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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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황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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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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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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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허세충이 대출을 못 숨김

DUMMY


한편 카림 사건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의 대중 제재.


<中, ‘헌터 살인범 카림은 방글라데시인’ 중국 국적 전면 부인>

<미국, 대중 경제제재 본격화, 관세 200% 인상 확정>

<꽉 막힌 마석 수출길, 추락하는 중국 경제>

<중국 ‘동해상 한미연합훈련, 한반도 긴장 고조 유발할 뿐>

<인도-중국 국경지대 긴장감 고조, 무력충돌 분쟁 가시화>

<日, 지하철역 혐중 테러로 중국인 3명 부상>


그리고 중국 국가각성감독관리총국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가시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국장 쑨페이치 앞에 선다.

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에서 보낸 사람들.

다시 말해, 숙청이다.


“리 주석을 만나게 해주게!”

“······.”

“아니, 위원장님이라도! 산하오에 대한 증거는 모두 없앴어. 국적도 주지 않고 미등록 각성자 무국적인으로 데리고 있었단 말이야. 그 자식이······!”

“마지막입니다. 가시죠.”


나직한 경고에 주위를 둘러보는 쑨페이치.

그를 따르던 감관총국의 모두가 입을 다문 채 시선을 돌린다.

엮였다간 자기 모가지도 날아갈 판이니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


저항은 무의미하고, 그의 권력은 화무십일홍에 불과했다.

모든 걸 받아들인 쑨페이치는 침묵 속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쑨페이치의 빈 자리에 도도하게 올라 앉는 여자.

리웨이.

리바이창 주석의 조카다.

바야흐로 리 주석의 황족 정치 시대.


“다들 같이 가고 싶은 거 아니면 일하시죠.”


리웨이는 쑨페이치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얼어붙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의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는 사람들.

숙청의 불똥이 튀길까봐 사리는 꼴이 우습다.


주변을 정리한 리웨이도 국장실로 들어갔다.

중앙 테이블에 놓인 다기.

호두나무 진열장에 놓인 향로와 불상.

쑨페이치의 고리타분한 취향이 드러나는 공간.


“이 향 냄새부터 빼야겠어.”


리웨이는 낡은 의자에 앉아 책상에 다리를 꼬아올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펼쳐본 서류는.


‘산하오.’


이 사달을 낸 문제아.

수 년 전. 방글라데시 시골에서 각성도 잘 모르던 놈을 찾아내, 50만 타카(한화 약 5천만 원)을 준다는 소리로 중국으로 회유했다.

A급에게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산하오.

그만큼 애국했다.

동시에 매국했고.


“하필이면 까다로운 한국에 걸려서.”


전 세계가 반중운동으로 난리.

그거야 그것대로 문제지만,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S급이 산하오를 처리했다는 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등돌리겠다는 뜻이지.”


순혈 S급을 설득하라고 보낸 산하오.

근데 한국 S급은 산하오를 한국 정부에 고발해서 이렇게 일을 키웠다.

이건 중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나마 다행인건.


“산하오 새끼가 하나는 건졌단 말이야.”


산하오는 한국 집행청에 붙잡혔다.

하지만 그 덕에 알게된 정보.


─ 산하오가 서울 미궁에 진입한 날, 보고를 바탕으로 당일 서울 미궁 저층에 출입한 이들을 추려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모든 조건과 정확히 일치하는 자는 딱 하나뿐입니다.


스크린에 떠있는 신상정보.

감관국 정보분석부의 힘.

이름, 나이, 성별, 주소, 능력······.

벌써 개인 정보까지 조사 완료.


“확 죽여버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한국 미궁에 다시 침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 해야할 게 뭐겠나.


현 대한민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S급을 안전하게 숨겨 보호하는 것.

그것부터 망가트려줘야지.



* * *



마나액을 좀 더 만들기 위해 저층파밍과 함께 고층도 살짝 돌았다.

어차피 급한 층수 전진은 삼가달라고 했으니까.

천천히 사냥하며 내실을 다지는 중.


