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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최근연재일 :
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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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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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이글아이

DUMMY

올스타 브레이크. 길고 긴 시즌 중간에 있는 오아시스.


선택받은 이들이 즐기는 화려한 축제와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 물 밑에서 칼을 가는 삶의 현장.


팬 투표에서는 상위권에 들었지만 선수 투표에서 밀려 아쉽게 탈락한 윤희동은 오늘도 연습장에 나왔다.


"훈련 봐줄 사람이 없었는데 고마워요, 형."


"괜찮아, 오늘은 약속 없어서 한가했거든."


이양태와 마주친 이후 괜히 신경 쓰인 민재는 반 강제로 수현을 미국으로 보냈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이 생겨버렸다. 그 무게를 알기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여름이라 슬슬 체력 떨어질 텐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냐?"


에어컨을 최대로 틀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코치님도 별말씀 없으시고 선배들도 어리니까 더 열심히 하라고 하시던데요."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프로 무대에 서거나 아마추어 선수로 뛰어보진 않았지만 오랜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 그동안 선수들의 인터뷰를 봐오며 느낀 것이 있다.


'훈련만큼 휴식도 중요하다는 말이지.'


1군에 들기 위해 캠프에서 오버페이스를 하다가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쳐버리는 선수도 있고, 시즌을 지속하면서 체력이 떨어져 본인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워리어스의 감독, 김근성도 근성을 강조하는 만큼 훈련량이 어마어마했다. 그 훈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특타로 이어질 정도였다.


"오늘은 좀 쉬자. 내가 치킨 사줄게."


전에 희동이 수훈선수 상 받아서 샀던 치킨의 답례다.


"항상 도움만 받으니까 제가 사도 되는데..."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는 희동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내년에 억대 연봉받아서 맛있는 거 많이 사줘. 친한 애 중에 너랑 동갑인 애 하나 있는데 걔도 너 반만 좀 닮았으면 좋겠다."


갑작스러운 저격에 귀가 간지러운 최대한이었다.


"형.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닌데. 그냥 이야기 들어만 줄 수 있어요?"


서로 양보하느라 닭다리 2개만 남은 치킨 박스.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팀 분위기가 좀 그래요. 평소에는 괜찮은데 토요일만 되면 고참들끼리 모여서 무슨 말을 하는데 중간급 선배들이 눈치 보고 연습도 못하더라고요."


토요일?


"처음에는 그냥 금요일에 다들 약속이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이상하게 토요일에는 다들 의욕도 없고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러고 보니 지난 토요일에도 무기력한 영봉패, 이양태가 등판했던 토요일에도 맥을 못 추고 패배했다.


'잠시만, 이거 설마...'


"토요일마다 그런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치킨 무를 집어 입에 털어 넣은 희동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시즌 초에 그린이 토요일에 홈런 친 경기 있죠?"


그날 중계 카메라에 잡힌 모습이 꽤나 화제가 되었다.


"그날 그린이랑 청태오 선배랑 크게 싸웠어요. 청태오 선배가 왜 홈런 쳤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그린은 첫 홈런 세리머니인 줄 알았는지 더 크게 고함을 치더라고요."


"그럼 그린이 부상으로 빠진 게..." 외국인 타자 그린은 홈런을 친 다음 경기부터 갑작스럽게 부상자 명단에 올라 10일을 거르고 1군에 복귀했다. 그 뒤로는 영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네. 부상은 없었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들 왜 2군으로 내리냐고 어처구니없어했거든요."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해 보면 분명 이상한 점이 많다.


토요일마다 워리어스 타자들은 맥을 못 추고, 상대 투수는 인생 경기를 펼친다.


적극적으로 타격에 나선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라인업에서 빠지거나 부상이라는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간다.


지금 외국인 투수 두 명과 토종 선발 박웅의 1,2,3 선발이 단단하게 버텨주고 있는 덕에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경기를 무기력하게 포기하면 앞으로는 많이 힘들어질 수 있다.


"내 나름대로 좀 알아볼게."


희동은 기겁을 했다.


"형! 뭔가 해달라는 건 절대 아니에요. 특히 청태오 선배는 안 돼요. 그 선배한테 대들면 그냥 사라진다니까요."


"알겠어. 너는 이번에 좀 쉬어. 푹."


희동을 배웅하고 전화를 들었다.


"어, 수현아. 궁금한 게 있는데."


민재의 눈이 사냥감을 포착한 독수리처럼 이글거린다.




"음. 이건 확실히 이상하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처리 기술. 카메라 하나로 구장 전체를 커버하여 모든 것을 수치화할 수 있다.


타자의 배트 스피드, 야구공의 궤적과 회전수. 실제 구속과 타구 속도. 수비수의 반응 속도와 타자의 주력.


'이글아이'의 렌즈를 피해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음."


요일별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어진 그래프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워리어스 선수단의 타자들은 타구단 선수들과 다르게 분명한 변차가 존재했다.


