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볼 마스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최근연재일 :
2024.08.22 21: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020
추천수 :
17
글자수 :
167,915

작성
24.08.04 21:00
조회
59
추천
0
글자
12쪽

10화 승부조작(2)

DUMMY

"워리어스와 스파이더스, 스파이더스와 워리어스의 2차전을 여러분께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어제 경기 승리로 워리어스는 리그 5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4위와 단 세 게임 차이지요?"


"오늘 경기, 참 기대가 되는군요."


"기대하셔도 좋겠는 부분은 선발진입니다. 커리와 탐슨의 원투펀치, 이제 확실히 자리 잡은 박웅까지 3선발은 대전 레이븐스 다음으로 탄탄해 보입니다."


"사실, 워리어스 팬 분들은 시즌 내내 흔들리던 불펜이 걱정거리였죠."


"네, 자료 화면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워리어스의 블론세이브는 역대로 봐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보통 전반기까지 팀 블론세이브가 10개 전후로 왔다 갔다 하는데 워리어스는 마무리 김작가 선수 혼자 12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어요."


경기 오프닝에 앞서 중계진이 워리어스와 스파이더스의 후반기를 전망했다.


"스파이더스는 우승을 위해서는 선발진 보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음, 압도적인 화력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선발진이 눈에 띄게 자주 무너지고 있죠. 믿을 만한 투수는 1선발 밴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맨이 어제 그린의 홈런으로 아쉽게 패전 투수가 된 스파이더스의 밴을 비췄다.


"양 팀 1선발 맞대결이라면 타선이 강한 스파이더스가 확실히 잡고 갔어야 했는데 커리에게 완전히 눌렸습니다."


"예,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있죠, 광대 커리와 기계 탐슨. 혹은 열정의 커리와 냉정의 탐슨. 캐릭터 확실한 두 선수는 역대에 이름을 올릴 만한 외국인 원 투 펀치 라인이죠."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이 잡혔다.


"커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는 스타일입니다. 어린 투수들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있죠. 어제는 사실 99마일 패스트볼과 떨어지는 커브 두 구종으로 리그 최강 타선을 꽁꽁 묶어버렸지만 그 외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싱커성 패스트볼까지 두루 던질 수 있는 투수죠."


"탐슨은 어떤 유형의 투수일까요?"


해설이 자료를 뒤적이며 답했다.


"아, 탐슨은 팬들이 붙여준 별명으로 대신할 수 있겠네요."


"기계신. 무표정한 모습으로 묵묵히 공을 던지는 그의 모습 때문에 붙은 별명이죠?"


옆에서 깨방정을 떠는 커리를 보면서도 살짝살짝 움직이는 입고리 외에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탐슨이다.


"제 지인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인데 탐슨이 사실 경기 전에 긴장을 좀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커리의 저런 행동들이 탐슨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정말 최고의 듀오군요."


패스트볼과 횡슬라이더. 전통적인 조합 중 하나인 두 구종이 탐슨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었던 비결. 제구력이다.


커리는 99마일에 이르는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까지 겸비한 완벽한 1선발 투수라면, 탐슨은 선발도, 마무리도 할 수 있는 배짱과 커맨드를 갖춘 선수.


기계라는 별명은 그의 외적인 성격만 가지고 붙은 별명이 아니다. 존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컴퓨터와 같은 정밀함. 그것이 그의 최대 무기였다.


"어제 경기의 백미는 9회였죠."


아직까지 어제의 여운이 남은 듯, 의자를 살짝 뒤로 젖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워리어스의 불안한 뒷문을 구원할 투수가 아닐까 합니다. 뜨거운 태양같이 등장했죠, 등번호 61번, 이민재 선수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마 야구 출전 기록이 전혀 없어서 제가 많이 당황했습니다만, 어제 투구를 보니 확실히 알겠습니다. 임용찬 선수의 재림이라 하겠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폼으로 던지는 투수가 많이 없죠?"


"네,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율적인 회전력 전달과 피칭 터널 같은 이론들이 발전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 와일드한 폼들은 사장되는 추세이죠."


낮은 팔각도에서 나오는 엄청난 테일링을 살린 패스트볼. 그것은 임용찬이 던지던 뱀을 그대로 잡아다가 그라운드에 풀어놓은 것 같았다.


"심지어 임용찬 선수보다 커맨드는 더 좋게 봤습니다. 임용찬 선수는 구속과 구위를 최대로 끌어올려 존 전체를 보고 던졌다면, 이민재 선수는 존을 좌우, 혹은 상하좌우 네 부분으로 나누어 자유자재로 공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민재의 공이 통과한 존을 그래픽으로 보여줬다.


