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씨는 조총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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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빨간돌고래
작품등록일 :
2024.07.19 11:52
최근연재일 :
2024.08.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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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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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란도의 노을(완결) + 후기

DUMMY

며칠 후.


대장간 앞에서 희선이 놀라 물었다.


“사부, 왜요, 왜 그만둬요? 대장간도 뺏기지 않게 되었는데 왜요?”


사부라고 부르며 다시 말을 높이는 희선에게 웅수는 말을 낮추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당분간은 그냥 희선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그냥 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애기씨, 제가 올해 마흔둘입니다. 이제는 몸도 쇠하고, 마음도 지쳤습니다.”


네안더는 사피엔보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늙는다. 네안더 마흔이면 사피엔 예순과 비슷한 정도였다. 물론 마흔인 네안더가 환갑인 사피엔보다 훨씬 건강하고 정정했지만, 수명에서는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네안더는 마흔이 넘기 시작하면 언제 사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애기씨에게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뭘요?”


“이게 가능한지, 병판 대감께서 허락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애기씨가 개풍 대장간을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달리 사람이 없습니다.”


“사부가 은퇴하시면 외석 야공이 맡으면 되지 않나요?”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외석이 놈도 생각이 복잡한지, 아님 달리 생각해 둔 바가 있었는지 여기 일을 그만두고 북방으로 올라가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은퇴하고 외석이 놈이 그만두면 여기에 야공은 한 명도 없게 됩니다. 애기씨만 제외하면요.”


“그래도 내가 어떻게...”


“실력은 충분하십니다. 영국놈들과 한 불의 시험도 우츠강만 아니었으면 애기씨가 이기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 외에도 외부 연마나 열처리 실력은 이미 저를 뛰어넘으셨습니다. 담금질 실력은 지금까지 제가 본 사람 중에 애기씨가 최고입니다.”


“제가 맡든 안 맡든 사부는 은퇴하실 거고?”


“네, 전 이제 지쳤습니다. 오랫동안 하기도 했고요. 이제 쉬고 싶습니다.”


아주 잠깐 생각하던 희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미안해요, 사부. 비겁한 거 아는데, 못하겠어요. 이번에 너무 힘들었고, 무서웠어요. 개풍에만 오면 구봉이 생각이 계속 날 것 같고 그래요. 미안해요.”


“이해합니다, 애기씨. 괜찮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저와 우리 대장간 뒤를 봐주시고 살펴주시고 이야기 나누어주신 것만 해도 은혜가 넘칩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어쩌겠습니까. 영국군들이 원하던 대로 그놈들에게 던져버리겠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운영하긴 힘든 것, 그놈들에게 주면 욕이나 더 실컷 먹겠지요, 허허허.”



대장간 사람들과 인사하고 헤어진 후, 규원이 물었다.


“의외구나. 결과야 어찌 되든 당연히 해보겠다 할 줄 알았는데.”


“아니, 예조참의 나으리, 스승님, 오라버니, 아저씨, 일 안 해요? 원래 예조가 그렇게 일이 없나요? 어떻게 내가 가는 곳마다 다 있어요?”


“예판 대감께서 당분간 네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명하셨어. 내가 널 잘 아니까 좀 봐 달라고.”


“쓸데없는 짓 안 할 테니까 감시 안 해도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아냐, 그냥 한동안만 좀 지켜보고 이야기도 좀 하라고 하신 것뿐이야. 그런데 대장간은 정말 포기할 거야? 어쩌면 대감께서 허락하실 것도 같은데.”


“아까 야장에게 말한 그대로예요. 무섭기도 하고, 당분간은 망치를 잡고 싶지 않네요.”


“그럼 이제 뭐 할거냐. 얌전히 앉아서 자수 놓고 새색시 수업 받을 거냐.”


“모르겠습니다. 당분간 얼금이 글이나 가르치며 시간이나 보내야겠네요. 그보다도, 고든 태빙턴, 그 자식 처벌 안 받나요?”


“근신 중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처벌이겠냐. 조용해질 때까지 얌전히 있으라 정도지. 미안하다 했고, 개풍 대장간은 포기하겠다 했고, 우리 잉글랜드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사고였습니다, 했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거겠지.”


“조정에선 뭔가 강력하게 항의 안 하나요?”


“조정에서? 우리 제자 많이 똑똑해진 줄 알았더니. 가노 출신 메꾼 한 명 죽었다고 육조랑 의회 차원에서 상소라도 할 줄 알았니?”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 일도 아니다, 희선아. 조정에서 그런 건 눈꼽 만큼도 신경 쓰지 않아. 영국군이 욕을 많이 먹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할 거야. 애초에 주상전하의 뜻도 거기 있었을 테고.”


“그럴 거라 생각은 했었어요.”


시무룩해 있는 희선을 보고 규원이 싱긋 웃었다.


“삼간택 결과는 안 궁금하냐?”


“결과가 벌써 나왔어요? 어떻게 됐어요?”


“공식적으로 이야기는 없는데 말이지, 궁 내 분위기로는...”


“분위기로는?”


“네가 내명부 미래의 수장과 친구가 된 것 같다.”


“어엇, 그래요?”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와, 의외네요. 조성신이 사실상 확정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그랬었지, 그랬었는데, 정민화의 미모가 너무나도 뛰어났고, 조성신이 너와 같이 왔던 재간택 이틀간 너무 점수를 많이 잃었어. 경조부박(輕兆浮薄)하고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는 평이 많았다.”


“아, 진짜. 쉽게 이야기해요, 쉽게. 저 한서들 아예 안 본 지 몇 년 됐어요.”


“싸가지가 없고 지밖에 모른다는 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는 거지.”


희선이 씩 웃었다.


