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씨는 조총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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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빨간돌고래
작품등록일 :
2024.07.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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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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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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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

DUMMY

"우리 부대 내에 대니 도슨과 릴리 도슨이라는 젊은 부부 대장장이가 있습니다. 둘 다 솜씨가 괜찮습니다. 그들이 FMM에 나올 겁니다."


"중령님은요?"


"제가 하기를 바라십니까?"


"아니오, 다행입니다."


희선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밀러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제가 레프리가 될 겁니다."


"불의 시험에서요?"


"그렇습니다. 희선양."


"심판을 그쪽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원래 잉글랜드의 풍습이고 대결하는 사람, 판정하는 사람 모두 잉글랜드인입니다. 원칙적으로 외국인들과 대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자고 제안한 것도 그쪽이구요."


"휴, 뭐든 다 힘들긴 하겠군요. 정확한 규칙이 어떻게 됩니까?"


밀러는 옆에 서 있는 웅수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원래 네안더의 전통이었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래도 네안더의 것과는 좀 다르고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양측은 자기 소속 사람들만 나올 수 있고, 그리고 세명에서 여섯명까지 가능합니다. 양측이 같은 수의 사람이 싸우게 됩니다. 중복해서 나오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희선양이 검 만들고 춤을 추고 주먹 싸움을 다 해도 상관없기는 하다는 말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네요. 다른 시험을 할 때 서로 도와주어도 된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힘의 시험을 할 사람이면 미리 힘을 빼서는 안 되겠지요."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그럼?"


"정하기 나름입니다. 하지만 불의 시험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힘의 시험이 보통 가장 재미가 있기 때문에 불, 마법, 힘의 순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요? 보는 사람이 많습니까?"


"모르셨습니까? 이건 보통 잉글랜드 내의 마을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이런 구경거리를 사람들이 보지 않을 리가 없지요. 조선측의 이야기로는 소문을 내서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을 작정인 것 같던데요."


"다 합치면 일곱여덟 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 그걸 구경한다고요? 요리랑 망치질이 몇 시간을 지켜볼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을 텐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보는 사람은 드물겠지요. 관심 있는 대결을 할 때만 눈이 빠져라 보겠지요. 당장 이번 불의 시험만 해도 개성 내의 기술자들은 조선, 영국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다 몰려와서 볼 겁니다."


희선의 양쪽 관자놀이가 뻐근해져 왔다. 구경꾼들은 생각지 못했다. 그냥 조용한 곳에서 뚱땅거리면 되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참가하는 사람 수는 어떻게 정합니까?”


“그건 양쪽에서 합의하기 나름입니다. 오늘 그걸 듣고 가려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불은 희선, 마법은 민화, 힘은 구봉이로 한다면 기본은 세 명. 불에 구봉이가 도와주고 마법에 희선이 민화를 도와준다면 세 명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밀러의 말대로 구봉이가 힘을 빼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희선이 요리에 도움이 될 것인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세 명으로 제한한다면 저쪽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부부 대장장이라 하면 둘이서 일을 해왔을 것이고, 부부중 하나라도 음식에 능숙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세 명으로 한다면 아마도 남편만 불의 시험에 응할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두사람이 손발을 많이 맞춰왔을 것이고, 이쪽엔 희선을 빼면 솜씨좋은 사피엔 야공이 없다. 차라리 1:1이 더 나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밀러는 큰 고민 없이 대답했다.


"저희는 네 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 명으로 하죠."


밀러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3:3으로 하자는 이야기입니까?”


“네,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대충은 알아들은 웅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개풍 대장간에서는 희선을 보조할 만한 사피엔이 없다는 생각을 웅수도 했기 때문이었다.


“원하신다면 그렇게 조율을 해보도록 합시다. 혹시 뭐 다른 할 말은 없습니까?”


“사실 물어볼 게 너무 많아서 문제네요. 보통 불은 뭐로 시험하고, 마법은 어떻게 시험하나요? 힘은 그냥 마구 싸우는 건가요? 판정은 공정하게 하긴 할까요?”


