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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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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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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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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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1 - 호엘룬(4)

DUMMY

71.

C.11 - 호엘룬(4)



-훌쩍.


발코니를 뛰어넘은 래브도느.

소년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오빠가 위험하다니! 대답해!"

"안녕, 래브도느. 내 귀여운 누이야."


소년은 수풀 한가운데 공터에 서 있었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붉은 머리의 견인족.


소년의 엉뚱한 대답에 래브도느는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좀 더 극적인 해후를 바랐는데. 참 아쉬운 일이야."


-딱.


소년이 손가락을 튕기자.

동시에 래브도느의 눈에서 촛점이 사라졌다.


"아, 아. 어, 으아···."

"음, 제법 저항이 거세구나. 하지만 걱정 마 곧 전부 잊게 될 테니. 나와 함께 이곳을 탈출하자."


래브도느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레드독.

그녀의 뺨을 손등으로 쓸어 보이며.

그녀의 손에 입맞춤하려 했다.

그때 뒤편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그럴 일 없다."

"···?"


레드독이 뒤를 돌아보았다.

실처럼 가늘게 띄어진 그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당신 어째서 여기에···?"

"오랜 꿈을 꾼 기분이더군."


"제가 당신에게 세뇌를 건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교황청의 암시를 깨뜨리기 위해서였단 말입니다!"

"알고 있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더러운 암시를 건 것 또한 말이지."


거칠게 찢어진 의복.

산발이 된 머리카락.

초라한 행색의 그는 마치 걸인과 같았다.


그러나 그의 안광은 맑게 빛나고 있었으며.

찢어진 의복 사이로 단단한 근육이 내비쳤다.


"정의에 타협은 없다."

"제가 당신을 구했어요! 당신은 절 죽일 수 없어요!"


레드독의 암시가 통하지 않았다.

말레우스는 곧게 선 장승과 같이 레드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드독의 눈빛에서 다급함이 흘러나왔다.

슬금슬금 물러서는 그의 눈이 번뜩이려는 순간.


"정의."


-서걱.


단 일수.

레드독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으로 물든 얼굴.

자신의 최후를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듯했다.


-풀썩.


레드독이 사망함과 동시에 지배에서 풀려난 래브도느가 제자리에 쓰러졌다.

말레우스는 래브도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쎄엑. 쎄엑.

-스륵.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든 말레우스가 자리를 떴다.



* * * 



젠장, 젠장, 젠장.


레드독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설정은 듣지 못했는데.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쎄에엑, 뿌드득! 


어둠으로 벼린 나이프가 마몬의 한쪽 날갯죽지를 꺾었다.

당황한 듯한 모습의 마몬이 물러서며 외쳤다.


【가, 강하군.】

"죽어."


한시가 아깝다.

놈이 그녀들에게 무슨 짓을 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치가 떨렸다.

여력 따윈 남기지 않겠다.

즉시 <탈태>를 사용했다.


"흐으으."

【호오?】


마몬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연결된 그림자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유황 온천처럼 부풀어 오른 거품이 펑 하고 터져나갔다.

검은 기운이 내 몸을 바닥부터 침식해 들어왔다.

마치 옷을 한겹 더 껴입은 기분.

그와 함께 느껴지는 전능감.

준비는 끝났다.

사냥을 시작하자.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검은 손들이 마몬의 날개를 휘어잡았다.


【이것, 놔라! 이 더러운 벌레가!】


마몬의 반대쪽 날갯죽지가 꺾였다.

바닥으로 내려선 마몬.


나에게 양 날개가 꺾인 것이 수치스러웠는지.

그는 다시 인간의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사방으로 깃털을 흩뿌리더니.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날려왔다.

하지만.

이것 또한 <직관>의 능력일까?


게임에서 플레이했던 회피 패턴과 유사한 형태로 날아오는 깃털이 눈에 띄었다.


<기묘한 회피>까지 사용하자 충분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였다.

그가 보기에는 흐늘거리는 액체괴물과 같아 보였으리라.

