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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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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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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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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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천금장

DUMMY

‘...18년 만에 기술을 쓰게 될 줄이야. 그것도 무림인을 상대로.’


수완은 회상에 잠겼다.


휘휘휘

쿵쿵쿵

아이 오브 타이거~


줄넘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대련에 몰두하는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자~”

“들어와~”


“수완아. 몸은 좀 어때?”

“오셨습니까. 관장님.”


수완은 잡아끌던 고무 튜브를 내려놓고 관장의 손을 끌었다.


“어떻습니까?”


휙!


“어쭈, 힘 자랑이냐.”


관장은 수완의 품으로 순식간에 파고들더니 엎어 치려 했다.


“늙으셨습니다.”

“놀아준 거야. 짜샤.”


관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관장님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고 담배는 절대 피우면 안되고 알지?”

“에이~ 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겨울에 낙엽은 무슨”

“짜식 믿는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코앞이야. 조심 또 조심.”


수완은 촉망받는 유도선수였다. 국내에는 그와 감히 견줄 자가 없었고 올림픽에 나가더라도 뒤로 넘어지지 않는 이상 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였다.


하지만, 그날이 문제였다.


“으아 합~ 피곤해.”


저녁 운동까지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가서 꿀잠이나 때리려는데, 어디선가 불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퍽! 퍽! 퍽!


“뒤져서 나오면 십 원에 한 대씩이다.”


어제 본 히어로물에 너무 심취해서일까?

아니면, 그날 운동이 너무 잘되어서일까?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상황이 어째서인지 신경에 거슬렸다.


‘지읒같이 약한 놈들이 별 지랄을 다 떠네.’


그냥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마침 양아치들이 입고 있던 교복도 수완과 같은 학교. 그의 얼굴을 보고도 감히 똑바로 눈 맞출 수 있는 자가 없었으니, 열 명이 넘는 양아치들이 골목에 잔뜩 몰려 있었지만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촉망받는 +100kg급 예비 금메달리스트 수완. 악의 무리를 소탕하고 정의의 사도로 다시 태어나리라.


수완은 너구리 굴을 방불케 하는 연기 사이로 뚫고 지나갔다.


“뭣들 하니?”

“어, 수완아...”


양아치들은 수완을 보자 흠칫 놀랐다. 워낙 체격도 큰데다가 원펀치 쓰리강냉이 고딩이라고 소문이 이미 파다했으니.


“저 자식들은 또 왜 이래?”


수완이 말했다.


“케에~”


단순히 삥을 뜯던 상황은 아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정체 모를 무언가를 주고받고 일부는 눈깔을 까뒤집고 있었다.


“뭐하-”


수완이 놀라 다가가던 순간,


뽀각!


갑작스레 공격이 들어왔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땐 수술대 위, 다시 제대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오른쪽 다리 대신 이질적인 의족이 끼워져 있었다.


‘그때는 참 많이 울었지...’


씁쓸했던 과거, 하지만 수완의 표정에는 쓴맛이 사라져 있었다. 흡사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라고 해도 좋은 정도.


괜히 오른다리를 주물렀다가. 까치발도 들어보고 헛걸음도 걸었다. 두 발로 걷는 다는 기쁨.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인가. 당장이라도 저 산 아래까지 뛰어갈 수 있으리라 느껴졌다.


‘새 몸을 얻었다. 멀쩡해.’


수완의 흐뭇한 기분을 깬 건 흑의를 입은 사내의 울분이었다. 수완의 목을 노리는 검이 날아왔다.


“이 개자식!”


수완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로 겨우 피했다. 다시 벌어진 칼부림. 산적들은 이미 떠나가고 구조대 간에 싸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장평은 곧바로 검을 들어 흑의를 입은 자들에게 공세를 가했다. 그 중 한명이 수완을 쫒고 셋은 장평과 맞섰다.


깡! 깡! 깡! 깡!


거의 스무 합이 넘는 공방이 오고 갔다. 쉽사리 결판나지는 않았다. 수적으로 열세인데다가 수완은 도망만 다니고 있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수완과 장평이 밀리는 건 정해진 결말인 듯 보였다.


