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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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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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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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4 - 라시타 성국(1)

DUMMY

86.

C.14 - 라시타 성국(1)



벨페고르가 김한 일행을 불렀다.


"훌륭하군."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

"후후, 네가 그 간단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면 그런 소리는 하지 못할걸?"

"그렇다면···."

"좋아. 나도 약속을 지키지. 드미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드미겔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나타난 드미겔.

손에는 플로피 디스크가 들려있었다.


"이건···?"

"이건 해킹 프로그램이다. 닷핵이라고 하지. 이걸 사용하면 아버지. 반고에게 들키지 않고 우주선을 추적할 수 있다. 그 자몽이라고 했나? 그 친구한테 보여주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일이건 네가 보여준 '가능성'에 대한 보답이다. 부디 성공을 기원하지 친구여."

"···알겠습니다."


김한 일행은 그대로 뒤돌아.

드라코 컴퍼니로 돌아가는 여정에 올랐다.

벨페고르는 99층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봤다.

드미겔이 다가섰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으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얼굴을 한번 훔쳐 보였다.


"주인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놈이 마지막 피스였다."

"···네?"

"이미 백 년 이상 준비한 계획이었다. 앞으로 백 년 이상이 더 필요할 수도 있었지. 세계를 통합하고 설득하고 그러면서도 아버지께 들키면 안 돼. 참으로 고독한 나날이었다."

"주인님···."

"이 과업은 나태한 나에겐 너무나 힘에 부치는 일이야.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해보았지만. 만능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녀석을 확인한 이상 모든 것을 내가 짊어질 필요는 없겠지."

"실패한다면···."

"하하하, 드미겔.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전진할 수 있겠어? 형제자매들을 이곳에서 쫒아내는 것부터 마족 놈들을 통일시키는 것까지. 지금까지 성공을 확신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에 과감히 베팅할 뿐이야."

"주인님을 따르겠습니다."

"드디어 해방인가. 드미겔 이리 와서 한잔 받아. 오늘은 말동무가 필요한 기분인걸."

"기꺼이."


-쪼르르


99층의 전경을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히 잔을 나누었다.



* * *



올펜 제국.

데저린 사망 직후.


황궁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들.

그들은 데저린 재상의 사망이 공표됨과 동시에.

짐을 싸들고 성국으로의 망명을 준비했다.

교황청에서의 마지확 집회가 시작됐다.


"데저린 재상이 마왕의 끄나풀이었다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우리 중에도 그에게 뒷돈을 받아먹은 자들이 수두룩 하다는 걸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은 그런걸 가릴 때가 아니오. 지금 당장 성국으로 귀국하여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허허, 이곳에서 지금까지 이룩한 것을 전부 내려놓고 성국으로 도망가자는 말씀이시오? 지금이라도 황궁에 새로 연을 대어 우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당장 목이나 달아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시오!"

"하아. 그것 참···."


그들이 고민하고 있을 무렵.

가장 높고 어두운 곳에서 눈을 빛내던 이가 입을 열었다.


"모두 떠날 수는 없는 법.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제국의 이목을 끌어야 하네."

"그, 그런···! 그건 그야말로 사형선고와 같은 말이 아니십니까?"

"이것은 간증일세. 더 많은 믿는 이를 지키기 위해. 자진해서 라시타의 최전선에 서는 것이지. 그리고 아무리 제국의 황제라도 라시타의 종을 함부로 베어 넘길 수는 없을 것일세. 안 그런가?"

"그, 그렇습니다. 간, 간증···! 맞습니다. 제오르지우스 교황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아무리 제국의 황제라도 저희의 목숨은 엄연히 라시타의 것. 그가 함부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황 제오르지우스가 광기에 가까운 눈빛을 내비치자.

수사는 냉큼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동조했다.

지금 그의 말에 반발한다는 것은.

자신이 이곳에 남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 이곳에 남을 이는···."

"···."


교황이 나른한 눈빛으로 좌중을 쓸어보았다.

모두가 식은땀을 흘리며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던 중 교황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그는 크리스티나의 양부.


"마커스 추기경."

"네. 예하."

"주와이외즈와 그레이하운드. 김한과 연결된 두 개의 사건 모두에 책임 소재가 있는 자네가 이번에야말로 라시타의 앞에서 제대로 된 쓰임을 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다네."

"···제가 책임지고 이곳에 남아. 남은 성도들을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여, 역시! 마커스 추기경!"

"라시타께서 자네의 신실한 믿음을 기억할걸세!"

"그만."


주변의 웅성거림을 잠재운 교황이 말했다.


"자, 이제 시간이 없다. 그를 제외한 모든 이는 지금 즉시 성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도록. 파견중인 성전 기사단과 이단 심문관들 또한 즉시 성국으로 복귀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집회를 마치도록 하지."


그것으로 끝.

모든 이가 체면 가림없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특히, 데저린과 관계가 깊었던 이들.

몸놀림이 가히 도적과 같았다.


집회가 끝난 자리.

오직 마커스 추기경만이 자리했다.

그의 곁으로 한 인영이 다가섰다.


"마커스님···."

"크리스티나.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저, 저도 이곳에 남겠어요! 당신과 함께 끝까지 이곳을 지키겠어요···!"


