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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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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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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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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관조

DUMMY

이대장의 시구로 막을 연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부산 워리어스 5:0 서울 엔젤스]


5회까지 선발 커리의 호투와 맨손 타격으로 야성을 찾은 희동의 시원한 적시타로 팀은 5:0으로 앞서나갔다.


경기장에 앉은 이민재의 머릿속에는 온통 복잡한 생각뿐.


그렇게 사랑하던 야구가 눈앞에 있는데도 마음은 경기장 밖으로 저 멀리 날아가버릴 만큼 피는 진했다.


떠기나 전, 김근성과 박특급에게서 나이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도 강한 김근성-나이든-박특급-이필승을 하나로 묶어준 남자, 최총재.


나이든의 쪽지를 맨 처음 발견한 것도 최총재였고, 그것을 숨기다가 들킨 것도 최총재였다.


최총재의 아들, 최회장. 이필승의 쌍둥이 아들 이대한과 이민국. 이들의 어린 시절을 돌본 것도 최총재였다.


만약 이민재의 큰아버지 이대한과 이민재의 부모님, 이민재의 할아버지까지 해친 사람이 '나이든'이라면 구체적인 내막을 알만한 사람은 최총재, 그 밖에 없다.


"미군과의 천선 전 이후로 한국을 떠나 아버지의 나라로 갔으니 서로 연락을 할 만한 사람은 최총재 밖에 없을 거다. 내가 LA에서 데뷔할 때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혼혈인 나이든을 가까이 대한 사람은 최총재 그뿐이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최총재를 만나자. 최회장 아저씨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최회장이 최총재와 연을 끊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니, 둘이 부자 관계라는 걸 알게 된 것이 며칠 전이다.


'만약 나이든이 진짜 범인이라면...'


'아니, 나이든과 최총재가 공범일 수도 있지 않나?'


'설마 최회장 아저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이 민재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다.



생각이 복잡한 민재의 표정이 심각하다.


심각한 표정을 본 뉴워리어스 멤버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우리 보고 있는갑다."


"내 같아도 니 같은 아랑은 같은 편 안 하고 싶데이. 타석에 나와주면 땡큐지. 공짜로 원 아웃, 삼진 개수 올라가는데."


"뭐라? 니 눈 딱 단디 뜨래이. 내 오늘 보여준다."


전투력이 올라간 타선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헛스윙하고 민재 한 번 보고.


파울치고 민재 한 번 보고.


안타 치고 나가서 팀 세레모니 하고 민재 한 번 보고.


더그아웃의 타자들은 재멋대로 해석했다.


"야, 확실히 다른갑다. 뭔가 사인을 주고받는가 본데?"


"그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는 민재를 보자마자 큰 타구를 날리는 윤희동을 보고 오해는 커져갔다.


"야, 직구 노리라고 작전이 나왔는갑다. 자가 웬일이고."


"역시 다르긴 다르다, 그쟈?"


"우리도 열심히 하모 눈에 들 수 있을까."


"어차피 육성군에서 구르다가 이 삼 년 있으면 옷 벗을 처지였는데 별거 있나. 함 해보자."


본의 아니게 엄청난 영향력을 뿜어내는 민재였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 6회에도 마운드를 지키는 커리는 민재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평소보다 더 흥을 올렸다.


평소에 없던 우스꽝스러운 루틴을 추가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민재 쪽을 보고 윙크를 날렸다.


"꺄아아~ 날 보고 윙크해 줬어."


"난 영어 잘 못하는데, 내가 내조를 잘할 수 있을까? 내년엔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겠지?"


여성팬들은 커리가 자기를 보고 윙크한 줄 알고 환상의 나래를 펼쳤다.


수비수들은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민재를 보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저 양반 심기 건드리면 이제 남은 건 방출 밖에 없다.'


"집중하자, 집중!"


'내 쪽으로 와라. 멋진 수비로 눈도장을 찍어주마.'


'내한테 오모, 일단 1루로? 아이다. 대시해서 잡으모 3루 승부도 된다.'


저마다 호승심이 이글거렸다.



"와아아아!"