“차근차근 이야기 할 테니 들고 있는 망치는 좀 내려놓아요, 희선.”



정리하자면 이랬다.


3:3도 가능하고, 구체적인 대결 기준은 그날 판정단이 즉석에서 제시한다. 판정단은 보통 중립적인 사람들을 섭외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이 규칙을 잘 아는 영국인들이 하게 될 것이다. 판정단은 보통 양심적으로 판정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을 수는 있다.


음식과 관련된 식재료들은 영국측이 준비한다. 향신료나 곁들일 소소한 재료들은 따로 준비해 올 수 있다. 그의 경험상, 요리는 대부분 브레드 종류 하나, 스테이크나 고기 파이 중 하나 정도일 거라고 했다. 브레드는 머핀, 크럼펫, 코클, 스콘, 요크셔 푸딩 중 하나일 거라 했다. 희선은 뭐가 뭔지 몰랐지만, 일단 다 받아적었다.


불의 시험은 아마 날붙이일 거라고 했다. 희선은 내심 총으로 승부할 수 있길 바랐지만, 총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대부분 날붙이로 승부하며, 영국군 병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 했다.


힘의 시험은 간단했다. 가로세로 3.5m 정도의 정사각형 공간에서 맨주먹으로 싸워 누군가 항복하거나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승부가 갈리는 것이었다.


순서는 정하기 나름이었지만, 위생이나 안전 문제로 마법, 불, 힘의 순서로 하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벽란도 서부시장 광장으로 정해졌다. 높은 분 중 누가 올지는 모르지만 벽란도 사람은 물론 개성 전체의 한가한 사람들은 다 구경올 기세였다.



“흠, 총 말고 영국군이 쓰는 거라면 레이피어, 롱소드, 대거, 파이크 정도? 그 정도지 않아요? 설마 글라디우스 같은 변태적인 걸 만들라고 하진 않겠죠. 혹시 방어구로 할 수도 있나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저는 레프리일 뿐입니다. 불의 시험 주제는 제가 정하지 않습니다. 아마 주둔군 부사령관 님이 결정할 겁니다.”


희선이 밀러를 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시간상 흉갑을 만들라고 하지는 않을 테고, 건틀릿이나, 아님 고짓(영국군 목 보호대) 같은 거요? 아퀘부시어, 큐라시어, 드래군, 다 갑옷 제대로 안 입잖아. 그럼 뭐 없는데. 설마 갑자기 휠락(치륜식,톱니식) 피스톨 같은 거 만들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나 그거 못 만드는데.”


밀러가 감탄을 했다.


“레이디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우리 군 내에 첩자라도 심어 놓으셨나? 걱정 마세요. 휠락 피스톨은 저도, 주둔군 내 기술자들도 전혀 만들 줄 모릅니다.”


“중령님, 잘 부탁해요.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구요.”


“제가 힘쓸 게 있을까요?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해보겠습니다. 믿을지 모르지만, 전 응원합니다.”


FMM 이야기가 대충 끝나자 희선이 득달같이 질문을 했다.


“중령님, 혹시 우츠 강(鋼)이라는 거 써 보셨나요? 그걸로 병기를 만들면 그렇게 기가 막히다는데.”


밀러는 당황했다. 이 레이디는 도대체 모르는 게 없다.


“예, 저도 본 적은 있습니다만. 확실히는 모릅니다.”


거짓말이었다. 최근 인도의 광산에서 우츠 강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 주둔군에도 우츠 강이 조금씩 공급되고 있었다. 물론 대외비였다.


우츠 강은 특이한 철광석인데, 제련과 열처리만 잘 하면, 고품질의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다마스커스 기법의 무늬로 꾸미기도 좋았다.


“다마스커스인가 뭔가 하는 신묘한 기법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그냥 접철단조하는 거 아니에요? 그걸로 뭐가 세질 게 있어요?”