“언제 느껴도 좋다! 이 새로 태어난 기분.”


마나액을 먹고 나서인지 사냥도 훨씬 수월하다.

사냥을 열심히 한 게 운동 효과도 있는지 근육도 좀 붙은 것 같고.

그 버프를 받아 전보다 더 열심히 파밍했다.


“그런데 왠지 슬라임 수가 예전보다 늘어난 거 같다?”

“삐리빅.”


[킹슬라임 사후 킹슬라임을 처리한 미궁에 슬라임 개체 수 쏠림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유를 알려주는 리빅이.

층계참은 세계 모든 미궁 공용.

거기서 킹슬라임이 번식해서 각 미궁으로 슬라임을 보내는 생태 시스템인 모양이다.

그런데 ‘서울 미궁’에 킹슬라임을 죽인 위험한 존재가 있다?

방어를 강화모드 작동.

슬라임이 자체적으로 서울 미궁에 병력배치를 늘렸다는 거다.


그 덕인지 슬라임 수는 족히 이전의 두 배.


“그럼 다른 도시 미궁엔 슬라임이 별로 없겠네?”

“삐리빅!”


고개를 끄덕이는 리빅이.

몬스터의 생태란 참 신기하구나.


하지만 슬라임이 늘어난 것은 오히려 호재.

마나액 재료 파밍이 훨씬 쉽다.

게다가 5강짜리 검을 들고 있는 내게 슬라임은 더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기도 하고!


그렇게 신나게 미궁을 털고 돌아온 원룸.


[슬라임의 액체×3918(L)]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수확.

슬슬 효율적 파밍 루틴이 잡혀간다.


‘일주일 간 열심히 모아서 쨍이한테 가져다줘야지.’


만족스럽게 폰을 여는데.


“응?”


메시지가 와있다.

그것도 재영이도 송지혜 팀장도 아닌 사람한테서.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금전 요구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Taeseok Koo]


“구태석?!”


은평구청에서 만났던 그 대학 동기.


‘근데 왜 나한테 연락을?’


내가 아는 구태석이 맞나 프로필 사진을 봤다.

미술전시회 앞에서 프사는 꽃 들고 있는 예쁜 여자 사진.

아마도 여자친구인 모양인데.

쓱쓱, 프사 이력을 넘겨보니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나온다.

내가 아는 구태석 맞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설마 각성자 신청할 때 넣은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빼간 건가?

이거 공무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해도 신고할 정도의 열정과 깡다구는 없는 나.


‘설마, 내가 S급 각성인 거 알고······?’


미리 인맥 만들려고 연락한 건가?

여차하면 읽씹하고 차단해야지.

슬쩍 메시지 확인해보니.


[야, 조종인.]

[내일 우리집 와라. 밥 사줄게.]


‘응? 밥?’


그때 문득 떠오르는 구태석의 말.


─ 다음에 시간 되면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와.


그게 진담이었어?


[집들이 선물 같은 거 부담갖지 말고 빈손으로 와ㅋㅋ]


그러더니 띡 맵 주소를 공유해놨다.


‘가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내가 내일 약속 있으면 어쩌려고?

백수라서 프리할 줄 알았나?


‘백수를 뭘로 보고!’


백수가 얼마나 바쁜데.

재취업을 위한 자기계발도 필요하고, 일자리 알아보기, 인맥 관리, 체력 관리, 그리고 집안일까지.

직장인보다 더 바쁜 백수도 있는데!


물론. 내일 약속은 없지만······.

아니, 미궁 파밍해야지.

슬라임액도 모으고, 심층도 전진하고 응?

마석도 조금만 더 모으면 또 강화할 수 있는데!


‘내가 S급인 건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이대로 읽씹해?’


잠깐 고민하던 그때.


[읽었으면 답장을 해라. 사람 기다리게 하지 말고]


귀신처럼 날아온 메시지.

보고 있었구나.


‘가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삐리빅!”


[무료 식사는 경제적입니다.]


조리빅, 이 녀석.

