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볼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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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최근연재일 :
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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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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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기적

DUMMY

"민재야, 살살 좀 하지."


"하하.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뭐, 덕분에 바쁘다."


경기가 끝나고.


모처럼의 만남에 두 사람이 경기장 근처 카페에서 뭉쳤다.


내일은 월요일이라 경기가 없으니 할머니를 만나러 갈 예정. 못 만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대한이는 연락 없어요?"


민재의 말에 한숨을 푹 쉰 최회장.


"일본 생활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일본에 있을 테니 찾지 말란다. 대학도 휴학한다나."


언제나 마이웨이 기질이 넘치는 남매이긴 하지만 할머니에게 애틋한 자신을 생각하면 너무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


하긴, 최회장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택했던 남자. 독립정신은 이 집안의 내력일지도 모른다.


"잘 지내면 다행이네요."


민재의 활약상을 보고 있다면 열 번이라도 연락이 올 녀석이 감감무소식. 살짝 서운해진 민재다.


"뭐 수현이 소식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테고... 승부조작 건도 마무리돼서 한 짐 덜었지 뭐."


스윽.


최회장은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자, 한 번 봐."


[플레이볼]


핸드폰 속에는 수현과 민재의 합작품인 '플레이볼'이 마침내 세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민재의 투구폼을 캡처한 프로그램은 전설들을 소환해 냈고, 현대의 선수들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자연스럽게 구현되었다.


"이건 수현이와 내가 바치는 선물이다. 10승 축하한다."


첫 등판부터. 1홀드, 1세이브, 10승까지. 짧은 두 달의 여정을 기록한 영상은 자연스럽게 서사를 만들어냈다.


정규 이닝 최다 탈삼진인 18개의 삼진이 차례로 재생된다.


몸 쪽.


바깥 낮은 코스.


눈높이로 오는 하이 패스트볼.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타자들을 보며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중의 백미는 한복판에 들어가는 138km짜리 패스트볼.


다른 투수가 던졌다면 여지없이 넘어갔겠지만, 민재의 공에는 속수무책이다.


'멋있다.'


불과 2달 전 만 해도 박특급과 외다리 서기 훈련을 하며 구박을 받고 있었는데.


1월 달에 전역하고 반년 동안 박특급과 함께한 시간이 지금의 민재를 만들었다.


스티브 권 덕분에 배팅볼 투수가 될 수 있었고, 윤희동 덕분에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근성 덕분에 마운드에 설 수 있었고, 김작가 덕분에 완급조절을 익힐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최수현과 최대한, 그리고 최회장. 그들이 어린 이민재의 가족이 되어주었기에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10살 때부터 길러주신 할머니와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해 준 부모님.


이 자리에 서기까지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그저 주어진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다.


'최선을 다하자. 적당히 하지 말자.'


보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사는 것.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다.


어릴 때 엄마가 불러주던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요양원에 들러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다음 경기 마운드에 선 이민재.


"또다시 4일 휴식 후 등판. 여름보다 뜨거운 사나이. 이민재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1회 초, 이민재가 마운드 위에 서자 잠실을 가득 채운 만원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8월 30일 경기 입중계 합니다."


여기저기 스마트폰을 든 팬들은 각종 SNS에서 라이브 방송을 켰다.


지난 경기에서 탈삼진 18개를 기록한 민재 덕분에 해외 팬들이 유입되면서 구독자가 1만 명이 넘게 늘어난 채널이 부지기수.


이민재 팬 너튜브 채널은 남미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민재는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블루칩이다.



3일 전 글로벌 출시된 '플레이볼'에서도 민재의 투구가 자연스럽게 레전드 선수로 그래픽이 입혀지는 연출이 나오면서 민재에 대한 관심은 '플레이볼'에 대한 관심만큼 뜨거워졌다.


"플레이볼 다운로드 수가 3일 만에 1억 명을 넘은 가운데, 플레이볼의 유통사 넥시엔슨의 주가가 3일 연속 신고가로 마감되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손실은 단 3일 만에 복구되었다. 이제 불기둥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


"넥시엔슨 손절한 흑우 없죠?"


주식 전문 유튜버도 경기장을 찾아 이민재를 응원하기 바쁘다.


