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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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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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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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12 - 올펜 제국(3)

DUMMY

76.

C.12 - 올펜 제국(3)



달빛 아래 한 남자의 음영이 비쳤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마치, 한 마리의 야생동물 같은 느낌.


황실 기사단장 베르무트가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뭔가, 거슬린단 말이지."


베르무트는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

황궁을 잠식하고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검을 휘두르는 것뿐.

그렇다면 그저 내려칠 뿐이다.


내려치고 내려쳐서 모두 부숴버리고 나면 보일 것이다.

자신이 진정 부셔야 할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렇게 훈련용 목검을 내려치던 무렵.


"···이 늦은 시간에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숙부님."

"베르무트, 어째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도맡은 것이냐."


베르무트의 곁으로 그의 숙부이자 올펜 제국의 재상인 데저린이 다가섰다.


"라이오네가 기르는 암고양이의 발톱이 꺾이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거라. 그년의 최후는 반드시 너에게 맡길 터이니 즐길 만큼 즐기고 버리면 될 일. 그것보다 베르무트 내 요즘 너를 보아하니 잡생각이 많아 보이는구나. 괜찮다면 이 숙부에게 무엇이 너를 그리 괴롭게 하는지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겠느냐."


데저린의 다정한 목소리에도 베르무트는 조금 딱딱한 어조로 답했다.


"···그저, 실력의 성취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던 참이었습니다."

"허, 제국의 황실 기사단장인 네가 실력의 성취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니. 설마 이번에 수배된 '그 녀석'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그 녀석은 곧 제거될 테니. 소식에 따르면 내일이면 그가 수도에 진입한다고 한다. 놈들은 자신들이 들키지 않았으리라 믿고 있겠지만 이 제국 안에서 황제 폐하의 눈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그건, 잘되었군요. 저 또한 그를 상대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 그건 조금 어렵겠구나."

"···숙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데저린이 조금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황제 폐하께서 그를 직접 만나 제거하시겠다 명하셨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상대하신단 말입니까? 황궁 경비대장인 저조차 대동하지 않고?"

"그래, 나도 황제 폐하께 계속해서 위험함을 말씀드렸으나. 황제 폐하께서는 어째서인지 강경하게 주장하고 계신 상황이지."


베르무트의 눈빛이 좁혀졌다.


"하지만, 전 그런 내용을 듣지 못했습니다만."

"그렇겠지, 자네는 라이오네의 애완 고양이를 잡기 위해 황궁을 출타하지 않았는가?"

"으음,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무튼, 밤이 늦었네. 내일의 업무를 위해서는 쉬어두는 것이 좋을 걸세."

"숙부님께서도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


말이 되지 않았다.

황제 폐하께서 미지의 능력을 갖추고 계신 것은 알고 있으나. 김한은 홀로 마왕을 처치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는 상대였다.


그런데 그를 독대하겠다고?

황제 폐하께서 드디어 돌아버리기라도 하셨다는 것인가.

잠시 불경한 생각을 한 베르무트를 고개를 털어 잡념을 흩트렸다.


"이런, 불충이라니. 젠장, 잠자긴 그른 것 같군."


잠시 하늘을 올려보던 베르무트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올펜 제국 수도.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던 래브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오빠, 제국의 수도에요!"

"그렇구나."

"오빠는 제국의 수도에 와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 처음이야."

"저도 처음이에요. 역시 오빠와 저는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그래? 그렇구나."

"응, 응. 그렇고 말구요!"


래브는 굉장히 텐션이 좋아 보였다.

그 모습에 살다와 리타가 웃어 보였다.


제국은 게임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달리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임 시점은 레드독의 테러 이후. 곧바로 이어진 연합 왕국과의 치열한 교전으로 인해 반파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검문소에 도착하자 경비대원 하나가 나와 검문을 시작했다.

우리측에서는 마론이 대표하여 그를 상대했다.


"통행증을 보여주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흠, 틀림없군. 그런데 저건 뭐지."


출입증을 확인한 경비대원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우리들을 가리켰다.


"그쪽도 신분증이랑 통행증을 보여주시오."

"하하, 저들은 그냥 제 길드의 심부름꾼입니다. 따로 신경 쓰실 필요는···"

"그걸 왜 당신이 결정하지? 거기 복면 쓴 여자 후드 한번 걷어보시오."


마론이 찔러주는 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경비대원이 훌쩍 다가섰다.


래브가 후드를 걷어 보였다.

래브는 지금 살다의 마법으로 인해 평범한 인간형 소녀로 보일 터였다.


경비대원은 래브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번에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이 너도 한번 후드를 걷어봐."

"···."


나는 말없이 후드를 걷어내었다.


나 또한 살다의 마법으로 백금발 머리에 붉은 눈을 한 미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흐음,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 통행증과 비교해 보십시오. 저희는 그저 그레이하운드에서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을 뿐입니다."


마론이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하는 동안에도 경비원의 의심은 풀릴 줄을 몰랐다.


그때.


"음, 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은데?"

"아니, 누가 감히···. 베르무트님···? 어째서 이곳에···?"

"뭐, 내가 여기 오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그래, 그런데 이분들은 왜 붙잡고 있는 건가?"

"저, 그것이···."


잠시 머뭇거리던 경비대원이 말했다.


