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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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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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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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DUMMY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피너스와 돌린.

접근이 금지된 마경을 넘나들며 밀무역하는 상인들이다.


그들은 강자에게는 신사처럼.

약자에게는 악랄한 도적처럼.

얼굴을 바꿔가며 장사를 해왔다.

참고로.

오늘은 조금 악랄해져 있었다.


"형님, 저거 조금 비싸 보이지 않습니까?"

"돌린, 잘했다. 근데 저거 마경에서 데려온 놈인가?"

"그러게요 황금 줄무늬를 가진 돼지는 처음 봅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마차다. 드라코 컴퍼니 것으로 보이는데."

"뭐, 사실 이 거리를 지나다니는 놈 중에 멀쩡한 놈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런 놈들을 사냥하는 게 우리고 말이지."

"으흐흐."

"흐흐흐, 역시 너랑은 참 잘 맞는단 말이야."

"형님이 먼저 하시겠습니까?"

"그래, 크로스~!"

"파이어~!"


그들은 자신들이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모른 채.

부하들을 향해 손짓했다.


"녀석들의 마차를 멈춰 새워라."

"사냥~ 시작이다~!"

"와, 와!"

"달려!"



* * *



멀리 몇놈이 길목을 막아섰다.

손에는 그물망과 가시 트랩이 들려있었다.

음, 마차가 고장 나면 곤란한데.


기감으로 살펴보니 양옆 벽 위에도 놈들이 매복해 있는 것 같았다.

이제 그런 건 살다에게 맡겨도 되겠지?


나는<축지>로 거리를 좁혔다.

정면에 있는 도적들에게 다가섰다.


"반갑다."

"어?"


-서걱.


이런 놈들에겐 총알이 아깝다.

담로가 그들의 목을 휘저으며 혈선을 그어주었다.

잠시 얼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놈들.

그대로 주저앉았다.


마치 해방된 느낌.

<축지>는 <그림자 이동>과는 완전히 달랐다.

물론 그림자 이동의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었으나.

축지에 비할 바는 못되지.

공간을 접어 뛰어넘는 느낌은 상쾌했다.

얼빠진 놈들의 얼굴 표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죽어."

"으, 으악! 괴, 괴물이···!"


-서걱.


마주칠 때마다 멍청한 놈들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그때 내 귀에 들린 것은 놈들의 총성이었다.


-타앙, 탕, 탕!


총을 사용한다고?

어떻게?

드라코 컴퍼니는 총기를 쉽게 판매하지 않는다.

그리고 놈들이 들고 있는 총.

드라코 컴퍼니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드라코 컴퍼니 무기고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내가 모를 리 없었다.

몇 놈 잡아서 물어봐야겠다.


나는 공격패턴을 바꿨다.

몇 놈을 죽이는 대신 도주 불가 상태로 만들었다.


"피, 피해! 놈들은 괴물이다. 일단 도망쳐라!"

"으악! 사, 살려주십시오!"

"아, 안돼!"


그 와중에도 저항하는 놈들은 철저하게 응징했다.


"도, 돌리이이이이이이이인!"

"피너스님 안 됩니다! 대장을 끌고 가! 어서!"


방금 내가 처리한 놈이 부대장 정도 되는 놈이었는지.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울부짖었다.

부하들이 나에게 달려들려 하는 그를 붙잡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묘하게 기분 나쁜데.

저런 놈들을 살려둬선 안 된다.


"먼저 달려든 주제에 비련의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게 어딨나?"

"어어엇! 무, 뭐가 이렇게 빨라."


내 대답에 피너스는 당황하면서도 피스톨 한 자루를 꺼내 들더니.

번개 같은 속도로 연사했다.


-타타탕!


"너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다."

"제, 젠장! 모두 흩어져!"

"산개!"

"크흑, 대장!"


미리 준비돼 있었는지.

부하들이 순식간에 양쪽으로 거리를 벌리며 멀어져갔다.

피너스가 입고 있던 코트를 활짝 열자.

그 안에는 폭탄이 가득했다.

시발.

폭탄까지 가지고 있다고?


"흥미롭군."

"같이 죽자!"


-콰과광, 푸콰과광!


나는 그의 몸을 잡아끌며 <축지>를 시전했다.

그의 비장의 한 수가 공중에서 큰 폭음과 함께 사라졌다.


내가 도착한 곳에서 그는 알몸이었다.

제법 튼실··· 하군.

순간 본능적으로 눈길이 갔다.

이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흐이익, 이게··· 무슨?"

"일단 입어라."


다만, 이놈을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적당히 다른 놈의 옷을 벗겨 던져줬다.


놈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 동안 마차가 다가섰다.

예상대로 이제 이 정도 놈들은 그녀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오빠, 고생하셨어요."

"래브, 다친 곳은 없습니까?"

"물론이죠."


래브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녀의 뺨에 붉은 피가 서늘하게 묻어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를 닦아주었다.

살다와 리타가 묘한 눈길을 보내왔다.

제발, 일부러 묻히진 말아주길.

래브가 얼굴을 붉혀왔다.


"고마워요."


그녀의 대답에 가볍게 웃어주었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도적단 두목을 앞에 섰다.


"우리 조금 이야기해 볼까?"

"···그, 저, 어떤···?"


피너스라 불린 상인(도적)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내 물음에 피너스가 황급히 대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지금 마왕성은 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 있습니다."

"마왕성이 그렇게 발전했다고?"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리타가 드라코 컴퍼니를 떠올리며 나에게 물었다.


"드라코 컴퍼니 보다 발전해 있을까요?"

"그러진 않을 겁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세상은 진장 멸망했을 거다.

