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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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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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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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4 - 라시타 성국(3)

DUMMY

88.

C.14 - 라시타 성국(3)



이곳을 성국이라 할 수 있을까?

말레우스를 지나쳐 넘어온 길은 참혹했다.


이미 반 정도 썩은 모습의 고위 성직자들.

그들은 자아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크어어!"

"이런."


-스걱.


말레우스와 달리 최소한의 이성조차 남아 있지 않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놈들을 라시타의 곁으로 보내주는 정도.


그래도 한 종교의 지도자급이라는 것인가?

이성이 있는 놈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러언. 이럴 수는··· 없다."

"···."


그가 어설픈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교황 제오르지우스.


게임 에피소드에서 연합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젊은 청년들은 전쟁터에 내보내면서.

저는 교황청에 틀어박혀.

향락을 즐기던 부패한 성직자.

꼴이 좋군.


나는 즐거이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얼굴은 이미 뜯어먹혀 있었다.

눈 한쪽도 사라진 상태이었다.

하지만.

끝을 모를 정도의 집념은 아직도 여전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증오가 느껴졌다.

나는 그 증오의 불씨를 꺼뜨려 주기로 했다.


"신의 품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언···! 기임 하아아아ㄴ!"


-서걱.


놈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철컥. 탕!

은제 탄환으로 채워진 소총으로 마무리.

-치이익!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제오르지우스의 육신이 녹아내렸다.

고개를 돌리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바알.


"후후, 내 선물은 마음에 들었는가?"

"상한 음식을 선물로 보내셨더군요."

"아, 이거 미안하군. 취향인지라."

"취향은 받는 이의 것을 참고하셔야지요. 반고에게 가정교육을 덜 받으신 모양입니다."

"···너, 아버지의 이름을 쉽게 부르는구나."

"한번 막아보시죠."

"후회하게 해주마."

"해봐."


바알의 육신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가 드러낸 모습은 말레우스였다.

불쾌한 기분에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랐다.

정의를 부르짖던 말레우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건 명백히 그에 대한 모욕.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달랐다.

나는 씹어뱉듯 외쳤다.


"결국 그의 육신을 빼앗았군."

"뺴앗다니? 그는 원래 나를 위해 준비된 제물이었다. 그저 육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인조 영혼을 넣어두었을 뿐이지. 오히려 내 것을 빼앗은 것은 네 쪽이다."

"···?"


바알이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듯 몸을 떨었다.

내가 놈의 것을 빼앗았다고?

그의 눈이 타듯 달아오르며 나를 노려보았다.

바알이 말했다.


"레드독과 래브도느 그리고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뭣?"

"그들은 어떤 의미로는 남매라고 할 수 있겠지. 모두 같은 실험실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니."

"···설마."


나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하나의 가정이 떠올랐다.

은둔자들의 탑인가.

내 예상대로 바알은 은둔자들의 탑을 언급했다.


"나는 은둔자들의 탑의 최대 후원자이자 의뢰자이다. 그런데 보아라! 네가 한 짓들을 너의 돌발행동으로 레드독은 망가졌고 래브도느는 반역했으며 말레우스는 자아를 찾으려 했지.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은 것은 바로 너다."

"만족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계시는군요. 아직 당신이 멀쩡히 살아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당신에게서 정말로 모든 것을 가져가야겠습니다."

"이노옴!"


바알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이너스티쉬어(iniustitia, 불의)


바알의 검신에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나는 <기묘한 회피>를 이용해 공격을 피해내면서.

놈의 심장에 담로를 박아넣었다.


"크흐흐. 어딜."


말레우스의 초 재생을 가져갔구나.

울컥. 피가 튀어나오더니.

스르륵 하고 회복됬다.


-컨템프터스(contemptus, 경시)


중력이 반전된 것처럼 몸이 둥실 떠올랐다.

그와 함께 펼쳐지는 횡베기.


"네가 가져간 모든 것을 되찾아주마."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공중에 떠올랐다 하여 축지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목에 혈선을 그어주었다.

마무리로 은탄 한발.


-치이익, 빠드득!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던 은탄이 놈의 손에 잡혀 찌그러졌다.


"이따위 장난감으로 나를 잡으려 했더냐."

"장난감이라면 아직 더 남아있지."


미리 바닥에 설치해둔 C-4를 터트렸다.

놈의 모습이 흉측하게 변했으나 곧 원형을 되찾았다.

젠장.

끝이 없군.


"어리석은 녀석. 내가 다른 형제들처럼 만만할 거라 생각했나? 네가 이곳에 들어온 순간. 너는 저 스스로 무덤에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질기기만 한 주제에."


싸움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바알이 흡수한 말레우스의 초재생은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드라코 컴퍼니의 새틀라이트 빔까지 버텨내지 않았던가.

무언가 전황을 뒤집을만한 상황이 필요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목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나는 정의를 알지 못한다."

"···녀석을 죽인 것이 아니었나?"

"글쌔."


말레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죽박죽 재생되어 여전히 흉측한 모습.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리 맑아져 있었다.

절뚝이며 다가온 그가 바알을 마주했다.


"나의 영혼은 조작되었기에 스스로의 올바름을 세우지 못했다."

"어째서 저놈을 죽이지 않았지?"

"죽였다."

"뭐···?"


말레우스는 계속해서 바알에게 다가섰다.

그의 말이 계속됐다.


"고통을 모르는 몸은 모두에게 동일한 의념을 적용케 했다. 그들은 울부짖었다."

"슬슬 듣기 따분해지는군. 김한···! 어째서 놈을 죽이지 않았지?"

