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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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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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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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11 - 호엘룬(5)

DUMMY

72.

C.11 - 호엘룬(5)



-팟!


어지럽고 몽롱하다.

너무 뒤 없이 싸웠나.

음,

여기는.


하얀 연구실 같은 곳이었다.


"아, 일어났군. 몸은 좀 어떤가."

"···."


새하얀 옷을 입은 노인이다.

괜히 친한 척을 해오는군.


"하하,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네."

"뭘 원하십니까?"


"아무것도. 다만, 게임은 공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반고가 스킬 프로그램에 장난질을 해놨더군. 그래서 그걸 조금 고쳐주었다네."

"어째서 저를 이곳에 불러들이신 겁니까?"


"음, 그건 재미있는 의견인데. 내가 불러들인 것이 아닐세.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가 들어온 것이지."

"제가 무엇을 하기 원하십니까?"


"말하지 않았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네. 그저 자네가 공정하게 이 게임을 즐기기를 바랄 뿐이지."

"이 세상을 게임이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럼 자네는 이 세상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내가 있는 곳이 세상입니다."


노인은 하하 웃어 보였다.


"하하하, 자네가 곧 세상이라는 말이로군. 재미있는 견해일세. 하지만 자네는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는 없네."

"그래서, 당신이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할 셈입니까?"


노인은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라고 말할 셈인가?"

"당신은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내 대답에 노인의 미간이 좁혀지며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말을 똑바로 해보게. 그리고 자네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반고."


내 한 마디에 노인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뭐, 뭣? 하하하, 무슨 그런 농담을 하는 건가! 나 나는···!"

"머리 위에 이름표를 붙여놓고 그딴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


<직관>스킬을 배우기 잘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LV ??? / 반고 / 라시타 Ver.1 보조 인공지능>


"이노오오오오옴!"

"플라우로스."

[여긴··· 기묘한 곳이로군.]


나는 플라우로스를 불러냈다.

플라우로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정신 방벽을 시전했다.


-파직!


흰 세상에 금이 가며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는 네가 내 세상을 마음대로 들쑤시게 놔두지 않겠다."

"곧 직접 만나러 가지."


-두근, 두근!


내 심장박동 소리가 더 크게 울릴수록.

사야는 점차 어둡게 물들어졌다.


큰일 날 뻔.

의식이 점멸했다.



* * *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스킬 선택 창이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들이 걱정됬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


급한 만큼 발걸음도 빨라졌다.


-슈우우.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석판들이 빠르게 형상을 갖춰갔다.


보라 둘, 황금 둘.


---


-신살(神殺)[티어5 / 엑티브]

죽음. 위력+25


-데스페라도[티어5 / 액티브]

적에게 끔찍한 총격을 가합니다. 위력+16, 광기+8, 집중+4


-전광석화[티어4 / 액티브]

적 사이를 휩쓸며 공격합니다. 위력+8, 이동+4, 정신+2 


-절멸[티어4 / 액티브]

적을 처치합니다. 위력+8, 이동+4, 은신+2 


---


현재 내 스킬은 아래와 같았다.




액티브 스킬


-그림자 이동[/]

-기묘한 회피[회피+8, 이동+4, 집중+2]

-절개[위력+4, 침묵+2]

-탈태[/]


패시브 스킬


-익숙한 날붙이[위력+4]

-극대화[위력+16]

-크리티컬 어택[치명타+4]

-직관[정신+12, 집중+4]




드디어 보내줄 때가 됬군.


<신살>은 <절개>의 두 단계 위의 성능을 가진 암살기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신살>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


강대한 황금의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문이 열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 * *



"으음."

"오빠···! 언니들 오빠가 눈을 떴어요!"

"후,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시는군요."

"한아, 걱정했단다."


눈을 뜸과 동시에 그녀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녀들을 모두 한 번씩 눈에 담았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입니다."

"아니, 다행이긴 뭐가 다행이라는 거예요! 이번에는 정말 죽은 줄 알았단 말이에요!"

"···래브."


-퍽, 퍽!


래브가 내 어깨를 마구 두들기며 울먹였다.

그래. 래브야 다 좋은데···.

너무 아프다.


래브의 구타가 멈췄다.

내 입가에 핏줄기가 새어 나왔다.


"쿨럭."

"···꺄아악, 오빠 역시 아픈 거군요! 리타님 회, 회복주문을···!"

"래브, 걱정 마세요. 저 남자는 저 정도가 딱 좋으니까요. 괜히 더 회복시켰다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또 뛰쳐나가 버릴 거예요!"

"후후, 한아 이번에는 본녀 또한 그녀의 말에 동의한단다."


살다와 리타는 스산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보았다.

래브의 악의 없는 구타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눈빛이었다.


그녀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전투를 시작했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죄송합니다."

"되었다. 우선 몸조리나 잘 하거라."

"후, 정말이지. 제가 회복해드렸다고 바로 밖으로 나가시면 안 돼요!"

"감사합니다."


리타는 그렇게 말하며 슬그머니 신성 주문을 외워주었다.

그녀들은 내가 혼자 있기 바라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슬그머니 자리를 비워주었다.


생각할 것이 많았다.


첫 번째로 잡아야 할 마왕들.

사탄, 벨페고르, 바알이 남아있었다.


아마 사탄은 교황청에.

벨페고르는 구 마왕성에.

바알은 제국에 숨어 힘을 기르고 있을 것이었다.


놈들을 정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반고의 간섭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고의 존재는 나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희망적인 사실.