크리스티나의 말에 마커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는 나와 약속했다. 저번 일을 끝으로 너는 너의 소임을 마쳤으니. 이제 너는 네 살길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곳에 남게 된 것은 순전히 제 탓이에요!"

"어째서 그것이 너의 탓인가. 바보 같은 소리! 여봐라."

"크리스티나님 모시겠습니다."

"아, 아니! 언제나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이렇게는 아니었어요! 마커스 이러지 마세요. 아버지!"


크리스티나의 마지막 말에 마커스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명령했다.


"부디, 그녀를 제국 밖으로 안전히 모시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럼, 부디 무운을."

"고생했네 렉토르."


그의 심복이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더니.


-팟!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거 놓으세요! 아버지, 읏···!"


기절한 크리스티나를 업어든 렉토르.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딱딱한 목재 의자에 몸을 기댄 마커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 아버지라. 딸의 마지막 작별 선물로는 나쁘지 않군."


잠시 여운을 즐기던 마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나도 내 일을 해볼까."


마커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 *



드라코 컴퍼니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해 있었다.


리타가 그녀를 보더니 놀라 소리쳤다.


"크리스티나?"

"리타··· 도와줘. 아니, 도와주세요."

"뭐, 뭣?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너 정말 크리스티나 맞니?"

"내 아버지. 마커스가 위험해···!"

"천천히 하나씩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말씀드리겠어요."


크리스티나는 내가 사탄을 처치한 뒤.

교황청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데저린과 연관이 있었던 고위 성직자들은 즉시 자리를 내뺐다.

그리고 그들이 온전히 라시타 성국으로 도피하기 위해.

마커스가 총알받이로 남겨졌다.

자신은 마커스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고 싶었으나.

그의 심복이 자신을 기절시켜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런 이야기였다.


"우선 마커스의 상태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네, 저번에 사탄을 처치한 뒤. 황제의 궁정 마법사와 소통할 수 있는 수정구를 남겨두었습니다."

"그··· 그러면!"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살다가 가볍게 손짓하자 수정구가 떠올랐다.

곧 수정구 너머로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배경을 장식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한, 생각보다 빨리 연락했군! 그래, 혹시 마음이 바뀌어 전향할 생각이라도 든 것인가?"

"···다른 용건입니다."

"하하하, 농담일세 농담. 그래, 우리의 영웅께서 어떤 용건으로 나를 불러냈는지 한 번 들어보도록 하지."

"그, 교황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아, 그 개 같은 놈들 말인가!"


내가 교황청을 언급하자 리히크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쾅!


그가 분통하다는 듯.

왕좌에 연결된 팔걸이를 내려쳤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요."

"그래, 데저린과 연관이 있던 주동자 놈들이 앞잡이를 세워놓고는 성국으로 도망가버렸지 뭔가. 허, 참! 심지어 앞잡이 놈은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더군."

"혹시 그의 처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크흠, 마음 같아서는 괘씸죄로 목을 매달고 싶었으나. 이번 일과 무관함이 밝혀졌으니. 따로 처리하진 않았네. 다만 놈들이 버리고 간 교황청을 허물고 그곳에 황립 구휼소를 지은 뒤. 그곳의 원장을 맡아 평생 속죄할 것을 명했다네."

"아버지가 살아계셔!"


크리스티나의 비명을 질렀다.

황제는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음? 하하하, 김한 대책 없이 여자를 늘리다간,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될걸세! 내가 이미 그 사실을 몸소···!"

"리히크."


어디선가 들려온 미성의 목소리.

리히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큿흠, 아, 아무튼. 그렇다면 이것으로 자네의 부탁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군! 맞나?"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현명하심에 민심이 바로 설 것입니다."

"하하하. 그래, 어엇. 그, 그만···! 그럼 나는 이만 가겠네."

"···좋은 시간 되시길."


-파칫.


수정구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흐, 흐윽, 저, 정말··· 다행이에요.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만··· 흐윽···."

"크리스티나···."

"리타···."


리타가 크리스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크리스티나가 리타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잠시 그녀가 진정할 동안 기다려주었다.


그와 별개로.

나는 리시타 성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 상황이었다.

이제 굳이 모든 마왕을 처치할 필요가 없어졌으나.

바알은 성국을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최악 최흉의 마왕.

이것은 나의 미래뿐만 아니라.

이 세계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결론을 낸 내가 말했다.


"쓰레기들이 한 곳에 모여있으니. 치우는 것이 한결 수월하겠습니다."

"후후, 오랜만에 한이의 야성을 느낄 수 있겠구나."

"저는 오빠가 원하는 대로!"

"성국의 마지막 순간을 제 눈으로 지켜보겠어요."

"에엣. 뭐, 뭐라는 거에요? 다들? 지금 성국과 전쟁을 하려는 건가요?"


방금 전까지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크리스티나.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성국의 깊은 곳에는 마왕 바알이 숨어있습니다. 저희는 그를 처치하고 이 싸움을 끝낼 것입니다."

"서, 성국에 마왕이 숨어있다고요!?"

"어쩌면, 크리스티나. 당신이 아버지를 구한 것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씨익 미소 지었다.

크리스티나의 얼굴이 벙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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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20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5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6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30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30 1 12쪽
71 C.11 - 호엘룬(4) 24.08.19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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