그때였다.


철컥.


쿵!


지진이라도 난 듯 갑자기 떨리는 땅. 흡사 흰 수염 에드워드 뉴 게이트가 흔들흔들 열매를 쓴 것처럼 느껴졌다. 진동은 먼지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넘어트렸다. 모두의 시선은 진동의 근원을 찾았다.


“이제야 좀 조용하구먼.”


같은 사람이 맞는 걸까? 술에 절여져 헛소리나 늘어놓던 노인이 수갑과 족쇄를 푼 채 서늘한 분위기를 풍겼다. 장평마저도 침을 꿀꺽 삼킬 정도.


“쯧쯧쯧 흑도는 역시 흑도인가. 그깟 금자 백 냥에 신의를 저버려?”

“...”


모두들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노인은 천천히 걸어왔다. 어찌나 위풍당당하던지 카리스마가 철철 넘쳐 흘렀다.


노인이 말했다.


“장 부장.”

“하명하십시오.” 

“그 돈 저놈들 다 줘버려라.”

“그렇지만 저들은 신의를 저버린 흑도무리입니다.”

“괜찮아. 돈은 다시 벌면 된다.”


장평은 마지못해 주머니 모두를 흑도들에게 던져주었다.


“꺼져라!”


그러자 흑도들은 군말하지 않고 죽은 동료를 둘러메고 사라졌다.


“무공을 배운 모양이지?”


장평이 수완에게 물었다.


“아... 그게..”

“어느 문파에서 배웠는가. 처음 보는 유술인데?”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유술을 어느 문파가 쓰더라? 소림? 북해빙궁?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이봐, 왜 대답을 못해?”

“···하하하”


수완은 뒷덜미를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장평은 의심에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한발을 뒤로 빼는 게 언제라도 베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런 미친, 목숨 걸고 구해줬더니만!’


“어서 말해보시게. 설마 자네도 저놈들과 한통속인가? 수상해.”

“아 그게... 그러니까... 음..”

“이놈!!!”


장평이 소리를 질렀다.


“그, 그냥 동네에서 지나다니는 형님을 따라 한 게 어쩌다 나온 거죠. 저 같은 놈이 무슨. 하하하...”

“어허! 똑바로 말하지 못할까! 나 장평의 눈은 속일 수 없어!”


분위기가 다시 심각해지려 했다.


“예끼 이놈아!”


노인이 순식간에 다가와 장평의 정강이를 후렸다.


“네 이놈 장평아. 내가 그리 가르쳤더냐. 목숨을 빚진 놈이 뭘 그리 꼬치꼬치 캐묻는 게냐.”

“죄송합니다. 장주님.”


장평은 즉각 허리를` 숙였다.


“나 말고!”

“미안하네.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소협”


노인이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고맙네.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나는 천금장 주인 마운이라고 하네."

“우리 상단이 말이야... 어떤 상단이냐면.”


장평이 말을 보탰다.


천금장(天金牆), 하늘 아래 있는 금은 싹 쓸어간다고 알려진 거대 상단. 개봉을 거점으로 하고 있으며, 딸린 식솔만 오백이 넘고 그들에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만 이천이 넘는 거대 상단이다.


‘어쩐지 잡힌 주재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그 때문에 산적은 천금장주를 살려둬야만 했다. 몸값이 상당하니까. 막말로 여기 잡혀 있던 사람 전체보다도 장주의 몸값이 더 높을지도 몰랐다.


“최수완이라고 합니다. 대단하신 분이셨군요.”

“수완? 외모도 특이한데 이름까지 재미있군. 원하는 걸 이야기하게 뭐든지 들어줌세.”

“그래, 우리 장주님 천하에 제일가는 부자셔. 뭐든지 말씀하시게.”

“과장 좀 그만하거라 이놈아.”

“곧 그리되실 거 아닙니까. 하하하”


모두의 시선이 수완에게로 향했다. 수완은 잠깐 고민하다가 소원을 말했다.


“취직시켜주세요!”

“???”



6화. 천금장


왜 돈으로 받지 않고 하필이면 취직이냐고?


