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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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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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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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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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8 - 살다메인

DUMMY

98.

C.18 - 살다메인



조금 머리가 아파져 왔으나.

내가 내린 결론은 승낙이었다.

바바락이 제시한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기도 했고.

또 그녀들에게 내 모습을 생중계로 보여주게 된다면.

조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바락은 잠시.

지난 마계 토너먼트 챔피언십에서 내 모습을 본 뒤.

얼마나 감명 깊었는지에 대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 아까운 시간을 그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적당히 사양하고 그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그때 코그모 해설이···!"

"계약을 진행하고 싶으시다면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아, 이런! 제 수다가 조금 과했군요···! 지금 위에서 기다리는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는 것이 이치에 맞겠습니다. 그럼 내일 발사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는 상기된 얼굴로 뛰듯 날아 계단을 넘어갔다.

인상을 찌푸린 마족 경비가 뭐라 소리 질렀으나.

그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환호성까지 질러댔다.


"얏후!"


음.

그정돈가.

아무튼.

볼일을 마친 나는 방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끼이익.


이거.

으음···.


내가 방을 착각한 걸까?

확인을 위해.

뒤돌아 나가려 하니.


"한아. 어째서 다시 나가려 하는 것이냐."

"살다님···."


슈미즈를 입은 살다가 방 문턱에 기대 서 있었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붉은 밀랍으로 마감된 촛불들.

무언가 알 수 없는 야릇한 향기.

마치 첫날밤과 같은 분위기.

하지만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꿀꺽.

나는 다음을 다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살다가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들어올 떄는 마음대로 지만.

한번 들어온 이상.

더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듯한 미소.


"한아, 좋은 결심이구나."

"···힘내 보겠습니다."


살다와 입을 맞췄다.

그녀가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물었다.

"하아."

기분 좋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살다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살다의 양손이 내 몸을 뱀처럼 기어 왔다.

그녀에게 목덜미를 내어주었다.

그녀가 장난스럽게 내 목을 물었다.

마치 주인을 세기겠다는 듯한 움직임.

우리는 침대로 이동했다.


살다가 살짝 손짓하자.

주변을 밝히던 촛불들이 하나씩 모습을 감췄다.

마치.

공연을 끝낸 악사들이 퇴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분.

하지만, 우리의 밤은 이제야 시작이니.

나는 정신을 집중해 충격에 대비했다.

짧고도 긴 시간이 흘렀다.

살다가 기분 좋은 신음을 내뱉었다.


"하으으. 한아. 제법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오늘은 온전히 하나에 집중하지 않았습니까."

"흐응, 그건 마치 본녀의 선택을 나무라는 것 같은 말투로구나."

"그건, 아닙니다. 다만··· 살다님은 원하셨다면, 저를 독점하실 수 있었을 겁니다."

"후후, 그건 그렇지. 하지만, 한아. 지금이 훨씬 즐겁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그래, 이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고. 인정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어느새 제가 살다님께 길들여져 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흐응, 그건 참 마음에 드는 이야기인걸. 한아,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느냐."

"판데모니움의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나는 그곳에 오랫동안 갇혀있었다. 그 작은 정원에서 오랜 세월 홀로 쓸쓸한 생을 보냈지."

"···제가 그 긴 세월 고생하셨을 살다님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요."

"아니, 한아 너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노라. 지금까지 나에게 해준 모든 것들이 그것을 증명하니. 너는 네가 이해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나를 이해한 것과 마찬가지이니라. 그리고 나 또한 이제 모든 진실을 깨우쳤으니."

"그건···."

"그래, 만약 내가 그날 그곳에서 나를 구해낼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곧 반고에게 노려져 평생을 그의 노리개로 전락하게 되었겠지. 그리고 지금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살다님···."


내 부름에 살다는 그저 지그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눈빛이 우수에 젖은 듯 술렁였다.

무슨 좋지 않은 생각이라도 한 것일까?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살며시 살다를 품에 안았다.

그에 호응하듯.

살다의 양손이 내 몸을 훝었다.

으음.

이 차전을 시작하려는 걸까?

하지만.

오늘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살다는 그저.

나와 조금이라도 더 밀착하고 싶다는 듯.

내 몸을 파고들어 왔다.


-물컹.


살다의 풍만한 가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내 신체 모형에 맞춰진 그녀의 가슴.

하지만.

살다는 마치 그것이 본래의 모습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는 숨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뱉었다.

우리는 잠시 그 상태로 편안한 어둠을 받아들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살다가 지나가듯 내뱉었다.


"그래, 이제는 알고 있다."

"살다."

"반고가 노리는 것은 바로 나. 살다메인 아스모데우스. 아니. 프로그램 베타. 그리고 블랙박스였구나. 후후, 참으로 기구한 인생이 될 뻔하였다."

"살다 당신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영원할 것입니다. 제가 그것을 보증합니다."

"알고 있다."