"보시면 존 모서리 쪽으로 탄착군이 형성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탄착군 하니까 제가 군에서 훈련소 갔을 때가 떠오르는데요, 제가 크로커다일즈 이준호 선수랑 또 훈련소 동기 아니겠습니까?"


자연스럽게 만담으로 넘어간 중계진이다.



"뭐야?"


경기 시작 2시간 전. 청태오로부터 연락을 받은 투수코치가 근심에 쌓인 얼굴로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태오가 몸이 안 좋아서 오늘 하루 쉬겠답니다."


김근성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 본인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다.


"내 앞에 와서 말하라고 해."


'내가 지들 딱까리도 아니고.'


부글부글한 속을 겨우 억누르며 감독에게 말했다.


"몸이 급하게 안 좋아져서 저한테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이 50이 다 된 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1군 투수코치가 잔심부름이나 해야 하다니. 굴욕이다.


"가자."


"예?"


"안내해."


'어디로요?'


입만 뻐끔뻐끔, 거대한 고래 둘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다.


"그 노마 아프다며. 70 넘은 내가 병문안이라도 갔다 와야지."




"예? 안된다니요. 지금 사한의 심각성을 모르시겠습니까? 예? 여보세요! 여보세요!"


크로커다일즈 구단 법무팀이 바쁘게 움직였다. 워리어스 관계자들은 감감무소식.


김양태의 자백에 따르면, 사건의 배후는 청태오와 그의 뒷배다. 6관왕 MVP이자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인 청태오의 넓은 발을 이용해 이미 리그 구석구석까지 '용돈벌이'가 성행하고 있었다.


크로커다일즈는 워리어스와 관계가 나쁜 덕에 이양태 한 명만 연루되었지만, 이미 한 배를 탄 사람들을 일거에 내친다면 리그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지 의문일 정도였다.


"총재님, 이 일이 정상이라고 보십니까? 이건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희대의 범죄입니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기본 원칙을 완전히 박살 낸 사건이라고요! 이건 우리 사회의 존립에 직결된 문젭니다.

중고등학생이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대도 잡질 못하는데 심지어 그 판이 조작된 판이라뇨! 이 사건을 묻어버리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남자. 크로커다일즈 모기업 넥시엔슨의 최회장. 그는 높이 우뚝 선 대기업의 회장이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골목에서, 공원에서 아이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던 만두 장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나도 여전히 이 땅에서 살아야 할 두 남매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정말 이대로 침묵하실 겁니까. 아무리 허우대 좋은 건물도 1층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아무리 예쁜 사과 바구니도 썩은 사과를 내다 버리지 않으면 결국 다 썩고 말 겁니다."


한국 야구 총재는 자신의 사택까지 찾아온 최회장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찻잔만 만지작 거렸다.


"실망입니다, 아버지."


울분에 휩싸인 최회장은 문을 박차고 나갔다.


"스무 살 때 재멋대로 결혼하겠다고 집 나가서 연 끊고 살더니, 이제 와서 아버지라..."


총재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빠..."


거대한 나무 같았던 아빠의 뿌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수현도 마음이 심란해졌다.


나머지 9개 구단은 '자체조사'라는 이름으로 침묵에 들어갔다.


"회장님, 언론사 쪽 상황 보고 드립니다. 공중파 3사와 메이저 언론사는 물론이고 포털까지 싹 다 막혔습니다."


"국장급이랑 연락이 닿았는데 더 윗급에서 찍어 누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 팀.


대기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기업. 각 계층에 뿌리내리는 제조업이나 유통업 공룡들과 달리 내부 핵심 인재들에 의해 개발이 진행되는 IT업계 특성상 대를 이어 운영되는 대기업에 비해 실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미미했다.


"언론에 이길 수단이 하나도 없단 말이냐."


이미 SNS상에는 승부조작을 의심하는 버러지들이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승부조작이 가능하냐며 그런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날 선 비판이 주를 이뤘다.


-님들, 그거 봄? 지피셜인데 지금 구단끼리 핫라인으로 승부조작 가담자 색출 중이라 함.


-헛소리 ㄴㄴ. 어디 전력 딸리는 구단에서 우승 한 번 해보려고 주작나무 태우는 냄새겠지. 진짜 조작이 있었으면 우리가 몰랐겠음?


-그럼 조작한다고 너한테 알려주면서 하겠냐 빡대가리야?


-응, 너 신고.




심란한 분위기 속에도 경기는 진행된다.


"오늘 워리어스의 라인업은 무게가 조금 떨어져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액 FA 계약을 한 클린업 트리오, 정우준-청태오-강효진 라인이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야, 갑자기 일마들 와 빠진 기고?"