“그래도, 그게 뒤집힐 줄이야. 아무튼 정말 잘 되었네요. 난 또 괜히 나랑 엮인 것 때문에 민화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 미모에, 강단 있다고 좋은 말도 들었고, 요리도 잘한다고 소문났지. 도리어 그 덕을 좀 보지 않았을까?”


“잘됐네요, 정말.”


“글쎄다, 잘된 일인지는 앞으로 수십 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아잇, 뭔 소리예요. 일단 무조건 좋은 거지.”


간만에 희선의 웃는 얼굴을 본 규원은 용기를 냈다.


“내가 좀 아는 혼처 자리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그 사람 가문도 괜찮고, 사람 자체도 괜찮더라고. 너 생각 없니?”


“됐습니다. 이 와중에 무슨 혼처에요. 관심 없어요, 예조 참의 영감님.”


“그 사람이 아주 개방적이라서 말이야, 처가 망치질을 하든 험한 욕을 하든 총을 쏘든 말리지 않을 것 같더란 말이지.”


이 인간이 갑자기 뭔 쉰소리를 하나 싶어 쳐다보던 희선의 눈빛에 당혹감이 어렸다.


“무슨... 소리에요? 아니죠?”


“나이가 좀 많긴 하더라고. 스물다섯이라던가, 그랬는데.”


“저 놀릴 생각이면 그만두세요. 가만두어도 요즘 힘듭니다.”


“농담 아니다. 혹시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내가 그렇게 아니냐? 출사도 좀 일찍 했고, 집안도 그럭저럭 괜찮고, 생긴 것도 이만하면...”


“아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럽니다.”


“난 갑작스러운 거 아니다. 그동안 네가 너무 어려서 감히 말을 못 꺼냈던 것뿐이야. 희선아, 시간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봐. 우리 집에서도 나 문제 있나 의심하고 계셔서 혼인 이야기 요즘 안 하시니 걱정말고 천천히. ”


“문제요?”


“혹시 남색이라든가, 생산력 없는 그....”


희선이 질색을 했다. 규원의 입을 한 대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말을 끊었다.


“아우, 알고 싶지 않아요. 애한테 왜 그래요?”


“너 이제 애 아냐. 열여덟 살이잖아. 나 진지하다. 꼭 좀 잘 생각해봐. 부탁할게.”


“이게 부탁한다고 되는 일인가요?”


“그러게. 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노을이 예쁜 벽란도 시장통을 희선과 규원은 나란히 걸었다.




- 끝




네. 희선이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80~100화 정도는 되리라 생각했는데 제가 길을 잃었습니다. 조회수가 애초에 잘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회수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구요. 다른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희선이는 원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조연이었지요. 주인공은 프롤로그에 나온, 역사를 비틀게 되는 세 사람(?) 중 하나입니다. 원래 것을 써 나가다가 희선이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이걸 먼저 한번 써보자! 라는 대책 없는 짓을 해본 겁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하하하하.....ㅜㅜ


원래의 것은 그것대로 조금씩 써 나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되다 보니 프롤로그와 그 뒤가 따로 놀고, 초반부에 설명이 많아지고, 갑자기 막 밑도끝도 없이 네안데르탈 인들이 나타나고, 영국군이 조선 중기에 등장하고, 미터와 그램이 막 튀어나오고 그렇게 됐습니다.


제 친구에게 한번 보여줬더니 딱 한마디 하더군요. 미친 놈아. 이게 다 무슨 소리냐.


죄송합니다. 100%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대로 사라지긴 죄송해서 희선이 시집가는 날, 그리고 사이다 장면 하나 후루룩 해서 내일, 모레 조공 삼아 올리겠습니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글 봐 주신 분들...감사합니다.



p.s 다마스커스는 판타지다! 라는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인도나 서아시아에서 나오는 우츠 강을 이용한 다마스커스 무기들은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현대의 강철 제품들과 비교하는 건 말이 안되는 소립니다. 희선이가 전동 프레서, 용접기, 그라인더도 없이 세시간만에 글라디우스를 만드는 게 진짜 판타지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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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란도의 노을(완결) + 후기 24.08.13 17 1 9쪽
24 불, 힘과 마법 (6) 24.08.13 20 1 11쪽
23 불, 힘과 마법 (5) 24.08.12 17 1 12쪽
22 불, 힘과 마법 (4) 24.08.11 17 1 11쪽
21 불, 힘과 마법 (3) 24.08.10 17 0 11쪽
20 불, 힘과 마법 (2) 24.08.09 20 0 13쪽
19 불, 힘과 마법 (1) 24.08.08 21 1 12쪽
18 게임의 법칙 24.08.07 21 1 11쪽
17 총은 요술 부리는 막대기 24.08.06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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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집으로 24.08.03 24 2 11쪽
14 그깟 대장간 24.08.02 26 1 13쪽
13 네안더의 전통에 네안더는 없다 24.08.01 31 1 13쪽
12 그지같은 영국음식 24.07.31 29 1 11쪽
11 화승총과 수석총, 매치락과 플린트락 24.07.30 34 2 11쪽
10 소와 양 24.07.28 30 2 13쪽
9 경국지색(傾國之色) 24.07.27 31 1 12쪽
8 입궐(入闕) 24.07.26 33 2 11쪽
7 총열과 세자빈 24.07.25 40 2 14쪽
6 야공 손희선 24.07.24 40 1 12쪽
5 갈라치기 24.07.23 44 2 12쪽
4 개풍 대장간 24.07.22 50 0 15쪽
3 몰래카메라 청년 24.07.19 69 0 14쪽
2 빨간 원숭이 24.07.19 119 2 13쪽
1 프롤로그 24.07.19 130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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