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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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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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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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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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글라츠까지 가는 데는 5일 정도 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를로스의 고집 때문에 드레멘을 들러야 해서 일정은 이틀이 더 늘어났다.




에드는 시간을 더 들이면서 드레멘으로 간다는 이유가 궁금했다.




"발빅, 드레멘으로 간다면 수십 킬로미터를 돌아가게 되는데 왜 그런지 아나?"




"나도 잘 모르겠는데..."




"허참... 하루빨리 글라츠로 복귀해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에드, 내가 늘 말하지만 우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명만 짧아져. 흐흐."




수많은 전투경험이 있는 에드로서는 조만간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에 별다른 이유 없이 복귀를 이틀이나 늦추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드는 카를로스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너그러운 성격으로 부하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막 대하는 경우가 없고, 때로는 평민들과도 격의없이 식사를 함께 하며 술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카를로스의 성격은 태평성대에서나 좋은 지도자 유형이라고 에드는 생각하고 있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장자로 태어난 덕분에 후계자 대접을 받을 수 있을 뿐이지 아버지 알폰소와 비교했을 때 통솔력, 직관력, 임기응변 능력, 위기대처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에드, 내가 타이젠호프 장군의 부관에게 물어보니 카를로스 경의 옛애인이 드레멘에 있다고 하네. 그분을 만나기 위해 드레멘에 잠시 들리는 것일 수 있다고 하던데?"




에드는 황당했다. 트란베스트의 운명을 결정지을 회담을 성공리에 마쳤다면 하루라도 빨리 글라츠로 돌아가 알폰소에게 보고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한가하게 옛애인을 찾아간다니 도대체 카를로스의 머리에는 뭐가 들어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부대 내에서는 에슈리히의 군대가 우터베써강을 건너 트란베스트에 진입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드레멘이라면 우터베써강과 인접해있는 작은 도시로 에슈리히 군대가 도강을 했다면 드레멘으로 곧바로 들이닥칠 가능성이 높았다.




에슈리히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딩쾨르크와 드레멘은 강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지 거리로는 몇 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옛애인 얼굴을 보려고 본인뿐 아니라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도대체 카를로스가 지휘관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궁금해졌다.




에드는 카를로스가 정말 사람만 좋을 뿐이지 군사를 통솔하기에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져리게 느꼈다.




이런 에드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카를로스는 메릴린을 만난다는 생각에 혼자 들떠 있었다. 카를로스는 작은 마을에 군인 100명이 진입하면 마을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카를로스는 지난번 베스타노프 장군을 만날 때 자신을 수행했던 8명을 직속 호위대로 편성하라고 타이젠호프에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에드는 카를로스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드레멘으로 향하는 여정에 올랐다. 마음은 다른 부대원들처럼 마을 바깥 야영지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카를로스가 직접 지명했기 때문에 빠질 수도 없었다.




부대원들 사이에서는 에슈리히 군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다행히 드레멘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 드레멘은 인구 3000명 정도의 소도시였다. 이곳에서 아이작그라프의 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카를로스는 호위병 8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사들에게 마을 밖에 야영을 하고 저녁 점호시간 전까지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도록 배려했다. 혹여라도 마을에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며 이를 어길 시 군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엄포도 잊지 않았다.




카를로스를 따르는 자는 타이젠호프를 비롯해 8명의 호위무사들이었다. 에드는 카를로스의 오른쪽을 맡아 호위하며 드레멘 시내로 접어들었다.




아이작그라프 저택이 저멀리 보이자 카를로스는 메릴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도 흥분했다. 카를로스는 타이젠호프에게 얼른 가서 기별을 하라고 재촉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장자가 왔다는 기별에 융베르트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갑게 맞았다. 이 마을이 생긴 이래 카를로스처럼 윗사람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으리가 여기에는 어쩐 일로 들리셨습니까?"




"베르린츠를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잠시 들렀네.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융베르트는 드레멘에 돌아온 후 이곳 지방 관청의 회계와 출납을 책임지는 자리를 얻었다. 억울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융베르트를 제레미야 집사가 배려해준 덕분이었다.




"융베르트, 자네는 하나도 늙지 않았구만. 예전 그대로야."




"하하. 나으리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나으리야말로 예전 당당하신 모습에다 중후함까지 갖춰 이제는 가문의 후계자로 손색없어 보이십니다."




카를로스는 당장 '당신 부인은 어디 있는가'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융베르트와 별 의미없는 안부인사를 주고받았다.




