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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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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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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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3 - 벨페고르의 초대(3)

DUMMY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창으로 마왕성의 전경이 내비쳤다.

반짝이는 불빛이 야경을 장식했다.

창가에 붙은 래브의 얼굴이 떨어질 줄 몰랐다. 


"와아···."


나조차 놀랄만한 풍경.

래브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다.

드미겔이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띵!


엘레베이터가 정확히 77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자 화려한 불빛 아래 오락 기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슬롯머신이었다.


-띠리리, 띵, 띵, 띵!


악마들이 슬롯머신을 하나씩 끼고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드미겔은 익숙한 듯 그들을 피해 우리를 게스트 룸으로 안내했다.


어둑한 분위기에 흐릿한 조명.

외벽은 창으로 마감되어 마왕성의 전경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내려다보는 인물이 하나.

나태의 마왕 벨페고르.


"주인님 손님분들이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 모셔라."


나른한 목소리.

하지만 유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손에 든 글라스를 들어 보였다.

붉은 와인이 찰랑였다.


"한잔, 하시겠나?"

"사양 해겠습니다."

"그러던가."


벨페고르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그대로 와인을 홀짝였다.

나는 즉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어째서 저희를 초대하신 겁니까?"

"으음, 사실 나는 네가 조금 놀라길 바랐는데. 역시, 놀라지 않는구나."

"···충분히 놀라고 있습니다."

"후후,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나는 좀 더··· 음, 저 아가씨 같은 반응을 기대했다고나 할까?"


벨페고르가 가리킨 것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래브였다.

눈치를 받은 리타가 래브를 자기 쪽으로 끌고 왔다.

벨페고르는 그저 끌끌 웃으며 한마디 했다.


"좀 더 편하게 있어도 좋네. 술도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너희들을 내가 왜 초대했냐면···. 조금 더 이 세상을 즐겨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세상을 즐기라는 말씀은···."

이 자식아. 너는 뭐가 그리 바빠서 이 세계에 소환되자마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거냐. 그냥 좀 늘어져 있으라고. 여자는··· 이미 충분 한 것 같군. 그냥 좀 이 세계를 즐기면 좋잖아? 안 그래?"

"저는 신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 합니다."


내 대답에 벨페고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왜 그런 짓을 하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희에게는 인류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흠, 인류 보호 프로그램이라. 마력 코드 시스템을 말하는 건가?"


벨페고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것은 단순히 시스템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명백히 그것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으며 저는 그를 보조 A.I. 반고라 부르고 있습니다."

"아, 인간에게서 우리들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하지만 이방인 우리는 보통 그것을 '신'이라 부르지 않더냐."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신을 죽이고. 이 세계를 사람의 것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뭐···? 푸하, 캘륵! 하하하! 그것, 참 걸작이네. 간만에 재미있는 소리를 들었어."


벨페고르가 입에 머금고 있던 와인을 뿜어내며 박장대소했다.

드미겔이 익숙한 듯 손수건 하나를 건넸다.

벨페고르는 그것을 받아 적당히 닦은 뒤 던져버렸다.

그가 진지한 모습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래, 네 이야기는 흥미롭군. 그럼 네가 목적을 위해 필요한 건 뭐지?"

"저는 저 너머 <인류 보호 프로그램>과 <반고의 데이터>가 백업된 우주 정거선을 찾아내야 합니다."

"오호. 그걸 찾아낼 방법은?"


반고의 대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 눈이 크게 떠진 벨페고르.

그는 자세를 풀어 보이더니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래, 라이오네로군."

"그렇습니다."


"하하하, 우리의 아버지께서 한 방 먹었구나. 아스모데우스 이건 네 계획이기도 한 걸까?"

"아니, 본녀는 온전히 김한을 믿고 지지할 뿐이다."

"그래, 순진하기만 한 우리 누이가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리 없지. 김한 재미있구나."


벨페고르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나는 조금 생각을 바꿔 벨페고르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로 했다.

만약, 그가 나에게 협력한다면.

우리는 좀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지. 

나는 벨페고르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저는··· 처음에는 당신을 제거할 생각이었습니다. 당신과 바알을 제거하고 루시펠에 강제로 반고를 엑세스시켜 제거하는 것. 제가 아는 방식은 이 방법뿐이었기에.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벨페고르 혹시 당신은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 제안에 벨페고르가 웃으며 답했다.


"흐흐흐, 그래. 제법 솔직하니 좋군. 맞아. 내가 너에게 초대장은 보낸 것은 너에게 몇 가지 선택권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어. 나는 아버지의 <마력 코드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것을 해킹해서 이렇게 마왕성을 발전시켰지. 아마 내가 만들어 놓은 방화벽 때문에 아버지는 우리들의 대화를 듣지도 못할 거야."

"그렇다면."

"그래, 다만.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이 세계에서 나가지 않을 거야. 대신 너에게 아버지를 상대할 수 있는 몇 가지 유용한 것들을 전해주지. 아, 그런데··· 네가 조금 해주어야 할 게 있어."

"···무엇입니까?"


내 대답에 벨페고르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한 듯 말했다.


"그, 저기. 사실 내가 너에게 전해줄 물건 중 하나가 말이지···. 우리 마계 시즌 토너먼트 챔피언십 우승 상품으로 걸려 버렸단 말이지."

"그게 무엇입니까?"


벨페고르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계 최초 우주여행 왕복권."