반고의 실체를 확인했다.

그로 인해 나는 이 세계가.

단순한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것을 확신하게 된 이유.

내가 공작원으로 활동하던 때 수행했던 어떤 임무 때문이었다.


<인류 보호 프로그램>

라시타 박사가 진행한 프로젝트.

우주 비행선에 최소한의 인적 자원만을 싣고.

새로운 행성을 탐사한다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그곳에 탑재된 최신형 AI의 존재.

그것이 바로 반고였다.


내가 맡았던 임무는 인류 보호 프로그램의 말소.

그리고 라시타 박사의 사살이었으나.


내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투입되기 직전.

라시타 박사의 사망이 발표되며 임무는 돌연 취소되었다.


그다음으로 지정된 임무에서 나는 부상을 입고 은퇴했다.


동시에 내가 자주 드나드는 갤러리에 뿌려진 정체불명의 게임.


그곳에서 신으로 등장한 라시타와 반고.

정말.

모든 게 우연이라 말할 수 있는가.

그럴 리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았을 때.

절망적인 사실.


그렇다면 반고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창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이 보였다.

더.


구름 너머.

더. 더.


대기권을 가볍게 돌파해.

더. 더. 더!


우주 궤도까지!

그래···.


닿을 수 있는가.

손을 펼쳐 보았다.


길어야 1M가 조금 넘는 길이.

우주까지는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반드시 길은 있기 마련이니까.



* * *



다음날.


수백 년 만에 내려진 계시가 갱신되었다.

그것은 올펜 제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선택받은 용사여 일어나 제국을 구원하소서!】


그것에 다음 문장이 추가된 것이다.


【제국의 적 김한을 찾아 죽이세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당황했으나.

곧이어 그들은 열광했다.


제국은 수백 년에 걸쳐 평화를 유지했다.

인구는 늘어나기만을 반복했다.


폭발적인 인구 성장 속에서.

그들은 달랠 수 없는 갈증을 느꼈다.


기사는 명예와 업적을 원했고.

평민은 신분 상승을 갈망했다.


세상은 피를 원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김한이 있었다.


거대한 살의의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호엘룬.

왕궁, 어전 회의실.


국왕 쿠빌라이를 중심으로 어전회의가 열렸다.


호엘룬에서 알 수 없는 테러 행위가 일어난 것.

그로 인해 밝혀진 혁명군에 대한 존재.

그리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진실.


무엇 하나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사실들 뿐이었다.

회의실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쿠빌라이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


그 누구 하나 먼저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것은 죽음과 같았다.


"그렇게 입만 닥치고만 있을 거라면 나가시오."

"죽여주시옵소서···!"


한 신하가 무릎을 꿇으며 양손을 치켜올렸다.

그것은 왕에 대한 최대한의 경의였으나.

지금 통할 것은 아니었다.


"저놈을 내쳐라."

"넷!"

"저, 전하! 살려주시옵소서. 소인이 부덕하여···! 저, 전하. 아, 안됀다. 이것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저, 전하! 전하!!!"

"쓸모없는 놈들."


쿠빌라이가 머리를 짚었다.

한순간 몰아닥친 사건들에 두들겨 맞은 쿠빌라이는 십년은 더 늙어 보였다.


눈을 질끈 감은 도로다이가 앞으로 나섰다.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모든 사건이 드라코 컴퍼니에 소속된 김한이라는 자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래, 그건 들어 알고 있다."


쿠빌라이가 필요한 말만 하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소신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그는 드라코 컴퍼니아 측에서 파견된 비밀 요원인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비밀 요원이라. 목적은··· 마왕의 처치인가."


쿠빌라이 또한 하늘이 암흑에 잠기며 모습을 드러낸 두 개의 홍옥을 보았다.


그것은 그의 근원적인 공포를 드러나게 했다.

아니, 그 누구도 그 앞에서 멀쩡히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버려진 성당 위에 거대하게 남겨진 발톱 자국과 무너진 건물들.

벽에 새겨진 끔찍한 상처 자국들에서.

그날의 전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고작 단 한명이 정리했다고?

만약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것으로 예상되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저희도 간신히 실마리만 잡고 있던 혁명군과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내가 파악한 혁명군의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닌데, 설마 그들을 전부 혼자 상대했다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그는 홀로 군단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쿠빌라이는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그 말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가 홀로 혁명군을 전멸시킨 뒤 마왕까지 처치했다고···?"

"···그렇사옵니다."


쿠빌라이가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어전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가 정녕 인간이 맞느냐?"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아니, 사실. 지금의 소인으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어."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쿠빌라이가 한숨을 내뱉는 가운데.

신하들이 하나같이 무릎을 꿇어왔다.


쿠빌라이는 그들의 행태를 비난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손을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머리 아프니, 일어서라."

"···."


슬쩍 눈치를 보던 대신들이 일어나 물러섰다.


"후우, 이거. 드라코 컴퍼니가 괴물을 만들어낸 것 같군."

"···그렇사옵니다."


도로다이가 동의했다.

순간, 쿠빌라이의 눈이 번뜩이며 외쳤다.


"잠깐,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방문했었지···?"

"그것이··· 도로 정비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도로다이가 힘겹게 입을 여는 가운데.

쿠빌라이가 하명했다.


"당장 진행시켜. 그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 누구도 감히 쿠빌라이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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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7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3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4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8 0 12쪽
» C.11 - 호엘룬(5) 24.08.20 30 1 12쪽
71 C.11 - 호엘룬(4) 24.08.19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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