-[댓글]분노조절잘해: 넥시엔슨 응원할 거면 크로커다일즈 응원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님?

-[댓글]우리가남이다: 우리가 남이가! 낙동강 동맹 아입니까.

-[댓글]아모른직다: 아직 모른다..

-[댓글]라고할때팔걸: ㄴ너는 주식하지 마라...

-[댓글]채찍피티: ㄴ님도 만만찮은디?

-[댓글]수온체크마스터: 지금 들어갈까요?

-[댓글]낙차큰커브: ㄴ어디요? 한강이요?



[야구 유니폼 코디 추천! by 패션왕봉구]



[야구장 메뉴 다 먹어보기 by 식신대전]



[야구선수 ㅇㅇㅇ 폭로합니다 by 타란튤라]



야구와 상관없는 너튜버들도 너도나도 야구장에서 콘텐츠를 촬영하기 바쁘다.


"저 사람 그 사람 아냐?"


"어? 맞는 것 같은데?"


한국 팬들도 한눈에 알아보는 인물. 악마 에이전트 스콧. 그가 등장했다.


"와, 진짜잖아?"


스콧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내로라하는 에이전트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마감일이 8월 31일이기 때문에 마지막 날 한국을 찾은 것은 굉장한 현상입니다."


중계진도 카메라가 잡아주는 에이전트 군단을 지나칠 수 없었다.


"플레이볼!"




마운드 위의 민재는 자기가 일약 스타 덤에 올랐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마운드에 올라 어떻게 타자를 상대할지 생각할 뿐.


'단순하게.'


불안은 두려움에서 온다.


두려움은 불확실성에서 온다.


불확실한 미래를 끊임없이 묵상하다 보면 의심이 자라난다.


의심의 파도가 밀려올 때. 우리는 닻을 내려야 한다.


'피처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공이 내 손을 떠날 때 까지다'


김근성이 남긴 메시지는 민재에게 닻이 되었고 등대가 되었다.


던지는 것은 투수다.


바꿔 말하면 공격하는 것은 투수지, 타자가 아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타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단순한 진리는 생명을 준다. 가야 할 길을 밝혀준다.


투수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포수의 품 안으로.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


누군가는 시속 70km로 느리고 크게 돌아가지만 도착지가 포수의 미트라면 성공이다.


누군가는 속임 없이 올곧게 나아간다. 누군가는 현란한 궤적을 그리며 비행한다.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푯대를 보고 걸어가면 의심으로부터 자유해진다.


투수의 상대는 타자. 다른 투수와 다른 길을 걷는다고 의심할 필요가 없다.​


얽매이기 쉬운 것들, 자신의 실투나 야수의 실책이나 루상에 나간 주자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지금 공 하나에 집중하는 것.


눈앞의 타자와의 승부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공이 내 손을 떠나기까지 자신을 다스리는 것.


공을 떠나보낸 후에는 온전히 맡기는 것.


그것을 배웠다.




"삼진!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8개의 탈삼진! 또다시 지난 등판의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느린 패스트볼, 타자가 얼어붙습니다. 루킹 삼진! 19K!! KBO 신기록입니다!"



"몸 쪽~~ 들어왔어요! 162km! 9회에도 160을 넘나듭니다. 20개째! 메이저리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미 KBO 기록은 갈아치웠고, 메이저리그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초구, 존의 상단!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스트라이크!"


"제2구. 같은 코스. 배트를 돌려보지만 힘에서 밀립니다. 뒷 그물을 넘어가는 파울, 157km!"


"3구~~ 같은 코스! 꿈틀! 하고 들어간 공. 삼진!! 삼진!!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없는 기록! 9이닝 동안 21개의 탈삼진! 이제 이민재에게 한국은 너무나 작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전트들이 보는 앞에서. 전 세계 팬들이 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민재는 더 이상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다.




[8월 30일 부산 워리어스 4-0 서울 엔젤스]

-이민재, 완봉승으로 시즌 11승&21K!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경신. 워리어스, 포스트시즌 진출 청신호


-칼럼: 이민재도 이치로 쇼헤이처럼 메이저리그를 정복할까?

