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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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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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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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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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말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비탈길 너머 소동이 벌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카를로스와 메릴린을 가운데 두고 호위 4명이 둘러싸고 있었다.




맨 앞에는 타이젠호프가 서서 카를로스 일행을 앞을 막고 있는 적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감히 이분이 누구신줄 알고 이렇게 무례한 것이냐."




"비젠도르프 가문의 후계자 카를로스 경 아니십니까?"




"그걸 잘 알고 있는 자들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뭐하는 짓이냐?"




군인은 타이젠호프의 호통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직 세상이 어쩧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프란디아는 이미 드라구노프 공작 각하의 손아귀에 들어왔소이다."




"그것과 트란베스트의 가장 유력한 귀족 가문 자제를 핍박하는 게 무슨 관계가 있나.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상류귀족 자제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비젠도르프 가문을 비롯한 7대 가문이 혁명에 반대해 연합군을 창설키로 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를 것 같소?"




타이젠호프는 벌써 이 정보가 혁명군 측에 흘러어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도망갈 길 없는 외통수였다.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보려 했지만 도무지 적들을 물리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미 7대 가문 수장을 비롯해 그 식솔들은 반혁명죄로 기소돼 있는 상황이오. 순순히 포박을 받는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나 반항한다면 즉결 처분하라는 게 상부의 지시요."




타이젠호프는 맞붙을 경우를 상정하고 상대 숫자를 헤아려 보았다. 모두 12명이었다.




맞서 싸운다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순순히 항복해 붙잡혀 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맞붙었다가는 카를로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타이젠호프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상대는 이미 칼을 뽑아 들고 공격 진형을 갖췄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카를로스는 메릴린을 꼭 껴안은 채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말 한 마디 못하고 있었다.




"정말 항복하지 않으시려는 겁니까. 끝까지 권주를 마다하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공격!"




지휘관의 명령과 동시에 병사들은 카를로스를 둘러싼 호위병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비록 칼솜씨가 좋은 병사들로 호위대를 구성했지만 12대5의 숫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라 타이젠호프 측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에드는 즉시 검을 뽑아 들고 뛰어나갈 찰라였다. 저 멀리서 기마병의 것으로 추정되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가 고개를 돌려 말발굽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마을 어귀에 주둔 중이던 같은 편이 오는 것일까 기대했지만 진회색 깃발을 보는 순간 기대는 무너졌다. 노르트하임 주둔군 깃발이었다.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에드는 말에 올라타 난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에드가 갑자기 뒤에서 공격해오자 상대방도 깜짝 놀라 우왕좌왕했다. 에드의 기습은 효과가 있었다.




농사일을 하는 와중에서도 검을 놓지 않고 수련에 매진했던 에드의 검술 솜씨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에드가 순식간에 적 3명을 쓰러뜨리자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타이젠호프 손에 적들 2명이 더 쓰러지고 에드가 2명을 더 해치우자 적들은 당황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타이젠호프가 이들을 쫓아가려 하자 에드가 급히 말렸다.




"장군님, 지금 그들을 쫓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도 빨리 이곳을 떠야합니다. 지금 에슈리히의 기마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어요. 금방 도착할 것 같습니다."




"에드, 우리를 구해줘서 정말 고맙네."




타이젠호프는 속절없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구해준 에드가 너무 고마워 와락 안았다.




"지금 그런 말씀이나 하실 한가한 상황이 아닙니다. 곧 에슈리히의 기마대가 이쪽에 다다를 것입니다."




타이젠호프도 즉각 정신을 가다듬고 카를로스와 호위병들의 상황을 체크했다. 호위병 4명 중 2명이 죽었고 1명은 팔을 다쳐 멀쩡한 사람은 1명밖에 없었다.




"빨리 마을 밖 부대와 합류하러 가야겠군. 같이 가세."




"그쪽도 무사한 지는 미지수입니다. 에슈리히 부대를 끌어들인 자는 다름아닌 융베르트 경입니다. 아마 카를로스 경을 붙잡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를로스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융베르트가 왜? 대대로 우리 집안을 섬기던 충신인데..."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카를로스의 말에 에드는 약간 짜증이 났지만 꾹 참았다. 본인의 잘못 때문에 애꿎은 병사들의 목숨이 날아갔는데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니...




에드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이유가 뭐든 간에 융베르트가 나으리를 배신하고 에슈리히 부대를 끌어들였습니다. 저와 함께 있던 호위병 3명도 그들에게 체포된 상황입니다.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우리도 포로신세가 될 것입니다."




타이젠호프도 갑작스런 이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며 에드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지금 즉시 글라츠로 떠나야 합니다."




카를로스는 그제서야 후회가 물밀듯 밀려오왔다. 타이젠호프가 그렇게 만류했음에도 자신이 괜한 고집을 부려 드레멘에 머문 게 이런 결과를 초래하다니...




