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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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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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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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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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살인사건

DUMMY

날이 밝자 안젤라 일행은 새벽기도를 마치고 식사를 한 뒤 안식일 미사를 준비했다. 오전 9시가 되자 회당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면서 회당의 자리를 채워나갔다.




벨라시타에서 파티마가 왔다는 소식이 일찌감치 마을 내에 퍼지면서 파티마를 보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회당으로 향했다. 평생 미어덴에서 살아온 이들이 파티마를 직접 볼 수 있는 영광을 놓칠 수는 없었다.




전날 봉사활동으로 몸이 피곤했던 안젤라는 회당 안에 앉아서 미사를 기다리려 했지만 에르탱이 회당 앞에서 사람들을 맞이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서서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피곤하다며 거절하려 했지만 에르탱은 물러서지 않았다. 안젤라는 더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회당 정문 앞으로 나갔다.




안젤라는 회당 정문 앞에서 에르탱과 함께 마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을 때였다. 무심하게 안젤라 옆을 지나가던 회색 턱수염이 덮수룩한 60대 남성이 무심코 고개를 돌려 안젤라의 얼굴을 보더니 화들짝 놀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안젤라의 얼굴을 한동안 응시했다. 그리고는 힘겹게 입을 뗐다.




"도리아?"




안젤라의 곁에서 인사를 함께 나누고 있던 에르탱은 도리아란 이름이 거론되자 깜짝 놀라며 회색 턱수염을 쳐다봤다. 그 남자는 다름아닌 도리아의 아버지 파블로였다.




외동딸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파블로는 도리아가 사라진 뒤 한때 미어덴을 포함해 인근 마을까지 미친듯이 찾아 헤맸다.




파블로는 도리아의 고집을 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하긴 했지만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도리아 부부가 머물 집이 제대로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렸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집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파블로의 이 같은 행동은 에르케에 대한 미움 때문일 뿐이었다. 파블로는 도리아를 집에서 쫓아내긴 했지만 도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기에 둘이 살림을 차린 집을 몰래 찾아가 보는 등 관심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도리아가 만삭의 몸으로 곧 출산할 예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파블로는 출산일 즈음에 도리아를 찾아가 금전적인 도움을 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집을 찾아가보니 도리아 부부가 감쪽 같이 사라져버렸다. 아기를 낳기 위해 산파를 찾아간 게 아닐까 해서 마을 산파를 수소문해봤지만 누구도 도리아의 출산을 알지 못했다.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파블로는 생계를 팽개치고 도리아를 찾기 위해 온 마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박꾼 에르케가 빚을 지는 바람에 같이 도망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대금업자 융거를 만나 에르케의 행방을 물었지만 융거도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파블로는 몇 달 동안을 도리아를 찾기 위해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다. 인근 마을까지 다 뒤져봤지만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1년이 지났을 무렵 평정심을 되찾은 파블로는 차라리 에르케와 함께 도망을 가 어디선가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파블로는 자신의 사랑하는 딸이 사라진 뒤 의욕을 잃었다. 자신의 괜한 욕심 때문에 도리아가 이렇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이후 파블로는 본업인 가죽가공업에만 집중한 채 세상일에는 관심을 끊었다.




매주 나가던 미사에 참석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러던 중 벨라시타에서 파티마가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파블로의 부인 엘라이자는 회당에 함께 파티마를 보러가자고 말했다. 파블로는 파티마건 뭐건 별 관심이 없었다.




믿음이 신실한 엘라이자는 파티마께 직접 부탁해 기도드린다면 성모께서 도리아의 소식을 알려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파블로를 설득했다.




파블로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엘라이자의 성화를 이길 수는 없었다. 파블로는 옷장 깊숙히 넣어뒀던 미사 참석용 의복을 꺼내 입었다. 거의 7년 만이었다.




"여보 이 분이 안젤라 파티마님이세요. 무례하게 구시면 안돼요."




엘라이자는 파블로의 팔을 잡아 당겼다.




"아니 당신도 한 번 봐. 우리 딸 도리아잖아."




자신의 딸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엘라이자가 아니었다. 엘라이자도 사실 안젤라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딸이 살아돌아온 게 아닌가 깜짝 놀랐다. 20여 년 전 생기발랄했던 20대 도리아가 자신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이로 볼 때 안젤라는 이제 갓 스무살이 넘어 보였다. 도리아가 사라질 때의 나이가 그정도 됐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절대 도리아일 수가 없었다. 도리아가 만약 살아있다면 40대의 중년 여성이 돼 있을 터였다.




파블로가 안젤라 앞에서 비켜설 생각을 하지 않자 에르탱이 급히 파블로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대로 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에르탱은 파블로가 회당에 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파블로가 몇 년 동안 회당에 발길을 뚝 끊었기 때문이었다.




