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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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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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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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18 - 리타

DUMMY

97.

C.18 - 리타



"그래, 좌푯값은 찾았나."

"여기."


나는 벨페고르에게 USB를 넘겨주었다.

벨페고르가 드미겔에게 USB를 넘겼다.


다시 잔을 집어든 벨페고르.

와인을 한 모금 음미하더니.


"드미겔 좌표값 고정하고 발사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우선 분석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모든 일정을 준비하고 발사하는 데까지는 최소 24시간이 필요합니다." 

"들었지? 잠시 쉬고 있으라고. 아, 그런데 뭐냐? 맞다. 그··· 부탁이니. 슬롯머신을 당기는 것만큼은 조금조금 자제해 주길 바라. 77층 관리자 녀석이 저 성녀님 닮은 사람만 보면 경기를 일으킨다고."


벨페고르가 클클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24시간.

필요한 정보는 얻었다.

이제 하나만 더 묻고 나가자.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주선 발사는 어디서 합니까?"

"음, 그래. 이젠 뭐. 상관없나?"


벨페고르가 기대고 있던 벽을 두들겼다.

음.

그렇군.


-취이이.

-위이잉!


등 뒤의 벽이 갈라지더니.

거대한 펜옵티콘 형상의 내부가 드러났다.

그곳의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우주 비행선.

주변에는 수많은 마족이 달라붙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벨페고르가 와인잔을 한번 들어 보이더니.


"자, 저것이 자네를 우주로 쏘아 보낼 우주 비행선이라네. 이제 자네가 건내준 좌푯값을 넣고 막바지 점검을 끝내면. 정말로 우주까지 날아오르게 되는 거지. 어때? 기대되지 않나?"

"그렇군요."

"후후, 이제는 자네가 거부해도 물릴 수 없어. 나도 이번 건에 물린 게 좀 많거든."

"확실하게 준비 부탁드립니다."

"그래. 아, 이걸 받게."

"이건···."


벨페고르가 나에게 건네준 것은 핸드폰이었다.

아니 핸드폰과 무전기 사이의 무언가.


"계속 여기에 박혀있기엔 서로 불편하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는 우주로 나가기 전에 간단한 교육을 받아야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게. 준비되면 드미겔이 그 통신기로 연락을 줄 거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이정도가지고."


벨페고르가 손을 까딱였다.

귀찮으니 나가보라는 손짓.


드미겔이 우리를 객실로 안내했다.

적당히 짐을 풀고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저, 저는 오빠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추억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본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이곳은 조금 답답하구나."

"그럼, 어차피 통신기도 받았으니. 밖으로 한번 나가보죠."

"네, 오빠!"


우리는 일단 밖으로 나와 걷기로 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앞에는 각 층별 위치 정보가 표기돼 있었다.

무엇이 있나 살펴보는 가운데.

한 개 층을 유심히 살펴보는 리타.

그녀가 보고 있는 곳은···.

37층.

인조 호수가 조경된 층이었다.

리타에게 다가갔다.


"인조 호수를 구경하고 싶으신 겁니까?"

"음, 아, 저. 큿흠. 혹시 그래도 될까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와! 건물 안에 호수가 있다니 정말 신기해요!"

"그래, 본녀도 한번 살펴보고 싶구나."

"그럼. 정해졌군요."


우리는 37층 호수 정원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

혹시라도 마계 친화적 호수가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고민했으나.

내가 걱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와아. 예쁘다."

"정말 아름다워요."

"리타의 선택이 옳았구나."

"이건, 특별한 경험이 되겠군요."


호수 정원이 말 뿐이 아니라는 듯.

아름다운 호수를 중심으로.

각종 수목이 펼쳐져 조경을 이루고 있었다.

한쪽에 조성된 들판에는.

마계의 아이들과 부모가 피크닉을 나온 듯.

사이좋게 앉아있었다. 


우리들은 잠시 말없이 호수를 따라 걸었다.

래브는 폴짝폴짝 바닥에 튀어나온 돌을 따라 걸었고.

리타는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며 걸었으며.

살타는 그저 앞을 바라보며 걸었다.

걷다 보니.

조그마한 암자 하나가 나왔다.

리타가 제안했다.


"우리 잠시 저곳에 앉아 쉬어볼까요?"

"그러자꾸나."

"네, 좋아요. 오빠는 어때요?"

"저도 좋습니다."


아, 저는 잠깐 화장실에 좀.

그렇게 말하며 멀어지는 리타.

래브가 동행을 제안했으나.


"언니, 같이 가줄까요?"

"아니, 괜찮아요."


리타는 사양하고 홀로 이동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저렇게 혼자 돌아다녔지?

분명 길치 아니었나?


잠시 후.


"언니, 좀 늦네에."


래브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으로 차양막을 만들고 두리번거리는 모습.

살다가 그런 래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리타가 조금 늦는구나. 한아 네가 한번 찾으러 다녀와 줄 수 있겠느냐."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리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걸까?

나는 축지를 이용하여 빠르게 주변을 살펴나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에.

리타가 멍하니 서 있었다.

마치 공황이 온 듯한 모습.

리타를 불러보았음에도 대답이 없었다.


"리타···."

"···."

"리타 괜찮습니까?"

"···아-."

"길을 잃으신 겁니까?"

"···그런 것 같네요."


리타가 힘없이 웃어 보였다.

나는 다가가 리타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째서 래브와 함께 가지 않으셨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그냥. 조금 모든 게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리타, 고민이 있으시군요."