"미리 기별을 하셨으면 준비를 했을텐데... 이곳에 며칠 머무실 예정이십니까?"




"하룻밤 정도 묵고 내일 출발하려고 하네."




"이왕 멀리 오셨으면 며칠 유람하고 가시지. 그런데 나으리께서는 오늘 어디서 주무실 예정입니까?"




"폐가 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는가?"




"나으리께서 이곳에 머무른다면 저야 영광이지요. 하루가 아니라 더 오래 머무셔도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버님께서 시킨 일이 있어 오래 머물 수는 없네. 내 하룻밤만 신세지겠네. 대신 오늘 자네 집안 사람들과 일가 친척들, 친한 이웃들을 모두 부르게. 내가 거하게 한턱 쏘겠네."




카를로스가 잔치를 벌이려 하는 것은 이를 핑계로 융베르트를 술에 취하게 만들어 메릴린을 자유롭게 만나기 위함이었다. 글라츠에서 융베르트가 근무하던 시절 같이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었다.




융베르트는 술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술이 세지는 않았다. 카를로스는 잔치를 열어 술이 몇 순배 돈다면 융베르트가 취해 먼저 자러갈 것이라고 계산했다.




"나으리 덕에 생각지도 못한 잔치를 벌이게 됐네요. 곧바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겠습니다."




융베르트는 자신이 직접 카를로스는 숙소인 영빈관으로 안내했다. 가는 내내 카를로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메릴린의 모습이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메릴린이 보이지 않자 속이 탔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참다 못한 타이젠호프가 입을 열었다.




"아이작그라프 경, 그런데 부인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타이젠호프가 이처럼 고마울 데가 없었다. 가려운 곳을 이렇게 시원하게 긁어주다니.




"아참 내 정신 좀 봐. 당장 안채로 사람을 보내 나으리께 인사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카를로스와 융베르트가 영빈관 내 접객실에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카를로스는 인기척만으로도 메릴린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첫사랑에 빠진 10대처럼 카를로스의 가슴은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나으리, 부인께서 앞에 와 계십니다."




"어서 들라 하시게."




메릴린이 문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카를로스는 발정난 개마냥 침을 꿀꺽 삼켰다.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에드는 메릴린의 모습을 보자마자 왜 그렇게 카를로스가 안달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별다른 화장을 하지 않고 옷가지도 특출나지 않았지만 메릴린의 얼굴은 그 자체로 빛났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메릴린은 10대 때의 풋풋함은 사라졌지만 농염한 관능미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메릴린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카를로스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우시군요."




남편이 있는 여자를 그것도 남편이 바로 앞에 있는 상황임에도 카를로스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카를로스가 자신의 부인을 보고 호들갑을 떨자 융베르트는 남편 입장에서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모시고 있는 집안의 후계자라는 점 때문에 화를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나으리,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메릴린의 구슬이 구르는듯한 청아한 목소리만 들어도 카를로스는 천상으로 날아오르는 듯 행복감을 느꼈다. 카를로스는 융베르트 옆자리 의자를 빼주며 메릴린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카를로스의 이런 모습에 타이젠호프의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아무리 아랫사람이지만 이런 식의 행동은 예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타이젠호프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카를로스는 아예 메릴린만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런 무례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융베르트는 어이가 없었다.




"흠흠... 나으리, 잔치 준비 때문에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이곳에서 여독을 풀고 계시지요."




보다못한 융베르트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자 카를로스는 그제서야 무안했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아... 그래요... 저도 이제 좀 쉬어야지요. 어서들 나가서 일 보세요."




"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




융베르트는 자리에서 일어서 메릴린의 손을 이끌고 문밖으로 나갔다. 카를로스는 메릴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붙잡으려는 듯 오른손을 어정쩡하게 뻗었다. 이 모습을 본 타이젠호프는 화들짝 놀라며 카를로스의 팔을 억지로 끌어잡아 당겨 아래로 내렸다.




융베르트를 배웅하러 문밖에 같이 나간 타이젠호프는 융베르트가 마당 쪽으로 방향을 틀며 시야에서 사라지자 쏜살 같이 방으로 들어와 카를로스 앞에 앉았다.




"나으리, 아까는 좀 너무했습니다. 융베르트 경이 상당히 기분 나빴을 것 같습니다."




"어, 내가 그랬나? 융베르트에게 미안하게 됐군."




"저녁 파티 때 융베르트 경을 좀 다독여주시기 바랍니다. 전 정말로 뭔 일이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알았네, 내 좀 조심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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