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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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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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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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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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융베르트는 자신의 힘으로는 비젠도르프 가문의 장남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들의 힘을 이용하기로 했다.




융베르트는 이날 새벽 동이 트기 전 드레멘 인근에 주둔 중인 베른슈타인 대령이 거느린 부대로 시종 하나를 보냈다. 자신의 집에 비젠도르프 가문의 장남 카를로스가 와 있으니 와서 체포한다면 돕겠다고 했다.




베른슈타인은 이미 베스타노프 장군과 트란베스트 7대 가문이 동맹을 맺고 혁명정부에 대항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었다. 베스타노프 장군 측 군대에 쫓겨 딩쾨르크로 피신한 프라넨코 대령이 트란베스트 상황을 전해줬다. 이후 세작들을 통해 베스타노프 장군과 7대 가문이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슈리히는 이 사실을 즉시 벨라시타에 알렸다. 아직 벨라시타에서 답변이 오지는 않았지만 7대 가문 식솔들에 대해 반혁명죄로 체포하는 것은 에슈리히 직권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융베르트는 베른슈타인 부대가 올 때까지 카를로스를 잡아두기 위해 아버지 막스 핑계를 댔다. 그런데도 카를로스가 더 머물려고 하지 않자 죽기보다 싫었지만 메릴린을 내세웠던 것이었다.




메릴린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카를로스는 분명 앞뒤 재지 않고 더 머무를 것이 확실했다. 예상대로 카를로스는 메릴린과 드나푸르 호수로 유람을 떠났고 그 틈을 타 융베르트는 베른슈타인 부대를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도대체 메릴린을 누가 죽인 것인가?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죽인거야!"




융베르트는 절규했다. 그때 에드를 체포해온 브라운슈바이크 대위가 나섰다.




"카를로스 경을 체포할 때 메릴린 부인은 마차 안에서 이미 시체로 발견됐소이다. 누가 죽였는지는 카를로스 경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소."




카를로스라는 이름을 듣자 피가 거꾸로 솟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기랑 정을 통한 여인 하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단 말인가.




"대위, 카를로스 경을 좀 만나게 해주시오."




만약 메릴린의 죽음에 카를로스가 일 푼이라도 책임이 있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베른슈타인 대령이 융베르트의 집에 도착하기 전에 카를로스를 만나게 해주는 게 올바른 판단인지 브라운슈바이크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만나게 해줬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는 게 맞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부인을 잃어 슬퍼하고 있는 융베르트의 부탁을 물리치기 어려웠다. 잠시 고민을 하던 브라운슈바이크는 잠깐 동안의 면회를 직권으로 허락했다.




"융베르트 경의 사정을 고려해 면담은 허락하겠습니다. 하지만 카를로스 경은 우리 군에게도 중요한 인물이니 절대 해를 끼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알겠소이다."




융베르트는 보초 2명이 지키고 서 있는 영빈관 내 작은방으로 향했다. 원래 이 방은 손님들의 짐을 넣어두는 장소로 사방이 밀폐돼 있는 데다 바깥에서 문을 잠글 수 있어 임시 감옥으로 적당했다.




융베르트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에드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젯밤을 꼴딱 새고 지금까지 한숨도 못 잔 에드는 브라운슈바이크에게 붙잡히고 난 뒤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몸이 너무 피곤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든 것이었다.




융베르트는 카를로스의 옷을 입은 에드를 보고는 당연히 카를로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자 카를로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어이가 없었다.




"저 자를 잡아놓고 카를로스를 잡았다고 한 것이오?"




융베르트 뒤를 따라 들어온 브라운슈바이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두 손을 반쯤 들어올리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자는 카를로스의 호위병이오. 아... 저 자랑 옷을 바꿔입고 카를로스는 벌써 도망을 갔군. 대위는 완전히 카를로스에게 농락을 당한 것이오."




한참 단잠에 빠져있던 에드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시뻘개져 화를 내고 있는 융베르트가 보였다.




에드는 자신이 한 일을 까맣게 잊은 채 융베르트를 오히려 나무랐다.




"융베르트 경, 안녕하시오.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모시던 주군을 배신하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소이까."




메릴린의 죽음에다 카를로스까지 놓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융베르트는 에드의 비꼬는 듯한 말을 듣자 분노가 폭발했다.




브라운슈바이크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집어 에드의 목에 갖다 대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브라운슈바이크가 말릴 새도 없었다.