지난 번도 그렇고 공짜를 꽤 밝힌다.


“너무 공짜 좋아하면 안돼, 너.”

“삐리빅.”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습관]


참나.

웃기는 녀석이야.


‘하긴, 동기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평소였으면 고민도 없이 거절했을 초대.

S급으로 각성했다고 용기가 생긴걸까.


[ㅇㅋ 갈게]


답장을 보냈다.



* * *



구태석이 집들이 선물을 사오지 말라고 했지만 빈손이 민망해서 휴지를 샀다.

남들한테 많이 받았겠지만 두면 쓰겠지.


아무튼 도착한 구태석의 집.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잘 빼입은 구태석이 나온다.


이 녀석은 집에서도 이러고 있나?

다림질한 셔츠에 비싸 보이는 면바지에 명품 시계에.

머리엔 왁스까지.


“야, 조종인. 진짜 왔네!”


웃는 태석.

내 손에 들린 휴지를 본다.


“아, 집들이 선물로 휴지 사왔냐? 이런 거 사오느니 사오지 않는 게 나은데.”

“뭐?”

“아니야, 고맙다. 들어와.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


다들이라니?

들어서니 현관에 신발이 많다.

게다가 여자 구두도 보이는데······?


“어머, 태석 씨 친구분이시구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여긴 내 여자친구.”

“왕소현이라고 해요~”


간드러진 콧소리로 인사하며 안쪽에서 나오는 한 여자.

옛날 유행하던 강남미인 스타일.

쌍커풀에 애굣살에 턱이 뾰족하다.

거기에 금색으로 탈색한 머리카락에 칼단발.


‘저거, 퀸 따라한 머리잖아?’


퀸 헤어가 유행이라더니, 진짜 따라하는 사람이 있긴 있네.

그리고 그 뒤로도 이어서 나오는 사람들.


“야, 조종인! 이게 얼마만이냐!”

“안녕하세요~”


얼굴을 아는 대학 동기, 김동민.

그리고 모르는 여자가 둘.


나 혼자 오는 게 아니었나?


“어떻게 된 거야?”

“동민이가 너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대서. 그리고, 저기 두 명은 내 여자친구 친구인데, 한 명은 스튜어디스, 한 명은 경기도에 있는 유명한 대형 카페 사장이야. 내가 널 위해 특별히 초대했다.”


태석이 두 여자를 슬쩍 가리키며 속삭인다.


왕소현의 친구 김민정과 이봄.

다들 원피스에 다림질한 블라우스에.

잘도 차려입었다.


그에 반하면 나는 청바지에 평범한 티셔츠.

친구 만나는 평범한 자린 줄 알았는데.


“너 여친도 없다며. 이런 데서 여자 만나지 어디서 만나?”


구태석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하, 누가 여자 소개해달라고 했나?


그냥 갈까.

잠시 고민됐지만 부장 비위 맞추며 밥 먹은 게 하루 이틀이냐.

회사 부도 나기 전까진 멀쩡히 사회생활 했던 나다.

전직 백수라고 사회 부적응자는 아니란 말이다.

현관까지 들어온 마당에 다른 사람들 있다고 삐져서 집가는 하남자는 아니다.


들어서니 이미 음식이 차려진 6인용 테이블.

화려한 플레이팅의 파스타, 스테이크, 라자냐, 샐러드. 곁들일 와인까지.


“이거 내 여자친구가 직접 만든 거야.”

“그래?”


결혼한 것도 아니고.

구태석 집들이에 왜 여자친구가 음식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고생은 아니니까 착석.


“음식 하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고생은요. 제가 요리가 취미라서. 맛있게 드세요~”


눈웃음을 지으며 콧소리를 내는 소현.

비염이 심한가 싶은 수준이다.


“잘 먹겠습니다.”

“야, 종인아. 한 잔 해.”


식사가 시작되고.


“야, 구태석. 너 시계 하나 더 샀냐? 그거 로렉스잖아.”

“이건 산 지 일 년도 더 됐지. 그보다 나 이번에 벤즈로 바꿨잖아.”

