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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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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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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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돈이 뭐길래

DUMMY

“장주님과 붙잡혀 있었다고?”

“네, 넵!”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동굴에 갇혀 있던 노인을 구출하러 온 무인들이었다.


‘어쩐지. 믿는 구석이 있었구먼. 예나 지금이나 돈 없는 놈들만 고생이라니까.’


유일하게 흑의를 입지 않은 남자가 포권을 취하며 통성명을 했고 수완도 얼떨결에 따라 했다.


“본인은 장평이라 하오. 저쪽은 구조를 위해 도움 주시기로 한 분들이시고.”


흑의를 입은 사내들은 가벼운 눈인사를 하는 것 외에는 따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데면데면한 것이 짐작건대 장평과 그들은 같은 식구는 아닌 모양.


장평이 말했다.


“소협께서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소협?’


무협지에서 읽은 바로는 소협이란, 강호의 젊은 영웅을 뜻한다. 수완은 무림인도 아닐뿐더러 영웅도 아니었으니 참으로 요상한 단어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소협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그냥 밥이나 지으며 먹고사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무슨 말씀이시오. 최 소협. 그대가 고얀 산적 놈들을 소탕하고 장주님을 구해내는 데 큰 공을 세울 테니 소협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장평은 불량배처럼 은근슬쩍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산적소굴이 어딘지 기억나시오?”


기억해내라는 소리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수완은 그 뜻을 어렵지 않게 읽어냈지만,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 보나 마나 칼부림을 벌일 게 뻔한데 괜히 기어들어 가서 칼 맞아 죽을 일 있나?


게다가 우린 다섯. 수완을 포함하면 한명 더 늘겠으나 다리 병신이 뭔 싸움을 하겠는가. 얼핏 본 것만 해도 스물이 넘었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 없어 보였다.


“워낙 마구잡이로 발 닿는 대로 도망치느라... 잘 기억이...”


장평이 대뜸 수완의 멱살을 잡았다.


“이놈, 감히 나 장평을 속이려 드느냐! 장삼봉 진인의 당숙 조카 사촌 아들이 바로 이 몸이다. 내 검에 죽고 싶거든 계속 거짓말을 하거라.”


수완은 결국 털어놓아야 했다. 검이 검집에서 반쯤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 알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대신 칼부림이 나면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겠습니다.”

“그러시게. 허허”


장평은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산적소굴을 찾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처음 산적들을 마주했던 웅덩이가 나오고, 거기서부터는 비교적 길이 간단했으니.


“저깁니다. 약속대로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평은 수완을 쉽사리 보내주지 않았다.


“어허! 아직 장주님을 구하지 못했네. 처음과 끝을 함께 하세나. 분명 장주님께서도 자네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실 게야.”


‘이런 미친. 언제 봤다고 날 기다려.’


“하하··· 그렇겠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수완은 억지웃음을 보이며 침투 계획을 물었다.


“뭘 어떻게야. 저 길 따라 들어가는 거지.”

“네?”


그들은 겁도 없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기껏 흑의를 입고 왔으면 잠입이라도 하든가 하는 성의라도 보여야 할 텐데 그냥 다짜고짜 다가가 경비병을 베어 버렸다.


쉭-!


“으앜~!”


“생각보다 허술하군.”


수완은 장평을 붙잡았다. 저런 괴랄한 방법으로 가다간 얼마 못 가 칼 맞아 죽고 말 거다.


“계속 이렇게 가실 겁니까?”

“뭐가 어때서? 적이 눈앞에 있지 않은가.”


‘제기랄 똥멍청이한테 걸렸어.’


수완은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그, 그렇지. 장주님 생각은 안 하십니까? 그렇게 정체를 드러냈다가 장주님께서 인질로 잡히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오~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어. 그럼 어찌했으면 좋겠나?”


장평이 수완의 두손을 붙잡았다.


“저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수완은 방금 죽은 산적의 도끼를 빼앗고는 면보로 얼굴을 가렸다.


“손자 왈,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병법이라 하였습니다.”



