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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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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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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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열 냥으로 할 수 있는 일

DUMMY

윤서가 다가가 막란의 얼굴을 닦아준다. 이제는 피 묻은 막란의 얼굴이 무섭지가 않다. 어느새 적응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막란의 칼이 무서웠다. 그다음에는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그의 칼에서 피를 보면 기절했다. 그러다 막란의 칼이 안쓰러워 졌다. 지금은 의지가 된다.


객주에서 윤서를 알아보고 따라온 놈들이 있었다. 윤서를 업고 갈지자로 걸으면서 숲의 움직임을 파악해, 네 명이 쫒고 있다는 것을 막란은 알았다.


윤서가 ‘관군이야!’ 소리 쳤을 때 놈들이 놀라 모습을 감추려 하는 순간 막란도 함께 숨었던 것이다. 막란을 놓친 놈들이 정신없이 우왕좌왕 할 때 막란이 이동하며 놈들을 없애 버렸다.


잡고 보니 차림새가 보부상들이다. 아마도 최이척이 활동 폭이 넓은 상인들을 이용해 막란과 윤서를 잡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윤서야 많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고, 꼽추인 막란이도 쉽게 눈에 띌 것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황천고개는 민란을 준비하는 김철용이 잡고 있어 상인들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막란과 윤서를 상인들이 이곳까지 쫒는다는 것은 그만큼 최이척이 이유는 몰라도 급하다는 증거다.


윤서와 막란은 피곤하지만 낮에 자고 밤에 움직여 노출을 최소화하기로 한다.




*




명나라 남경 객주 집에서.......

화적들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이 신기할 따름이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폭이 좁고 길게 내린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길거리에서 국수며 만두를 빚어 즉시 요리해 사람들에게 파는 것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



“꺽쇠야 우리 바깥구경 좀 하자.”



며칠 째 객주 집에서 갇혀 살고 있다. 답답하기도 하고 바깥이 궁금하여 덴년이가 부탁한다. 말이 통하지 않을 뿐이지 위험한 것은 없을 것이다.



“형수 혼자는 안 돼. 말도 통하지 않고....... 또 얼굴 예쁜 여인은 위험해요.”



꺽쇠가 처음으로 덴년이에게 농을 한다. 그래도 그녀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



“미친 놈....... 같이 가자. 네가 내 몸 지켜줘.”



다른 사람들도 나가길 원한다. 그래도 만일을 위해 교대로 나가기로 한다. 꺽쇠와 덴년이가 먼저 나가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둘 만의 시간이다.


거리를 나서자 정신이 없다. 인력거는 왜 이렇게 많은지 사람들을 치지 않고 다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덴년이는 꺽쇠의 오른 쪽에 자리를 잡고 걷는다. 그녀의 화상자국의 반쪽 얼굴을 꺽쇠에게 보여주기 싫어서다. 꺽쇠는 상관없지만 그녀가 원하기에 그렇게 해준다. 화상자국이 없는 왼쪽 얼굴이야 말 할 것도 없지만 반대편 얼굴도 꺽쇠는 예뻐 보인다.


인력거가 위태하게 옆으로 지나가려 하면 얼른 덴년이를 건물 쪽으로 잡아끈다. 그러기를 몇 번하자 자연스럽게 덴년이의 어깨를 안고 길을 걷는다.


대국은 대국이다. 조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높다란 건물들이 거리에 가득했고, 길바닥은 돌로 박아 놓아 비가 아무리 내려도 흙탕물이 튈 것 같지가 않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세계 각 지역에서 모여들었는지 각양각색이다. 조선에서 온 덴년이와 꺽쇠의 차림이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다.


덴년이도 여자인가 보다. 온갖 여인네들의 장식과 부속품을 파는 점포에 그녀의 발길을 멈춘다. 아이는 낳아 본적이 없어도 아이가 갖고 놀 만한 노리개에 덴년이의 눈이 간다.



“형수....... 맘에 드는 것 있소?”


“썩을 놈....... 이 까짓게 뭐라고.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지.”