"후후, 고민이요···. 그렇죠. 그런데."


리타가 조금 불만인 듯.

작게 볼을 부풀렸다.


"···?"

"나를 이렇게 고민하게 만든이가 내 앞에서 태평하니. 왠지 심술이 솟아나는 것 같아."


음.

이럴 때는···.


"리타. 잠시 걸을까요?"

"···좋아요."


우리는 잠시 함께 호수를 거닐었다.

리타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말없이 걷던 리타가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저는 길 잃은 어린 양과 같았답니다."

"···."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아마, 제프의 부하와 실랑이하던 때였지요."

"킥킥, 당신이 내 예장을 뺏어가듯 강탈했었죠."

"그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이면서."

"···들켰습니까?"


조금 홀가분해진 표정의 리타.

마치 노래하듯 입을 열었다.


"사실, 그런 건 잊어버린 지 오래랍니다. 아니. 덕분에 그걸로 래브도느를 살릴 수 있었잖아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동감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당신과 만날 수 있었고··· 또··· 길을 찾을 수 있었죠."

"길···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제가 가야 할 길. 그리고 바라봐야만 하는 길. 그래서일까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길을 잃지 않게 되었답니다."

"···."


나는 리타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드라코 컴퍼니에 방문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큰 심경의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그녀의 트라우마를 치료해 준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김한, 나는··· 나는 너무 두려워요. 나는 어린양. 그래요. 목자가 필요한 어린 양과 같아서. 바라볼 곳이 사라지면 금세 길을 잃고 헤매다 곧 죽어버리고 말 거에요. 그리고 나의 목자는··· 당신 김한이에요."

"리타."

"이제야 겨우 내가 올곧이 바라볼 곳을 찾았는데. 그 사람이 모두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주로 떠난다고 해요. 나는 당신이 돌아오지 못할까 너무 두려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데. 순간, 순간이 너무나 무서워요. 앞이 보이지 않는 수렁을 건너는 기분이에요."

"리타···."

"그러니 반드시 살아 돌아와요. 저를 혼자 남겨두지 마세요. 저, 저는··· 이제."


리타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내 몸으로 리타의 가녀린 육체를 덮어주었다.

그녀의 떨림이 조금 가라앉는가 싶더니.


"음."

"조금만··· 더."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두 남녀가 겹쳐 있었다.

두 남녀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실이 이어져 있다.

작은 인영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것인지.

까치발을 들어 한 번 더 그 입술을 탐해본다.


영원 같지만 찰나의 시간이 지나갔다.

리타는 마지막으로 내 혀를 한번 휘졌고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고정해 눈을 맞춰왔다.


"리타. 저는···."

"김한. 이제 당신이 없으면. 전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반드시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녀의 뺨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싱긋 웃어 보인 리타.

그대로 거리를 벌려 보이더니.


"뭐해요.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러네요."


마치.

그녀들을 기다리게 한 것이 나라는 것, 마냥.

그녀는 베- 하고 혀를 내밀어 보이더니.

스스로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그녀의 씩씩한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여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들은 처음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 늦어요! 오빠!"

"후후,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구나."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욧!"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살다가 은근한 눈으로 나와 리타를 한번 쓸어봤다.

리타는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이미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래브마저 금세 눈치를 챌 정도.


"엑, 진짜? 오.빠.아···?"

"래브, 우리 약속했잖니?"

"우우, 그, 그래요. 살다언니가 가만히 있는데··· 제가 뭐라 할 수는 없죠."

"···감사합니다."

"후후, 그렇게 미안한 표정 지을 필요 없단다. 이제 밤은 우리의 시간이니."


살다가 절대로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아무튼.

우리의 작은 소동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이미 시간은 저녁.

우리는 드미겔의 안내에 따라 레스토랑에 방문.

제법 훌륭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


"아, 김한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음. 바바락님?"


마계 토너먼트 챔피언십의 진행자이자 캐스터인 바바락.

그는 내가 자신을 기억해주었다는 것에 황송해하며 입을 열었다.


"아, 역시 김한님. 저를 기억해주시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음, 저희 마계TV에서 김한님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 제가 직접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혹시 잠깐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잠시 동안이라면 알겠습니다."


돌아보니 그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씩 눈을 맞춰주고 상황을 설명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올라갈 테니, 먼저 올라가시겠습니까?"

"우우, 가뜩이나 얼마 없는 시간에 훼방꾼이···!"

"후후, 래브. 한이에게 급한 용무가 있어 보이니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자꾸나. 하지만 한아.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마."

"···알겠습니다."

"언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좋아요. 하지만 김한님 언니 말씀대로 늦.지.않.는.게. 좋을 거예요. 아셨죠···?"

"알겠습니다."


그녀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들을 올려보낸 뒤 물었다.


"무슨 제안을 하러 오신 겁니까?"

"김한님께서 이번에 우주로 나가 창세신 반고와 결전을 벌인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미 다 알려진 사실.

밝히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인터뷰 같은 건가.

짧게 끝내고.

그녀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 주도록 하자.

그와 별개로.

내 말을 들은 바바락의 눈이 타오를 듯 빛나기 시작했다.

바바락이 흥분한 모습으로 입에서 침을 튀기며 외쳤다.


"이런 특종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우주적 손실이 따로 없습니다. 김한님 부디 저희에게 당신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할 특권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네?"


조금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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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8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 C.18 - 리타 24.08.31 22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6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20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3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3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5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6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4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5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8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9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30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5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8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30 1 12쪽
71 C.11 - 호엘룬(4) 24.08.19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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