"···으읏!?"

"우주여행이라고요?"

"그래."

"우주라면 저 하늘 위에 하늘을 말하는 것이냐?"

"그래, 누이야. 나는, 우리는··· 신에게 닿을 수 있는 방주를 만들었단다."

"신에게 닿을 수 있는 방주라니··· 제가 지금껏 살아온 세계는 대체···!"


리타가 뭔가 허탈한 듯한 얼굴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벨페고르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지식의 풍요가 모두 행복과 연결된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안 그래?"

"···하지만 적어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있겠죠."

"그래, 그렇기에 나도 너도 이렇게 발버둥 치는 거겠지."

"그렇다면."

"그래, 일단··· 우리 챔피언이 되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러 가 볼까?"


음.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마계 토너먼트 챔피언십에 참가하게 된다니.



* * *



벨페고르의 룸을 나서기 전.

나는 그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음, 아버지께서 너에게 계속해서 간섭을 가해온다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줄게."


그가 건넨 것은 은빛 팔찌였다.

순간 <직관>을 사용했으나.


-치지직.

???[정보 확인 불가.]


지금까지 이런 메시지를 받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놀랍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후후, 어때. 알아보겠나?"

"···정말, 엄청난 물건이군요."


"우리 방화벽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는 팔찌야. 이걸 착용하면 마왕성을 벗어나더라도 아버지께서 네게 간섭할 수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적당히만 하자고 적당히만."


그가 드미겔에게 지시하자.

드미겔이 우리를 이끌어 토너먼트 접수장으로 안내했다.


"접수처가 77층에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도박과 오락 그리고 폭력은 언제나 함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접수하고 오겠습니다."


환락의 현장 한 가운데에 접수처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출전한 선수들의 명단과 함께 배당표가 표기돼 있었다.


"이번에는 분명 도미닉경이 우승할 거야!"

"흐음, 그렇긴 한데··· 배당률이 0.8인데 누구 코에 붙여먹겠나."

"그래도 오늘 슬롯머신 돌릴 만큼은 벌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차라리 카케락에 걸어보는 건 어때? 배당률이 무려 2라고?"

"그놈은 이미 도미닉경에게 한번 졌잖아."

"엣끼, 이악마야! 그게 언제적 일인지 아는가? 벌써 일 년이 넘었다고. 그 사이에 카케락이 보여준 성과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도전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크흠, 그, 그런가? 그럼 나도 카케락에 한번 걸어보겠네."

"잘 생각했네."


나는 그들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접수원 앞에 섰다.


"용건."

"출전 신청서를 작성하러 왔습니다."


접수원이 턱끗으로 한쪽에 비치된 종이 뭉치를 가리켰다.

내가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자 인상을 쓰며 내용을 확인했다.


"이름은··· 킴후안 인가."

"···김한 입니다."

"그래, 킴흐안 이 식별표와 참가 증명서를 가지고 가라. 예선은 당장 내일부터 치러지니 늦지 않도록 주의하고."

"···알겠습니다."


접수원이 건네준 서류에는 참여 일시와 장소 그리고 참가 번호등이 적혀있었다.

접수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No.1327 킴후안]

시발.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물건들을 적당히 챙겨 그녀들에게 돌아왔다.


"토너먼트 예선은 당장 내일부터 치러진다고 합니다."

"그거 잘 되었구나."

"어 오빠 서류 좀 봐봐요."


내 손에 있는 서류를 채간 래브.

서류를 읽어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아, 설마.


"래브도 참가 신청을 한 것입니까?"

"후후, 물론이죠. 제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알아볼 기회인걸요!"

"래브, 비록 비살상 경기라고는 하지만 다치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디 안전에 주의하시길."

"네, 리타 언니도 있으니까요!"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치유한다 해도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으니 적당히 해 주세요."

"네!"


그때 래브가 내 서류에서 무언가 발견한 듯.

눈이 동그래지더니.


"아니, 근데 이거 뭐예요. 오빠 이름이 킴후안으로 되어있는데요?"

"어디 보자. 후흐흐, 그렇구나. 한이의 성격상 귀찮아서 그냥 넘긴 것으로 보이는구나."

"푸흡, 그래도··· 킴후안이라니. 이상해요."

"후후후."

"푸후훕"

"후우, 너무 짓궂게 놀리진 말아주십시오."

"마, 맞아요! 오빠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 저는 오빠가 오빠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 그래. 맞다. 남들이 뭐라 하건 우리가 김한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크, 큿흠. 맞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김한."


내가 시무룩한 기색을 보이자.

그녀들이 태도를 바꾸어 나를 다독여 주었다.


우리의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드미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가와 내 접수 표를 수하들에게 넘겨주며 지시했다.


"이 접수 표 이름 좀 내가 적은 대로 바꿔와라."

"···알겠습니다."

"이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니. 제가 여러분들을 객실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드미겔의 안내에 따라 객실에 도착했다.

넓은 객실은 툭 튀어나온 발코니에 수영장이 붙어있었다.


"90층 객실은 벨페고르님께서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객실입니다. 부디 마왕성의 최신 기술을 마음껏 즐겨주시길."

"와아."


그녀들이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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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8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20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2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6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20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3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4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3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3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5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6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4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5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8 0 11쪽
»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7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9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30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5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8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30 1 12쪽
71 C.11 - 호엘룬(4) 24.08.19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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