홈 관중들의 환호를 받은 이대장이 일일이 손을 잡아주고, 사인을 해주느라 바쁘다.


보좌관 중 하나가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받아오자, 귀에 속삭였다.


"아름다운 팬분? 저희 의원님께서 팬분께 드린다고 하십니다. 아, 뇌물은 아니니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어머~ 다시 봤어요."


물론 이대장이 보좌관에게 한 말은 그게 아니었지만.


"야. 내가 이런 거 먹을 것 같아? 치워."


"예."


또 다른 간식이 도착했지만 반응은 마찬가지.


보좌관은 다시 음식물을 처리할 대상을 물색했다.


"열심히 응원하느라 더우시죠? 저희 의원님께서..."


이대장이 다른 보좌관에게 손짓하자 보좌관이 계단을 거의 네 발로 뛰어왔다.


"예, 의원님."


"이민재 어디 있어."


'예...?'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상황을 파악했다.


"요즘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이민재 선수 말씀이십니까? 소스에 의하면 이제 선발로 전환할 모양입니다. 오늘은 출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디 있냐고."


'아.'


황급히 옆 좌석에 앉은 관중의 망원경을 빼앗았다.


"저쪽을 보시겠습니까?"


워리어스 더그아웃 안쪽 구석. 보일 듯 말듯한 자리에 앉은 이민재였다.


망원경에 양쪽 눈을 모두 붙인 이대장을 향해 중지를 펼까 말까 153번 정도 고민한 보좌관이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참기로 했다.


"됐고, 나중에 경기 마칠 때쯤 잡아놔."


'제가요...? 원정팀 선수를요...? 어떻게요...?'


"예. 알겠습니다."


욕이 목구멍에 가득 차서 살짝 샐 뻔했다.




[부산 워리어스 9:0 서울 엔젤스]


"괜찮으십니까?"


더운 날씨에 약간 땀이 나는지 이마를 훔치는 이대장을 본 보좌관이 황급히 손수건을 준비했다.


엔젤스의 완패. 9:0으로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아홉 점을 내준 경기.


가장 높은 곳에서 경기장 전체를 관조하던 이대장은 팬들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분해서 눈물 흘리는 팬들과 박수를 보내주는 이대장이 대비되는 경기 막판이었다.


"워리어스 팬 분들은 야구가 정말 재미있겠네요. 이렇게 이길 때는 월요일이 정말 길게 느껴지거등요?"


일요일 경기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무더운 날씨에 경기 초중반부터 점수 차가 많이 났습니다. 난 영봉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엔젤스 팬 분들의 열정이 참 대단했습니다."


편파 해설이라는 지적이 나올까 봐 예민해진 나해설이 얼른 엔젤스 쪽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자 하해설은 워리어스 칭찬을 더더 늘어놓았다.


"워리어스는 정말 이전과 다른 팀이 됐서긍요?

특히 스티브 권 감독 대행의 용병술이 놀라웠어요.

적재적소에 육성군에서 기른 선수들을 심어놓아서 선수들이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고요.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선수들에게 역할을 배분한 것 같아요."


뉴 워리어스 전사들의 활약에 놀란 하해설은 워리어스에 푹 빠져버렸다.


오늘 경기 내내 워리어스 칭찬을 늘어놓는 바람에 해설 복귀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나해설이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엔젤스답게 팬들의 분노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저 혹시 이민재 선수?"


구단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던 보좌관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네?"


상념에 잠겨있던 이민재는 같이 가던 윤희동이 손가락질을 해서 겨우 알아차렸다.


"혹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느닷없이 검은 양복 입은 사람이 말을 거는 시나리오는 민재의 리스트에 없는 것.


순식간에 수많은 상황이 시뮬레이션되어 스쳐간다.


"어디에서 온 누구시죠?"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이대장 의원님 비서실 직원..."


어리바리하게 굼뜬 반응을 보이는 비서실 직원을 살짝 밀어내고 한 남자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박실장입니다. 저랑 먼저 이야기 좀 하실까요?"


이 시간에도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이라. 정상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형, 구단 버스 타야 한다고 하고 가죠...?"


