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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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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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숙소에 돌아온 후 카를로스는 타이젠호프 장군을 불러 술을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임무를 성공했다는 기쁨에 술을 몇 잔 연신 들이킨 카를로스는 얼굴에 홍조를 띄는 등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이야, 그렇지 않나?"




"네, 잘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순조롭게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모두 잘 마무리됐으니 아버님도 기뻐하시겠지?"




"후작님께서도 만족하실 것입니다. 우리 7대 가문 병력과 베스타노프 장군의 병력이 힘을 합친다면 드라구노프 쪽에서도 쉽사리 이쪽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카를로스는 회담을 성공시켰다는 사실보다 알폰소에게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이번 회담에 자신을 보낸 것도 사실상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런 성과를 안겨준다면 그 지위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글라츠로 돌아가기 전 드레멘에 잠시 들렀다 가면 안 될까?"




천성이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여자를 밝혔던 카를로스는 약물 사건 이후 알폰소의 눈에 들기 위해 오랫동안 본능을 참고 또 참아왔다. 하지만 회담 성공에 도취된 데다 약간 취기도 오르자 예전의 나쁜 버릇이 또 나왔다.




"드레멘에는 무슨 일로...?"




"아, 별건 아니고 드레멘에서 꼭 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타이젠호프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즉각 알아차렸다. 예전 불륜 상대였던 메릴린을 보러 가겠다는 말이었다.




드레멘에는 카를로스가 10여 년 전 애인으로 지냈던 메릴린 아이작그라프가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카타리나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카를로스는 변방에서 복귀한 후 다시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한참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남편 융베르트가 비젠도르프 가문의 부름을 받아 글라츠로 오면서 함께 왔던 메릴린은 당시 열아홉 살의 풋풋한 여인이었다. 일벌레였던 융배르트는 비젠도르프 가문의 궁내성 장관을 맡으면서 그야말로 밤낮 없이 일했다.




융베르트가 일에 파묻혀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계속 되자 메릴린은 산책도 할 겸 남편이 갈아입을 옷을 들고 글라츠성 내의 후작부에 들렀다가 카를로스의를 만났다.




카를로스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던 메릴린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훤칠한 키에 출중한 외모의 카를로스를 본 메릴린 역시 호감을 가졌다.




두 남녀는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금세 사랑에 빠졌다. 이후 둘은 서로의 배우자들을 속인 채 비밀 사랑을 6개월 이상 계속 이어갔다.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히는 법이었다. 이들의 애정행각을 눈치 챈 사람은 다름아닌 카를로스의 부인 카타리나였다.




피센클라인 가문의 장녀로 태어난 카타리나는 야심이 큰 여장부였다. 10대 시절 왜 장녀인 자신이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없냐며 아버지한테 대든 것은 주변 가문들에까지 소문이 났던 유명한 일화였다.




그녀는 자신이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면 최소한 트란베스트에서 가장 큰 가문의 안주인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비젠도르프 가문의 카를로스를 자신의 배우자로 점찍었다.




카타리나의 아버지 스테보는 술과 마약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카를로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피센클라인 가문으로부터 혼담이 들어오자 더욱 반긴 사람은 다름아닌 알폰소였다. 이 당시 알폰소는 혼맥을 통해 가문의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큰아들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좋은 가문을 배우자로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첫 단추부터 어긋날 위기에 봉착했던 것이었다. 이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카타리나였다.




트란베스트에서 가문의 규모로 볼 때 3번째로 영향력이 큰 피센클라인 가문이라면 말썽쟁이 카를로스의 상대로 오히려 과했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한 탓에 둘의 혼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두 달만에 결혼했다.




카를로스가 가문의 문제아에서 성실한 장남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사실 카타리나의 공이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안주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카타리나는 카를로스를 다시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치밀한 성격의 카타리나는 카를로스의 행동부터 바뀌게 만든 것은 물론 여타 가문의 사람들에게 좋은 소문이 날 수 있도록 미담을 일부러 퍼뜨리기까지 했다.




