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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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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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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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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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8 - 래브도느

DUMMY

96.

C.18 - 최후의 결전(1)



반고의 드라코 컴퍼니 습격을 뒤로한 채.

우리는 마왕성을 향해 출발했다.


-꾸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드라코 컴퍼니를 한번 바라본 굴린.

힘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놈에게 시간을 주게 된다면.

놈은 모든 자원을 사용해서.

우리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여정이 마냥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반고의 미확인 비행선들이 우리의 마차에 따라붙었다.


"어, 저, 저기! 비행선들이에요!"

"본녀에게 맡기거라."


살다가 문을 열고 마차 위로 올라섰다.

그녀는 카두케우스를 들어 올리더니.


-아비소스(Abyssus, 심연)


쩌저적. 쩌저저적!

찌지지직!


살다를 중심으로 허공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숨겨져 있었다.


어둠이 아가리를 벌리자.

우리를 따라오던 비행물체가 하나 둘.

심연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꽤 많은 숫자가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따라오는 비행체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것을 본 살다의 미간이 좁혀졌다.


"쯧. 버러지들이."


-베히모스(Behemoth, בהמות)


살다가 다시 손짓했다.

이번에는 땅이 갈라지더니.

눈이 천개는 달린 검은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 수 천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베히모스.

순간 베히모스가 아가리를 벌리더니.

-터업.

비행물체들을 집어삼켰다.


-콰과쾅!


거대한 베히모스의 몸집에 부딪힌 것만으로.

수많은 비행물체가 파괴됐다.


추락한 비행물체에서 작은 로봇들이 튀어나왔다.

로봇들은 총과 같은 생김새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래브가 헤레브를 뽑아 들었다.

역시 마차 지붕으로 올라온 래브.

칼을 뽑아 들며 외쳤다.


"저것들은 제가 맡을게요!"

"잠시!"


리타가 신성 주문을 외어 그녀들을 축복했다.


-블레싱(Blessing, 축복)


성스러운 빛이 그녀들을 한 번 감싸더니.

몸속으로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고마워요!"

"고맙구나."

"제 할 일을 했을 뿐!"


순간 리타가 헤레브에 대고 스산하게 대답했다.


[래브, 내가 또 말하는 거지만. 이거 정말 찜찜하거든···?]

"닥치세요 헤레브! 지금 리타언니의 축복을 거부하는 건가요?"

[···아니다.]


잔뜩 쫄아버린 헤레브가 로봇을 향해 불꽃을 키워냈다.

[놈들 전부 쇳물로 만들어 버리겠다!]

"좋아요! 가죠!"


마차에서 뛰어내린 래브.

관성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더니.


-쾅, 쾅, 쾅!


이제는 독문기술이라 할 수 있는 삼단 내려찍기!

거대한 대검이 뿜어내는 질량 가속도!

그야말로 한방 한방이 치명타!


래브는 거의 로봇들을 갈아버리듯 했다.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갈려 나가는 로봇들.

그 중.

어떻게든 방아쇠를 당기는 놈들이 있었지만.


-삐용!


"하아압!"

[아, 따가워!]


헤레브를 이용해 가볍게 빔을 튕겨내는 래브.

헤레브는 조금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래브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살다와 래브가 번갈아 가며 적들을 갈아버리자.

어느새.

우리들을 따라오는 적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있었다.

그럼, 내 차롄가.


일단, <탈태>를 사용하는 것은 조금 부담되는 상황.

대신 <축지>를 사용하여 그녀들이 놓친 적들을 정리했다.

대부분이 피격지 중심에서 떨어져 있던 자투리 놈들.

놈들에겐 <신살>조차 아깝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마치 기계처럼 반복되는 칼질.

하지만,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담로.

그 칼질 하나하나를 필살의 일격으로 바꾸어 놓았다.


-콰콰콰쾅!


간단하군.

그런데, 그때!

헤레브가 바닥에 박힌 상태로 적을 조우한 래브.

도와줘야!


-빠각!

-우직!


음.

필요 없겠군.

급박한 상황.

래브는 맨손으로 로봇의 머리를 후려쳤다.

로봇은 마치 종이로 만들어 진 것처럼 구겨지더니.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래브의 손맛이 점점 매서워지는 기분인걸.


래브는 그런 나를 보더니.

붕붕 손을 흔들어 보였다.

마치,

자신을 칭찬해 달라는 듯.


나도 손을 흔들어 그녀를 긍정해주었다.

래브는 내 반응에 더욱더 신이나.

눈에 불을 켜고 로봇들을 때려 눞히기 시작했다.

왠지.

로봇들이 불쌍해 보이기 시작할 정도.


한참 적습을 막아내고 나니 밤이 되었다.

그대로 마왕성까지 이동할 수도 있지만.

만약 내일 또 적들이 몰려온다면?

그땐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잠시 이동을 멈추고 야영지를 꾸렸다.


-치이익.


식재료는 이미 마차에 가득차 있었다.

따로 구할 필요는 없었다.

즉석에서 요리를 완성해 모두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이미 늦은 저녁.

각자 불침번을 정하고 자리에 몸을 뉘었다.

나는 둘 번을 맡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타닥. 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

고요한 야영지에 그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는 차.

들려온 래브의 목소리.


"오빠, 자요?"

"아니."

"우리 잠깐 얘기나 할까요?"

"그럴까?"


래브가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처음인데.

다른 그녀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낭에서 몸을 뺏다.


몸을 일으켜 모닥불 근처로 가니.

래브의 옆 모습이 비쳐 보였다.

모닥불 불빛에 발갛게 달아오른 래브.