윤희동도 걱정됐는지 뒤에서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제가 들어야 할 이야기인가요?"


첫 울타리를 넘어오려는 상대에게는 차갑게. 인간 불신이 기본으로 탑재된 사람답게 벽을 세웠다.


"제 이야기 들어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혹시 신문고라고 아시나요?"


'신문고? 내가 아는 그 신문고?'


순간 빈틈을 보인 민재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네~ 대기자와 신문고라고 하는 편이 알아듣기 편하시겠죠?"


민재의 눈에 스파크가 일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네요."


돌발행동을 하는 민재를 본 희동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윤희동이 본 이민재는,


'늘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


하지만 이제 다시 홈으로 돌아가는 일정에 구단 버스를 타지 않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감독님한테 전해줘. 나 휴가 하루 남았다고. 화요일에 구장에서 보자."




"하하. 뭐가 이렇게 궁금하실까요? 이러는 모습 언론에 타면 당장 퇴출되고도 남을 텐데. 라이징 스타라고 너무 막 나가시는 거 아닙니까? 하하..."


구단 버스가 문을 닫고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지난 2년간 뱃사람이었던 민재의 야성이 깨어났다.


쿵.


담벼락에 내몰려 멱살을 틀어잡힌 박실장이 가쁜 숨을 쉬며 양손을 어깨 위로 올렸다.


"흥분하실 것 없습니다. 둘은 죽지 않게끔... 크헉..."


'무슨 힘이...'


어디 가서 피지컬로 밀린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박실장이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해외 파병도 다녀오고 여러 임무를 수행하며 테러리스트를 사살해 본 경험도 있는 그였다.


'이 자식, 진심인데?'


서서히 희미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민재의 손에 탭을 했다.


넘실거리는 파도가 담긴 뱃사람의 눈빛을 한 민재가 선글라스 너머에 있는 박실장의 눈을 관조했다.


'기분 참 더럽구만.'


항상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서 모든 것을 관조하던 그가 이번만은 초식동물의 위치에 있었다.


민재가 손을 풀어주자 동류임을 직감한 박실장이 옷무새를 가다듬고 작전을 바꿨다.


"당신도 저와 같은 타입이군요. 선과 악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람."


콜록콜록.


빼앗긴 호흡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좋습니다. 당신도 제 안의 호의를 읽으셨겠죠? 거짓말하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질문을 하나씩 교환할까요?"


두 손을 무릎에 대고 헉헉거리던 박실장이 민재를 힐끔 쳐다봤다.


민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시뮬레이션되고 있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빠른 속도로.


"신문고랑 대기자님을 해친 게 너냐? 아니, 왜 해친 거야."


"질문 2개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Yes. 나도 방금 하나 답했다."


냉철함을 잃지 않은 민재가 받아쳤다.


"후후. 쉽지 않네요. 해쳤다는 표현이 어느 정도의 범위를 이야기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차로 친 사람은 60대 남자로 이미 발표가 되었습니다만..."


"말장난하지 말고."


일그러지는 민재의 표정에 흥이 돋은 박실장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당신은 이미 제가 배후에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겠죠. 거짓말할 생각 없습니다. 약속했잖아요?"


참과 거짓. 설령 악인이라 해도 그가 참을 말한다는 신뢰가 있다면 민재는 수긍할 수 있었다.


사람의 양면을 언제나 관조하고 있었기에.


"왜 해쳤는지 말해."


"'아직은 답을 할 수 없다', 이것이 제 대답입니다."


'말장난을!'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내 해소되었다. 그것으로 이미 답이 되었기에.


'당신이라면 이 정도 만으로도 알아차리겠지. 나랑 동류니까.'


이대장의 측근으로 등장한 박실장. 이대장이 자신을 찾고 있다.


박실장은 신문고랑 대기자를 해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 말인 즉, '이대장을 만나면 해결된다는 건가.'


"좋다."


"그럼 제 차례군요? 아, 이건 질문 아닙니다."


한 차례 당한 전례가 있는터라 얼른 말을 덧붙인 박실장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진실을 관조할 각오가 되어있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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