-익명1: 음... 제가 볼 때는 패스트볼 만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익명2: 제목만 보지 말고 글도 봅시다. 이민재 선수는 투구폼이 변화구랑 같다잖아요.

-익명3: 미친 재능이긴 해. 투구폼마다 자연테일링 걸리는 거 보면 마구인 것 같음.


-뉴스: 악마 에이전트 스콧, 이민재 메이저리그 진출 도울까?

-[댓글]텍사스출입금지: ???: 최고의 투수를 영입했습니다.

-[댓글]따끈한만두: 나는 아직도 한만두 잊지 못해...

-[댓글]극사실주의: 근데 지금 봐도 어차피 7년 동안 뛰어야 포스팅 아닌가?




민재의 활약상을 핸드폰으로 함께하며 아버지의 옆을 지키던 남자, 최회장.


그가 선수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꿈틀.


그리고 그의 옆에 두 달 동안 누워있던 환자의 손가락이 작게 움직였다.



[선수기록-부산 워리어스 61번 투수 이민재]

- 13경기(선발10경기) 11승 0패 1세이브 1홀드

- 77이닝

- 평균자책점(ERA): 0.47

- 탈삼진: 152개

- K/9: 17.8개

- 피안타율: 0.170

- WHIP: 0.51

- WAR: 7.01

- 스트라이크 비율: 80.2%



[8월 30일 팀 순위]

대전 레이븐스: 128경기-74승-2무-52패-승률 0.587-팀타율 0.296(3위)-팀평균자책 4.28(2위)

고척 스파이더스: 132경기-69승-3무-60패-승률 0.535-팀타율 0.297(2위)-팀평균자책 5.51(5위)

부산 워리어스: 126경기-67승-2무-57패-승률 0.540-팀타율 0.295(4위)-팀평균자책 4.39(3위)

창원 크로커다일즈: 131경기-66승-3무-62패-승률 0.516-팀타율 0.293(5위)-팀평균자책 4.17(1위)

광주 치타스: 128경기-65승-3무-60패-승률 0.520-팀타율 0.292(6위)-팀평균자책 5.98(8위)

서울 판다즈: 127경기-63승-1무-63패-승률 0.500-팀타율 0.298(1위)-팀평균자책 5.78(6위)

서울 엔젤스: 129경기-59승-3무-67패-승률 0.468-팀타율 0.283(9위)-팀평균자책 4.78(4위)

인천 드래곤즈: 124경기-56승-5무-63패-승률 0.471-팀타율 0.285(8위)-팀평균자책 5.71(7위)

대구 재규어스: 127경기-54승-2무-71패-승률 0.432-팀타율 0.286(7위)-팀평균자책 6.10(9위)

수원 아쳐스: 124경기-53승-0무-71패-승률 0.427-팀타율 0.277(10위)-팀평균자책 6.20(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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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지배 24.08.19 17 0 12쪽
27 26화 돈 24.08.18 19 0 13쪽
26 25화 아버지 24.08.17 21 0 12쪽
25 24화 관조 24.08.16 19 0 12쪽
24 23화 생소함 24.08.15 21 0 13쪽
23 22화 김나박이, 최 24.08.14 20 0 12쪽
22 21화 개화 24.08.13 23 0 12쪽
21 20화 변신 24.08.12 24 0 12쪽
20 19화 야구 VS 축구 24.08.10 33 0 13쪽
19 18화 야성 24.08.09 29 0 13쪽
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17 16화 마무리 24.08.07 42 0 12쪽
16 15화 김나박이 24.08.07 42 0 12쪽
15 14화 리더 24.08.06 37 0 13쪽
14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13 12화 카르텔 24.08.05 50 0 12쪽
12 11화 진실 24.08.05 53 0 12쪽
11 10화 승부조작(2) 24.08.04 59 0 12쪽
10 9화 승부조작(1) 24.08.04 58 0 12쪽
9 8화 구원투수, 배팅볼러 24.08.03 64 0 13쪽
8 7화 100마일짜리 배팅볼 24.08.03 68 0 12쪽
7 6화 이글아이 24.08.02 70 0 13쪽
6 5화 목격자 24.08.02 71 0 11쪽
5 4화 배팅볼 24.08.01 98 1 12쪽
4 3화 스카우트 24.08.01 1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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