내 움직임을 본 마몬이 눈을 의심하며 소리쳤다.


"그것이 진정 사람의 움직임이란 말인가."

"지금, 좀 바빠서."


급히 뒤로 물러선 마몬이 깃털에 휩싸이더니.

수백 마리의 괴수 까마귀 군단이 되어 몰아쳤다.


두 번째 페이즈다.

드라코 컴퍼니의 과학력을 보여줄 때였다.


-촤륵, 핑, 티리리링!


나는 코트를 펼쳐 보였다.

세열 수류탄에 줄줄이 연결돼 있는 안전핀을 뽑은 다음.

그림자 이동을 사용하여 세열 수류탄을 흩뿌렸다.


-콰과과과과광!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폭음.

닭털처럼 흩날리는 까마귀 깃털들.

마지막으로 바싹하게 익은 치킨 냄새.


안전을 확인한 뒤,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

엉망진창이 된 마몬이 입에 피를 머금고 서 있었다.


"퉷,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마법이라니. 무슨 짓을 한 거냐?"

"도저히 죽을 생각을 하지를 않군."


당황한 얼굴의 마몬이 의문을 표해왔으나.

대답해줄 이유는 없었다.


황금으로 도금된 라이플을 꺼내 들었다.

마몬이 흠칫하며 물러섰다.


"···여기까지 하지 않겠는가? 그 물건만 넘겨주면 물러가겠다."

"욕심하고는···."


요정의 가루로 만든 탄약.

요정 탄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일단 한발.


-타앙!


"커헉! 제, 젠장!"


마몬은 더 이상 날아오를 수 없었다.

때문에 추잡하게 바닥을 굴러야 했다.

아니, 바닥을 제대로 구를 수도 없었다.


바닥에서 솟아난 어둠의 손이 녀석을 끌어당겼다.

사지를 결박당한 마몬이 울부짖었다.


내가 놈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자.

놈은 마치 사정하듯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이제 알겠다. 그거, 반고님의 힘이구나."

"···."


"그 힘을 받아들였으면서···! 어째서 우리를 적대하는 거지? 네가 가진 힘과 우리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너는 이미 우리의 형제란 말이다!"

"그런 거 아니다."


-타앙!


머리에 구멍이 난 마몬의 머리가 꺾였다.

···아직 끝난 거 아니다.

마몬의 육신이 까마귀 깃털로 변해 흩어졌다.


-크르릉!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하늘이 어둡게 물들었다.

추적추적 검은 비가 떨어져 내리며 불길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검게 물든 구름 너머에서 두 개의 붉은 홍옥이 피어올랐다.


-쎄에엑!

-콰과광!


구름에서 형태를 갖춘 거대 까마귀 한 마리가 추락하듯 떨어져 내렸다.

장소는 혁명군 비밀 아지트 최상층.

바로 내 앞이다. 


이제 이곳의 상층부는 반파되어 하늘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언제라도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장소를 옮길 순 없었다.

여기서 놈을 해치우지 못하면 그녀들이 위험하다.


그것은 마몬 또한 마찬가지일 터였다.

급하게 사용한 현신은 그의 육체에 강한 부하를 일으켰을 것이고.

다시 힘을 모으기 위해, 또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붉은 홍옥.

놈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두 눈에 증오가 가득했다.

그래. 덤벼봐라.


마지막 페이즈.

거대화 및 연속 회피 패턴이다.


거대화된 마몬의 크기는 비밀 아지트에 밀리지 않았다.

그저 날개를 휘두름에도 압도적인 질량에서 밀려오는 힘이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쎄에엑, 쎄에엑!

-쿠과과광!


마몬이 날개를 휘둘러 공격해왔다.

아지트의 상층부가 무너져 내렸다.


공격 자체는 단순했기에 피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놈에게 큰 한방을 꽂아 넣기 위해서는 놈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그 방법은.

마몬의 몸에서 까마귀가 분리되어 나오더니.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까마귀를 잡아채 날아올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나는 마몬와 얼굴을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네 덕분에 나의 대계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래."