이미 드라코 컴퍼니는 세틀라이트 빔과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

그 이상의 기술 발전이라고?

그냥 핵 발사 버튼 하나만 눌러도.

대륙 중부와 남부는 방사능에 파묻혀 멸망 엔딩이다.


"일단 마왕성으로 가보도록 하죠."

"그러자꾸나."

"그래요"

"네!"


그녀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 * *



이걸 마왕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청나군."

"그러게요···."


마왕성의 외곽 부분부터 심상치 않았다.

콘크리트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있었다.

땅에는 자동차처럼 생긴 것들이 오가고 있었다.

전기를 다루는 전선들과 전봇대가 길게 연결돼 있었다.

이건 거의 내가 살던 세상과 별 다를 게 없는데.


"마왕 놈들 자진해서 세상에 숨어든 것이 아니라. 벨페고르의 등쌀에 밀려 쫒겨져 나온 게 아닐까···?"

"신기하구나. 본녀 또한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는 않았다."

"그게 언제적 이야기입니까?"

"묻지말거라."

"···네."


피너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것으로 나는 깨달았다.

수 백 년 동안 제국은 평화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왕 측이 이 정도 기술력을 지닌 상태라면.

제국의 앞날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내가 게임에서 플레이 했을 때 마왕성은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다.

무언가의 변수가 있었음이 확실했다.


붉고 푸른 피부의 악마들이 우리들을 지나쳤다.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벽에 붙은 전광판에서 서큐버스들이 헐벗은 채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익숙한 듯.

자신들이 가야 할 장소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을 이곳으로 옮겨둔 느낌.


우리가 시골 촌놈처럼 멍때리고 있을 무렵.

우리 앞으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추어 섰다.


-끼이익.


멈춰 선 차에서 정장을 입은 신사 한 명이 내려섰다.


"김한님과 손님분들이시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왕성 외교부 소속 드미겔입니다."

"드라코 컴퍼니 재경부 부장 김한입니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저희 측에서 준비한 차를 이용해주시겠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저희 마차에 짐이 많아서."


"그러시군요. 만약 그렇다면 호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가시죠."

"아, 네. 알겠습니다."


마왕성이라 소속을 밝힌 외교사절은 정중했다.

우리는 그의 페이스에 말려 은근슬쩍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점점 더 벨베고르와 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확실히 현대적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마왕성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초고층 빌딩이었다.


"이 건물은 100층으로 되어있으며 주인님께서는 99층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지금 바로 만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 하지만 주인님께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곳은 99층이 아닌 77층입니다."

"77층에는 뭐가 있죠?"

"77층은 최고의 휴양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아마 분명 만족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자신을 드미겔이라 밝힌 사절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왔다.

나는 그의 자부심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제국인이 이곳을 목격했다면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내 옆에 있는 리타와 래브처럼.


"와아···."

"이게, 대체 무슨···?"


그 둘은 100층짜리 고층빌딩 앞에서 그저 입을 헤 벌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살다 또한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으나.

표정을 보니 놀란 것이 역력했다.


오히려 피너스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촌놈 바라보듯 내려보고 있었다.

괜히 열을 받았다.


-빠악!


뒤통수를 붙잡은 피너스가 고개를 획 돌리며 반항했다.


"케헥, 아, 아니.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이곳은 마왕성 안이라고요! 당신이 이런 짓을 하고도 마왕성 경비대가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

"응."


-빡!


한 대 더 얻어맞은 피너스.

억울한 표정으로 드미겔을 바라보며 하소연했다.


"아, 아니! 어째서 가만히 있는 겁니까? 분명 저희 수하 놈들이 조금 잘못했을 때는 벌레 잡듯 잡아갔으면서···!"

"마왕성을 좀먹는 밀무역 상 피너스 그리고 썩어빠진 정신머리의 당신 수하들과 김한님을 비교하는 것은 품격이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습니다."


드미겔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피너스를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나에게 정중히 물었다.


"큿흠, 격에 맞지 않는 해충이 자리를 더럽히고 있었군요. 만약 김한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희 측에서 그들의 신병을 넘겨받아도 괜찮겠습니까? 그들은 마왕성에서 수배된 범죄자들이랍니다."

"음, 그렇다면 현상금이 걸려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현상금은 우선 주인님과 만나신 후에 담당자를 붙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림 이쪽으로."

"어, 잠깐. 저,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때려도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제발···!"

"잘가라."


드미겔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 뒤에서 대기 중이던 험악하게 생긴 악마 둘이 다가서더니.

피너스의 양 겨드랑이에 팔뚝을 박아넣고 유유히 자리에서 사라졌다.

나는 잠시 피너스의 최후에 대해 생각했다.

밀무역 상인에게 걸맞은 최후가 아닐까?

나는 그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들은 드미겔의 안내에 따라 건물 입구에 들어섰다.


"와아."

"세, 세상에 라시타 맙소사···!"

"어머···."


건물 내부로 들어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환하게 장신된 전구였다.

물론 드라코 컴퍼니에서도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으나.

이쪽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로비 중앙에 드워프 장인들이 혼신의 힘을 담아 제작한 것만 같은 샹들리에가 반짝였다.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드미겔이 씨익 웃어 보이며 설명했다.


"아, 확실히 보는 눈이 뛰어나시군요. 그것은 페카폴타스의 드워프 장인들이 만든 샹들리에입니다. 제작 기간에만 1년이 넘었죠."

"페카폴타스와 교역하고 계셨던 겁니까?"

"음, 그것은 주인님과 말씀 나누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들이 멈춰선 곳은 엘리베이터 앞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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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1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4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0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8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7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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