5화. 돈이 뭐길래


수완이 식자인 듯 글을 외자, 장평은 맑은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존경? 혹은 선망의 눈빛이다.


“안에서 듣기로는 조만간 노예상이 올 거라고 했습니다. 노예상으로 위장해 장주님만 쏙 빼오는 겁니다.”

“오!!! 자네 정말로 소협이 맞는구먼.”


산적소굴에는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마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모두는 수완을 잡기 위해 뛰쳐나간 모양.


“다행입니다.”

“이럴 거면 그냥 쳐들어가 단숨에 도륙 내는 게 빠르지 않았을까?”

“자중하십시오.”

“...끄흠”


수완은 단박에 두목이 있는 본진을 알아보고 그곳으로 향했다.


끼이익-


“누구요?”


안에 있던 자들은 장평 일행의 인상착의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다른 때처럼 대뜸 반말하지 않았다.


“좋은 물건이 있다고 해서 왔소.”


수완이 말했다. 장평이 나서려 했지만 수완이 앞을 막았다. 저 인간이 협상을 진행했다가는 필시 칼부림으로 귀결될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 상단에서 오셨구려. 이쪽으로.”


두목은 한껏 구겨져 있던 표정을 밝게 했다.


“먼 길 오셨는데, 차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합시다.”

“차는 됐소. 보는 눈이 많기에 일부로 야심한 밤을 고른 것이오. 피차 바쁜 사람들 아니요.”

“바쁘지. 사정이 그러시다면 그럽시다.”


두목은 깔고 있던 멍석을 치웠다. 그러니 조그마한 문이 나왔다.


“몇이나 데려가실 거요? 힘쓰는 놈, 계집, 최상급 남창까지 모두 있소.”

“그거야 물건에 달렸지. 전부일 수도 있고. 허허”


수완은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거드름을 피웠다.


전부라는 말에 두목은 입을 귀에 걸었다.


“일적아.”

“네. 형님.”


두목이 턱짓하자, 옆에 있던 부하 놈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 사람들을 끌고 나왔다.


기골이 장대한 사내, 젊은 계집 등등 현대인인 수완이 보기에도 잡혀있는 사람들의 외모가 훌륭해 보였다.


“끝이요?”

“찾는 물건이라도??”

“노인을 찾고 있소만.”


두목이 흠칫 놀라더니 좌우를 살폈다. 그리고는 옆에 놈을 발로 툭 차고 작게 속삭였다.


수완은 분위기가 심각해질까 얼른 말을 보탰다.


“오해는 마시오. 우리 상단도 정보력이 상당하다오. 값나가는 장주가 이 산에서 사라졌다지?”

“아, 그러셨소. 대단하시오 하하하”


그제야 안심하는 눈치를 보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그 노인네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구려?”


수완이 말했다.


“입 아프게 말 해 뭐 하오. 그 노인네가 얼마나 값진지는 다 아시고 오셨을 거고. 흥정부터 합시다. 얼마를 생각하고 오셨소.”

“금자 백냥 드리겠소.”


안에 있던 모두는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협상을 진행하는 수완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왜냐고? 어차피 내 돈 아니야~~~ 그냥 지르고 보는 거지 뭐. 백이면 젤 큰 숫자 아닌가. 하하하


“이야~ 대협 정말 호탕하신 성격이구먼. 좋소. 서로 힘들게 입씨름하지 맙시다. 하지만 그전에 금자 백냥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싶소.”

“어이.”


그러자 뒤에서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던 장평이 주머니 하나를 뚝 떼어 두목 앞에 던져 놓았다.


“오십냥이오. 나머지 하나는 내 허리춤에 달려 있소.”


두목은 입이 찢어질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부하를 보냈다.


잠시 후 문이 열었다.


끼이익-


“장주님!”


장평이 소리를 지르며 노인에게 바싹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두목이 가로막으며 칼을 뺴들었다.


“너 뭐야? 노예상 맞아? 수색 나간 놈들 다 불러와!”

“네, 형님.”

“에잇!”