그 결과 몇 해가 지나자 얼어붙었던 알폰소의 마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으며 가문 내에서도 카를로스의 평판이 다시 회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카를로스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오자 카타리나는 크게 분노했다. 본인은 남편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감히 바람을 피우다니.




그러나 카타리나는 바람을 피운 정도로 이를 문제삼을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제 겨우 남편이 알폰소의 마음에 들기 시작하고 있는데 외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는 것은 사실상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카타리나는 카를로스를 강하게 질책한 후 다시는 메릴린을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카타리나의 불 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던 카를로스는 부인의 말에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자필 각서를 썼다.




카타리나는 메릴린도 따로 불렀다. 메릴린을 보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카타리나도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바람이 났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카타리나는 또 카를로스를 만난다면 그때는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추상 같이 경고했다. 카타리나의 무서움을 익히 알고 있던 메릴린은 두려움에 떨며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카타리나는 이 조치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제레미야 집사에게 융베르트를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메릴린이 아예 눈앞에서 사라져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제레미야는 맡은 일을 충실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융베르트를 갑자기 전출보내라는 말에 의아했다. 알폰소의 재가 없이는 궁내부 장관을 함부로 자를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제레미야는 이때 카타리나가 보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수십 년 동안 비젠도르프 가문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집사 역할을 해오면서 눈빛 하나에 소름이 돋기는 처음이었다.




제레미야는 직감적으로 무슨 큰 일이 있었음을 눈치채고 일단 추진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카를로스와 융베르트의 부인 메릴린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추문은 후계자 경쟁에서 악재로 작용할 게 뻔했기 때문에 카타리나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제레미야는 차기 안주인이 유력한 카타리나의 심기를 헤아려 융베르트를 조용히 처리하기로 했다. 융베르트에게 업무비 횡령이라는 작은 누명을 씌워 부인 메릴린과 함께 드레멘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카를로스는 몇 차례 더 여성과의 추문을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카타리나와 제레미야가 조용히 처리했다.


이처럼 여성편력이 심한 카를로스였지만 메릴린을 향한 마음은 각별했다.




6개월이나 둘의 관계가 지속됐던 것도 카를로스가 메릴린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드레멘에 들린다는 게 혹시 메릴린을 만나기 위한...?"




정곡을 찔리자 카를로스는 적잖게 당황했다.




"아... 아니 꼭 그런건 아니고, 빠듯한 일정에 병사들도 많이 지쳤을 테니 드레멘에 잠시 들러 유람도 좀 할 겸 해서..."




"카를로스 경, 제가 이런 말을 드리는 게 좀 주제넘기는 하지만 이 말씀은 꼭 드려야겠습니다."




카를로스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냐 아냐, 주제넘으면 아예 말하지를 마."




"아닙니다. 그래도 드려야겠습니다. 부인께서 카를로스 경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이 만약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후후, 걱정마. 카타리나는 나보다 훨씬 더 나를 후계자로 만들고 싶어해. 메릴린을 만나더라도 그냥 모르는 척 넘길걸? 그동안 계속 그래 왔잖아?"




"그리고 드레멘은 우터베써강 어귀의 도시입니다. 트란베스트 주둔군 후임자인 에슈리히 장군 부대가 딩쾨르크에 주둔 중인데 도강을 했다면 그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슈리히가 병력 5000명을 이끌고 우터베써강을 곧 건널 것이라는 정보는 낮에 베스타노프로부터 들은 바 있었다. 이미 강을 건넜다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메릴린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훨씬 컸다. 풋풋했던 메릴린이 세월과 함께 성숙미를 어떤 식으로 발산할까 상상을 하자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잠시만 보고 간다니까? 자네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테니 내일 드레멘으로 그냥 출발해."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도무지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타이젠호프는 잘 알고 있었다. 카를로스의 고집을 꺾을 수 사람은 알폰소와 카타리나 단 두 명밖에 없었다.




타이젠호프는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정말 잠깐 들렀다 가셔야 합니다."




"알았어. 자네도 알잖아, 내가 집에서 숨도 못쉬고 산다는거. 난 정말 카타리나가 무서워. 메릴린 얼굴이라도 봐야 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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