살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숨은 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를 강하게 끌어안은 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살다가 느끼고 있을 감정의 소용돌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토닥여 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살다는 놓치지 않겠다는 것인지.

나를 죄어오며 입을 열었다.


"나는 너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큿흠, 조금 부끄럽구나."

"살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와 조금 거리를 벌리고 싶었으나.

살다는 필사적으로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심장 박동 또한 빨라진 느낌.

음.

설마,

살다 부끄러워 하는 건가···?


내 생각을 알아차린 것인지.

바로 옆구리를 꼬집어 응징해 오는 살다.


"한아. 너는 무례한 생각을 하는 것이 태가 나는 성격이니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너그러우니. 한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결국. 이 차전이 오고야 말았다.

뭐, 상관없나.

우리는 새벽녘이 다 돼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 * *



-띠링!


벨이 울려 문을 여니 드미겔이 복장을 갖춰 입고 서 있었다.

후끈한 열기를 느낀 드미겔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조금 무안해 목덜미를 긁었다.

따끔하다.

그녀의 체취가 느껴졌다.


"좋은 시간을 보내신 모양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드미겔."

"우주선에 탑승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 교육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신 후. 로비로 이동해 직원에게 문의하면 장소를 알려드릴 겁니다.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


일단.

씻어야겠지···?


몸을 씻고 그녀들을 챙겨 식당으로 이동했다.


-꾸욱.

-꾸욱.


"래브···."

"왜 그러신가요. 오라버니···?"

"저기··· 좀 아픈 것 같습니다."

"네에? 어째서? 밤새 흡혈귀가 오빠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노리기라도 한 걸까요? 역시 마왕성···! 이 불쾌한 치안 상황에 대해 따져 물어야겠어요."

"래브. 약속했잖아요."

"우으, 아는데···. 아는데···! 하아. 쉽지 않네! 정말."

"래브 걱정하지 말거라. 한이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약속했단다."

"정말로?"

"물론, 그렇고말고."


그녀들의 시선이 나에게 모여들었다.

등골에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모든 걸 부정했다간.

반고를 처지하고 아이리스에 복귀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만이 남겨질 것이다.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오늘 저녁은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최대한 빨리 처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김한님 안전이 최선이에요! 아셨죠?"

"그것도 물론."

"한아 네 멋진 모습을 전 세계가 보게 될 거란다."

"···그렇죠."


조금 전.


흥분한 모습의 바바락이 우리를 찾아왔다.


"김한님 특종입니다. 특종!"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벨페고르님께서 저희 마계TV의 수신 전파를 드라코 컴퍼니에 보내는 것에 동의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라이오네님 께서도 저희 기획을 듣고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지요. 그래서 말입니다. 김한님과 반고의 싸움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되게 되었다 이말입니다!"

"어, 어어···."

"한아. 아주 잘 되었구나. 본녀는 흔쾌히 받아들일 것을 명하노라."

"후후후, 오빠의 모습이 전 세계에···!"

"김한님의 신앙을 전파할 때로군요!"

"그, 그런가?"


돌아와서.


지금도 우리를 주변으로 각종 파파라치와 기자들이 진을 치고 둘러싼 상황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드미겔 측에서 철저하게 통제하여 다가오는 간 큰 녀석은 생각처럼 많지 않지만···.


"저, 잠시만 인터뷰를···!"

"물러서라."

"하, 한마디만이라도!"

"야, 뭐해 끌고 가!"

"당신, 김한 접근 금지령을 어겼기에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잡혀간 기자와 파파라치만 열 명이 넘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모양.

모든 준비를 끝낸 나는 로비에 내려왔다.

이제 우주비행 절차와 행동 지침을 듣고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우주에서 돌아올 때까지.

이제 그녀들과도 사실상 마지막 인 셈.

나는 돌아서서 그녀들과 눈을 맞췄다.

그녀들이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빠! 진짜 꼭 돌아와야 해요!"

"한아, 살아 돌아오는 것에 집중하거라."

"김한님. 부디···!"

"다녀오겠습니다."


그녀들에게 인사한 뒤.

나는 로비의 직원에게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고개를 끄덕인 로비 직원이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통화했다.

잠시 후 드미겔이 나를 마중 나왔다.


"그럼, 출발하시겠습니까?"

"네."


왠지 그의 말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안내 문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번 선택하면 게임의 끝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는 선택지.

하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약속했다.

나 자신에게도 약속했다.

실패란 있을 수 없다.


드미겔의 안내에 따라 우주 임무 안전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우주 임무 안전 교육장이란?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벨페고르가 사비를 들여 만든 특별 교육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

다행히 암기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교육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드미겔이 감탄 섞인 목소리로 나를 칭찬했다.


"대단하시군요.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절반 이상 단축되었습니다."

"반고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는 것이 좋겠죠."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벨페고르님을 만나러 가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 게임의 최종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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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7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1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4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0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7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8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7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29 1 12쪽
71 C.11 - 호엘룬(4) 24.08.19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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