덴년이가 애써 외면한다. 모지리와 살 때도 아기는 꿈도 꾸지 않았다. 불안한 인생에 아기까지 낳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명나라 땅을 밟은 뒤로는 아기 노리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니, 아기에 욕심을 갖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고집에 뭐 하나 사지 못하고 그 점포에서 나왔다.

시장으로 들어섰다. 사실 난전들이 워낙 즐비해 시장이 따로 없는 것 같으나 유독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있었다. 호기심에 사람들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참혹한 광경이 벌어진다. 노예시장이다.


얼굴 윤곽이 타원형이고 눈썹이 가늘고 짧으며, 코끝이 뾰족하고 입술이 얇은 것으로 보아, 북방에서 잡아온 포로들이다. 남녀 할 것 없이 옷을 모두 벗겨놓고 건강상태를 확인한 다음 값을 매겨 사람들에게 팔고 있었다.


그 중에는 배가 산만한 임신한 여자도 있었는데 다른 여인들의 값보다 한 배 반이었다. 뱃속의 아이 값도 계산에 넣은 것이다. 발가벗겨진 여인은 아이를 보호하려 두 손으로 자기의 배를 감싸 안는다. 배를 제외한 나머지 몸은 많이 말라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덴년이가 한 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도 요지부동이다. 꺽쇠를 바라보는 눈이 간절하다. ‘우리가 구해주자 꺽쇠야’ 덴년이는 그렇게 눈으로 꺽쇠에게 사정한다.


꺽쇠에게는 윤서가 준 비상금 금 열 냥이 있었다. 그런데 노예 상인은 손가락으로 열 닷 냥을 가리킨다. 다른 여인들은 열 냥에 나갔으니 그는 합리적인 가격이라 여긴 것이다. 조선 땅이라면 요절내고 당장이라도 빼 오면 되지만 일을 내서는 안 된다.



“형수 돌아갑시다.”


“기다려보자....... 팔리지 않으면 우리한테 기회가 있을 줄 모른다.”



중국 상인은 절대로 물건 값을 내리는 법이 없다고 들었다. 애초에 값을 정할 때 시장수요에 맞게 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임신한 여자도 팔리지 않으면 얼마간 밥을 먹여 몸을 만들어 다시 그 가격에 내 놓을 것이다.


임신한 여자는 몇몇 허약한 다른 노예들과 함께 해가 지기까지 팔리지 않았다. 덴년이가 상인과 협상을 한다. 몸짓 발짓을 써 가며 열 냥에 팔라고 사정을 한다. 임신한 여자도 덴년이의 소매를 잡고 구해달라는 듯 연신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상인은 사정을 봐 주지 않는다. 보증인이 있으면 외상도 가능하니 열 닷 냥 밑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머나먼 타국 땅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덴년이는 임신한 여자를 놓지 않고 결사적으로 매달린다.


상인은 땅바닥에 ‘관군’이라는 글자를 쓴다. 만약에 더 이상 업무방해를 할 때는 관청에 신고한다는 뜻이다. 외국인이라 겁을 주려는 것이다.



“제가 보증을 서겠습니다.”



뒤에서 들리는 조선말이다. 복장은 명나라 사람이나 분명 조선 사람이었다.



“조선에서 온 김의영이라 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역시 어렸을 적 여진족에게 국경에서 잡혀 온 노예라고 했다. 셈이 밝아 주인의 마음에 들었고 지금은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주인을 도와 남경에서 제일 큰 포목점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래도 조심은 해야 했다. 함부로 남을 믿거나 따라가면 안 된다고 윤서가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저희가 외상을 치루지 않으면 고초를 겪을 것입니다. 감수하고 도와주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여자를 사시는 이유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약 잘못되어도 여러분은 열 냥을 손해 보시는 것이 되고 저는 닷 냥 밖에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듣고 있던 덴년이가 김의영의 의중을 알아보려 한다.



“우리는 저 여인을 열 냥에 사서 열두 냥에 팔 면 두 냥의 이익을 보는 것이요. 그래도 함부로 보증을 서시겠소?


“여러분들은 장사치들의 얄팍한 상술을 부릴 행색이 아닙니다. 그 정도 눈썰미가 없으면 이 나라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 여인이 가여워 구하려는 것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꺽쇠야 뭐 하냐 값을 치루지 않고!”