표본이 쌓인 레귤러 멤버들 중 평범한 추이를 그리는 것은 윤희동과 그린 밖에 없었다.


"어, 데이터 나왔어. 보통 주중 3연전에는 배트 속도가 잘 나오고 주말에는 조금 떨어지긴 하거든. 그런데 워리어스는 너무 심해. 그것도 유독 토요일만."


"바쁠 텐데 고마워."


"아냐. 재미있었어.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민재의 마음은 점점 확신으로 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경기 전 연습실에 오는 선수들의 발걸음. 그들의 눈빛. 말과 행동들. 표정 너머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숨 쉬듯이 무의식 중에 느끼고 있던 민재였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장 근처 시민 체육관.


"헤이, 그린!"


"오우, 민줴?"


그린은 198cm 거구의 외국인 타자. 온몸이 근육질인 그는 우락부락한 외모와 다르게 굉장한 두뇌 파였다.


매너와 비매너를 오가는 거친 플레이와 좋은 운동능력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팀의 승리를 이끄는 타자.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그럭저럭 평범한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나 하나 물어봐도 되나?"


배를 타면서 배운 생활영어.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인 갑판 위에서 민재는 살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


"네가 영어를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는데?"


"남자들의 대화수단만 하겠어?"


민재가 주먹으로 자신의 턱을 툭툭 건드렸다.


"파하하하. 이 자식 상남자구만."


아직 한국에 올 기량이 아니지만 팀 동료의 턱주가리를 돌려버리고 사건이 커지기 전에 도망치듯 한국에 왔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턱을 치는 시늉을 하다니. 알고 그러면 도라이고, 모르고 그랬다면 더 도라이다.


2m 가까운 거구 앞에서 남자들의 대화 운운하며 주먹 자랑을 하다니. 그린은 그런 민재가 전혀 싫지 않았다.


"요즘은 남자들이 너무 소프트해. 좀 치고받고 할 수도 있는 거지. 우리 동네에서 농구할 때는 몸싸움 좀 하다가 턱주가리 날리는 건 기본이었어."


"한 판 해볼까?"


굴러다니는 농구공을 가져와 1:1 농구를 시작했다.


"너 슛 없지? 쏴봐."


민재의 도발에 넘어간 그린이 3점 슛 라인 한 발 뒤에서 공을 던졌다.


팅.


림 뒤를 맞은 공은 민재 앞에 떨어졌다.


"컴온, 왼쪽으로 돌파."


공격을 예고한 민재가 왼쪽으로 공을 몰고 들어갔다. 빠르게 몸을 숙여 파고든 민재가 레이업을 올려놓자, 텅! 그린의 긴 팔이 공을 찍었다.


"Easy!"


그린은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리며 도발을 갚아줬다.


"역시, 쉽지 않네."


20cm 차이나는 운동능력 좋은 흑인을 상대로 민재는 나름 선전했다.


"야, 너 진짜 괜찮은 놈이구나? 이렇게 피지컬 한 동양인은 네가 처음이야."


사실 의도적으로 그린이 자주 가는 체육관에 잠복했다. 옛날 인터뷰에서 어릴 때 야구선수가 아니라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보고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것이다.


민재는 체육관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너 토요일에만 빠따가 쉣이 되던데. 금요일에 뭔 짓 하냐?"


예의 바른 얼굴, 그렇지 않은 말투. 본의 아니게 갱스터스런 뒷골목 말투를 표준어로 구사하는 민재를 보고 그린은 웃겨 나자빠졌다.


"생긴 건 요즘 스파이시한 K-pop 스타처럼 소프트한데 알맹이는 아주 마초구만. 그래, 너라면 말해주지."


미국에서 사건이 잠잠해지면 돌아가리라. 다짐하고 한국으로 왔다. 어차피 연봉은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전액 보장받았다. 여기 성적이랑은 상관없이 내년에 다시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 한국은 그냥 도피 차, 휴양 차 온 거였어. 그런데 대충 할 수 없겠더라고."


그의 별명이 그라운드 위의 정신병자. 승부욕에 불타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마는 열정 그 자체였다. 배트플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조차 결정타를 날리면 어김없이 방망이를 집어던지던 그가 한국에 왔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만원 관중이 자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떼창 응원문화에 도파민이 폭발한 그는 공이란 공은 다 때리기 시작했고, 시즌 초반 역대급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요일, 그 사건이 벌어졌다.


"첫 홈런을 친 날이었지. 그 퍼킹 코리안 빅보이가 나를 부르더라고. 처음에는 뭔 개소리인가 했어. 토요일에는 홈런 치지 말라나? 내가 홈런 치고 싶을 때 칠 수 있으면 내가 본즈지, 그린이겠어?"


처음에는 코웃음 쳤다. 하지만 서서히 물들어갔다.


"그러다 깨달았지. 다 부질없구나. 워리어스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돈만 처먹는 돼지들이 있는 한, 루징팀이야. 평생."