수완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살고 싶다는 마음’. 정확히는 도대체 그놈에 돈이 뭐길래 사람을 저리도 추악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졌다. 곁다리로 전생에 늘 그리웠던 몸 쓰기도 실컷 하고 싶었고.


‘내가 죽지 않은 것도 운명이겠지.’


비록 신을 믿지 않았지만, 가끔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운명은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아기가 어른이 되어 자립할 때까지 곁을 지켜줄 보호막이다.


수완은 이 세계에 대해서 무지렁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만 해도 산적을 저승차사로 착각하는 바람에 변태 늙은이에게 뒤나 대주며 평생 살뻔했다.


큰 돈을 받는다 해도 귀신같이 꼬여 드는 날벌레들에게 순식간에 살과 뼈를 내줄 게 분명하다.


“소원이 그거라면 뭐. 천금장으로 돌아갈 떄까지 장 부장이 수완이을 도와주거라. 마침 수완이가 몸을 좀 쓸 줄 아니 어쩌면 우리 천금장에 작은 도움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구나.”

“명 받들겠습니다.”


수완이 물었다.


“그나저나 장주님은 어쩌다가 저들에게 잡히시게 된 겁니까?”


노인은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피했고 장평이 대신 입을 열었다.


“장주님께서는 오랜만에 인삼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신이 나셨지.”

“고려? 아니면 조선인가? 그쪽이겠군요.”

“그렇지. 아는구나. 비싸긴 하지만 고려인삼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영약이지.”

“그럼요. 하하”


수완은 선수시절에 즐겨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옅게 미소 지었고, 장편은 괴로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 날 일어나보니 장주님께서는 단신으로 떠나셨네. 개봉에서 거래가 있을 영파까지 말이야.”

“네?”


‘??? 우리로 따지면 재드래곤이나 적어도 중소기업 사장쯤은 되는 양반일 텐데. 혼자서? 말이 돼? 위험하지 않나?’


장평은 눈치 빠르게 적절한 답을 해주었다.


“괜찮아. 장주님께서는 절정의 무인이시거든.”

“절정이요?”

“아! 무공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했지.”


삼류부터 일류까지 그 위에 절정, 초절정, 조화경 그리고 전설로만 전해져 오는 화경, 현경, 생사경까지.


경지를 줄 세우자면 절정은 딱 중간 어디쯤 해당하나, 실제로는 큰 도시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한 고수라고 했다.


“참고로 장삼봉 진인의 당숙 조카 사촌 아들인 나 조화검 장평은 서른에 나이에 이미 일류 끄트머리에 도달했다네. 하하”


장평은 턱을 치켜들고 가슴을 쫙 폈다.


“예끼, 뻥치지 마라 이놈아. 다 죽어가는 놈 다리 밑에서 주워오던 게 눈에 선하다.”

“장주님. 그런 말씀을 왜 하십니까. 그리고 저는 장삼봉 진인의 피를 이어 받은 게 맞습니다.”

“맘대로 떠들어라.”


노인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산적 두목이 최소 절정 수준이라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장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두목 놈은 기껏해야 일류 초입, 나머지는 삼류에도 미치지 못했네.”

“그런데 어떻게 장주님이 잡혔답니까?”


그 답은 장평이 말해주지 않아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대 상단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거지도 아니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돈이 될만한 걸 찾냐고? 재물에 미친 상인이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재물을.’

‘허허허 가져들 가시게. 고생한 값은 받아야지.’

‘크게 빚졌습니다. 안덕골에 들르시거든 꼭 땡칠이를 찾아주십시오.’

‘그러겠네. 몸조심 하시게.’


산적들이 남겨둔 재물을 몽땅 쓸어가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텐데, 잡혀 왔던 이들에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나눠줬다. 재물을 누구보다 많이 모았으나 남들처럼 미쳐있지는 않아 보였다. 


노인의 밝은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옳거니. 여기 숨겨뒀구나.”


뽕!


벌컥벌컥


“크~ 좋다.”

“...설마?”


장평은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장 부장, 수완아 이리들 와보거라. 많이는 못 주고 딱 한 잔씩 기분들 내자. 으헤헤”


‘취...직 잘못했나?’


머리가 멍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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