어쩐지 새삼 귀엽게 느껴졌다.


래브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빙그레 미소 짓는 래브.

오전에 있었던 혈투가 생각났다.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래브.


나는 래브의 머리를 한 번 쓸어주었다.

래브는 마치 더 해달라는 듯.

다가서며 머리를 숙여왔다.

나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계속해서 래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손길의 리듬에 맞춰.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녀의 귀.


한 번 당겨 볼까 싶다가도.

볼을 부풀리고 토라지는 래브의 모습이.

참 우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관두기로 했다.

따뜻한 모닥불의 불기운과 열기.

그것이 마치 이불처럼 우리를 감쌌다.

한참의 침묵 끝에 래브가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을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지."

"그날. 제가 살고 있던 부족 마을이 습격당하고. 가족처럼 여기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어요. 저는 상품성이 있다는 말과 함께 노예로 납치되었죠. 그때 저는 죽으려 했었어요. 그래서 그놈들은 저를 강제로 묶어 매달아 두었죠."

"래브···."


그녀는 마치 고백하듯.

자기 일을 털어놓았다.

래브가 말을 이었다.


"저는 그때···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었어요. 마치, 감정이 사라진 것만 같았죠. 깊고 어두운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어요. 그때 저를 구해준 것이 바로 오빠였어요."

"래브, 잘 버텨주었습니다."


래브가 살며시 내 어깨에 기대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어깨를 내주었다.

래브의 몸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는 래브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그땐 이미 제게 돌아갈 곳도. 기다리는 가족들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오빠와 언니는 계속해서 저를 돌보아 주셨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래브 당신은 계속해서 우리의 가족이었습니다."

"후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그런데 오빠."

"래브···?"


래브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떨리는 눈빛.

촉촉한 입술.

손끝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음.

이건.

잠시 나와 눈을 맞춘 래브.

래브가 풋- 하더니.

장난이라는 것처럼 웃어 보였다.


"제가 오빠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모두를 포용하려는 마음이에요. 그러니, 저도 지금 욕심내면 안 되겠죠! 언니들이랑 약속했으니까요."

"래브."

"오빠."


잠시 모닥불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울렸다.

래브가 내 입에서 자기 입술을 떼어냈다.


"히히,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해요."

"···알겠습니다."

"오빠."

"네. 래브."


래브가 내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자기 팔로 내 팔을 꼬옥 끌어안았다.


"이제, 저는··· 정말로 오빠가 없으면 안 돼요."

"전 어디에도 가지 않습니다."

"정말로? 하지만 지금껏 세계인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우주로 떠나는 거잖아요?"

"그건···."

"흐으, 알아요.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됀다는 걸.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릴게요. 오빠 절대 죽지 마세요. 오빠가 죽으면 저도 죽어요."

"그런 말 하지 마 래브."

"아뇨. 오빠는 알아야 해요. 오빠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오빠가 없는 세상이 제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꼭 알고···. 그리고···."

"래브···."


래브가 작게 흐느꼈다.

래브의 걱정이 몸에 새겨지듯 했다.

또 한 번 다짐하게 된다.

그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잠시 래브를 토닥여주었다.

울음을 그친 래브.

고개를 들어 환히 웃어 보인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러니까 오빠. 죽으면 안 돼요."

"걱정 마세요. 래브. 저는 죽지 않습니다."

"그럼 됐어요. 저 이제 잘래요."

"좋은 밤 되십시오 래브."

"오빠도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벌게진 래브.

서둘러 몸을 일으키더니.

후다닥.

침낭 속에 몸을 숨겼다.


파닥거리는 꼬리가 눈에 밟혔다.

귀엽게도 느껴지면서.

안쓰럽게도 느껴졌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정말로 우리뿐이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지켜주어야 한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듯.

허공에 그려진 붉고 푸른 두 개의 달.

하지만.

이곳은 정말로 게임 속 세상이 아니었다.

인류 보존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그리고 인류의 DNA를 실은 라시타호.

수천 년의 항해 끝에 도달한 행성.

IRIS-3628.


모든 것은.

라시타 박사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

나는 잠시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타닥. 타닥.

모닥불 소리만이 주위를 울렸다.



* * *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타와 살다가 은근한 눈빛을 보내왔다.

역시, 다 들었겠지?

들었을 거다.

분명.


왠지.

그녀들의 분위기가 더 끈끈해진 것 같았다.

살다와 리타의 손이 쉴 새 없이 래브의 머리를 오갔다.

이것이 여자들의 우정···?

아무튼.


-꾸이이···.


굴린이 힘없는 목소리로 출발을 알렸다.

이 자식이···!


우리는 반고의 2차 습격을 대비했지만.

다행히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다.

무사히 마왕성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간만입니다. 드미겔님."

"후후, 이름을 기억해주시어 영광입니다. 김한님. 자, 벨페고르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저와 함께 이동하시죠."


드미겔은 내가 자신을 알아보자 싱긋 웃어주었다.

돌아선 드미겔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우리는 드미겔의 안내에 따라 마왕성에 올랐다.


이제는 익숙해진 100층짜리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올라.

조금 기다리니.


-띵!

-100층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번에는 100층입니까."

"그만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드미겔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문이 열리고 드러난 100층의 모습.

모두가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대낮임에도 어두운 그곳은.

하늘을 가득 메운 별자리로 가득 차 있었다.


"아, 드디어 도착했군. 김한.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고 크크."


흔들의자에 몸을 뉜 벨페고르.

그가 들고 있는 잔을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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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8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 C.18 - 래브도느 24.08.30 26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20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3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3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5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6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4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5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8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9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30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5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8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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