김의영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윤서의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보증인의 서류에 김의영의 친필 이름과 도장이 찍히고 값을 치루니, 그제서야 임신한 여인이 긴장이 풀려 땅에 쓰러진다. 덴년이가 급하게 옷을 구해 그녀에게 입혀준다.



“고맙습니다. 조선에서 아들 내외가 곧 옵니다. 외상은 치를 것이니 보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먼 명나라까지 오게 된 것입니까?”


“말하자면 사연이 깊습니다. 이 자리에서 말 할 간단한 얘깃거리가 안 됩니다.”


“몇 분이나 넘어오셨는지요?”


“꺽쇠야 가자! 이 아낙네 빨리 데려가서 뭐 좀 먹여야 되겠다.”


“이백 명 정도 됩니다. 기회가 되면 이 은혜 갚겠습니다.”



이백 명이라는 소리에 김의영이 놀란다. 아마도 이렇게 많은 수의 조선인이 넘어왔으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듯하다.



“여인이 많이 허약하니 인력거를 불러드리겠습니다. 비용은 걱정 마세요.”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김의영은 걱정되었는지 인력거 두 대를 불러 나누어 타고 객주 집까지 따라왔다. 타국에서 만난 조선인에게서 이렇게 도움을 받을 줄 몰랐다. 어차피 임신한 여자의 신상을 알아야겠기에 거란족 말도 할 수 있는 그의 통역이 필요했다.


임신한 여인은 몽골 지역에서 사는 거란족이라고 한다. 지금은 후금에 복속되어 포로로 잡혀왔는데 명과 전쟁이 나자, 명나라 군인에게 잡혀와 노예상인에게 넘겨졌다고 한다. 김의영은 그녀가 불편한 점을 살피려 많은 시간 동안 그녀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객주 집이라고는 하나 방 하나에 열 명 씩 생활하고 오랜 바깥 생활에 화적들은 잔병치레가 많았다. 머리엔 버짐이 생기고 피부는 갈라져 피부병이 없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물갈이도 화적들에게 고통중의 고통이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약재를 구하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김의영이 해결해 주었다. 물은 끓여 먹게해 더 이상 물갈이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부자리를 볕에 말리고 서역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피부에 바르는 약을 가져와 피부병을 낫게 해 주었다. 영양상태가 고르지 않은 임신부는 고기를 넣은 국을 끼니마다 먹여 기운을 차리게 했다. 김의영은 화적들의 구세주가 되었다.



“객주 집을 옮겨야겠습니다.”


“이미 아들 내외가 오기 전까지 값을 다 치렀습니다.”


“이 곳은 상인들과 군인들이 숙박하는 곳입니다. 여인들과 아이들이 있을 곳이 되지 못합니다.”



남자들이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떠들며 매음하는 여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매일 싸움도 벌어져 누군가 다쳐야 끝을 보는 곳이다. 옮기긴 해야 하나 막란과 윤서를 기다려야 한다.



“아들 내외가 곧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있어야 합니다.”


“옮기는 거처를 남겨 놓으면 됩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조용한 객주 집이 있습니다. 제가 마련해 놨으니 오늘 옮기시지요.”


“그래 꺽쇠야 거란족 아낙도 여기서 애를 낳을 순 없다.”


“그래도 안 됩니다. 지금까지 은혜 입은 것만 봐도 갚을 길이 없습니다.”


“노예로 팔려온 지 삼십 년이 지났습니다. 고향이 그리워 소매가 적시도록 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제 형편이 되어 돌아가려해도 부모님이고 형제 모두가 죽어 돌아갈 곳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여러분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조선이며 고향이며 부모형제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저의 심정을 헤아리신다면 저의 도움을 마다하지 말아 주세요.”



꺽쇠도 김의영의 진심어린 도움에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렵다. 거처를 옮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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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NEW 55분 전 3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5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7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3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5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1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3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3 1 12쪽
57 王八! 24.09.03 14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7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5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3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8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5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4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6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6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5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2 0 11쪽
» 황금 열 냥으로 할 수 있는 일 24.08.21 18 0 12쪽
43 백성들아 알고 있나 막란의 처라는 걸 24.08.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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