외국인 타자인 그린도 느낀 바가 있는 듯했다.


"난 내년에 여기 없을 사람이야. 몸 좀 사리면서 요양하다가 가려고.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야구는 그런 스포츠가 아냐. 난 이렇게 소프트하게 싸운 적이 없다고. 코리안 리틀보이가 불쌍해."


그린도 희동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다음에 시간 되면 말해. 스테프랑 클레이랑 나랑 넷이서 2:2 한 번 하자고."


그린은 민재와의 농구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을 기약하고 떠났다.


"이제 이걸 어떻게 요리한다?"




기숙사에서 씻고 나온 민재는 핸드폰을 꺼냈다.


[전반 팀 순위]


대전 레이븐스: 83경기-48승-2무-33패-승률 0.593-팀타율 0.294(4위)-팀평균자책 4.40(2위)


고척 스파이더스: 86경기-46승-2무-38패-승률 0.548-팀타율 0.298(2위)-팀평균자책 5.67(5위)


창원 크로커다일즈: 87경기-46승-2무-39패-승률 0.541-팀타율 0.292(5위)-팀평균자책 4.01(1위)


광주 치타스: 85경기-44승-2무-39패-승률 0.530-팀타율 0.296(3위)-팀평균자책 6.00(8위)


서울 판다즈: 84경기-41승-1무-42패-승률 0.494-팀타율 0.299(1위)-팀평균자책 5.82(6위)


부산 워리어스: 83경기-40승-2무-41패-승률 0.494-팀타율 0.291(6위)-팀평균자책 4.79(3위)


서울 엔젤스: 85경기-38승-2무-45패-승률 0.458-팀타율 0.282(9위)-팀평균자책 4.81(4위)


인천 드래곤즈: 80경기-35승-3무-42패-승률 0.455-팀타율 0.283(8위)-팀평균자책 5.84(7위)


대구 재규어스: 82경기-36승-2무-44패-승률 0.450-팀타율 0.286(7위)-팀평균자책 6.17(9위)


수원 아쳐스: 81경기-35승-0무-46패-승률 0.432-팀타율 0.279(10위)-팀평균자책 6.19(10위)



[타자 성적]


강호정 서울스파이더스-유격수-80경기-타율 0.341-출루율 0.433-장타율 0.714-26홈런-73타점


박호병 서울스파이더스-1루수-82경기-타율 0.286-출루율 0.438-장타율 0.645-30홈런-62타점


최우형 대구재규어스-좌익수-76경기-타율 0.340-출루율 0.410-장타율 0.653-22홈런-62타점


김균태 대전레이븐스-1루수-70경기-타율 0.378-출루율 0.468-장타율 0.586-11홈런-62타점


박민석 대구재규어스-3루수-77경기-타율 0.327-출루율 0.434-장타율 0.620-20홈런-52타점


이원재 인천드래곤즈-포수-79경기-타율 0.394-출루율 0.446-장타율 0.603-10홈런-66타점


제임스 창원크로커다일즈-1루수-78경기-타율 0.332-출루율 0.416-장타율 0.633-21홈런-71타점


나범성 창원크로커다일즈-우익수-77경기-타율 0.353-출루율 0.415-장타율 0.622-20홈런-65타점


김영도 광주치타스-좌익수-55경기-타율 0.389-출루율 0.438-장타율 0.581-7홈런-32타점


그린 부산워리어스-1루수-65경기-타율 0.333-출루율 0.426-장타율 0.582-14홈런-54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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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실업 24.08.21 13 0 13쪽
29 28화 기적 24.08.20 15 0 11쪽
28 27화 지배 24.08.19 17 0 12쪽
27 26화 돈 24.08.18 19 0 13쪽
26 25화 아버지 24.08.17 21 0 12쪽
25 24화 관조 24.08.16 19 0 12쪽
24 23화 생소함 24.08.15 21 0 13쪽
23 22화 김나박이, 최 24.08.14 19 0 12쪽
22 21화 개화 24.08.13 22 0 12쪽
21 20화 변신 24.08.12 23 0 12쪽
20 19화 야구 VS 축구 24.08.10 33 0 13쪽
19 18화 야성 24.08.09 28 0 13쪽
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17 16화 마무리 24.08.07 41 0 12쪽
16 15화 김나박이 24.08.07 41 0 12쪽
15 14화 리더 24.08.06 37 0 13쪽
14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13 12화 카르텔 24.08.05 50 0 12쪽
12 11화 진실 24.08.05 53 0 12쪽
11 10화 승부조작(2) 24.08.04 59 0 12쪽
10 9화 승부조작(1) 24.08.04 58 0 12쪽
9 8화 구원투수, 배팅볼러 24.08.03 64 0 13쪽
8 7화 100마일짜리 배팅볼 24.08.03 67 0 12쪽
» 6화 이글아이 24.08.02 70 0 13쪽
6 5화 목격자 24.08.02 7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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