"낸들 아나. 밤새 술 쳐 마시다가 같이 술병이라도 났나 보지."


관중들도 전광판을 보고 어수선해졌다.


"감독님. 후반에 대타로는 쓰실 거죠? 이렇게 한 방에 애들 다 빼버리면 괜한 오해받습니다, 하하..."


투수코치의 어색한 웃음과는 별개로 감독은 그라운드를 빤히 응시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1번 타자로 낙점된 윤희동이 타석에 들어섰다.


"윤희동 선수는 미래가 기대되던 선수에서 오늘이 기대되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워리어스의 미래이자, 현재. 윤희동이 출격합니다."


오늘 상대는 외국인 투수 밤. 악명 높은 싱커로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선수.


"윤희동 선수의 월 별 기록을 보시면 정말 놀랍습니다. 5월까지는 프로의 벽을 느끼는가 했지만 6월부터는 아예 다른 사람입니다."


"어우. 타율 3할 8푼 6리에 OPS는 1.21. 리그 MVP급 활약입니다."


"어떤 점이 좋아졌다고 보시나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 대처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사이클링 히트 경기 첫 타석이 기억에 남는데요, 슬라이더를 잘 밀어내서 안타로 만들었죠. 그런 것이 기술적인 타격인데 그걸 프로 데뷔 두 달 만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두 명의 해설과 한 명의 캐스터가 모인 중계석에선 뜨거운 토론의 장이 열렸다.


"저는 선발 상대 성적을 주목합니다. 보세요, 선발 상대 성적이 5할을 넘고 지난달 나온 5개의 홈런이 모두 선발 투수를 상대로 나온 기록입니다. 기본적으로 상대 선발을 분석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좋아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초구는 볼, 2구는 몸 쪽 낮은 스트라이크.


"저는 윤희동 선수의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언더도그마 아닌가 합니다. 간절함이라고 할까요? 보통 윤희동 선수처럼 좋은 툴을 가진 선수들은 간절함이 조금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런 유형의 선수였는데요, 프로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들은 저마다 각자 팀의 중심타자였거든요.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고 그럴 나이죠."


하하하. 현역 시절 데뷔 초반 별명이 '중2병'이었던 나르시시스트, 나해설의 자학개그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저처럼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 일찍 고쳐지는데 아마 좋은 선배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부웅,


"스트라이크!"


우타자 몸 쪽으로 파고드는 싱커. 밤의 주 무기다.


"저 공은 정말 언터처블입니다. 놔두면 스트라이크, 치면 땅볼이죠."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장수 외인이 리그에서 버틸 수 있는 비결. 바로 이 몸 쪽으로 휘어들어오는 싱커 덕분이다.


"4구, 갑니다. 몸 쪽, "


딱!


묵직한 타격음이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스트볼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마감 및 휴재 공지 24.08.23 8 0 -
31 30화 미국 24.08.22 12 0 12쪽
30 29화 실업 24.08.21 14 0 13쪽
29 28화 기적 24.08.20 16 0 11쪽
28 27화 지배 24.08.19 18 0 12쪽
27 26화 돈 24.08.18 19 0 13쪽
26 25화 아버지 24.08.17 21 0 12쪽
25 24화 관조 24.08.16 20 0 12쪽
24 23화 생소함 24.08.15 21 0 13쪽
23 22화 김나박이, 최 24.08.14 20 0 12쪽
22 21화 개화 24.08.13 23 0 12쪽
21 20화 변신 24.08.12 24 0 12쪽
20 19화 야구 VS 축구 24.08.10 34 0 13쪽
19 18화 야성 24.08.09 29 0 13쪽
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17 16화 마무리 24.08.07 42 0 12쪽
16 15화 김나박이 24.08.07 42 0 12쪽
15 14화 리더 24.08.06 38 0 13쪽
14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13 12화 카르텔 24.08.05 51 0 12쪽
12 11화 진실 24.08.05 54 0 12쪽
» 10화 승부조작(2) 24.08.04 60 0 12쪽
10 9화 승부조작(1) 24.08.04 58 0 12쪽
9 8화 구원투수, 배팅볼러 24.08.03 65 0 13쪽
8 7화 100마일짜리 배팅볼 24.08.03 68 0 12쪽
7 6화 이글아이 24.08.02 70 0 13쪽
6 5화 목격자 24.08.02 71 0 11쪽
5 4화 배팅볼 24.08.01 98 1 12쪽
4 3화 스카우트 24.08.01 143 1 12쪽
3 2화 유일한 수 24.07.31 18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