하하, 이 소녀는 다마스커스강 기법 자체가 껍데기라는 것까지 파악하고 있구나. 우츠강을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로도.


“허허허, 레이디는 정말 모르시는 게 없군요. 맞습니다. 다마스커스 기법 자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냥 철판 접어 붙이는 거지요. 우츠 강이 핵심이지요. 거기서 나오는 철이 아주 특별한 겁니다.”


“혹시 구하시게 되면, 제게도 조금만 어떻게, 헤헤. 제가 값은 정말 잘 쳐 드릴께요. 네?”


“허허, 네. 구해보겠습니다.”


그는 희선에게 우츠 강을 정말 조금만이라도 구해주고 싶었다.



밀러가 돌아간 후, 대장간의 구성원들이 모였다. 웅수가 입을 열었다.


“다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지? 여기 애기씨께서 힘을 써주셔서 우리 대장간을 그냥 빼앗기지는 않게 됐다. 한번 싸워볼 수는 있게 되었다. 다들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라.”


희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야장. 내가 나서서 일을 성사시킨 것도 아니고, 이게 잘 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네. 불, 힘, 마법은 어쨌거나 지금 영국의 풍습일세.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낮을 거야. 그래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볼 것이고, 나랑 같이 맞서주기로 한 한성부판윤 댁 규수님도 최선을 다할 것이야. 그리고, 구봉아, 미안하게 되었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바로 항복, 못하겠소, 하면 된다. 절대로 무리하면 안된다. 사람이 상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알겠지?”


구봉이가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기씨. 제가 이래뵈도 우리 마을, 윗마을 합쳐서 씨름 1등 먹은 놈 아닙니까. 그리고, 제가 아픈 거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항복할 겁니다.”


“그래, 정말 고맙다. 못 하겠다 했어도 난 전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아닙니다, 애기씨. 저같이 천한 놈 대감마님께서 어릴 때부터 얼마나 잘 보살펴주셨는데요. 애기씨도 저 여기 일하게 해 주시고 기술도 배우게 해 주시고 하셨잖습니까. 이걸로 은혜 조금이라도 갚게 되어서 다행입니다요.”


“아니야, 아니다. 내가 정말 고맙지.”


훈훈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부야장 외석이 깼다.


“잘하면 우시겄소. 시간이 좀 남았으니 연습들 좀 하셔야죠? 애기씨는 영국군 무기들 생긴 거랑 단조법 익히시고, 구봉이 너는 밥 잘먹고, 잠 잘자고, 몸도 좀 움직이고 해야겠네?”


"그래요, 다들 열심히 준비해 봅시다!"


개풍 대장간 안이 간만에 웃음과 활기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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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불, 힘과 마법 (3) 24.08.10 17 0 11쪽
20 불, 힘과 마법 (2) 24.08.09 19 0 13쪽
19 불, 힘과 마법 (1) 24.08.08 21 1 12쪽
» 게임의 법칙 24.08.07 21 1 11쪽
17 총은 요술 부리는 막대기 24.08.06 21 2 11쪽
16 얼금이와 감실이와 흰돌이 24.08.04 22 2 11쪽
15 집으로 24.08.03 23 2 11쪽
14 그깟 대장간 24.08.02 26 1 13쪽
13 네안더의 전통에 네안더는 없다 24.08.01 30 1 13쪽
12 그지같은 영국음식 24.07.31 28 1 11쪽
11 화승총과 수석총, 매치락과 플린트락 24.07.30 34 2 11쪽
10 소와 양 24.07.28 30 2 13쪽
9 경국지색(傾國之色) 24.07.27 31 1 12쪽
8 입궐(入闕) 24.07.26 33 2 11쪽
7 총열과 세자빈 24.07.25 40 2 14쪽
6 야공 손희선 24.07.24 40 1 12쪽
5 갈라치기 24.07.23 43 2 12쪽
4 개풍 대장간 24.07.22 50 0 15쪽
3 몰래카메라 청년 24.07.19 69 0 14쪽
2 빨간 원숭이 24.07.19 1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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