파블로가 안젤라를 보고서 격한 반응을 보이자 그제서야 괜한 일을 벌였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파블로 형제님, 이 분은 벨라시타에서 오신 파티마님이십니다.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




"아니 주교님, 20년 전 잃어버린 딸과 똑 같이 생긴 분이 눈 앞에 있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습니까. 주교님도 제 딸 얼굴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회당 정문 앞에서 이런 소동이 일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파블로 주위를 메우기 시작했다. 파블로가 왜 소동을 일으킨 지 영문을 몰랐던 사람들 중 도리아의 얼굴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안젤라를 보고 모두 놀랐다.




"정말이네. 도리아랑 꼭 닮았어."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가...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네."




"예끼 이사람아, 파티마님은 이제 스무살이 갓 넘으신 분인데 어찌 그런 망발을 하는가?"




여기서 더 지체하다간 뭔가 사단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일단 여기 모인 사람들을 회당 안으로 들여보내야 했다. 에르탱은 모여든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형제님들, 곧 미사가 시작될 예정이니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파블로 형제님도 어서 안으로 들어 가세요."




사실 전날 안젤라를 봤을 때 에르탱은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예전에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가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 것도 있었지만 무슨 사단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그래도 도리아가 사라진 지 20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에 별일 없을 것이라고 애써 외면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미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파블로가 등장할 줄이야. 일단 이 자리를 모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에르탱은 안젤라를 잡아끌듯 회당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파블로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한 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엘라이자가 팔을 끌어당기며 회당 안으로 들어가자고 보챘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어린 신녀 하나가 다가와 파블로에게 말을 걸었다.




"저... 형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아직 열다섯 살에 불과한 어린 소녀였던 아그네스는 자신이 어제 올리베르로부터 들었던 사실을 파블로에게 전했을 때 어떤 평지풍파가 발생할 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정확했다. 아그네스는 안젤라가 도리아의 딸인지 여부만이 중요했다. 그걸 밝혀내는 게 성모가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까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도리아의 아버지 파블로의 등장은 아그네스의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아그네스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다짜고짜 파블로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나이 어린 신녀가 말을 걸어오자 파블로는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그네스를 외면했다. 아그네스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파블로가 야속했지만 일단 진실을 밝혀내는 게 중요했다. 파블로가 외면하든 말든 아그네스는 자신의 말을 전했다.




"안젤라 파티마님과 관련돼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안젤라의 이름이 거론되자 그제서야 파블로는 아그네스의 말에 관심을 가졌다.




"꼬마 신녀님, 말할 게 무엇이오?"




"잠시 저쪽으로 가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파블로 부부와 아그네스는 회당 뒤켠에 있는 벤치로 가서 마주 앉았다. 아그네스는 들려줄 이야기를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천천히 입을 뗐다.




아그네스는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말한 후 안젤라가 도리아의 딸일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아그네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파블로는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당장 회당 안으로 뛰어 들어가 에르탱의 멱살을 붙잡고 죄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회당에는 힘깨나 쓰는 젊은 사제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평소 불 같은 성격의 파블로였지만 안젤라가 자신의 손녀일지 모른다는 말에 화를 속으로 삭이며 아그네스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다 듣고 나자 그제서야 도리아와 에르케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삭의 부인을 수도원에 팔아먹은 에르케도 죽일 놈이지만 돈으로 아기를 사 교황청에 팔아먹은 에르탱도 용서할 수 없었다.




"신녀님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어제 올리베르씨의 이야기를 듣고 도리아님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어요."




"파티마님은 언제 수도원으로 돌아가시죠?"




"미사가 끝나면 저희들은 모두 수도원으로 돌아갈 거예요."




일단 올리베르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이후의 일은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부랑자수용소로 가서 올리베르를 만나거나 이후 에르탱을 처리하는 일 모두 혼자서 처리하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미어덴에서 성모정교의 주교인 에르탱을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야 그나마 에르탱을 상대로 승산이 있어 보였다.




파블로는 발길을 돌려 도축업을 하고 있는 사촌동생 미겔의 집을 방문했다. 미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파블로는 소잡는 백정 서너 명만 빌려달라고 했다.




조카 도리아를 아꼈던 미겔도 파블로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자신의 일인양 분노했다. 자기 가게에서 일하는 백정 3명과 함께 자신도 함께 동행하겠다고 했다,




미겔은 즉각 백정 3명을 차출한 뒤 파블로와 함께 마을 밖 부랑자수용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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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태동하는 잠룡 24.08.05 2 0 10쪽
92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1쪽
91 테동하는 잠룡 24.08.05 5 0 10쪽
90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0쪽
89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8 태동하는 잠룡 24.08.05 3 0 10쪽
87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2쪽
86 태동하는 잠룡 24.08.05 5 0 14쪽
85 태동하는 잠룡 24.08.05 4 0 12쪽
84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1쪽
83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1쪽
82 주교살인사건 24.08.04 7 0 11쪽
81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9쪽
80 주교살인사건 24.08.04 3 0 10쪽
»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1쪽
78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10쪽
77 주교살인사건 24.08.04 4 0 10쪽
76 주교살인사건 24.08.04 5 0 9쪽
75 주교살인사건 24.08.04 6 0 10쪽
7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73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2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1쪽
71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3 0 11쪽
70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9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8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4 0 10쪽
67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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