서 잠이 들었다. 에드도 잠을 청했으나 왠일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몸이 분명히 쓰러질 것처럼 피로함이 몰려왔지만 이런저런 잡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몇 시간을 뒤척이던 에드는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숙소 밖으로 나와 저택 내부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융베르트의 집무실 앞을 지날 때였다. 군인 한 명이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는 뭔가 비밀스런 일을 하는듯 주변 사람이 없나 두리번 거렸다. 군인은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면서 종종걸음으로 영빈관 쪽으로 향했다.




군인의 복장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에드는 금세 그 복장이 노르트하임 주둔군의 복장임을 알아차렸다. 20여년 전 자신도 착용했던 군복과 약간 달라져 있었지만 색이나 문양 등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노르트하임 주둔군 문양을 한 군인이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 에슈리히 장군의 군대 아닐까.'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에드는 재빨리 발걸음을 돌려 동료들이 잠들어 있는 영빈관 옆 숙소로 향했다.




영빈관에 막 다다를 무렵 숙소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일이 터진 것이었다.




에드는 영빈관 앞에 있는 분수대 뒤로 숨어 상황을 지켜봤다. 숙소 앞에는 노르트하임 군인 10여명이 칼을 빼들고 서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 자고 있던 에드의 동료 3명이 결박된 채 끌려 나왔다.




"대대장님, 4명이 있어야 하는데 1명이 없습니다."




"빨리 집 안을 수색해봐."




"네, 알겠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자기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카를로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융베르트가 배신을 한 게 확실했다.




아마 어젯밤 잠을 청하러 간다고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에슈리히 부대에 카를로스가 이곳에 있음을 알린 것으로 보였다.




에슈리히 부대가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카를로스를 붙잡아 두기 위해 아버지 핑계를 대고 메릴린과의 유람을 청했던 것이었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하지 않았던가. 남편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그런 짓을 할 때 이런 보복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




에드는 카를로스가 한심했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호위병을 체포한 것으로 봐서 마을 외곽의 나머지 부대에도 뭔가 일이 벌어졌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드나푸르 호수로 유람을 간 카를로스의 안위가 가장 걱정이었다.




에드는 조심스럽게 마굿간으로 향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 카를로스에게 가는 게 우선이었다.




에드는 말 고삐를 살그머니 풀어 말 안장 위에 올라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저기다. 저놈 잡아라."




에드의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이곳저곳에서 에드를 찾고 있던 병사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에드는 그대로 정문을 향해 직진했다.




앞에서 병사 서너 명이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에드는 신들린듯한 기마술로 이들의 공격을 피했고 오히려 한 명을 칼로 쓰러뜨린 뒤 문밖으로 탈출했다.




다행히 저택 바깥에는 적들이 더 이상 없었다. 에드는 박차를 가하며 일단 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10여 분을 달린 후 적들의 추격이 없음을 깨닫고 잠시 쉬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카를로스 일행이 유람을 마치고 돌아올 시간이었다.




융베르트의 계획은 미리 저택 내 호위병들을 제압하고 저녁 무렵 저택으로 돌아온 카를로스를 붙잡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런데 에드가 도주하면서 융베르트의 계획은 틀어졌을 것이다. 융베르트는 에드가 카를로스를 찾아가 위험을 알릴 것으로 생각하고 분명히 카를로스 쪽으로 군사를 보냈을 게 틀림없어 보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에드는 더 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드나푸르 호수로 가는 길을 묻곤 곧바로 호수 쪽으로 말을 몰았다.




한참을 달렸을 때 비탈길 너머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드는 아마도 카를로스 일행이 에슈리히 군대와 맞닥뜨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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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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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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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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