"너, 이 자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남의 마누라랑 배꼽을 맞추면서 먼저 배신한 자가 카를로스야."




그제서야 자신이 죽인 메릴린이 바로 융베르트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에드는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갑자기 엄습해왔다.




"어, 어, 이러지 마시오. 나는 이미 항복한 사람이오. 설마 항복한 사람을 죽이진 않겠지요?"




"너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만 하나만 물어보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융베르트의 눈을 보자 에드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두 손이 묶여 있어 불편한 상황에서 자칫 융베르트가 이성이라도 잃는다면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네, 융베르트 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발 칼은 좀 저쪽으로 치워주시구요."




"메릴린, 내 아내 메릴린은 도대체 누가 죽인 거냐?"




에드는 메릴린에게 집착하는 융베르트의 이상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의 바람을 눈치채고 있음이 틀림없는 데 계속 두고보고 있었다는 것은 별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죽이고 싶어했을 수도 있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게다가 에드는 천성이 변명을 하거나 남의 탓을 하는 쪽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자기가 죽였다고 고백하더라도 여기서 당장 죽이거나 다른 해코지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융베르트 경, 아내의 일은 저도 정말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카를로스 경을 모시는 부하로서 빠른 탈출을 돕기 위해 제가 메릴린 부인을 죽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네가 죽였다고? 메릴린이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죽여, 엉?"




융베르트는 이성을 잃고 당장이라도 에드를 죽일 듯 칼을 에드의 목에 더 깊숙히 들이댔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개인적 은원이 아니라 주군의 안녕을 위한 제 독단적 판단이었습니다. 융베르트 경에게는 죄스런 마음밖에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카를로스를 살리기 위해 메릴린을 죽였다는 말에 융베르트는 더욱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때 융베르트의 두 눈은 분노로 기괴하게 빛나고 있었다.




에드는 융베르트의 눈을 보고서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성을 잃은 상황이어서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니 맘대로 내 마누라를 죽였단 말이지. 그럼 너도 내가 내 맘대로 죽여주마"




융베르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검은 에드의 목덜미를 갈랐고, 베인 상처에서 순식간에 선홍빛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에드는 자신이 죽인 메릴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카를로스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행동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융베르트가 비록 이성을 잃고 행동을 과격하게 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메릴린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 에드의 오판이었다.




순간적인 오판으로 에드는 머나먼 드레멘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커... 컥..."




에드는 신음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융베르트 경 이게 무슨 짓이오? 아무리 당신 부인을 죽였다고 하지만 체포된 자를..."




"이 자는 우리를 속여 카를로스를 빼돌렸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나의 부인을 죽인 자요. 용서해줄 여지가 전혀 없소. 만약 나를 심판하려 한다면 당당히 재판에 나가겠소."




브라운슈바이크는 바깥의 보초병을 불러 에드를 즉시 의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이 일은 보른슈타인 대령님께서 오시면 크게 질책할 것이오. 구금된 자를 재판도 없이 죽이는 것은 군법에서 철저히 금하고 있는 행위요."




"만약 벌을 내린다면 달게 받겠소이다. 나는 후회는 없소."




브라운슈바이크는 난감했다. 융베르트는 어쨌던 자신들을 도와 카를로스를 체포할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었는데 에드를 처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융베르트를 재판에 회부해야 했다.




"융베르트 경, 어쩔 수 없소이다. 군법에 따라 지금부터 인신을 구속하겠소."




융베르트는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따랐다.




에드가 마을 의원에 도착했을 때는 숨이 거의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불혹의 나이인 에드는 죽음이 임박하자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처음 입대해 노르트하임에서 근무하던 일부터 시작해 엘레나와의 만남, 가린과의 목숨을 건 결투, 에르케의 죽음 등이 차례로 떠올랐다.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가 무엇보다 걱정됐다. 일단 자신의 가족을 돌봐주겠다던 카를로스의 약속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없더라도 페터가 가족을 잘 이끌어가겠지? 엘레나의 상심이 클텐테...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으면...'




의원에 도착한 후에도 한 두 시간 정도 가쁜 숨을 내쉬던 에드는 힘겹게 붙들고 있던 명줄을 마침내 놓고 말았다. 의원은 손을 쓸 게 없었다. 이미 목의 자상이 너무 깊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살아 있다는 게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브라운슈바이크는 자신을 속여넘긴 에드가 괘씸하긴 했지만 주군을 위해 대신 목숨을 건 충정이 존경스러웠다. 부하들에게 명령해 시신을 잘 안치해두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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