"이번에 데저린님께서 마력 탐지 기계를 설치하셔서 작동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큿흠, 제가 전직이 사냥꾼이었던지라. 수인 냄새 하나만큼은 정확하게 맡아 낼 수 있습니다. 분명 저들 중 수인이 있는 것이 확실한데 마력 탐지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흠, 아무래도 숙부께서 만드신 마력 탐지 기계가 고장 난 것 같군."


베르무트의 대답에 경비원이 당황하며 대답하려 했다.

그때.


-빠직, 파스스.


베르무트가 살짝 힘을 주자 손에 들린 마력 탐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 하지만···!"

"어이쿠, 잠시 만져보려 했더니 고장이 나 버렸군. 하하하, 이것 참. 숙부께 또 한 소리 듣게 생겼구나. 혹시 우리끼리의 비밀로 해 줄 수 있겠나?"

"···무, 물론입니다. 어이쿠. 이것 참. 내구도에 문제가 있는 물건이었구만. 자, 검문은 끝났소. 어서 들어가시오."

"···감사합니다."


검문을 통과한 뒤 나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물었다.


"우선,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까?"

"하하하, 성격이 급하군. 내가 좋은 장소를 알고 있는데 그곳으로 가지 않겠나?"


나는 동료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했다.

나는 이렇게 제의했다.


"우선, 마론님은 바쁜 몸이니 보내주시겠습니까?"

"음, 그래, 바쁜 사람을 잡아 둘 필요는 없겠지. 마론이라고 했던가? 나는 저자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만 가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베르무트가 으쓱하며 마론에게 말했다.

마론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여기까지 도와주신 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내 즉답에 한숨을 내쉰 마론이 작별을 고해왔다.


"···부디 보중하시오."

"나중에 뵙겠습니다."


마론과 상인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자리에서 떠났다.

이제 이곳에는 내 일행과 베르무트만 자리했다.


"그럼, 가볼까?"



* * *



우리가 향한 곳은 거대한 저택이었다.

황실 기사단장의 위엄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곳은 내 별장이니, 편하게 있어도 좋네."

"왠지, 저렇게 말씀하시니 더 부담스러워 지는데요오···."

"래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래브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부드러워졌다.


"휘유~ 태평하구만."

"···."


베르무트가 휘파람을 불어왔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베르무트는 우리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그가 지시하자 사용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곧 차를 내왔다.


때가 됬다.

나는 돌직구를 던졌다.


"그래서, 황실 기사단장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저희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오, 자네 나를 알고 있었나? 그것참 영광이군."


베르무트가 의외라는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그가 놀람을 나타내며 나를 띄워주었다.

하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인류 최강자 중 하나였다.


말레우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만한 인물.

다만 게임에서는 연합 전쟁 직전 제국 심연에 숨어있던 마왕 사탄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으나.

사탄 에게 살해당했다는 정보만을 얻을 수 있었다.


"말씀해주시죠."

"아, 그전에 내가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대답해 주겠나?"

"질문에 따라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대답에 베르무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베르무트의 질문이 시작됬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마왕을 잡아본 자네라면 분명 대답할 수 있을걸세. 그래. 자네는 마왕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가?"

"···그렇습니다."


"나는 자네가 이곳에 있는 마왕의 존재를 눈치채고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네. 맞는가?"

"그렇습니다."


"마왕이 숨어든 곳이 제국의 황실인가?"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네. 자네가 생각하는 마왕이 내 숙부 데저린 올펜 하인베르크가 맞는가?"

"···아마도."


내 대답에 베르무트는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며 웃어 재꼈다.


"하하하, 이런 젠장. 황실의 위엄이 진창에 처박힌 것과 같구나."

"제 말을 의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글쎄, 어떨까? 하지만 나는 자네의 주장에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군."

"그렇다면 저희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내 제안에 베르무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음, 그러면 자리를 옮겨볼까?"

"···."


곧 우리는 별장 뒤편에 마련된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난 자네의 실력이 궁금했지. 자네가 진정 마왕을 쓰러뜨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나에게 보여주게. 만약 네가 증명한다면 나는 받아들이지."

"···알겠습니다."


그가 양팔을 크게 펼쳐 보이며 도발하듯 외쳤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백 마디 말보다 단 한 번의 실력 행사가 도움이 될 때가 있는 법이지.


준비동작 따위는 없었다.

봐주면서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림자에 스며들며 일격을 날렸다.


"와우. 그건 마법인가?"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비틀어 내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팔꿈치로 내 턱을 노려왔다.


-슈슉!


박투에는 제법 자신이 있다.

그는 밸런스 형에 가까운 채격.

나와 비슷한 신체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기묘한 회피>를 발동함과 동시에 손에 신살의 기운을 담아 내질렀다.


-쒜에엑!


"으윽, 너 특이한 오러를 쓰는구나?"


녀석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는지.

나와 정면으로 승부하는 대신.

몸에 오러를 일으키며 공격을 흘리려 했다.


-빠악!


미쳐 다 흘리지 못한 위력에 베르무트의 몸이 팽그르르 돌았다.

하지만 그는 곧 중심을 잡으며 날카로운 발차기를 내질렀다.


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우리는 거리를 벌려 섰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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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20 - 그렇게 그들은. 24.09.01 27 0 11쪽
99 C.19 - 반고 24.09.01 19 1 11쪽
98 C.18 - 살다메인 24.08.31 22 1 11쪽
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1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2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4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0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7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8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73 C.11 - 호엘룬(6) 24.08.20 27 0 12쪽
72 C.11 - 호엘룬(5) 24.08.20 29 1 12쪽
71 C.11 - 호엘룬(4) 24.08.19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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