"말귀를 못알아듣는군."

"이놈이···!"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바알.

그저 걷고 있을 뿐인 말레우스.

그가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바알.

그가 변명하듯 외쳤다.


"이런 제물 따위가···! 어째서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냐? 분명 육신을 교체한 후 잠시 동안 강화된 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작해 두었거늘···! 설마···?"

"모든 것이 네 마음대로만 흘러갈 거라 생각하지 마라."

"하, 그렇다고 해서 저딴 쓰레기가 지금 전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말했잖아. 네 뜻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 이이익!"


바알이 검세를 뒤로하며 공격을 준비했다.

말레우스가 한발 물러서더니 같은 동작으로 검세를 취했다.


"쓰레기가! 감히 나를 따라 하는 것이냐? 어디 한번 해 봐라!"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함에 신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신조차 내게는 환상이었다."


말레우스는 바알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그저 홀로 독백을 이어갔다. 


-정의(正義).

-이너스티쉬어(iniustitia, 불의)


-콰콰콰쾅!


물결치듯 퍼져나가는 검기가 서로의 몸을 난자했다.

그들의 몸이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며 서로를 옥죄었다.


"말도 안 되는···! 아직도 이런 힘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정의를 갈구한다."

"개소리 마라!"

"그리고 이것이··· 나의 의(義)다."

"크아아아! 젠장, 젠장할···!"


-푸콱!


폭풍우 같은 검격이 마침내 끝났다.

어느덧 분진이 가라앉으며 둘의 모습이 드러났다.

말레우스의 가슴이 꿰뚫려 있었다.

꿰뚫은 것은 바알의 오른손이었다.


"하하, 하하하! 이런 병신같은 놈이 마지막 순간에 힘이 다했구나! 제물 따위가 나를 놀라게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야!"


광소를 내뿜는 바알.

이번에는 그가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김한 이게 네 계략인가? 하지만 이제 끝이다. 더 이상은 네놈에게 휘둘리는 것은 사양하지. 나는 이 세계를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커헉···."


-푸콱, 꽈드득.


가슴이 꿰뚤린 말레우스가 그대로 다가서더니.

바알의 목에 이를 박아넣었다.

눈을 부릅뜬 바알이 그를 때어내려 했으나.

그 둘은 마치 융합하듯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런 싸움 도중 한눈을 팔면 어쩌자는 겁니까."

"뭐, 어째서 죽지 않는 거지?"

"그는 죽었습니다."

"···설마."


그제야 바알이 무언가 눈치챈 듯.

말레우스를 때어내려 했으나.

이미 둘은 반 이상 합쳐진 상태였다.

이미 때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 몸을 움직인 거라고···?"

"당신이 몸을 내어준 것이 아닙니까?"

"세포 단위에서 초재생 능력을 발휘한 것인가!?"

"이제 다시 하나가 되었으니. 죽었다고 말하기도 뭐하겠군요."

"이놈이! 네가 내 몸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조작된 나의 영혼은 불안정, 곧 의념속으로 사라지겠지."

"그런데도 이렇게 끈질기다니! 어째서···?"

"이것이 내가 생각한 정의(正義)이기 때문이다."


말레우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흉측한 모습이었으나.

그 눈빛만은 어느 때 보다도 맑아져 있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부탁하지."

"안됀다. 이놈들 멈춰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잠깐. 잠깐 기다려!"


담로를 쥐어들고 그들의 앞에 선 나는 <탈태>와 함께 <신살>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과열된 몸이 덜덜 떨려왔으나.

이것으로 말레우스를 편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담로의 움직임에 따라.

그들의 육신이 분자 단위로 나뉘기 시작했다.

바알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크아아. 이. 이 이게 아니다. 아버지. 어디 계십니까? 저에게 힘을! 힘을 나누어 주소서···!"

"그는 지금 이곳에 간섭하지 못해."

"뭐···?"

"아, 비밀이었지."

"이런, 개 같은···!"


-스걱.


마지막 일격을 끝으로 바알의 몸이 입자화되며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말레우스 또한 마찬가지.

바알과 함께 사라져가는 말레우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의 정의를 세웠노라.


"그래."


마지막 순간.

말레우스는 그저 조용히 웃어 보였다.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진짜 미소.

그 마지막 모습에서.

나는 미려한 물망초 꽃잎을 보았다.


-빠직.

-빠지직.


마왕 바알이 사라짐에 따라.

라시타 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성은 공중에 부유해 있는 상태.

그 말은 즉 곧 바닥에 추락한다는 뜻.


나는 즉시 몸을 날려 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성은 제 모습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경로를 단축할 수 있었다.


-콰드등!


천장과 바닥이 만나며 밝은 하늘을 드러냈다.

아직 <탈태>의 지속시간이 남아있었다.

날개를 뽑아내 날아올랐다.


저 멀리 굴린과 그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살다가 공중에 날아올라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전력으로 그녀들에게 날아갔다.


"한아, 무사했구나."

"물론입니다."


중간에 변신이 풀리는 바람에.

살다가 공중에서 나를 받아드는 형국이 되었다.


"바알의 기운은···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구나."

"말레우스가 도움을 주어 처치할 수 있었습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을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살다는 조금 놀란 듯 물었으나.

그 이상은 물어오지 않았다.

그저 아기 새를 품는 어미처럼 나를 안아주었다.


잠시 기다린 우리는 무너진 라시타 성으로 되돌아갔다.

가능하면 구조할 수 있는 이는 구조할 것이고.

바알에게서 나온 아이템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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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8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5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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