목숨도 목숨이지만 글라츠로 돌아가서 알폰소를 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옛애인과의 밀회 때문에 이 꼴이 난 걸 알게 된다면 후계자 자리는 당장 박탈 당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고 볼 일이었다.




"마차를 타고 가면 느릴텐데. 어떡하지?"




"마차를 타고 가다니오? 말을 타고 달려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아니 메릴린은 말을 탈 줄 몰라. 마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에드는 이 와중에도 메릴린과 함꼐 떠나려는 카를로스를 보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마차는 꿈도 꾸지 마십시오. 메릴린 부인은 그냥 두고 떠나야 합니다. 마차는 제가 몰고 가 적들을 유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으리는 그 틈을 타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메릴린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말에 카를로스는 메릴린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




"아니, 에드. 내 말 좀 들어보게. 메릴린을 여기 두고 간다면 융베르트가 메릴린을 분명히 용서하지 않을텐데 방법이 없겠나?"




무슨 말을 해도 고집을 꺾을 것 같지 않았다. 에드는 카를로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나으리, 일단 적들을 제가 유인해야 하니 저랑 옷을 바꿔입는 게 좋겠습니다. 에슈리히 부대는 나으리의 얼굴을 모르니 아마 옷을 보고 저를 나으리로 착각할 것입니다."




에드의 계략을 듣자 카를로스와 타이젠호프는 살아날 구멍이 생긴 것 같아 얼굴이 확 피었다.




"그거 좋은 방법이군. 그런데 자네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나?"




고양이가 쥐 생각 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붙잡힌다고 하더라도 저를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기껏해야 감옥살이 정도겠죠."




"그래, 만약 감옥에 갇히게 된다면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네를 빼주겠네. 그래도 나 대신 목숨을 거는데 혹시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게. 내 글라츠로 무사히 돌아가게 된다면 아버님의 이름을 걸고 꼭 들어주겠네"




에드의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부인 엘레나의 얼굴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자신이 잘못된다면 이들이 어떤 고통을 당할 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만약 제가 죽게 되거나 감옥에 갇히게 돼 당장 글라츠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면 제 가족들에게 저의 봉급을 차질없이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야 이를 말인가. 그런 당연한 것 말고 소원 말일세, 소원을 말해봐."




소원이라는 말에 에드의 머릿속에 갑자기 셋째 아들 레이나르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제가 이번에 봉급을 받게 되면 셋째 아들 레이나르트를 지방행정학교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레이나르트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머리가 좋아서 꼭 공부를 시키고 싶습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작 아들을 학교에 입학시켜달라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자 카를로스는 약간 김이 빠졌다.




"겨우 그게 소원인가. 너무 소박하군. 알겠네. 자네 셋째 아드을 꼭 트란베스트 행정학교에 입학시켜 주지. 하하."




카를로스의 의관을 받아 모두 갖춰 입자 에드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귀족으로 착각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자 이제 모든 게 갖춰졌으니 카를로스 나으리가 탈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드는 칼을 빼들고 메릴린의 가슴을 찔렀다. 정확히 심장을 찔린 메릴린은 신음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풍만한 가슴팍 사이로 선홍빛 피를 내뿜으며 메릴린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즉사했다.




에드의 갑작스런 행동에 카를로스를 비롯해 타이젠호프 등은 너무 놀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미쳤어?"




"이 죄는 제가 만약 살아돌아간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카를로스는 거의 정신을 잃고 미친듯이 소리쳤다.




"도대체 메릴린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인거야?"




"아이작그라프 부인을 데리고 탈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제 목숨을 걸었는데 실패가 뻔한 작전에 아까운 목숨만 잃을 수 없습니다."




"그럼 그냥 두고 가라고 하면 됐잖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나?"




"나으리께서 절대 포기하지 않으실 게 뻔해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말을 타고 글라츠로 곧장 달려 가십시오. 전 반대 방향으로 달리겠습니다."




에드와 부상 당한 호위병 무터가 짝을 이뤄 적들을 유인하기로 했다. 타이젠호프는 호위병 1명과 함께 카를로스를 수행해 글라츠로 돌아가는 역할을 맡았다.




타이젠호프는 에드를 보는 게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깊은 포옹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무운을 비네. 꼭 살아 돌아와 오늘의 죄를 청하도록 하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탈출에 꼭 성공해 나으리가 나중에 훌륭히 가문을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제 남은 가족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이들은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 서로 반대편으로 헤어졌다.




글라츠까지는 보행으로 사흘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말을 타고 한나절을 쉬지 않고 달린다면 도착할 수 있었다.




카를로스 일행은 워낙 위급했기에 말이 지쳐 쓰러지는 걸 신경쓰지 않고 박차를 가하며 글라츠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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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79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78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7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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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7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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