“올, 구태석. 역시 미관부에서 일하니까 다르다?”

“이따 내려가서 보여줄게. 시간 되면 드라이브도 하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사람들.

나는 일단 조용히 먹는데 집중했다.


‘괜히 대화하다가 S급인 거 들키면 큰일이니까.’


묻지도 않은 말은 삼가는 게 상책.

그때. 카페 사장이라는 봄이 내게로 관심을 돌렸다.


“종인 씨라고 하셨죠? 종인 씨는 무슨 일 하세요?”

“어머, 그러고 보니 그 얘길 못들었네.”


한번에 쏠리는 시선.


무슨 일 하냐고?


‘헌터라고 말할 수도 없고.’


긁적.


“그냥 놀아요.”


대충 둘러댔다.


“어머! 제일 부럽다!”

“자기야, 부러워 하지마. 그런 거 아니야. 쟤 원룸 살아.”


태석이 손을 저으며 웃는다.

그러자 왠지 숙연해지는 분위기.

뭐야. 원룸 사는 게 이상한 건가?

조용해진 그때.


“삐리빅?”


리빅이가 가방 지퍼를 열고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깜짝이야!”


갑자기 튀어나온 로봇에 사람들이 놀란다.

원래대로라면 구태석만 있는 자리니까 처음부터 꺼내주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있어서 꺼내줄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답답함과 음식 냄새를 참지 못하고 나온 조리빅.


“뭐야, 조종인. 그거 가져왔어?”


픽 웃는 태석.


“그게 뭐예요?”

“아, 이 녀석은요······.”

“아, 쟤 각성자거든.”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선수 치는 구태석.

그러자 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반짝인다.


“조종인, 너 각성했어? 야, 대박이다! 어쩐지 구태석 이 자식이 널 부르자고 하더니.”

“각성자요!?”

“저 각성자, 이렇게 사석에서 처음 봐요!”


각성자를 향한 격한 반응.

안다. 나도 얼마 전까진 저런 위치였으니까.

각성자라고 하면 엄청 신기했지.


그때 구태석이 왕소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웃었다.


“그래봤자 저 녀석 F급이야. 헌터 못하는.”

“F급?”

“그게 뭔데요?”


각성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물었다.

하긴. 나도 각성 전 까지만 해도 각성하면 다 헌터 되는 건줄 알았으니까.


“있어. 능력이 안 좋아서 헌터 자격 없는 각성자.”

“헌터가 아닌 각성자도 있어요?”

“많아요, 민정씨. 헌터하기엔 능력이 없는 건데 그냥 일반인이죠, 뭐.”


내 능력을 두고 실컷 떠드는 구태석.

그를 보던 리빅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삐리빅.”


[구태석의 신용정보를 검색합니다.]

[전세대출 및 마이너스 통장, 제2금융권 추가 대출, 카드 리볼빙 기록이 있습니다.]

[추산 약 5억 원 이상의 부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세한 내역 조회를 위해선 본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신용 거래 시 주의 요망]

······.


야, 야. 조리빅.

적당히 털어.


아니, 그나저나 전세 대출이 있다고 해도, 리볼빙까지 5억 빚이 있다고?

감당이 되냐······?

되니까 하겠지?

와중에 벤즈 S클래스를 뽑을 생각하다니, 신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몰라도 참 대단하다.


신나게 구태석의 뒷조사를 마친 리빅이.

앞에 놓인 파스타를 신나게 먹는다.


“삐릭.”


[빚쟁이에게 얻어먹는 식사는 달콤합니다.]


야, 적당히 하라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때.


“야, S급 신상 떴다는데!?”


핸드폰을 보던 김동민이 갑자기 소리친다.


“진짜냐?”

“지금 속보로 죄다 그 얘기야!”


핸드폰을 내밀어 보이는 김동민.

핸드폰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찍힌 타이틀이 보인다.


<속보! 유명 위튜버, 순혈 S급 신상 공개>


그걸 본 구태석이 고개를 들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X발.’


모골이 송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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