【대가는 네 목숨이다.】

"그럴 순 없지."


<탈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까마귀에 몸을 숨기며 비축했던 힘을 모두 사용했다.

내 몸을 감싼 어둠이 날개가 되어 펼쳐졌다.


놈의 약점은 붉은 홍옥.

놈의 눈이다.


라이플을 장전하며 날아올랐다.

놈 또한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괴성을 내지르며 마법을 시전했다.


-피움 델 아비디타(piume dell'avidità, 탐욕의 깃털)


하늘에서 떨어지던 검은 비가 깃털의 형상을 갖추며 날아왔다.

헤일과 같은 모습.

피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날아가던 가속도에 날개를 장갑판으로 삼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빠가가각!


뚫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내 몸도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라이플은 지킬 수 있었다.


이제 놈과의 거리는 십 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날개 공격.

피했다.


부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

피했다.


놈과의 거리가 제로에 가까웠다.

놈이 나를 씹어먹을 듯 부리를 벌려왔다.


부리 속에 수많은 이빨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얌전히 먹혀줄 생각은 없었다.


우선 두방.


-팅, 콰과과과!


마지막 세열 수류탄을 꺼내 놈에 입에 처넣었다.

치명적인 상처를 기대할 순 없었으나.

다음 일격을 위한 밑 준비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세 방, 네 방, 다섯 방.


-탕, 탕, 타앙!


수류탄으로 약해진 피부에 요정탄을 박아넣었다.


【크오오오!】


끔찍한 고통에 마몬이 몸부림쳤다.

나는 침착하게 놈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놈의 홍옥이 눈 앞에 있었다.

놈도 나를 보고 있겠지.


 "끝이다."

【자, 잠까ㄴ···!】


-탕, 탕, 탕, 타앙!


나머지 요정탄을 모두 쏟아부었다.

보석에 금이 가듯 놈의 각막에 금이 새겨졌다.


몇 발 더 쏴주니.


-푸콱!


【안돼에에에에에에···!】


-챙그랑!


마몬의 거대한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아지트 위에 내려섰다.


-콰가가가강!


놈의 추락만으로 대지가 흔들렸다.

나는 걸음을 옮겨 앞에 섰다.


놈은 다시 줄어들어 인간의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으으.】

"내가 좀 바빠서."


마몬의 목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최후의 말은 없었다.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내 라이플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새끼.


-스르륵.


때 마침 <탈태>가 해제됬다.

머리가 어지럽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놈의 시체에서 부산물을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당장 그림자 이동을 사용하여 그녀들에게 날아갔다.



* * *



비틀거리며 날아온 김한의 몸을 살다가 받쳐 들었다.


"한아!"

"김한씨? 대체 무슨···?"

"···."


심상치 않은 모습에 리타가 신성 주문을 시전했다.

잠시 후 리타의 신성 주문을 받은 김한의 얼굴이 느슨해졌다.

살다가 김한을 래브도느의 침상 옆에 눞혀주었다.

살다가 말레우스를 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거의 죽을 뻔했다."

"죽지 않았다."


"어째서 그를 도우러 가는 것을 방해한 거죠?"

"그는 홀로 시련을 통과해야 한다."


"그게 대체 왜···!"

"···."


말레우스는 답이 없었다.

그저 잠잠한 눈으로 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난, 교황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건 너희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저희를 이단으로 체포하실 생각이라면···!"


리타가 미간을 좁히며 으르렁댔다.

말레우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교황청 깊은 곳 사악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선봉에 설 것이다."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가요!"


말레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업. 나의 죄. 나의 회계로다."


"하지만···!"

"그래, 그러려무나."


리타가 반발하려 하자.

살다가 리타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제지했다.


"네, 할 일을 하거라."

"···."


말레우스가 발걸음을 돌려 멀어졌다.

인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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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7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1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4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8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29 1 12쪽
» C.11 - 호엘룬(4) 24.08.19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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