두목이 공격을 해왔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곧바로 문이 열리며 산적들이 밀고 들어왔다. 장평과 흑의를 입은 사람들은 밀려들어 오는 다수의 산적들을 썰었다. 피가 튀고 신체 일부가 나뒹굴었다.


“으악!”

“죽어!”


산적들은 수가 훨씬 많았으나,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장평과 흑의를 입은 사내는 무공을 익힌 듯 보였지만, 대다수 산적은 그렇지 못했다.


그때,


“참살검!”


두목이 경공을 펼쳐 일순간에 수완에 닿으려 했다. 무리의 대장이 수완이라고 생각했던 모양.


수완은 깜짝 놀라 허리를 숙여 피했다.


‘휴- 조금 전에 유심히 봐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연이어 공격이 들어왔다. 그러나,


깡!


장평이 나타나 두목의 검격을 막아냈다.


깡! 깡! 깡! 깡!


장평과 두목이 맞붙었다. 칼날이 부딪히며 스파크가 튀는 공방이 이어졌다.


“어디서 무공을 훔쳐 배운 모양인지.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장평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미친놈. 네 놈이 언제까지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


두목이 자세를 잡았다. 장평 역시 두목의 공격을 받아낼 준비를 했다. 하지만 두목은 갑자기 몸을 틀어 노인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꼼짝마!!! 움직이면 베어 버리겠다.”


일순간이 조용해졌다.


“장주님!”


장평이 소리쳤다. 장평이 움직이려 하자 두목은 칼을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노인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왜 이러시나. 금자 백 냥 모두 주겠네.”


두목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아까 가격이고, 그 두 배부터 시작하지.”

“이런 미친, 그런 큰돈이 지금 당장 어디 있어!”

“그건 네 놈들 사정이고.”


벌컥벌컥.


“크~ 좋다.”


노인은 자기 목에 칼날이 닿아 있음에도 병나발을 불었다.


그러고는 한다는 소리가,


“이 고얀놈 목을 내 눈앞에 가져오면 지금 백냥, 천금장에서 이백냥을 더해주지.”


산적들은 물론이고 흑의를 입은 사내들까지 당황하여, 서로를 바라보며 눈알만 바쁘게 굴렸다.


“무슨 개수작이야!!!”


두목이 소리치던 그때,


푹!


“으헤헤헤 잡았다. 내가 죽였어.”


두목 바로 옆에서 함께 칼을 겨누고 있던 오른팔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등에 검을 쑤셔 박아 넣었다.


커억!


두목은 심장이 정확히 꽤 뚫려 입과 가슴에서 피를 뿜어냈다.


털썩!


“노인네, 어서 내놔!”


오른팔이 일적이 말했다. 산적은 팔짝팔짝 뛰며 노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인이 턱짓하자 장평이 다가와 나머지 주머니도 던져 주었다.


“열어 보시게.”


그가 고개를 숙인 순간,


휙-


무언가 산적의 목을 훏고 지나갔다. 장평이 날아와 베어버린 것이다.


노인은 태연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수갑과 족쇄 열쇠를 주워 들고는 말했다. 


“정리하고 천천히 와. 고생들 했다.”

“네, 장주님!”


두목과 오른팔이 죽었으니 남은 산적들은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애초에 그들이 특별히 악하다기보다는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어찌어찌 굴러온 자들이었으니.


장평과 흑의를 입은 자들도 따로 쫒지는 않았다. 상황은 그렇게 정리되는 듯했다.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금방 뒤따르겠습니다. 장주님.”


장평이 노인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런데,


휙-!


방금까지 같은 편이었던 흑의를 입은 남자가 장평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수완은 자신도 모르게 순식간에 장평의 곁으로 다가갔다.


“위험해.”


뒷깃을 당겨 칼날을 피하게 하고, 검이 나온 쪽으로 몸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안다리 후리기.


쿵!


예상치 못한 공격에 배신한 흑의를 입은 남자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평범한 흙바닥이라면 죽을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으나, 운 나쁘게도 울퉁불퉁하게 솟아 있는 작은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수완은 숨을 헐떡이며 분노에 휩싸여 외쳤다.


“씨발!!! 그놈에 돈이 뭐길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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